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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즐거운 식탁정치

백악관은 매년 한 차례씩 만찬회를 연다. 백악관과 각 언론사들이 초청한 인사가 2천명 넘는다. 유머감각 탁월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재치를 과시하면서부터 이 만찬자리는 대통령이 농담과 풍자로 좌중을 크게 웃기는 자리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나니 지난 4월 30일에 열린 만찬회는 그의 마지막 속풀이행사가 됐다.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후보 힐러리를 지원했다. “내년부터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설 것인데, `그녀`가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여기서 빵 터졌다. `She`라 할 수 있는 여성후보는 힐러리 뿐인데 “누군지 모른다” 한 재치가 재미 있었다. 그는 또 공화당의 유력 후보 트럼프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외교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수년간 많은 지도자급 인사들을 만나왔습니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며,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줄줄이 읊어나갔다. 트럼프는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각종 미인대회를 주최한다.트럼프는 만찬에 불참했다. 대통령은 이 점도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유명인들이 가득한데(선거운동하기 좋은 기회인데) 그가 싫다 한 것은 혹시 이 만찬이 싸구려인 때문인가? 아니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 바쁜가”했다. 트럼프는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는데 메르켈은 수용한다.얼마전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이 회담을 마친후 냉면집에서 오찬을 했다. 야당의 두 원내대표는 물냉면을 시켰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비빔냉면을 주문하자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새누리당이 하도 물을 먹어서 비빔을 드시네” 평소같으면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일이나 원유철 원내대표는 “두 야당을 모시고 잘 비벼야 하니까”라고 받았다. `가장 즐거운 자리는 식사자리`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 했다. 그래서 식사자리에서는 꼬인 문제가 잘 풀리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식탁정치`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4

지혜로운 생존전략

꿀샘이 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잎이나 줄기에도 있다. 꽃에서 나오는 꿀은 생식을 위한 유인이고, 잎이나 줄기의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가짓과 식물 `솔나눔`의 잎을 민달팽이나 벼룩잎벌레가 갉아먹으면 그 상처에서 꿀이 흘러나온다. 꿀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몰려와 침입자를 몰아내준다. 솔라눔은 `잎꿀`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개미를 근위병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아까시나무 줄기에는 불룩한 혹모양의 꿀샘이 달려 있는데 이것도 경호원(개미)을 용병(傭兵)으로 불러들일 `급료`이다. 개미떼는 대군(大軍)을 이뤄 초식동물까지 쫓아내준다. 식물의 지혜가 놀라운데 `식물국회`란 말은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악어가 사는 습지 나무에는 물새들이 떼를 지어 산다. 물새둥지가 많은 나무밑에 악어들이 몰려온다. 너구리나 들쥐는 물새 알을 훔쳐먹는 천적인데 물새들은 악어를 용병으로 삼아 그 천적들을 물리친다. 무엇으로 악어에게 `급료`를 지불하는가? 자신의 새끼다. 물새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알을 부화시킨 후 자신이 감당할만한 양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수많은 물새 둥지에서 갓 깨어난 새끼들이 비오듯 떨어진다. 악어들은 이 `단백질 비`를 받아먹기 위해 나무밑으로 몰려든다. 악어가 득실거리는 곳에 너구리와 들쥐가 범접할 리 만무하다.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 하는데 이것도 새에 대한 모독이다.새누리당이 요즘 많이 의기소침한데 총선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1963년 대선에서 호남인들이 박정희 후보를 지지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남과 호남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국민의당과 정권연합을 할 기회다. 총리와 장관직 얼마를 양보하면 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협력을 요구하면, 야당도 애국심에서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전반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다. 신호가 명확히 오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3

