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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원 순례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뭐 딱히 심각하게 아픈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아프진 않다고 할 수도 없다. 큰 병을 진단 받은 것도 아니다. 죽을 때까지 복용해야 할 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웠다 일어나면서 아이고 소리를 낸다든지, 허리 다리 머리, 릿자로 끝나는 몸 어딘가는 다 조금씩 성치 않다. 날씨로 치자면 쾌청하지 않은 구름 좀 낀 흐림. 가장 좋은 처방은 열심히 운동하는 거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 집 가까이 아름다운 연못이 있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데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치도 없다. 아파트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산책로가 잘 닦여있다고 하는데, 글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남편이 운동하라고 사준 자전거며 운동기구도 3일 만에 구석자리 차지다. 그러니 그저 아프면 병원엘 간다. 게으름을 탓해야 하겠지만 아직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크게 아프진 않아서인가. 어쨌든 늙었으니 성치 않은 구석이 하나둘씩 생기긴 한다.얼마 전 어지러움증이 있어서 병원엘 갔더니 이석증이란다. 아침 6시 30쯤 갔더니 예약 마감. 다음 날 아침 5시에 가서야 겨우 접수를 할 정도로 용하다고 소문난 병원이라선지 매주 정기진료시간을 예약해도 보통 2시간은 기다려야 진료를 본다. 심하진 않지만 장기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매주 가고 있다. 스무 개도 넘는 치료실 병상에 누운 환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부산, 김천, 봉화에서 전날 밤에 와 대기실에서 쪼그려 밤새워 기다린 분도 있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대구 아들딸네 집에 묵고 왔다는 노인들이 허다하니 운전해서 10여 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 집 가까이 믿을 만한 병원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2년마다 하는 정기검진이 나이가 들면서 항목이 더 추가된다. 골밀도 검사를 하니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단 젊지만 예방 차원에서 열심히 운동하라는 처방이 내린다. 열심히 햇볕 쬐며 운동하면 될 터이다. 게을러터진 나는 운동 대신 비타민D 주사를 3개월마다 맞으러 병원엘 간다. 치과 진료도 일 년에 두 번, 나의 달력엔 이렇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할 병명과 예방주사 주기가 눈에 띈다. 다음 달엔 고령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나보다.생로병사. 인간이라면 반드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음을 겪어야 한다는 인생사고(人生四苦). 나서 세월과 함께 늙음은 자연스럽다. 그저 추하지않게 늙으려 노력할 따름이다. 죽음 또한 거스를 방법이 없다. 네 가지 고통 중 세 가지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70 가까운 나이 되어 병원 순례를 하게 되니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운 게 병고(病苦)가 아닌가 싶다. 병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면 무병장수할까마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병원 가는 일이다. 의술 좋아졌겠다 병들면 고치면 되고, 보험 들어있으니 돈 걱정도 크게 하지 않아도 되니 지금은 유병장수시대라고들 한다. 병 있어도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인데 난 싫다.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무병하다면 차라리 단명하고 싶다. 병치레는 싫다. 그럼 무조건 걸으며 운동해야 할 텐데 어쩔래? 자문한다.

2023-10-04

시월 속으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추석연휴에 임시휴무까지 더해져 장장 6일간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니, 가을맞이가 한결 넉넉해진 것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에 고유한 민속명절인 추석과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개국한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까지 연휴가 이어져서,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이 많아지고 만남과 어울림의 모습들이 분방하게 보인다. 하지만 영세 사업장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에게는 황금연휴를 보장받지 못하는 ‘남 얘기’로 휴식권의 사각지대가 발생돼 아쉽고 마음 편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시월이 열리면서 정갈한 햇살 아래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고 초목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가는 본격적인 가을날로 접어들고 있다. 억새는 긴 목을 뽑아 은빛 환호를 하고, 잎새는 바람결에 차츰 황록색을 띠거나 홍조의 빛깔로 손 흔들며 가을을 반기고 있다. 쾌청한 날씨에 기온마저 적당하니 어디를 가거나 누구를 만나더라도 조요(照耀)하고 푸근하기만 하다. 긴 연휴에 한동안 뜸했던 곳을 찾아 적조했던 사람들과의 해후와 소통은 반가움을 넘어 인연의 소중함을 보듬는 각별함이 아닐까 싶다.‘꽃 피고 지는/아름다운 세상에서/살아있는 모든 날이/기쁘고 감사하지만//10월의 하루 하루는/더없이 행복한 시간,/차츰 단풍 물드는/나뭇잎들을 바라보며//내 작은 가슴도/고운빛으로 물들어 가고/높푸른 하늘 우러러/마음은 겸손이 평안하다.//거저 받은 목숨이니/아무런 자랑도 교만도 없이/인생길 소풍가듯/즐거이 걸어가다가//이 몸 또한/한 잎 낙엽 되면/그 뿐인 걸’ - 정연복 시 ‘10월의 노래’ 전문조금은 느긋해진 마음으로 바람따라 길을 나섰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쑥부쟁이가 흐드러진 들길을 지나 발길 닿는대로 찾아가서 반가운 분들을 두루 만났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사람 만나는 것 또한 좀체 물리지 않은 일이라 해도, 늘 무엇인가에 쫓기 듯 다급하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주변의 친인척이나 친구, 지인 등과의 연락이나 안부를 제대로 못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다반사가 돼버린 듯하다. 하지만, 너무 뜸하거나 소원해지면 수풀 우거진 오솔길 마냥 교감의 길목이 막히거나 끊어질 수도 있기에 적당한 소통과 왕래가 있어야 마음의 다리가 줄곧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모처럼 만나고 대면하는 모든 분들은 정겨움과 오붓함이 한결 같았다. 추석인사를 겸해서 이런저런 근황과 정담을 나누고 담소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굴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서먹함을 털고 살가움을 누리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재회의 증표(?)마냥 근사한 팔찌를 선물로 주거나 향기로운 차에 다식(茶食)을 내주고 손수 농사 지은 고구마를 선뜻 건네주는 인정 어린 마음은 두고두고 미덥고 고맙기만 했다.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은 저절로 찾아오기 마련(近者說遠者來)이다. 가까울수록 신의를 지키고 배려와 아량으로 챙겨주게 되면, 교분은 더욱 두터워지고 정의(情誼)는 시월의 단풍마냥 색조 곱게 물들 것이다. 세상만사 자신이 하기에 달린 것이다.

2023-10-04

경신일주(庚申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일곱 번째는 경신(庚申)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과 지지(地支)의 신금(申金)은 모두 금(金)의 기운으로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며, 강직한 쇳덩어리며, 가을기운이다. 동물로는 원숭이다.경신일주는 자존감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의협심이 남다르기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미다. 무슨 일이든 한 번 결정하면 즉시 시행하여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다. 추진력이 좋아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려는 성향이 강해서 자수성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혈기왕성하고 사회생활에서도 중심에 서서 크게 권위를 떨치며 성공하는 일주로 재물복도 좋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강한 기세에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으로 안하무인이 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행동으로 남의 눈 밖에 나서 왕따 당하기 때문에 잘나갈 때 더욱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항상 마음을 수행해야 한다.경신은 양에서 음으로 넘어온 기운이며,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지는 쓸쓸한 가을에 해당한다. 금(金)의 속성이 있어 차갑고 단단하고 견고한 성질을 가진다. 그러기에 쇠는 용광로를 통해 화려하게 재탄생하는 창조적인 힘을 겸비하고 있다. 모든 일에 경쟁의 논리로써 일을 추진해 내는 강한 힘이 있다. 승부욕이 뛰어난 혁명가의 기질도 겸비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일주라고 볼 수 있다.그리스신화에서 철을 잘 다루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 에 난 아들이다. 신이 다리를 저는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났을 때 너무 못생겨 헤라가 올림포스에서 내던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에 헤라 편을 들다 제우스가 걷어차서 렘노스섬에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테티스와 에우리노메의 보살핌을 받으며 대장장이 기술과 제련기술을 연마했다고 한다.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 헤라에게 황금의자를 선물했다. 의자에는 잠금장치가 있어 거기에 앉은 헤라는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을 약속하고 올림포스로 데려왔다. 모자는 화해하고 올림포스에서 살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아프로디테(일명 비너스)는 사랑을 상징하는 신이다.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아내 아프로디테보다 대장장이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를 나눈다. 이 사실을 아폴론이 헤파이스토스한테 귀띔해준다. 그는 밀회장소에 청동을 가늘게 짠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움직일 수 없게 하여 여러 신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준다.그는 제우스의 황금 옥좌, 왕홀, 제우스의 벼락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아킬레우스의 갑옷, 포세이돈의 삼지창, 헤라클레스의 갑옷,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화살 등도 만들었다. 신이든 인간이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 주는 그리스신화의 최고 대장장이 신이다. 그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최초로 여성 판도라를 만들기까지 했다. 마치 인공지능(AI)같은 존재다. 창조가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었다.경신일주의 남자는 자신의 강하고 독단적인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배우자를 만나면 평탄하다. 자신의 색정과 독선적인 성격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해로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본인이 가정을 꾸려가는 여장부 스타일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솔직담백하지만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이 많다. 이를 잘 받아주는 남자를 만나야 순탄한 생활을 할 수 있다.경신일주의 신(申)은 동물로 원숭이다. 재주 많고 심술궂은 원숭이는 말도 잘하고 성격도 쿨하고 화끈하며 놀기도 잘한다. 남으로부터 인정과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분방하지만 배짱 하나는 좋은 편이다. 자기과시를 너무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경거망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옛날에 경신일에 하는 경신기도(庚申祈禱)가 있었다. 도교(道敎)에서는 이날 아무런 형체도 없이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삼시충(三尸蟲)이 사람이 잠든 사이에 외출한다고 믿었다. 외출한 삼시충이 곧장 하늘로 올라가 상제에게 그 동안의 죄상을 고해바치는 것이다. 상제는 죄질에 따라 벌을 주는데, 벌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밤새도록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경신일에는 잠을 자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한 것은 이날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잠을 안자고 견디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악기를 연주하거나 염불하는 관습이 행해졌다. 도교신앙에서 비롯된 경신수야(庚申守夜)는 원래 중국 송나라에서 행해지던 풍속을 고려도 받아들였는데, 왕으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따르지 않는 자가 없었다. 고려 때는 60일에 한 번씩 일 년에 여섯 번 밤샘 축제를 벌였던 것이다.조선에서도 성종17년(1486년) 11월19일 경신 날에 왕이 대신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잔치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경신연회가 없어진 것은 영조 33년(1759년)이었다. 밤샘을 금지시키는 대신 등불을 밝히고 근신하면서 밤을 새우도록 명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경신일에 밤을 새우는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지금도 수행자들 사이에서 간간히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전통이란 참으로 끈질기다. 도교적 전통에서 시작된 경신수야는 고려를 거쳐 조선 영조 때까지 60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시작은 종교적 이유였지만, 나중에는 온 백성이 즐기는 풍속이 되었다. 생활에 지친 백성들은 일년에 여섯 번은 고된 삶에서 해방이 되는 그들만의 축제로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에 기독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3-10-04