인기 없는 정책

그리스가 망조 든 것은 선거때문이다. 선거 한 번 지나가면 수당(手當)이 한 두개씩 붙었다. 포퓰리즘 공약 탓이다. 공직자 봉급이 자꾸 올라가니 결국 국고가 바닥나 EU자금을 빌려왔다.“저 나라 빚이 너무 많다”며 채권국들은 더 이상 꾸어주지 않고 “전에 준 돈부터 갚아라” 하니, 알짜기업도 팔고, 항구도 팔고, 유적과 신전까지 팔아도 모자란다. `구제금융`을 끌어대려 하니 “보수 낮추고 인력 줄이는 자구노력부터 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발표하자, 공직자들이 연일 데모를 한다. “집권당에 표를 주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 대드는데는 정부 여당도 할 말이 없다.세종시 신시가지는 `공무원 거주지역`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지역의 표는 야당에 몰렸다. 박근혜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깎고, 퇴직 공무원들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가 되는 `관피아`를 척결하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손 보겠다” 하고, `신도 부러워할 직장`을 줄여나가겠다 하니, 이런 정책이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좋지만 공직자들에게는 `원수의 평지풍파`다. 또 국제경기가 좋지 않아 적자경영을 하는 조선, 해운, 석유, 화학 등 대기업들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하는 정부가 달가울 리 만무하니, 울산 공단지역에서는 과거 통진당 출신 2명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역대 어느 정권도 이런 `표 떨어지는 강수`를 내놓지 않았다. 나라 장래보다`정권`을 위해 `비정상`을 못 본 척 묵인했다. 박근혜정부가 “비정상을 고치겠다” 천명할 때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귀족노조는 수시로 시위를 벌여 “선거때 보자!”이를 갈았다. 공무원노조도“박근혜를 찍었는데, 이렇게 배신하기냐”면서 `보복`을 별러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본때를 보였다.그리스 꼴을 안 당하려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펴다가 총선에서 졌는데, 야당은 “대통령 사과하라” 한다. 발목잡은 야당이 사과할 일 아닌지. 훗날의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2

로봇병사

요즘 `국방유치원`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군대 간 아들을 따라다니는 `헬리콥터 맘`과 함께 생긴 말이다. 동료 병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부하 병사까지 무시하고 왕따시켰던 일을 복수하려고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트렸던 저 `임 병장·윤 병장 사건`이후에 생긴 현상이다. 요즘 부대에는 `중대 밴드방`도 있고 `카카오톡 단체방`도 있다. 부모가 수시로 접속해 자식의 근황을 낱낱이 파악한다.제대 앞둔 `병장`은 `준장`과 안 바꾸고 `일등병`을 `일등별`이라 부른다. 훈련받다가 어디 조금 다쳤다 하면 훈련병은 이를 찍어 휴대폰 통신방에 올리고 부모는 당장 중대장에게 항의전화를 건다. 한여름에 완전군장하고 구보를 시켰다 하는 날이면 통신망이 마비되고 보약·통닭·떡 보따리를 든 부모들이 면회소를 가득 채운다. 실연한 병사가 휴가를 가는데, 장교가 동행하기도 한다. 혹시 술 먹고 사고 칠까 해서다.포항 해병대1사단 소속 자주포가 훈련장으로 가다가 5m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지점은 9년전에도 추락사고로 1명이 생명을 잃고 5명이 중경상을 입은 곳인데 지형이 험악해서 베테랑 운전병도 이 지점을 지날 때는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곳이라 한다. 위험이 상존하는 지점인데도 군과 포항시는 이를 방치해 왔다. 이러니 `헬기 맘`이 부대 상공을 항상 맴돌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군대를 가지고 북한군과 맞서 싸울 수 있겠나 하는 걱정의 소리가 나온다.“21세기의 전쟁은 인공지능 병기와 로봇 병사가 싸우는 전쟁이지 사람이 직접하는 전쟁이 아니다”한다.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AI연구소들이 개발한 기술을 군부대가 이용한 지 오래다. 무인장갑차·무인헬기가 돌아다니고, 로봇병사가 총들고 전쟁에 나서는 시대다. 방사능이나 생화학물질이 살포된 지역에는 로봇이 투입된다. 러시아는 2017년까지 무인공격차량을 실전에 배치하겠다고 한다. 국방유치원시대, 자주포가 언덕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시대에 로봇병사·AI병기는 필수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9