엄마의 밥상

윤명희 수필가 친구가 떡 봉지를 펼쳤다. 친정엄마 제사라며 떡을 주문하고, 전 부칠 재료들을 챙겨 큰오빠네 갔던 그녀다. 다음 제사에는 식판을 사가야겠다고 한다. 제사에 식판이라고? 그녀는 또 뜬금없이 효도는 셀프,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빠 넷에 세 명의 언니를 둔 그녀가 친정제사 음식을 도맡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멀리서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조카들이 제삿날에 옥수수 알맹이 빠지듯이 한 것은 벌써 몇 해 전부터의 일이다. 큰오빠가 부모 제사는 자식의 몫이니 앞으로 아랫대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포한 것이 코로나가 시작되던 해였다.시부모님 따라 간 넷째 올케를 빼고도 며느리가 셋이 있지만 제사음식을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간병 일을 하는 첫째 올케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집에 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잘 오던 둘째마저 직장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셋째까지 가게 일에 매여 꼼짝을 못한다고 하니 변명 한마디 못하고 작은 언니와 둘이 제사를 맡게 되었다. 그래, 올케들이 머리 허연 오빠들 건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그녀는 팔을 걷어붙였다.다행히 언니와 손발이 잘 맞아 전 부치고 나물 장만하고 고기까지 익히는데 한나절에 끝났다. 추석이 코앞이라 벌초 길에 나섰다. 부모님은 집터를 큰오빠에게 물려주고 당신은 뒷산에 터를 잡아, 가는 길은 멀지 않다. 일찍 제물 준비를 마친 그녀는 장화를 찾아 신고 오빠들을 따라나섰다.뒷짐 진 큰오빠를 선두로 엄마에게 간다. 연년생인 셋째와 넷째오빠는 아직도 토닥거리고, 그녀는 그런 오빠들에게 어릴 때 불렀던 별명을 크게 불러본다. 그녀는 뱀이라는 넷째의 장난소리에 장화가 벗겨지도록 엄마를 부르며 뛰었다. 마을이 한 눈에 든다. 올케들 눈치 안보고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이 순간이 큰오빠가 장가가기 전의 나이로 되돌아 간 것 같다. 타성(他姓)없이 오롯이 형제들만 모이는 것도 참 새롭다. 그녀는 올케랑 조카며느리한테 기대지 말고 우리 부모 우리가 모시자며 의기양양했다.늦은 밤 제사를 모시고, 거실 가운데 음복 상 앞에 모여들었다. 그녀는 상을 차리느라 오빠들의 비빔밥 그릇이 빌 때까지 앉지를 못했다. 과일까지 깎아내고는 막 자리에 앉는데 넷째가 빈 전접시를 내밀었다. 전을 다시 담아 내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탕국을 좋아하는 셋째가 빈 그릇을 들고 불렀다. 삐걱거리는 무릎을 곧추세우며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서는 일이 여간 곤욕이 아니다. 여기서도 ‘숙아’ 저기서도 ‘숙아’ 부르는 터에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셀프!, 셀프! 내 나이도 낼 모레 환갑이라고, 옛날 숙이 아니라고요.”막내가 환갑이라고? 모두가 머쓱한 얼굴이다.칠순이 넘은 둘째오빠가 시부저기 일어나 떡을 접시에 담았다. 떡 접시를 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그래, 평소 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여기서 하면 안 되지. 우리 막내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요새는 그렇다는구먼. 효도도 셀프고 밥 먹는 것도 셀프시대라고. 내 밥은 내가 찾아 먹어야 한단 말이지”오빠가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눈치를 살피던 뺀질이 오빠가 앞으로는 뷔페식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먹고 싶은 거 자기가 알아서 챙기면 환갑이 다 되어가는 막내도 힘들지 않을 거라는 말에 웃음보가 터졌다.다음 제삿장 볼 때 꼭 식판도 사야한다는 그녀의 말 뒤로, 예전 엄마가 차려주었던 밥상이 떠오른다.엄마는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게 가장 보기 좋다고 했는데. 늦었다고 빈 입으로 나가는 나를 대문까지 따라와 입에 넣어주었는데. 엄마는 그 많은 도시락을 챙기면서도 힘들다고 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1년에 한 번, 엄마 제사상 차리는 것도 힘들다. 친구가 내민 떡이 가슴에 먼저 얹힌다.

2023-10-04

‘여당바람’ 일으킬 총선전략이 안 보인다

심충택 논설위원 경북매일신문이 추석연휴 직전 대구지역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39.9%(긍정평가 54.3%)에 달했다. 정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한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대구뿐 아니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국민 삶이 고단해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고 있음을 대변해 주는 조사결과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부나 여당이 추석민심을 챙겨봤겠지만, 서민들의 경우 요즘 물가는 다락 같이 오르는데 수입은 되레 줄어들면서 전에 없던 ‘사회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TK지역 정치인들도 이런 민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현시점에서도 민심은 뒷전인 것 같다. 오직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격에만 총력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국민은 ‘이재명’ 이름 석자만 나와도 TV채널을 돌린다. 이제 정부여당은 이재명 블랙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서민정책을 펼 때가 됐다.우선 물가를 잡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중도층 민심의 핵심이 ‘장바구니 물가’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는 서민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다 ‘추석 물가’까지 겹쳤으니, 서민들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민심은 집권당으로부터 멀어진다.총선전략에서도 여당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여소야대 의석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지금 너무나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중도층 민심을 사로잡을만한 이벤트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은 당 지도부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금쯤이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를 만회할 전략이 나와야 할 때다. 그런데 아직까지 수도권 출마 도전자 중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핵심참모나 당 중진 모두 여당의 지지기반이 강한 양지(陽地)만 찾아 다니는 모습이다.국민의힘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지금쯤 내각 주요장관이나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 당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예를들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윤희숙 전 의원 같은 인물이 민주당 핵심인 정청래·안민석 의원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총선이 임박해서 이런 인물들을 험지(險地)에 배치해 봤자 판세를 뒤흔들만한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권 잠룡’ 오세훈이 버티고 있던 서울 광진을에 정치신인 고민정을 공천했고, 4선의 나경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판사 출신 이수진을 공천해 바람을 일으킨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23-10-03

노인 家長

우정구 논설위원 노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가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노인 가장이라 하면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지만 노인+가장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된다.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통상 은퇴연령으로 여겨지는 60대 이상인데도 직장에 나가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인 가장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피부양자가 있는 60대 이상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이 숫자는 10년 전 보다 약 두배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내년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인구로 노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겠지만 노인 가장이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젊은이의 취업이 활발해지고 노인들은 은퇴 후 생활을 즐기는 것이 선진복지 국가의 패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일하는 노인이 가장 많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일터에 나가 있다. 은퇴 후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일을 해야 할만큼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전체 사업용 운수종사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20.8%를 차지했다. 택시의 경우는 종사의 40%가 고령층으로 밝혀졌다.은퇴 후에도 일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생계문제로 일을 하고 있기에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에 대한 복지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 가장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처할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0-03

어린 날의 글쓰기

최근 SNS에서 학교생활 기록부를 인증하는 열풍이 불었다. 그간 생활기록부 발급 절차가 조금 복잡했던 것에 비해, 최근부터는 정부 24 홈페이지 또는 앱을 통해 간단한 인증 절차만으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SNS에서 주로 자신의 생활 기록부를 캡쳐해서 업로드 하는 부분은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항목이다. 학창시절 ‘생활 태도’와 ‘장점’, ‘성장 가능성’등 담임선생님의 시각으로 바라본 개인적인 평가를 적어 놓는 문항인데, 이 부분을 통해 자신이 학창시절 어떤 사람으로 비춰졌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성적은 물론 수상내역, 봉사 활동, 생활 태도 등 학교생활의 전반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 수 있어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SNS에선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는 걸 인증하고 공유하기 위해 더욱 주목을 받았던 듯싶다. 그도 그럴게 생활기록부 발급 유행이 시작되었던 지난 9월엔 이용자 증가로 정부 24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었고, 작년 7~9월 발급 건수 대비 올해 발급 건수는 3배 이상 달했을 정도라 한다.하지만 내겐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본다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소멸을 향해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들을 보면 어쩐지 낯선 객지에서 홀로 서 있는 듯한 쓸쓸한 기분이 든다. 내 과거의 기억이 아닌, 타인의 과거를 어렴풋이 훔쳐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하지만 과거의 ‘나’는 어쩐지 궁금해지는 법, 점심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몇 번 간단한 인증을 했더니 정말 바로 발급받아 볼 수 있었다. 조심스레 열어보니 의외로 나는 학창시절에 공부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안 듣는 소심한 말썽꾸러기가 아닌, 이타적이고 논리적이며 감수성이 발달하여 글쓰기에 소질 있는 아이로 비춰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학창시절 모습이라 그런지 조금은 낯설어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나의 학창시절을 잠시 되돌아본다면, 나는 다소 조용했으나 웃음소리가 크고 밝은 친구들을 좋아해서 주변엔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공부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주로 교과서 속에 책을 숨겨 읽었고, 담임선생님이 책을 그만 읽으라고 하면 외려 더 숨어서 책을 읽곤 했다.도서관에 숨어 만났던 책들은 주로 신경숙, 박민규, 이성복, 기형도의 책들이었고 그때 처음 문장 속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는 법을 배웠다.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 쉽게 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글이 주는 자유로움과 날 것으로 드러나는 타인의 세계와 삶의 형태가 얼마나 놀랍던지. 그래서 읽기에 빠져 들었고, 자연스레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도 쓴다는 말이 어색하게 여겨져서 늘 ‘메모 한다’, ‘일기를 쓴다’라고만 글쓰기를 표현하고 정의했다. 쓴다는 것은 어딘가 부끄럽고 멋쩍기도 하고 또, 소중해서 타인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해야 할까.읽고 쓰는 것 외엔 흥미도 없고 잘 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문예창작학과를 택했고, 글을 읽고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그러면서 어린 나는 쓰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던 듯싶다. 글쓰기로 충만감도 느꼈고, 성취감도 얻었고, 화도 났고, 무력함도 느꼈으니 말이다.꽤 열정적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의 나는 어딘가 정말 중요한 중심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과거의 열정을 부정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 더 생산적인 역할과 몫을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여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눈은 퀭하고, 자주 화가 나 있으며, 복잡한 사유는 멈추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며, 나쁜 식습관으로 몸은 엉망이다. 어린 날의 나에 비해, 생의 의문과 더불어 따라오는 몇 가지 질문에 점점 더 비겁해지며 미성숙한 사고를 택하기에 따라오는 씁쓸함은 부정할 수 없다.최근 이사를 하며 아직 미처 정리 하지 못한 책들이 쌓여 있다. 이사 오기 전 많은 책들을 처분한 탓에 이제 내가 가진 책들은 100여 권도 안 된다. 멋대로 쌓인 책의 형태를 바라볼 때면 허무함이 느껴져 외면하곤 했으나, 이젠 이 쓸쓸한 부채감이 아주 어린 날부터 쭉 시작되어 왔으며 쉽게 끝나지 않음을 안다. 그렇기에 슬슬 책의 자리를 찾아주려 굳게 닫힌 옷장 문을 열어 본다.

2023-10-03

사랑이라는 서투름

명절이면 아버지 계신 서산에 간다. 동문동 동부시장 가서 장 보고, 미리 해온 음식 데우고, 전 부치고, 저녁에 한 상 차려 먹는다. 갈비찜, 잡채 등에다 설에는 새조개와 굴, 추석에는 꽃게와 대하가 함께 오른다. 거창한 밥상이지만 식사는 30분 안 돼 끝난다. 상 치우고 동생네는 안방에, 엄마는 작은 방에 들어가고, 아버지는 거실에서 종편을 본다. 살가운 대화 같은 건 딱히 없다. 가족애라는 것을 다들 가지고는 있는데, 표현에 서투른 탓이다. 어색하고 민망하다. 사랑은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한지도 모른다.할아버지는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처자식을 버렸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 다니며 장애인인 할머니와 삼촌들을 먹여 살렸다. 먹고 살 만해지니까 할아버지가 돌아왔는데, 응어리가 져 평생 용서하지 못했다. 미워하면서도 모시고 살았다. 장남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내 유년을 돌아보면, 퇴근한 아버지가 거실의 할아버지는 본체만체 안방으로 서둘러 들어가 버리던 냉랭함이 먼저 떠오른다. 아버지는 사랑 받지 못해서 사랑 주는 법을 몰랐다. 무뚝뚝하고 엄했다. 게임기 사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 삼켰다.바캉스를 가고 외식을 해도 행위만 있지 그 안에 다정함 같은 건 희미했다. 가장의 의무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아버지 공장이 부도를 맞고 나서는 추억이 됐다. 지방을 전전하는 아버지를 사춘기 지나 성인이 될 때까지 보기 힘들었다. 그 10년은 참 괴로운 시절이었다. 더 작은 집으로 여러 번 이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박스를 줍고,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 어쩌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나는 컴퓨터 게임만 하고, 아버지는 내 등 뒤에서 무슨 말 하고 싶지만 못한 채 가만 서 있곤 했다. 내가 장교 임관훈련을 받던 여름 내내 아버지는 교육대 인터넷에 편지를 썼다. 10년 동안 못한 말들을 거기 열심히 적었다. 말로는 못하는, “아빠는 병철이가 자랑스럽다” 같은 문장들.이런 내력 때문에 나는 남들이 가족 여행을 가고, 동영상 속에서 함께 장난치며 웃고, 각종 기념일을 챙기는 화목함이 신기하고 낯설다. 가족은 다 우리 같은 줄 알았다. 오래전 애인의 아버지가 매년 10월 31일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연주되는 라이브카페에 가족들을 데리고 가 시월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는 걸 보면서 놀랐다.지난 설, 서산 바닷가 가서 비싸고 좋은 음식 먹자고 했다. 해가 갈수록 아들 마음은 조급해진다. 억지로라도 화목한 그림 하나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다들 내 맘 같지 않아서 그냥 동네에서 먹기로 했다. 앞장 선 아버지가 시장 좁은 골목 백반집 문을 열었다. 다 앉기도 전에 아버지는 6천원짜리 백반 여섯 개를 시켰다. 한 자리에 못 앉아 두 테이블로 나눈 것을 내가 주인아주머니께 몽니를 부려 합쳤다. 나물, 파래, 김치, 된장국에 나는 거의 손도 안 댔다. 그 사이 아버지는 밥을 다 드시고 일어났다. 혼자 빨리 걷고 빨리 먹는 아버지한테 짜증이 났다. 눈치 챘는지 아버지는 집에 가 새조개 먹겠느냐면서 5만원 지폐를 내밀었지만, 뿌리쳤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평생 미워했다. 할아버지는 늘 복덕방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평생 부끄러워했다. 할머니는 보청기 없이는 듣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더러 “닭띠니까 곡식을 먹고 살아라” 했다. 유언이었다. “아빠가 할아버지 무덤에 갔대” 귀에 대고 소리치자 할머니는 “죽을 때가 됐나보다” 했다. 아버지는 출포리로 매일 마실을 간다. 보청기를 끼고 부동산에 가 한나절 앉아 있다 온다. 뒤란에서 닭들이 벌레를 쪼고 메주가 푹푹 삭을 동안 평생 미워한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돌보지 않는다. 나는 그러면 안 되는데, 아버지가 돼선 안 되는데….나이 들수록 후회가 많아진다. 동부시장 ‘지곡밥집’에서 짜증 부렸던 일이 속상하다. 이번 추석 또 서산에 간다. 다시 그 밥집에 가 밥 두 공기 먹고 싶다. 아버지는 제철 꽃게를 잔뜩 사는 것으로 아버지 노릇을 하려 할 테고, 나는 무엇으로 아들 노릇을 할까. 가끔 하는 통화도 30초를 안 넘는데, 살가운 말 몇 마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어려운 마음도, 백반 여섯 개를 서둘러 시키는 급한 성미도, 밥 한 끼 먹으러 일 년에 두 번 모이는 수고로움도 다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2023-10-03

이 가을, 한 권의 책

윤희정 부국장대우 2017년 이후 6일이라는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보냈다. 전국이 모처럼의 고향 방문에 즐거운 표정을 짓는 가족 단위 귀성객들로 내내 활기가 넘쳤다. 전통시장은 추석선물이나 차례 용품을 사려는 지역민들로 붐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푸근한 인심을 나눠야 할 시간에, 존속 간 다툼과 살인이 벌어지는 안타깝고 딱한 뉴스도 접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고 복잡하다. 서로 다른 모양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원인일까.머슬러는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욕구는 인간을 성장하고 발달하게 하며, 인간 자신을 실현시키고, 성숙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심리적 건강과 성숙을 향한 인간의 잠재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다는 얘기다.반면에 천주교 교리는 ‘인간 성숙은 그 시초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삶의 한순간 갑자기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수용의 자세로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상적 목표로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인간의 삶은 성숙을 위한 여정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인격은 인간 성숙에 기반한다. 인성, 성품, 품성, 성격, 기질, 개성, 사람됨 등으로 설명되는 인격은 개인이 자기 자신을 유일한 특정적인 자아로 생각하는 작용이자 자아의식이다. 브리태니커 세계 백과사전은 ‘인격적인 사람’을 도덕적 행위의 주체이자 진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를 지닌 존재로 정의하면서 성격에 도덕을 추가한 것이 인격이라고 했다.성숙한 나의 실현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하게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격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은 바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능력을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다.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건강과 행복은 간과하고 각종 질병과 불행에 괴로워한다. 그것이 단지 외생변수 때문이 아니라 만약 자신의 가치 상실이나 성격상의 문제라면, 개인의 정체감 확립이 당면과제다.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름 속을 방황하는 이상주의자처럼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불안과 괴로움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명료한 언어들을 만나게 되면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된다.가을이 깊어간다. 요즘 서점가를 휩쓰는 ‘슬로 텐션(slow tension)’ 소설도 좋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하는 에니어그램 관련 도서도 좋다.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직관학으로 변화와 성숙이라는 삶의 묘미와 진수를 경험하게 하는 에세이들도 괜찮다. 그런 책들은 읽을수록 마음을 편하게 한다. 분주한 일상도 내려놓고, 긴장도 풀고, 나만의 삶의 속도를 되찾아 줄 한 권의 책을 손에 쥐어보는 여유를 찾아보자.