간토학살의 결과

1923년 간토(關東·도쿄와 요코하마)지역에 대지진이 났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은 무슨 변괴가 생기면 정부를 비난했다. 민심이 흉흉하자 일본정부는 그 분노를 재일 조선인들에 돌렸다. “조센진들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불을 놓는다” 헛소문을 퍼트렸고 경찰과 자경대들은 조선인을 보이는 족족 총을 쏘고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 무렵 대구의 시인 이상화가 동경에서 불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유학을 위해서였다. 그가 자경대에 붙잡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기지를 발휘했다. 일본에는 불교 신도들이 많은 것에 착안한 것.“나는 불교 신도다. 당신들 중에도 불교도가 있을 것이다. 불교는 살생을 금한다. 나를 죽여 죄를 지으려는 것이냐”이 말에 자경대장의 눈이 번쩍했다. “나도 불교도다. 당신 얼굴을 보니 부처님 얼굴을 많이 닮았다. 당신을 죽일 수 없으니, 얼른 귀국하라. 여기는 매우 위험하다” “고맙다. 부처님이 당신의 자비를 아실 것이다” 이상화의 얼굴은 불상과 많이 닮아 있는데 그 얼굴 덕에 살았다.귀국 후 그는 `개벽`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서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나는 이 시는 `간토대학살의 산물`이다.홍난파가 바이올린 곡 `봉선`을 쓴다. 일본 공장으로 간다는 동네 처녀 봉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곡. 그때 시인 김형준이 이 곡을 듣고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란 시를 짓는다. 곡이 먼저 나오고 노랫말이 나중 나온 경우. 이 가곡도 간토대지진으로 6천여 명의 한국인이 살해당한 후에 생산된 결과물이다.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 봉선회가 동경 북쪽을 흐르는 아라카와강변에 봉선화를 심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함이라 한다. 교수, 목사, 재일 영화감독 등이 모여 8월 20일 서울광장에서 `간토학살 희생자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역사앞에 지은 죄`는 시효도 없고 용서도 없음을 증명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8

이슬람의 변화

강경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온건 시아파 이란이 요즘 혁명적 변화를 보인다. `이슬람근본주의 문화`를 가지고는 이 글로벌시대를 살아갈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사우디의 획기적 변화 두 가지는 `여성 운전 허용`과 `종교경찰 개혁`이다. 왕권 쪽에서는 “여성 운전을 금지할 이유가 없고, 종교경찰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종교권력은 “운전은 여성을 악에 노출시키는 짓이고, 종교오염을 막을 종교경찰이 필요하다” 한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걸릴 뿐 변화는 꼭 올 것이다.국제인권단체들의 압력은 계속 이어져 왔고, 일부 용감한 사우디 여성들은 몰래 운전을 배워 `운전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 때마다 세계는 이를 토픽으로 보도했다.`종교경찰`은 몽둥이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종교율법을 어기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석에서 매질을 했다. 술을 팔던 한 남자는 현장에서 맞아 죽었고, 블루카 속에 책을 숨겨 학교 가는 여성들을 기절할 때까지 때렸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세계 언론은 야만이라는 `분노의 보도`를 내보냈다.종교경찰은 `권선징악청` 소속인데, 사우디 각료회의는 그 조직법을 개정했다. “국민이 권선징악을 행하도록 정중하고 친절하게 유도해야 하며, 종교경찰은 다만 위반자를 경찰이나 마약단속국에 신고할 권한만 있다”고 못박았다.사우디는 앞으로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단행할 생각이다. 저유가로 재정수입은 떨어지고, 종교라이벌인 이란은 요즘 북적북적 잘 나가는 중이고,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의 불만이 급증하는 상황이라 `세계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이란은 사우디에 비해 훨씬 선진국이다. `여성부통령`을 두었고, “핵무기는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일 이란을 국빈방문한다. 문화가 다르고 멀리 떨어진 나라와도 이렇게 친구가 되는데, 같은 언어를 쓰는 북한은 `가장 먼 나라`가 됐다. “그 망할 놈의 핵 고집이 북한을 망친다”는 국제여론을 못 듣는 `철벽 귀`가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7