2023-10-03

팔꿈치 통증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팔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은 꼭 한번은 겪는 질환이 있다. 외상과염이라고 하는 팔꿈치가 아픈 병인데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해서 테니스 엘보라고 한다. 테니스 만이 아니라 배드민턴, 골프를 치는 사람에게도 생기고 팔을 많이 사용하는 직종에서는 꼭 한번은 걸리는 질환이라고 보면 된다.손목의 신전근 그룹의 힘줄들이 팔꿈치 상완 외상과 부위에 부착되는데, 반복된 동작으로 팔뚝의 근육이 뭉쳐 팔꿈치 부착부의 뼈와 힘줄 부착부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반복적 견인 손상과 조직의 변성이 원인이다. 초기나 심하지 않은 경우는 팔을 움직일 때 약간의 통증이 오고 이를 무시하고 과다 사용을 하는 경우 손상이 누적되어 심한 경우는 팔꿈치에 부착된 힘줄의 손상으로 약간의 움직임도 힘들다. 심하지 않은 경우라도 기본적으로 팔의 사용을 제한해야 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 잘 낫는 병이 아니라서 치료를 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면 금방 만성으로 진행되고 팔꿈치의 손상이 심해진다.한의원에서의 치료는 부항으로 피를 뽑아 압력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침과 약침으로 주변 근육을 풀어 주고 염증을 줄이고 회복을 높이는 방법을 쓴다. 다른 곳에서 치료 후 잘 낫지 않아 오는 경우라도 한방 치료를 꾸준히 받게 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본 치료는 한달을 기본으로 해서 들어가야 한다. 몇 번 치료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환자들이 몇 번 치료를 했는데 효과가 없다는 소리를 한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꾸준하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 달 정도를 치료를 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절대 엘보우는 몇 번 치료로 완치되긴 힘든 것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엘보우가 심한 경우는 팔꿈치만 봐야 하는 것이 아니고 어깨 목까지 같이 봐줘야 한다. 오래되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팔꿈치 어깨 목이 조금씩 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럴 때는 목 어깨 팔꿈치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야 치료가 된다. 침치료 뿐만 아니라 추나치료로 목 어깨 팔꿈치를 같이 하면 확실히 빠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시간단축이 필요한 사람은 필수적으로 같이 해야 한다. 치료 속도의 차이가 많이 난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팔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이 팔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팔꿈치 힘줄의 손상이라서 팔을 계속 사용한다면 치료 효과와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꾸준히 치료 해야 한다. 단순 염좌처럼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가 늘어난 것이 아닌 힘줄의 손상이라 몇 번의 치료로 완치되기는 힘들다. 꼭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테이핑이나 파스 등의 처치를 하고 팔꿈치 보호대를 해야 한다.일이 없을 때는 절대 휴식을 취하고 아래팔 팔꿈치 근처의 근육을 온찜질과 더불어 본인 손으로 꾹꾹 눌러 마사지를 해주면 도움이 된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해주고 2주 정도 해주면 팔꿈치 주변 근육들이 덜 아파진다. 주변 근육들이 풀리면 팔꿈치에 부착된 힘줄의 자극도 줄어 들고 혈액순환도 전보단 원활해져 치료에 도움이 된다.

2023-10-03

포스코, 지역균형발전 힘 보태야

이재훈 (전)경북테크노파크원장 ‘균형(均衡)’을 영어로‘밸런스(Balance)’라고도 하지만,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후자는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회복력’ 또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좀 더 적극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이제 ‘지역균형발전’의 개념도 이와 같이 확장할 필요가 있다.진정한 균형발전이란 각 지역의 자원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이를 외면한 채 계속해서 수도권 집중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지방소멸을 가속화 해 결국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과거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주로 항만·도로·철도 등 대형 SOC사업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정부 부처 간 협업을 기반으로 지역이 주체가 되어 기업 및 대학과 협력하여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포항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춘 도시라 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포항은 포스코 그룹과 함께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와 산업화에 기여해 왔고, 철강을 넘어 친환경 미래소재의 시대가 도래 한 지금은 차별화된 RD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산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포항은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선도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포스텍을 비롯한 포항가속기연구소, 막스플랑크한국 포스텍연구소(MPK)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우수한 연구기관 및 시설을 다수 보유한 그야말로 산(産)·학(學)·연(硏)이 총 망라된 지역이다.최근에는 ‘이차전지 양극재 산업 특화단지’ 선정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최종 통과를 비롯해 국내 최초 ‘육양국 연계 글로벌 데이터센터 캠퍼스’조성 MOU 체결로, 명실상부 포항이 미래 첨단전략 신산업의 최적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바 있다.아울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최근 제정됨에 따라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규제 특례, 세제 혜택 등 국가 차원의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이 기대되는 한편,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며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은 기업이 지방에 정착해 지속가능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미래 첨단 기술력이 곧 경제이자 안보인 시대, 이제는 수도권을 넘어서 각 지역을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특화하고 육성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특히 포스코가 철강을 넘어 미래신소재인 이차전지로의 구조전환에 성공한 것은 포항기반 우수 연구 인력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포스코 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미래기술연구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로 재고가 필요하다. 포스코 그룹은 간판뿐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미래기술연구원 포항본원 구축으로 우수한 인재유지와 나아가 영입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포항시는 국제학교, 스마트병원 설립 등 교육, 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더욱 힘써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새로운 미래 100년, 그 장미빛 여정의 시작을 ‘글로벌 기업 포스코 그룹’과 ‘미래 신산업 도시 포항’이 함께 손잡고 열어가기를 희망해 본다.

2023-09-26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교육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올해 들어 둘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환경과 관련한 교육이 늘어났다. 아이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도서 읽기, 쓰레기 재활용 마크 교육, 10분 동안 소등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편 우리 대학은 2022년 환경부 ‘그린 캠퍼스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지속가능발전센터’를 조직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과제를 마련했으며, 지난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그린 캠퍼스 탄소중립 실천 확산 캠페인’을 실시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교육계 전반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지속 가능한 발전을 환경보호 수준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5개 영역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이루어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발표되었다. 17개 목표에는 ‘기후변화와 대응’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 등과 같이 환경 문제도 있지만,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성평등 보장’ ‘빈곤층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등과 같은 교육과 경제 영역의 목표도 존재한다. 요컨대 지속 가능한 발전은 환경보호라는 과거의 인식이 아니라 정치, 경제,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연결성을 확인하고 새롭게 재편하려는 문제의식이 담긴 것이다. 일단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시야를 확대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선생님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이나 젠더 갈등을 떠올리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요원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발간한 2022년 ‘국가지속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과 ‘성평등 보장’ 항목은 모두 ‘맑음’에 해당한다. ‘취학률’‘고등학교 이수율’‘피임 실천율’ 등의 지표로 해당 목표를 평가하기 때문이다.근본적인 문제는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에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성장’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를 여전히 ‘경제성장’을 포기하지 않으며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2023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0으로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모두가 출산율 위기를 말하지만, ‘NO KIDS ZONE’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가령 기후 위기와 학벌주의는 어떤 공통된 토대에서 벌어진 현상일까? 이대남·이대녀 문제와 갑질 학부모는 어떻게 연결될까? 등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17개 목표를 연결할 수 있는 인식력을 갖출 때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2023-09-26

세계서예잔치, 눈부신 筆墨의 비상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시시각각 움직이며 온갖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청청한 산과 들의 언저리로 넓게 펼쳐진 가을하늘의 캔버스에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며 시나 소설을 쓰는 듯 알듯 말듯한 몸짓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사연을 전하고 있다.그러다가 전북 진안군에 이르러 마이산 주변을 지날 때는 말(馬)의 귀(耳)같은 암마이봉·숫마이봉을 흡사히 닮은 두 개의 구름 봉우리 형상으로 변신하기도 하니, 과연 빛과 바람으로 빚은 자연의 수묵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어쩌면 하늘에서 펼쳐지는 바람의 붓질 같은 구름의 천변만화는, 화선지 위에서 각양각색으로 피어나는 붓과 먹의 무진한 변화의 조화로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추분 무렵 차츰 물들고 변해가는 초목과 열매는 정갈한 가을볕을 받아 저마다의 빛과 색을 더해 익어 가듯이, 날을 거듭할수록 붓놀림과 서예 궁구의 내공이 깊어지는 손길은 결 고운 단풍잎 마냥 심오하고 유장한 필묵의 원숙함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문자나 예술이 자연에서 나왔듯이, 붓글씨 역시 자연을 닮아감은 당연한 교효작용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게 구름의 암시(?)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형 애드벌룬이 빨간 색상의 현수막을 드리우며 반기고, 분수 옆 국제관 입구에서부터 바닥에 깔린 레드카펫은 행사의 규모와 품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4회째 맞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서예를 매개로 전세계 서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와 화합의 마당과 주제에 걸맞는 작품 전시·국제학술대회·부대행사·전북 14개 시군 ‘2023 서예, 전북의 산하를 날다’ 주제의 연계전시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다채롭게 펼치는 세계서예잔치다.40여 개국 3천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생동’(Vividness)으로, 출품작가들의 개성과 독창성, 창의력, 미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세계에 빠지다보면 어느새 예술적 쾌감과 감동의 희열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 특히, 10미터 이상 높이의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운 강건한 필력의 다채로운 대형작품은 관람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고, 천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천 편의 시를 동일한 크기(10x10cm)의 전주한지에 써서 모자이크처럼 만든 ‘천인천시’ 10곡병풍은, 세밀함을 살리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로움 등으로 실로 서예작품의 표현방식과 영역, 장법(章法)과 구도가 무궁무진함을 일깨워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외국인 작가와 참여국가의 대사가 쓴 영어, 아랍어 등 각기 다른 언어로 쓰여진 작품은 다양성의 조화를 거침없이 드러냈다.서예와 예술은 이렇듯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소통하며 화합의 마당으로 모여들게 한다. 서예의 대중화와 실용성을 더 높이는 다양한 기획과 참여로 뉴노멀 시대에 서예문화의 선도적인 역할과 지속가능한 빌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23-09-26

유비무환 다지는 국군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군사력이란 한 국가가 국가간 분쟁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인 능력과 역량을 총괄하는 개념이다.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한 특수한 상황에서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다. 군사병력 수로는 중국이 세계 1위나 군사 수와 무기의 수 등 군의 질적 요소 등을 감안한 총괄적 군사력에서는 미국이 단연 세계 1위다.올해로 건군 75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가 어제(26일) 서울에서 열렸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이 추석 연휴에 끼어 기념행사를 앞당겨 시행했다. 특히 10년 만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펼쳐지면서 국민들의 많은 시선을 모았다. 폴란드 수출로 성능을 인정받은 K2전차와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한국군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국군의 날은 국민에게 국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군인에게는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군과 국민간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수년간, 남북관계 긴장 완화와 코로나 등을 이유로 국군의 날 행사가 간소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군의 확고부동한 국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이 나온다.국방연구원의 국군의 날 행사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군장병의 88%, 시민의 72%가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찬성한다고 했다. 군의 강인함과 웅장함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모두가 느끼는 때다. 군은 군다워야 힘이 생기는 법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생각하는 국군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6

기회발전특구 유치 전쟁, TK만의 전략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사회가 ‘이재명(민주당 대표) 블랙홀’에 빠져 어수선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숨가쁘게 진행돼 그나마 다행이다. 비수도권 모든 시·도가 마찬가지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7월 관련법안이 시행된 기회발전특구 유치를 위해 최근 전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정부와 입주기업 간 협의성과를 보고 정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역량이 특구선정의 최대변수다. 아직 특구지정과 관련한 세법 제·개정과 정부지침(특구지정 평가 요소)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특구 후보지를 기정사실화하고 대기업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지난 7월부터 기회발전특구 추진단을 가동중이다.대구시가 기회발전특구 유치 대상지로 선정한 곳은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수성알파시티다. 이 세 곳은 미래산업(모빌리티, 로봇, 디지털 분야) 분야 국제경쟁력이 어느 도시보다 우위에 있고, 튼튼한 산·학·연 협력 체계가 구축돼 있어 국내외 대기업 유치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는 달성군 제2국가산단과 군위군 신공항 첨단산업단지도 기회발전특구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경북도의 1차적 유치후보지는 포항(이차전지 특화단지)과 경주(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안동(바이오 생명 국가산단), 구미(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 및 방산 혁신클러스터), 울진(원자력 수소 국가산단)지역 산업단지다. 경북도의 경우, 최근 제정된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하면 전기요금이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어 대기업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대학, 시·군과 함께 원팀을 구성해서 특정기업이 특구에 투자할 의향이 있으면, 곧바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장 준공 때 바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경북도는 지난주(20일)에는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수도권 기업들을 대거 초청해 도내 기회발전특구 후보지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과 LG, SK, 두산, 에코프로 등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경북도내 특구 후보지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중동에너지기업들을 초청해 경북투자를 권유했다. 이 지사는 경주 SMR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산단 조성에 많은 국내외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에너지 산업만큼은 경북도가 투자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기회발전특구는 일단 비수도권 시·도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만약 대구·경북이 윤석열 정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이용해서 대기업 유치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청년층 인구소멸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기회발전특구제도 운용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서 대구·경북만의 강점을 살린 대기업유치 전략과 인센티브를 만들어 내야 한다.

2023-09-26

농촌 바꾸는 ‘스마트농업’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도의 스마트농업이 일취월장이다. 스마트농업은 어느덧 대세가 됐다. 원격으로 농장의 온·습도를 조절하고 영양제 및 농약 살포까지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스마트팜 조성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제한이 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시설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이 없으면 어렵다. 이에 경북도가 나섰다. 경북도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스마트팜에 농업인들이 적정 임대료로 경영할 수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키로 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거점으로 권역별로 확대하기로 했다.시설하우스에 한정됐던 스마트팜은 노지로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 사업을 위해 의성 사곡면에 95ha 면적을 확보, 3년간 245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관수, 자율주행 트랙터와 연계한 스마트 농기계 등을 지원키로 했다. 스마트 팜 영농의 노지 확대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일손을 크게 덜 수 있다. 기업도 참여, 스마트 팜 용도로 개발한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농기계를 시험할 수 있고 기술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첨단 농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축산 분야까지 확대된다. 경북도는 센서와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저장, 선별, 포장하는 스마트농산물산지유통센터 5곳을 만들기로 했다. 축산 분야도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산시키기로 했다.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시달리는 농촌이 첨단기술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관행 농업에서 탈피,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정 등 요인까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마트농업은 농·어업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AI의 참여가 눈앞에 다가왔다. 농업의 진화는 계속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5

권력과 언론의 거리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불편한 것이 정상이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을 감시·비판·견제하는 것이고, 권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과 언론의 이념적 성향이 다를 경우(진보정권과 보수언론, 보수정권과 진보언론)에는 양자의 갈등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권력과 언론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는 거리(不可近不可遠)’에 있어야 한다. 양자가 너무 가까이 밀착되면 진실에 대한 은폐·조작·왜곡이 일어나고, 너무 멀어져 적이 되면 권력은 언론을, 언론은 권력을 죽이려고 한다.때문에 권력과 언론은 ‘비판적 동반자’로서 적정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럼에도 권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하여 언론을 장악하려고 한다. 권력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언론의 힘을 제어함으로써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통폐합, 언론인에 대한 감시와 해직 등이 민주화 이후에는 보다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비판언론들을 악마화하면서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문재인 정권의 언론장악을 거세게 비판했던 윤석열 정권의 언론정책 역시 도긴개긴이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하면서 “언론의 제언과 쓴 소리를 잘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출근길 약식회견은 6개월 만에 중단되었고,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는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됐으며, KBS사장과 이사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는 등 공정언론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비판언론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다. 소통을 약속한 대통령이 불통의 길을 가고 있으니 우려가 크다.한편 언론의 행태도 문제다.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들이 언론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정·관계로 진출하여 권력의 관점에 서면 언론은 정치화된다. 바로 이것이 ‘언론과 권력의 이익 카르텔’이다. 권력 감시견(watch dog)인 언론이 경비견(guard dog) 또는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정치논리가 저널리즘 원칙을 지배하면 언론의 공정성은 무너진다.대통령을 향해 낯 뜨거운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독재자의 전형’이라고 조롱하는 언론도 있다. 언론은 진영을 넘어서 양면을 함께 볼 수 있는 ‘뫼비우스의 띠(M00F6bius strip)’가 되어야 한다.권력과 언론은 가야 할 길이 다르다. 언론의 역할을 권력이 대신할 수 없듯이 정치인의 책무를 언론인이 대신할 수 없다. 언론이 권력과 가까워지면 권력의 시녀가 되고 멀어지면 권력을 감시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권력도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으면 ‘리바이어던(Leviathan·괴물)’이 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언론이 범하는 오류보다 더 위험하다.권력은 언론의 입을 잠시 막을 수는 있지만 영원히 죽일 수는 없다.

2023-09-25

이제는 사라진,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하여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표지. 얼마 전 스웨덴 교육 당국은 태블릿으로 대표되던 디지털 교육 방식을 버리고, 다시 교실에 종이책과 연필을 비치하고 독서와 필기 연습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교육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지금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문자나 이미지적 정보 어떤 것이나 디지털로 옮겨질 수 있는 시대지만, 아이가 앞으로 배워갈 세상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반가운 의미를 지닌 결정이라고 생각한다.인간이 영위해온 모든 세계의 기반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옮겨지면서, 종이 위에 연필로 사각거리던 감촉이나, 우둘투둘한 캔버스 위에 채 다 발리지 않고 뭉쳐 있는 물감의 질감, 필름카메라의 철컥거리는 셔터의 소리 같은 한 없이 아날로그적인 감각까지도 흉내내어 디지털의 양적 해상도 속에 포착해내고자 하는 과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서걱거림이나 이질감, 기계장치의 맞물림 같은 감각을 디지털로 접한 세대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제 인간의 문화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여전히 책 속의 글자를 읽고, 이해하고, 글을 쓰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문득, 점점 손에 든 책의 무게가 해마다 더 무겁게 느껴질 때, 강단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너머로 교수를 바라보는 학생들과의 사이의 공기가 조금씩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 이제 대학에, 그리고 우리의 모든 사회에 실제로 다가오고 있는 책의 시대의 변화를 절감한다. 이제 책을 벗어난 인간의 문화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그런 의미에서 2019년에 번역된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전병근 옮김, 교보문고)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는 종이책의 의미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전작 ‘프루스트와 오징어’(한국어 번역서명 ‘책 읽는 뇌’, 이희수 역, 살림, 2009)에서 인간은 결코 책을 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는 도발적인 발언을 통해, 그는 인간이 책을 매개로 뇌를 재배열하면서 후천적으로 읽는 뇌로 발전시켜 인류의 지적 발달을 이끌었다며 책 읽는 뇌와 창조성에 대해 논했던 바 있었다. 10년 만에 낸 이 ‘다시, 책으로’에서 매리언 울프는 여전히 읽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독자들을 향한 9개의 편지를 통해 급속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디지털화되는 교육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집’을 떠난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손짓하고 있다.사실, 많은 미디어 학자들은 인간이 불편하디 불편한 문자와 글쓰기, 책을 벗어나 이제 새로운 전자 시대 디지털로 전환된 새로운 구술성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 예측한다. 인간이 인간의 감각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모해간다면 당연하게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보의 습득 과정에 배치되는 비가역적이고 선형적인 고정된 정보 묶음으로서의 책보다, 비록 디지털로 매개되는 것이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것임은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이라는 불편한 미디어에 무언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매리언 울프의 말대로 그 불편하디 불편한 책에 적응해나가며 인간이 키워온 상상력이나 공감 등의 감정적 기반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인간’들이, 새로운 주체로서 사회를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공원 벤치에서, 카페 한 구석에서, 빈 강의실의 한 켠에서 책을 읽으며 고민하는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어쩐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9-25