`태양 아래`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공산주의사회가 궁금했다. 그는 북한에서 `공산사회에서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로 하고 `진미`라는 8세 소녀의 가정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 조부모까지 3대가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 당일 배경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평양 중심지의 넓은 아파트가 주어지고 `조출연`이라는 `당원`이 나와 모두 `감독`해버렸다. 만스키 감독은 일개 촬영기사로 떨어졌고.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침 식사 장면 하나를 찍는데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다. “김치가 몸에 좋다”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었다. 만스키 감독은 철수하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바로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이란 생각을 한 것. 그는 `당원 감독`이 하자는대로 따랐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북한의 장점만 보여주는 선전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게 돼가는 과정 전부를 카메라에 담았다. 통제·감시·부자유·인권사각지대의 실상을 `영화 뒷면`에 고스란히 찍어낸 것이다. 아침식사 장면을 찍기 시작한 `7시 35분`과 촬영이 끝난 오후 `4시 40분`의 시계를 찍었다. `보여지는 장면`과 `실제`를 다 담아낸 `태양 아래`를 얻어낸 것.베네수엘라의 시인 알리 라메다는 열성공산당원이었고, 북한에서 김일성의 강연 내용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는 어느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북한의 `가난한 실상`을 적어 보냈다. 편지가 검열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간첩죄로 2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하루 12시간 강제노역을 하다가 1974년에 석방돼 귀국후 `슬픔에 젖은 여행객`이란 시집을 냈다. 강제노동과 굶주림의 고통을 잊기 위해 지은 시편들이었다.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나를 미화하거나 개인숭배 대상으로 하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려보냈다. 독재·통제·악성국가의 특징이 충성경쟁·개인숭배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되면 끝장이라 생각한 것만으로도 `머리 깨인` 통치자 수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6

신뢰와 의리

정치가 7명이 탄 봉고차가 시골길을 가다가 낭떠러지에 굴렀다. 한 농부가 쓰러진 의원들을 모두 땅에 묻어버렸다. 경찰이 달려와서 물었다. “일곱 명이 다 죽었던가요?” “몇 사람은 자기가 살아 있다고 하데요” “그런데도 다 묻어버렸다구요?” “아, 글씨, 정치가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미국 유머책에 있는 이야기다.2, 30년 전 국내 한 일간지 4컷 만화가 전국적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와 국회의원이 강에 빠지면 누굴 먼저 건져내겠나?” “국회의원을 먼저” “무슨 이유로?” “강물이 오염되거든” 당시에도 국회의원 인기가 형편 없어서 “염치가 있거든 국회의원 배지 떼고 다니라”했다.정치가가 건널목 저 편에서 나를 알아보고 서둘러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면 “선거 때가 됐구나” 알아먹고, 그 정치가가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면 “아, 선거 끝났구나” 짐작하면 된다는 유머도 있다. 청나라 말기에 이종오라는 역사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중국 역대 권력자들의 면면을 조사한 책을 냈고, 그 책 제목이 `후흑학(厚黑學)`이었다. 권력을 잡으려면 얼굴 두껍고 속이 검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선거 전에는 간이나 쓸개를 다 내어줄듯 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라도 된 듯이 온갖 공약을 쏟아내지만, 선거 후에는 깡그리 잊어버린다. 부모·자식 간에도 권력을 나누지 못하니, 그 세계가 얼마나 냉혹한가.올해 1월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가 김종인씨를 찾아가 “차기 대선때까지 당대표를 맡아달라” 부탁을 했고, 김씨는 면전에 대고 “나는 원래 정치인의 말은 믿지 않는 편이다.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봤기 때문에 정당의 속성을 잘 안다” 했고, “각서를 쓰고도 이행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이란 말까지 했지만, 결국 그가 당을 맡아 총선에서 제1당이 되고 나니, 반김(反金)들은 노골적으로 “나가달라” 한다. 김 대표의 역할은 `총선까지`라는 것이다. `대선까지`로 약속한 문 전 대표는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운다. 신뢰와 의리가 실종된 정치판에 끼어보겠다고 `비례2번`을 받은 그의 속은 하얀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5

철저히 망해봐야……

새누리당은 `천막당사 정신`을 잃었다. 민심도 잃고, 정신 번쩍 나게 호통치는 `어른`도 없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도 없다. 지도부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진다면서 사퇴한 후 오불관언이다. 배가 풍랑을 만났는데 나침판도 없고 선장도 없다. 친박 비박 갈라져서 싸우기나 한다. 망한 집구석에서 숟가락 하나라도 더 챙기겠다고 치고 받는다. `균형수`가 없으니 팽목항 세월호 꼴이다. 함께 살 궁리는 하지 않고 나만 살겠다고 책임공방이나 한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했고 “정체성이 밥먹여주나”라는 한 마디로 운동권체질을 개선, 단숨에 신뢰를 얻었는데, 새누리당은 계파싸움에 바빠서 선장도 못 구하고 있다.`국회선진화법·5분의 3 동의` 때문에 쟁점법안은 결코 국회를 통과할 수 없고, 유일한 출구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이다. 그래서 국회의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 자리가 어느 당에 넘어갈 것인가? 이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두 야당이 연합하면 의장·부의장 다 먹어치울 수 있다. 여당에 떨어질 자리는 상임위원장 몇 석 뿐이다. 안방 내주고 행랑채로 쫓겨나는 형상이다. 친박계의 좌장이고 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에 올라가는 것이 마땅한 모양새지만, 두 야당끼리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손뼉을 맞추면 그것도 틀린 일이다. 중요 상임위원장 자리 몇 개 얻어내는데도 상당한 협상력이 필요한데, 중심 잃은 정당이 그런 힘을 쓰겠는가.새누리당은 재정에도 큰 손실을 입었다. 정당보조금은 의석 수에 따라 차등지급되는데, 20대 국회부터 10억원 이상 줄어든다. 더민주당도 6억2천여만원이 줄지만, 국민의당은 보조금 대박을 터트려 25억7천만원을 받게 된다. 빈 마구간에 황소가 들어가니 이래저래 안철수 대표만 신바람났다.광산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 초기에는 손가락 하나 힘으로 떠받칠 수 있다. 재난 현장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새누리당은 `손가락 하나 힘으로 버틸 골든타임`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다. 친박·비박 핵분열의 결과는 자멸뿐인데, 후회는 일찍 오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2

발목잡기법

국회선진화법의 운명이 참 기구하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이 법이 여당의 발목을 잡더니, 지금은 야당의 발목이 잡혔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든, 검·인정으로 하든, 그것은 교육부 장관의 고유권한인데,`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을 만들어서 교육장관의 권한을 뺏겠다고 하는 야권과 그럴 수 없다고 버티는 여당이 지금 또 맞서고 있다. 두 야당이 161석을 얻고 여당이 소수당으로 떨어지는 총선결과가 나오자 야권이 이 법안을 들고 나온 것.그러나 쟁점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석이상이 손을 들어야 하니, 야권으로서는 `기세`만 올렸지 `과실`은 없다. 여권이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과 바꾸자 하고 야당이 이 빅딜을 수용한다면 모를까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가 확고하니 바꿔먹기도 어렵다.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서 여당의 발목을 잡았던 야권이 이번에는 입장이 뒤집어졌다.야권은 차선책으로 `여론전`을 펼칠 것인데, `국정교과서 폐기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정교과서 관련 청문회`를 열고, `교육부 장관 해임 결의안`을 내는 방법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간하는 국정교과서와 민간이 만든 검·인정 교과서를 모두 내놓고 각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상반되는 내용의 국사교과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세상에 어떤 나라가 서로 다른 내용의 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가. `우파성향의 교과서`한 종이 나왔고 몇몇 학교들이 이를 채택했다가 좌파들의 집중공격을 받아 결국 채택을 무산시킨`사건`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좌파들이 극악스럽게 좌파교과서를 지키겠다고 `투쟁`하는 상황에서`교과서의 다양성`이나`채택의 자유`란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국사편찬위원들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사퇴를 압박하니 위원명단도 비공개로 할 수밖에 없는 이념갈등의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2016-04-21