우리 땅, 독도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져 있는 곳에는 ‘외로운 섬 하나’가 있다. 동해상 날씨가 좋아 배를 띄워도 가는 동안에 하늘이 변덕을 부려 운이 따라야지만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섬. 평소에는 해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떨 때는 울릉도 해안에서 육안으로도 보인다는 섬. 사진으로, 방송으로 많이 보아 잘 아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정말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섬. 삼봉도·우산도·가지도·석도 등으로 불리다가 울릉도 방언 돌섬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어 지금은 독도라고 불리는 섬이 동해안에 있다.‘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와는 달리 독도는 ‘외로운 섬 하나’가 아닌 동도와 서도 그리고 그 주변으로 89개나 되는 바위섬이 한 무리를 이루는 해저화산이다. 신생대 네오기 플라이오세에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커다란 해산이 생겼다. 그 해산 위에 아주 작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독도다. 높이가 2천m 이상, 지름이 30㎞나 되는 거대한 해저화산이지만 바다 위에 드러난 독도는 동도가 99.4m, 서도가 174m로 매우 작다. 이마저도 오랫동안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지금도 아주 조금씩 깎여 나간다.바람과 파도에 의한 풍화와 침식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독도에는 4곳의 아름다운 지질명소가 등록되어 있는데, 독립문 바위·삼형제 굴바위·천장굴·숫돌 바위가 그곳이다.독립문 바위는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세운 독립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식동굴이 계속 깎여서 기다란 아치형 다리를 바다 위에 만들었다. 응회암과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삼형제 굴바위는 세 방향에서 시작된 해식동굴이 한 점에서 만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파도 침식으로 인해 육지에서 분리된 시스택 지형으로 높은 파랑이 자주 덮쳐 바위 전체의 염분 비율이 높다. 당연히 식생은 자라지 못한다. 동도와 서도와 함께 삼봉도로 불리기도 하며, 높이는 44m이다.천장굴은 동도의 중앙에 우물처럼 움푹 파인 지형으로 노래 가사 ‘우물 하나 분화구’에 해당되는 곳이다. 처음에는 화산분화구로 인식되었으나 풍화와 침식으로 함몰된 지형으로 밝혀졌다. 독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철나무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숫돌바위는 침식에 약한 응회암질이 사라지고 단단한 조면암질 암맥부만 남아있는 지형으로 바위의 암질이 숫돌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동도에서 생활하던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이 이 바위에 칼을 갈았다고 전해진다. 수평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계단과 같은 모양이 촘촘하게 드러나며 높이는 12.6m다.아쉽게도 국제해양법상 독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로 분류된다고 한다.섬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을을 형성할 정도로 경제 활동이 가능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형을 뜻한다. 독도는 섬 자체 면적은 좁지 않으나 지형이 매우 가파르며, 평지가 거의 없고, 식수가 부족하여 사람이 살기에 원만한 환경은 아니다. 비와 눈이 자주 내려 연중 강수량은 고른 편이지만 습도가 높고, 안개도 자주 발생한다. 1982년 노래 가사에 적혀있듯이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으로 알려졌으나 기후 변화로 인해 2012년에는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으로 가사가 바뀌었다. 아무튼 내륙에 비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대략 거주민은 3천명 정도 등록되어 있지만 실 거주자는 약 60명이고, 그중 주민은 14명(2019년 기준)이며, 실질적인 인원은 독도를 관리하고 수비하는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독자적인 경제 순환이 어려운 곳으로 볼 수 있기에 섬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암초라고도 볼 수 있겠다.독도는 어로 활동이 금지된 지역인만큼 독자적인 식생이 풍부하다.대체로 비바람에 강하고 얕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자생하는데, 해국·개밀·큰이삭풀·갯제비쑥·보리밥나무·사철나무·섬괴불나무·왕호장근·가는갯는쟁이·참소리쟁이 등이 있다.독도는 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괭이갈매기·바다제비·슴새·알락할미새·섬참새 등 139종에 달하는 새들이 관측된다.예전에는 강치의 주 서식지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강치를 잡아 가죽(가방이나 모자)과 기름(항공유), 내장(의약품)을 활용했다고 한다.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절멸했는데, 현재 일본에서 동화책과 인형으로 제작되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쓰이고 있다. 일본의 강치 활용은 황당하긴 하지만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독도에는 아름다운 지형과 독자적인 동식물이 있으며, 이를 지켜왔던 역사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에 외롭지 않은 이 섬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나 ‘제시카송(영화 ‘기생충’)’, 라이카코리아의 운동화, 독도마켓의 상품들처럼 마음에 와닿는 문화는 우리 땅 독도를 알리고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3-09-25

구미, 대구는 경제공동체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SK실트론, LG이노텍 구미에 조단위 대규모 투자’, ‘반도체 특화단지 구미 지정’, ‘방산혁신클러스터 구미 유치’이러한 구미산단의 경사가 있으면 누가 가장 좋아 할까. 그 수혜자는 누구일까. 구미시민인가. 구미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인가. 단언컨대 대구의 위성도시인 구미에 기업 신증설 투자가 일어나 고용이 늘어나고 GRDP가 증가하면 그 수혜는 구미도 구미지만 대구도 못지 않다고 본다. 유동인구 60만을 상회하는 구미에 직장을 두고 대구에서 출·퇴근 하는 인원만 수만여 명에다 구미에서 창출한 소득을 기반으로 대구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우리 회사 직원 30%도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구미산단의 기업 대표자나 임원, 근로자까지 대구 수성구나 북구, 달서구, 성서 등에서 출·퇴근 하고 있으며,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그 뿐인가 구미기업에서 필요한 자재와 공구의 상당량은 대구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하다못해 ‘선산5일장’의 상인들도 대구에서 많이 온다. 필자는 어제도 대구 수성구에서 저녁을 먹고 왔으며, 대구는 제2의 고향이자 대구와 구미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기업은 어떤가? 구미에 본사를 두고 대구에 공장을 두는 기업, 반대로 대구에 본사를 두고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도 허다하다. 요컨대 구미와 대구는 하나, 경제공동체라는 뜻이다.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평소에는 다툴 때도 있지만 돌아서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부부 사이라고도 할 만큼.구미는 대구가 없으면 지금과 같이 성장 할 수 있을까? 수만여 명의 근로자가 대구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데 구미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대구는 구미가 없으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일자리와 소득창출의 기반인 구미가 없다면 대구는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다.큰 그림을 봐야한다. 우리 동네에서 공부 좀 잘한다고 으스대서는 안 된다. 수도권과의 경쟁, 더 넓게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좁은 시야에서 물문제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하며, 대구에 물을 주고, 양 지역 상생을 위해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다.구미는 알다시피 삼성, LG, SK, 한화, 도레이, 코오롱, 효성, LIG넥스원 등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 이미 이들 대기업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어 신증설 투자가 용이하며, 실제로 최근 조단위 투자까지 일어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기업이 모여 있지 않은 지역에 임의로 대기업 공장을 지으려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반대할 것이며, 기업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다시 말해 구미가 잘되는 것이 대구가 잘되는 것이며, 구미를 키워야 대구경북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고 본다.이러한 맥락에서 대구에서도 구미산단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같이 고민해주어야 한다.KTX, 백화점 등 어떤 인프라가 구미에 더 갖추어지면 구미기업 일자리가 늘어나 결국 대구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또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라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이 파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탈수 있을지 도로망, 철도망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신공항을 거점으로 구미의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물류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다면 인구 증가는 물론, 기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구미는 아주 매력적인 산단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본다.구미와 대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기업으로 따지면 생산기지와 RD부서랄까. 연구개발 없이 생산할 수 없고, 연구개발을 아무리 잘한 듯 생산기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고 기쁘게 여기며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때 비로소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일자리가 넘치는 지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9-25

줄세우기 정치의 한계

김진국 고문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지기 직전이다.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구도다.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민주당이 168명(56.4%). 무소속 9명 가운데 7명도 사실상 민주당이다. 그러니 통과된 뒤 서로 ‘네 탓’으로 폭발 직전이다.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라고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가 말해온 대로 옥중 공천까지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더 개혁적…’이란 자신을 더 잘 따르는 후보들을 공천하겠다는 의지다.의원총회가 난장판이 됐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쫓아냈다. 이참에 친명계가 독주하겠다는 계산이다. ‘배신자’를 색출한다고 열을 올린다. 의원들 모두 실명으로 이 대표 영장 기각 탄원서를 내라고 한다. 국회에서 가결해놓고, 그 소속인 의원들에게 반대 탄원서를 내라니 이런 희극이 없다. 공산 전체주의에서나 보던 인민재판식 양심 고문이다. 위태위태하다.‘개딸’(개혁의 딸을 줄인 말로 극렬 이재명 지지자들)들이 부결 투표를 공언하지 않은 의원, 부결 여부를 묻는 문자에 답하지 않은 의원,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참여한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공격한다. 그러자 어기구 의원은 부결 투표 인증사진을 공개했다. 비밀투표에 어긋나는 어이없는 행동이다. 고민정 의원도 웃는 사진으로 공격받자 부결 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의정활동이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온 건 이재명 대표다. 자신의 짐을 민주당에 떠안기고,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 대표의 신뢰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는 지난 6월 19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표결 하루 전 불체포특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던 약속을 석 달 만에 뒤집었다.검찰이 체포한다고 끝이 아니다.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을 거쳐야 한다. 최종적인 유무죄는 법원에서 가린다. 그런데도 부결을 호소한 데서 이 대표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법원도 검찰과 판단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겁을 먹은 행동이다.이날 부결 호소로 ‘방탄 국회’, ‘방탄 단식’이 아니라는 그의 말도 신뢰를 잃었다. 결백하다는 그의 주장을 믿던 사람들마저 흔들린다. 국회 표결이 필요없는 비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해온 그의 의도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그의 혐의와 관련한 모든 언행에 부정적인 색칠을 해버렸다.신뢰는 한꺼번에 무너진다. 회기, 비회기라는 잔수, 단식을 해가며까지 구속을 피하려는 안간힘…, 큰 정치 지도자의 의연함보다 잡초 같은 생존력만 보여줬다. 이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며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식의 이유로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 일본 핵 오염수 방류,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꼽았다. 그렇지만 체포동의안 통과 뒤 그런 요구는 모두 잊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마저 방탄의 핑계로 희화화했다.반란표가 나온 더 큰 원인은 공천 협박이다. 원외 친명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투표 이틀 전 “이번에 가결 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친명계의 독주를 통해 이런 압박은 계속돼왔다. 이날협박 발언이 내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내년 총선 공천이 친명계 일색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하게 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집권당의 분열로 가능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도 결국은 민주당의 분열이 만들어냈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강경 노선으로만 달린다. 장악력을 높이려고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는 몇십표, 심지어 한두 표로 갈린다. 선거 때마다 후회하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9-24

가뭄에 단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 때문에 신문이고 라디오고 간에 새 소식을 보고 듣고 싶은 마음이 전연 들지 않는다. 누구를 찌르고, 죽이고, 도주하고, 자살하고, 사기 치고, 음해하고 등등 각종 사건 사고가 날마다 차고 넘친다. 참 흉악하고 무도한 세상이다. 6·25 한국동란이 끝난 지 어언 70년이니까 두 세대 이전에 전쟁으로 인한 살육(殺戮)이 멈춘 지 오래다. 그런데 흉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유는 무엇일까?!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배고프고 헐벗었던 1960∼70년대에도 흉악범죄와 자살 혹은‘묻지마 범죄’는 드물었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국민소득 3만 달러 넘는다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온갖 흉사(凶事)는 상상을 초월한다.일부 전문가들은 고도의 압축성장과 경제지상주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그 원인으로 제시한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고, 여기저기 쑤시는 정신의 통증을 제어하기 어렵다.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반기(半期) 기준으로 두 번째 많은 흑자(黑字)를 냈다는 것이다. 9월 2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수출 120억1천만 달러, 수입 116억9천만 달러로 3억2천만 달러 흑자를 냈다고 한다. 이번 흑자 규모는 2019년 하반기 3억5천만 달러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라고 전한다.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와 실용-신안권, 상표와 프랜차이즈권, 디자인권이 있으며, 저작권에는 문화예술저작권과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저작권이 있다. 올 상반기에 산업재산권은 10억 8천만 달러의 적자(赤字)를 기록했으나, 지식재산권은 15억2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문화예술저작권은 한국 영화와 음악, 이른바 케이팝과 콘텐츠 수출 호조로 흑자기조를 도출했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저작권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 수출 등이 호조세를 이뤄 흑자기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산업재산권은 꾸준히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며, 문학예술저작권은 흑자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지식재산권 분야의 도약이 목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나는 오래전부터 지식재산권을 반대해왔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지식재산권 영역에서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자유’라는 용어에 균열을 가져온 이후 반대하는 견해를 강화하게 되었다. 강대국이 도달한 지적-정신적 재산과 재화의 활용 기간을 50년에서 75년까지 인정해주는 협정은 너무도 폭력적이고 가진 자들의 입장만 고려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후진국은 영원히 후진국을 벗어날 방도가 없는 것이다.승자는 영원히 승자로 남고, 패자는 만고불변 패자로 남아야 한다는 족쇄가 최소 50년에서 최대 75년에 이르는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이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이뤄낸 지식재산권의 흑자 소식은 통쾌함과 통렬함을 한꺼번에 선물해줌으로써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다.