일본인의 국민정신

대형사고때 그 나라의 국민정신이 드러난다. 정전(停電)때 서양에서는 약탈이 일어나지만, 일본인들의 가게는 멀쩡하다. 5년전 동일본의 대규모 쓰나미와 원전 파괴때 세계인들은 “일본인들은 참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사고현장은 처참했고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이 많았지만, 통곡이나 절규의 장면은 전혀 TV에 비치지 않았다. 마치 부엌에서 가벼운 화재가 나서 소화기로 진압하고 나온 사람들 같았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참담한 심정인데, 언론까지 거들어서 더 가슴 아프게 만들어서 안된다”는 자율성이 발휘된 것이었다. 국민들의 심정도 같았다. “나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남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안된다”며 자제력을 발휘했다. 일본인들은 평소 “남에게 신세지지 말라” “남에게 피해를 입혔거든 반드시 사과하라”는 덕목을 가슴에 새긴다. 그래서 그들은 “도조, 스미마생!”을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산다.일본인의 국기(國技) 스모(씨름)는 `밀어내기 경기`다. 섬나라에서 `국토 밖으로` 밀려나면 바로 죽음이다. 밀려나지 않고 한 묶음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려면 `한 마음으로 단결`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인의 국민정신이다. 일본에서는 평균 3년에 한 번씩 대규모 지진이 오고, 때로는 1년에 두 번씩 터지기도 한다. 태평양의 섬들은 산호초들이 자라서 이뤄진 것도 있고, 화산이 터져서 만들어진 섬도 있는데, 일본땅은 화산섬이다. 땅속에 광범하게 형성된 마그마가 항상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여름에는 남태평양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태풍의 길목에 앉아 있는 섬이다. `사람 살 곳 못 되는 땅`에 사는 일본인들은 늘 대륙을 향해 나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게 됐다.이번 규슈지방을 덮친 악성 지진속에서 일본인은 철저한 질서의식을 보였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정부를 원망하지도 않고, 좀 더 얻어내겠다고 앙탈하지도 않고, 하루에 죽 한 그릇으로 버티면서도 남을 배려한다. 역시 일본인은 성숙된 선진국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0

살인로봇

인공지능(AI)로봇이 공장장에 취임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제품을 만들 원료가 떨어져갈 무렵 `원료값이 가장 많이 떨어질 때`를 알아서 대량 구매할 수 있고, 생산속도가 단 1초씩 늦어질 경우에도 사람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만 AI공장장은 당장 감지하고 고장의 원인을 밝혀낸다. 이렇게 로봇공장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한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손해가 나더라도 생산을 계속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로봇은 `효율적 판단`은 잘 하지만 `비즈니스적 판단`은 못 하므로 이때만 `사람공장장`이 손을 보탠다.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선진국들은 10~20년 사이에 살인로봇이나 무인무기(드론 등)를 실전 배치할 것”이라 했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한국 등 40여 개 국가들은 이미 인공지능을 장착한 전투용 로봇 개발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아예 대놓고 “기관총과 센스, 레이저 등을 장착한 인공지능로봇을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 공언했다. AI저격수가 무서운 것은 그 `소유자`를 모른다는 것이다. 누가 살인을 지시했는지 알 수 없으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흡사 마피아 영화`대부(代父)`처럼 인간세상은 서로 죽이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자 1천여 명이 이미 예언한 지구촌 미래다.일본정부는 오는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보통신장관회의에서 `AI개발 국제규약`을 제정키로 했다. “AI개발자는 8개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AI가 사람의 신체 생명에 위해를 가해선 안 되고, AI가 통제불능에 빠졌을 때 오류가 생긴 회로를 수정하도록 긴급 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 악의를 가진 사람이 AI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등의 내용이 포함된다.핵무기는 이미 `구식`이다. 누구든 인류 공멸을 원치 않기 때문에 수소폭탄은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살인로봇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현존하는 위협`이다. `AI무기 규약`을 만들어봐야 북한이 준수할 리 만무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9

정치혐오증

딸아이가 사귀는 총각을 집에 데려와 부모에게 선보였다. 남자친구가 떠난 후 부모는 딸을 앉혀 놓고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사람이 인물도 좋고 예의도 바르더구나. 무슨 결함은 없냐?” “한때 바람도 피웠다네요” “남자가 한 두번 바람피울 수 있지” “집에서 성매매 업소를 한다네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 “폭력으로 감옥살이도 했다던데요” “남자가 씩씩한 면이 있어야지” “사기성도 있던데요” “남자가 우산과 거짓말은 필수품이지” “뽕도 하던데요” “담배나 마약이나 다 기호품 아니냐” “삼촌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던데요” “뭣이라? 정치꾼 친척 있다고?” “예” “안돼! 당장 치워!” “정치가 그리 나쁜가요?” “마약중독은 치료가 되지만, 권력중독은 약도 없다” “친척이 정치하는데요?” “다른 것은 다 용서돼도 정치꾼 집안과 혈연을 맺을 수는 없다. 결코!”극심한 정치혐오를 표현한 미국 유머 한토막이다.이번 20대 총선은 극도의 정치혐오증과 정치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투표율이 저조할까봐 정부는 맹렬히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야당의 경제활성화법안 발목잡기도 용서할 수 있고, 당이 갈라져도 그냥 보아넘길 수 있어도, 여당이 파를 갈라 세력다툼을 하는 꼴은 볼 수 없다 해서 국민이 이번에 정치판을 뒤흔들어버렸다.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선거풍토 때문에 여당은 계파끼리 공천전쟁을 벌였고, 유권자의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당은 12년간 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안 오만과 무사안일이 뼛속 깊이 자리잡았다. 뒤늦게 아차! 하고 길바닥에 무릎 꿇고 사죄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국민은 용서하지 않았다.검찰과 법원도 불법당선자를 삼엄하게 심판할 기세다. 특히 터무니 없는 소문을 만들어 상대를 흠집 낸 흑색선전자들이 이번에는 유난히 많았다. 부장검사가 진두지휘하고, 법원은 4개월만에 당선무효를 선고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사범은 으레 질질 끌다가 4년 임기 마칠 즈음에 유죄 선고하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없다. 불법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는 정치혐오증을 치유할 길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8

민족의 꽃 진달래

진달래를 노래하지 않은 한국 시인은 없다. 김소월의 `영변의 약산 진달래` 등 전국에 대규모 진달래단지가 널려 있다. 축구장 140개 넓이의 여수 영취산 꽃밭, 대구 비슬산 단지, 경주 단석산 진달래 군락지 등 발닿는 곳 어디에나 있다. 흰빛에 가까운 연달래, 불꽃색의 연산홍, 진보라 혹은 진홍색의 철쭉, 쌉싸름한 맛이 좋아 술을 담그고 화전(花煎)놀이에 쓰는 `참꽃`도 있고, 쓰고 독이 있어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진달래도 있다.단풍은 북에서 내려오고, 꽃은 남에서 올라간다.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2월의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다가 지금은 진달래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진달래축제가 벌어진다. 한반도에는 유난히 진달래군락지가 많다. 산불 산사태 벌목으로 헐벗은 산에 제일 먼저 정착하는 식물이 진달래다. 그래서 `치유의 식물`이라 불리운다. 심지 않아도 스스로 와서 상처를 보듬는다. 하나 둘 뿌리 내린 진달래는 금방 큰무리를 이룬다. 척박한 땅에도 억척스레 뿌리내리는 것은 옛 어머니의 모습이다. 혹독한 일제 치하,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꿋꿋이 견뎌낸 한민족 여인과 닮았다.“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이라는 동요는 거짓이다. 북한에는 무궁화가 없다. 한국이 `선점`한 상징꽃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계급표시에 무궁화가 쓰이고, 공무원 배지도 무궁화가 기본이다. 국회의원의 금배지도 무궁화무늬속에 國자가 들어 있다. 무궁화는 공식적인 국화(國花)로 지정되지 않았다. `심정적`인 국화일뿐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무궁화 무늬`를 `태극 무늬`로 바꾸었다. 관공서 깃발이 무궁화에서 태극무늬로 변경됐다. 이것은 `통일준비`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북에 무궁화는 없지만 진달래는 많다. 한반도 전역에 진달래 없는 곳은 없다. 통일이 되면 통일國花를 정해야 할 것인데, 그때 `진달래`로 지정하면 참으로 이상적이다. `치유의 꽃`이요 끈질긴 민족정신의 상징인 진달래!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5