2023-09-24

인재영입, 삼고초려로

우정구 논설위원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대표적 경영철학의 하나가 인재 제일주의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서부터 이건희 회장, 지금의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인재를 가장 중시하는 경영을 모토로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식 때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라”고 말했다. 대만 TSMC의 엔지니어, 애플 출신의 칩설계사, 벤츠사의 디자이너 등 삼성에는 각국에서 불러들인 인재들로 모여 있다.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엔지니어, 연구자, 디자이너,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일류 인재를 모으는데 전력한 CEO로 유명하다. 코카콜라에 눌려 있던 펩시콜라를 일으킨 펩시의 경영자 존 스클리가 그가 영입한 대표적 인재다.삼국지에 나오는 삼고초려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촉한의 임금 유비가 허름한 초가집에 있던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전해주는 대목이다.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간 인재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재영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인재영입의 성과를 둔 논란도 적지 않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영입도 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이 조정훈 시대전환대표 등을 영입하자 대폭 물갈이 설이 나도는 지역정가에도 긴장감이 나돈다는 소식이다. 인재영입은 말그대로 좋은 재목을 찾자는 것인데 명분과 실리가 맞는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삼고초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4

민생과 민심

유영희 작가 언제 끝날지 암담하기만 했던 코로나19가 지난 8월 31일 인플루엔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됐고, 그 이후에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기 어려웠으니 오랜만에 마음 놓고 회포를 풀 것이다.친한 사람과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가 빠지기 어렵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에 당선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지난 1년 반 동안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찬반이 분분할 것이며, 최근 단식을 감행한 이재명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의견도 극과 극을 오갈 것이다.정치는 어떤 사안이라도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향이 많고,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왜곡되거나 제한적이라 소통하기가 참 어렵다. 자기가 즐겨 듣는 미디어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게 되고, 그만큼 양쪽 입장의 골은 깊어지고 대화는 끊어진다.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에서 민심은 미디어에 의해서 세뇌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니 민감한 정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들리는 대로만 듣지 말고 조심스레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21일 제1야당 대표 이재명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일일 것이다. 지난 2월 16일 대장동 등의 문제로 기소된 체포동의안이 한 표 차이로 부결된 후 백현동으로 다시 기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많았고, 이렇게 쪼개서 기소하는 검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일부 국민의 피로감은 이재명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의 전략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대장동 관련해서는 곽상도와 박영수의 혐의만 일부 증명되었을 뿐이어서 더 그렇다. 게다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이 비명 계열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결과가 백현동 문제나 대북 송금 등의 혐의 때문인지 친명·비명 통합에 실패한 리더십 부재 때문인지 혼란스럽다.다른 한편, 이재명 대표의 대응이 선뜻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에 보장된 불체포 특권을 먼저 포기한다고 해놓고 이번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은 모순으로 보이는 데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행보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의 강한 권고로 성과도 없이 24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고 보니, 방탄용이었느냐는 의심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다만, 단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경제다. 지난 6월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3월의 2.6%에서 2.7%로 올린 반면, 한국은 1.6%에서 1.5%로 내려잡으면서, 취약계층 직접 지원과 재정건전성을 높일 것 등 여러 가지 권고했다. 이것은 대부분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민생이 해결되면, 민심은 돌아온다.

2023-09-24

유연함의 힘, 겸손(謙遜)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한가위 추석이다. 추석에 오랜만에 보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떤 친구는 환한 얼굴이 있고, 어떤 친구는 온갖 고생의 흔적이 있는 어두운 얼굴이 있다. 이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인상(人相)은 ‘사람 얼굴의 생김새’로 관상(觀相)하고는 차이가 있다. 관상은 생긴 대로 사는 것에 중심을 두는 데 비해 인상은 사는 대로 생기는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한다.필자의 기억 속에 인상 깊은 사람이 한석규 님이다. 10여 년 전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나와서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겸손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느꼈다.그는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해 “당신의 녹과 쇠는 무엇입니까? 녹은 본디 쇠에서 생긴 것인데 그 녹을 방치하니 점점 그 쇠를 갉아먹어 버린다. 이처럼 자만심의 녹을 경계하면서 끊임없는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라는 말을 하였다.그런 그의 연기는 나이와 시대가 지나도 녹슬지 않으며 물(水) 흐르듯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뜻으로 물의 미덕이 겸손이라고 한다. 물은 무엇과도 다투지 않는 유연함, 늘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 막히면 돌아가는 현명함, 더러움을 씻어주는 깨끗함,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포용력,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라는 것이며, 이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 인간은 고귀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수전 에쉬포드의 유연함의 힘에서 ‘겸손은 유연함의 힘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건 없이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필자는 골프공을 세상에서 제일 멀리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요. 얼마나 멀리 보냈을까요. 라는 퀴즈를 냈을 때 타어거우즈, 400m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골프공을 친 사람은 1971년 아폴로 14호의 선장인 앨런 세퍼드이다. 그는 달에서 6번 아이언으로 약 4㎞를 쳤다. 골프공을 가장 멀리 친 기록을 물었을 때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골프공을 쳤는지에 대한 조건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조건의 틀 안에서 생각한다. 유연하게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없는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한다.애덤 그랜트 교수는 “겸손 없는 맹목적 자신감은 오만을 낳고 자신감 없는 겸손은 의심을 낳는다”라고 하였고,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겸손 리더십이 최고 꼭대기에 있는 제5의 리더십이라고 했다.자신감과 겸손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두 가지 요소를 보완적인 요소로 함께 갖추고 있는 리더야말로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신감 있는 겸손의 리더십으로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유연하게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2023-09-24

이념정치와 가치외교의 맹점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념정치란 정치에서 특정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정치를 말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라는 단어를 수없이 강조하였다.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이며 민주사회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에 추종하는 기회주의 세력을 자유주의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였다.20세기 후반 칼 포퍼는 ‘열린 사회의 적들’에서 플라톤과 마르크스를 개방된 사회의 적으로 간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근 반국가 세력에 대한 규정과 인식,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 요구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누가 우리 사회의 반국가 세력이며 이의 청산은 가능할까. 정치 공동체의 갈등을 이념의 투쟁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에서는 협치나 화합을 기대할 수 없다.이념을 앞세운 갈라치기 정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극한 대결의 정치를 조장한다. 반국가 세력을 제거하자는 이념정치는 진영 간 대결을 더욱 확산하기 때문이다.대통령은 최근 반국가 세력은 1+1이 2가 아닌 100이라고 선동 선전하는 세력까지 포함시켰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의 범주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노동계나 시민운동 단체까지 포함시킨 듯하다.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공산 전체주의로 간주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질타함은 반대할 사람이 없다.그러나 우리 내부의 정부 비판 세력을 싸잡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투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지나친 논리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다원성에 배치될 뿐 아니라 여야 상생과 협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극한 대결의 정치에서는 참된 정치는 실종되고 승리를 위한 마타도어나 흑색선전이 난무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나 가짜 뉴스는 확대 재생산되고 정치적 진실은 가려져 왜곡될 뿐이다.흔히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한다. 이념을 앞세운 국내 정치는 가치외교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여기에서 전례 없는 한·미·일 3국 안보 및 외교적 결속이 선언되었다.국제 정치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통용된 지 오래다. 해방 이후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우리의 안보의 구심축이 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간의 안보 협력과 군사훈련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 강제 징용 보상 문제, 위안부 문제, 간토 대지진 희생자 문제 등 미해결의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선의에 기댄 한일 간의 외교적 타결은 아직도 국민적인 정서가 용납지 못한다.김정은과 푸틴의 군사협력, 한·미·일의 합동 군사 훈련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동북아의 역 삼각 냉전 구도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한국 정치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여야가 공히 상대를 거부하는 투쟁과 대결의 정치, 진영정치에 매몰된 결과이다. 이념의 정치는 홍범도 장군의 평가에서 보듯 현대사의 해석뿐 아니라 핵 폐기 오염 수 등 환경 문제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정치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고, 야당은 팬덤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 여당은 2차 대전 후 미국이 정적 제거용으로 이용했던 맥카시적 정치 술책을 재사용하고 있다. 야당 역시 자신들이 부패스캔들은 묻어두고 강성 지지층의 선동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는 남북 체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지 오래다. 상대를 공산 전체주의나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 프레임은 이제 통용될 수 없다.여기에는 모든 정치 현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야당의 책임도 크다. 이런 곳에서 정치적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적 진실은 왜곡될 뿐이다. 주변에는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과 혐오주의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도 30% 대의 박스 권에 갇혀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오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선수는 시합 중 시계를 봐서는 안 된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4분의1이 소진되었다. 내년 4월은 대통령의 중간 평가인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홉스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정치’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이쯤해서 집권 여당부터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고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이념적 갈라치기 정치, 야당의 열성적 팬덤 정치는 결과적으로 선량한 국민들을 포로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나. 내외의 경제와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여야 정치인들의 각성과 타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의 대타협 정치의 결단이 요구된다.

2023-09-24

기후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2022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발전(發電)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1%였다. 2030년에는 21.6%, 2036년 34.6%를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 기준 독일은 49.2%, 일본 25%, 미국 22%, 영국 38.9%, 중국 27.6%, OECD 평균 31.3%, 베트남 16.2%이다. 2030년 목표치는 독일 80%, 일본 38.9%, 미국 60%, 영국 44.9%, 중국 50%, OECD 평균 42,5%, 베트남 39.2%다. 2040년 목표치는 독일 100%, 일본 50~60%, 미국 100%, 영국 56%다.이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만 두고 볼 때 한국은 확실한 후진국이다. 지난 8월 16일 유럽계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타(En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1%로 44개 조사 대상국 중 사실상 꼴찌다.더군다나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규제방침 속 한국의 재생에너지 미래는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1997년 12월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후 김대중 대통령부터 현 윤석열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이 추진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8.1%로 낙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명박 정권은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단어까지 만들며 탄소중립에 적극적이었지만, 2011년 블랙아웃을 겪은 뒤 내놓은 발전 대책으로 석탄화력 발전소 7기(7천260㎿)를 건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국제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에널리틱스는 한국이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된다고 권고하는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최근 석탄발전소 3기가 준공되고 4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곧 좌초자산(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될 석탄발전소에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원자력발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므로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에너지 재생을 통해서 기후재앙을 피하고자하는 에너지전환 취지에는 어긋난다.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장관은 지난 4월 15일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는 기념식에서 “원자력은 3세대 동안 전력을 공급했지만, 이로 인해 핵폐기물 처리 부담은 3만 세대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자력의 위험은 궁극적으로 관리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마치 원자력 에너지가 탄소중립 완전한 해결책인양 말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2012년 이후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잘못된 전철을 되밟는 것이라 할 수 있다.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다. RE100과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100%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3.5%, 농지의 24%에 달하는 토지와 약 2천조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첨단 스마트팜 건설과 첨단 스마트 그리드(분산 에너지 인터넷 기반 송배전망) 구축, 충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전기차 지원과 전기 충전소 설치에 드는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후진국 탄소중립을 위해서 또 3천500조원 상당액(2조7천억 달러)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한다.모두 5천500조원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필자는 이 엄청난 비용이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와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사회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갈 때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 시대 글로벌 선도국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디지털화한 제조업을 100% 활용하여 글로벌 에너지전환에 절대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앞으로 세상은 기후경쟁력이 경제경쟁력이고, 기후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과정에서 기후경쟁력의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2042년 완공되고 그곳에 700만~1천만㎾의 재생에너지를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3천만평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면 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송전선로 건설비용과 송전탑 건설로 야기되는 민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농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공급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를 미래에도 여전히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농촌, 농민과 조화를 이루는 21세기형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이다.

2023-09-24

희망을 보는 방식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단단한 몸통 위에,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아아, 노랗게 단풍 든다. ―기형도, ‘병(病)’ 전문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우리가 기억하는 기형도(1960~1989)의 시에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이른바 ‘신화’가 되었던 기형도의 일화는 아프다. 시인의 연보에는 “1989년 3월 7일 새벽, 사인은 뇌졸중.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있었음”이라고 그의 마지막을 요약하고 있다. 도저한 부정적 세계관에 입각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단언한 김현의 언급을 시작으로, 그의 시를 새롭게 읽기 시작하려는 시도는 그가 떠난 지 30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그의 시가 추구했던 아름다움의 목표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재의 모습에 대한 앎’에서 비롯한다.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기를 대상화하는 과정이 따른다. 이는 단순히 자기 내면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다. 이것은 대상화의 과정에서 자신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사유하는 인식의 행위에 성공할 수 있다. 소개하는 시 병(病)은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내 얼굴이 /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를 뒤따르는 화자의 언술이다. “반 토막 영혼”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 “단단한 몸통”이라는 시구처럼 기형도의 시적 자아는 늙은 나무처럼 시간이 오래되어 그 의미가 퇴색된 이미지로 자신을 비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생명력이나 자연의 순환 원리를 드러내는 것에 반해, 기형도의 시에 제시된 나무는 주로 썩은 나무나 버려진 나무처럼 생명력이 다한 형태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마치 시의 “주어를 잃고 헤매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처럼 주어를 잃었다는 것은 행동의 주체인 스스로를 상실했다는 것. 그리고 가지가 잘렸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움직임까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늙은 나무”는 단순히 자아 상실뿐만 아니라 무능하게 버려진 시체를 떠올리게 한다.시인의 어둡고 부정적인 자아 인식과 세계 인식의 태도가 읽는 이로 하여금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를 엿볼 때와 같은 놀라움을 준다. 우리는 그림자를 품고 살지만, 그것을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직 젊은 시인의 태도가 너무나도 치열하고 진지하기에 마치 고뇌하는 젊은이의 대명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고뇌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한편 시인의 시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가슴도 까맣게 멍이 드는 것 같다. 이희정 시인 생전의 시인이 애독했던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에서 “모든 시대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동경한다. 혼란스러운 현재에 대한 절망과 우울함이 심각하면 할수록 그 동경은 더욱 강렬해진다.”고 했다. 우리는 기형도를 죽음을 노래한 부정적인 시인이라기보다는 현대의 부조리한 삶, 특히 구조적 모순이 심화 됐던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 실험적인 시인이었다고 추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형도의 시는 신화로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기계문명이 발전할수록 타인에게 무관심한 상태로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병病’은 소통이 단절된 채 쓸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결핍과 상처의 초상이다. 사회 관계망 속에서 존엄성을 찾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소외일 것이다.기형도 시인은 ‘짧은 여행의 기록’을 이렇게 적었다. “그것을 나는 편의상 ‘희망’이라고 부를 것이다. 희망이란 말 그대로 욕망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가. 나는 모든 것이 권태롭다” 보다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시인은 가을 밖 벤치에 앉아 희망을 보는 방식으로 우리를 부른다.“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 든다”

2023-09-24

메이드 인 구미, 구미가 다시 뛴다!

김장호 구미시장 최근 미국에서 ‘메이드 인 구미’(Made in GUMI) 제품이 화제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250t 규모의 물량이 완판되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구미산 냉동김밥. 구미 식품업체가 찰지고 맛 좋은 구미 해평쌀로 만든 ‘메이드 인 구미’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 것이다.비단 먹거리뿐이 아니다. ‘메이드 인 구미’의 저력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70년대 금성사(현 LG전자)의 흑백 TV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각종 전자제품이 구미에서 태어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했다. 삼성, LG, 코오롱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구미를 기반으로 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앞으로 ‘메이드 인 구미’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날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지난 4월,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방산혁신클러스터에 선정된 데 이어 7월에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에 지정되며 구미시는 호기를 맞았다.구미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오는 2027년까지 총 사업비 499억원되고 반도체 특화단지는 생산 5조3천억원, 부가가치 2조8천억원, 고용 6천500여 명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이에 따라 구미국가산단은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들 산업과 연관성이 큰 로봇·AI·메타버스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는 부단한 혁신의 결과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로 혁신 또 혁신, 끊임없이 혁신하며 1년을 달려왔다. 자만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치열한 경쟁에 뒤지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만이 답이다.대한민국 근대화의 포문을 열었던 구미는 반도체산업 초격차로 새로운 지방시대에 앞장설 것이다. 생산 유발 5조4천억 원, 부가가치 유발 2조9천억 원, 일자리만 6천500여 명에 달하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으로 구미는 또 한 번 격변할 것이다.방위산업 육성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와 방산특화개발연구소를 구축하고 앞으로 방위산업 부품소재 RD기관을 유치해서 구미를 명실상부한 K-방산 산업선도 수도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두 축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구미만의 특화전략으로 기회발전특구를 성공시켜야 하고, 인력양성을 위한 구미만의 특화된 교육특구도 조성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인프라도 확충하고, 기업지원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부족한 학교도 늘리고 정주여건도 개선할 것이다. 물류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인 광역교통망도 확대할 것이다.반도체, 방산, 이에 더해 대구경북신공항 배후도시 구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지난주 열린 경상북도 첫 항공방위물류 박람회에 항공·방위·물류 관련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이 대거 구미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구미시가 강조한 것은 구미가 가진 강점과 체계적인 지원이다. 1969년 국가 최초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함께 성장한 구미가 앞으로 미래 50년을 이끌어나갈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때마침 지난달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킬러규제 개혁으로 신성장 도약을 창출하겠다고 역설하셨다.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킬러규제를 빠른 속도로 제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구미시 역시 기업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 줄 생각이다.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방을 발목 잡는 킬러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구미만 하더라도 낙동강은 환경부에서, 구미공단은 산자부에서, 대학은 교육부에서 관리한다. 지방이 성공하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필요하다. 예산과 인허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이양이 선행되어야 대통령께서 강조하시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시대의 길이 열릴 것이다.이제부터 시작이다. ‘메이드 인 구미’, 메이드 인 부산’처럼 지역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도와주길 바란다. 오늘도 구미는 지방시대의 선두에 서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혁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메이드 인 구미’를 향해 구미가 다시 뛴다.

2023-09-24

사필귀정을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흔히 하는 말 중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것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니 진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일(事)이란 세상사를 말하는 것이고, 세상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 사필귀정이란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말일 터이다. 인간세상을 고해(苦海)로 보는 불가의 다른 시각과는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모르겠지만.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처럼 사필귀정도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인간사(事)가 반드시(必) 바름(正)으로 돌아간다(歸)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다. 인류가 오히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사필귀정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 터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온갖 범죄와 전쟁 같은 바르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불변의 진리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조차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협동하여 선(善)을 이루라’는 기독교 성서의 말씀처럼, 사필귀정은 우리가 목표로 삼고 매진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이다.나라 안이 너무 혼탁해졌다. 좌·우로 갈려서 사활을 건 대결로 치닫다 보니 옳고 바른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나 좌파정권 5년 동안 저질러온 비리와 부정과 탈법과 반국가적 행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그것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불법이나 파렴치한 짓을 해도 자기편이 한 것이면 용납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사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은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무너뜨리는 패역이 아닐 수 없다.사필귀정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공동선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 각자가 각성하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불의한 세력과 싸우더라도 스스로의 정당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없다는 것이 좌파들의 논리다. 그런 좌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공정과 상식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대중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바름(正)을 견지하고 있으면 일시적으로 선전선동과 포퓰리즘에 미혹된 민심도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지금의 싸움은 결국 여론전이다. 민심을 얻는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라면 민심의 각성여부에 승패가 달린 것이다.사필귀정의 실현은 이 시대의 당위다. 그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흥망이 내 삶과 직결되는 것일진대, 우리의 삶을 위정자들이나 특정 세력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물론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국민 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기울어지고 무너지고 전도된 것들을 바르게 놓을 수 있도록 현정권에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