북이 무너진다

조선조 세조는 측근관리를 잘 했다. 민심이 등을 돌리자 세조는 `핵심 해바라기들`을 극진히 끌어안았다. “저 공신들 말고는 나를 지켜줄 세력이 없다”며, 측근들에게 갖은 특혜를 주었는데, 살인까지도 묵인할 정도였다. 김정일도 통치자금을 `선물정치`에 많이 사용했다. 외제 승용차·금시계·고급양주·희귀식품 등을 선물로 주어 측근을 다독였다. 그래서 핵심 간부들의 탈북은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와 반대로 나갔다. 장성택을 비롯해서 측근들을 줄줄이 숙청하고 일반국민에게는 `친근한 령도자`가 되려한다. 김정은 집권 5년 간 측근 간부 130여명을 처형하자 “태양에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지난 2년 간 남으로 귀순한 고위층이 20명을 넘겼다. 최근에는 고위층 자녀 13명이 한국에 왔고, 7명 가량이 중국에서 대기 중이라 한다.이들은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합법적인 탈북`을 하므로 중국 정부가 간섭할 이유가 없다. 태국 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벗어난 후 방향을 틀어 한국으로 오면 된다. 중국은 북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1990년대 100만명 이상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이 있었고, 그 때 유아기를 보낸 `굶주린 세대`가 지금 20세 30세인데, 이 청년들이 지금 탈북을 감행한다. 요행히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당보다 돈에 충성하는 법”을 몸에 익혔다. 장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정보를 다 듣고, 휴대폰을 통해 `북의 거짓선전과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됐다. 더이상 노동당의 선전선동을 믿지 않는다.“미사일 쏘지 말고 쌀을 달라” 하는 `큰일 날 소리`를 태연히 하고, 이심전심으로 “한국으로 가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위 실세들은 숙청당하지 않기 위해 탈북하는데, 그들은 고급정보와 달러를 가지고 넘어온다. 간부들의 자녀들은 노래 춤 미모 같은 예능을 가지고 한국에 온다. TV와 영화가 그들을 문화융성에 활용하니 쓰임새가 높다. 미친 철부지의 공포정치가 자멸을 자초하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4

`태후`와 삼계탕

시청률 30%를 넘긴 `태양의 후예`는 무대가 외국에서 국내로 바뀌자, `간접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밤새 술을 마시고 해장하러 간다는 것이 특정 프랜차이즈 샌드위치집이었고, 계산은 특정 스마트폰의 간편 결제 기능을 썼다. 송혜교가 모델로 있는 화장품회사 제품이 줄줄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데이트하는 곳은 특정 프랜차이즈 카페로만 정해져 있다. 서대영 상사와 윤명주 중위가 탄 승용차는 당연히 주 스폰서인 현대차이고, 키스신에서는 자동주행 기능을 켜놓고 운전대에서 손을 뗐는데, 이 장면이 분당 최고 시청률을 보였다. `자율주행차`를 처음 선보인 장면. 무대가 외국이었을 때는 간접광고를 할 여지가 별로 없어서 군인들이 특정 홍삼 음료를 자주 마시는 바람에 `홍삼의 후예`란 비아냥도 들었는데, 노골적이고 지나친 간접광고는 극의 흐름을 이상하게 비틀어서 반감을 산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다. 2009년부터 `방송시간의 5% 이내`에서 허용된다. `태양의 후예`는 13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고, 간접광고로 30억원을 충당했다는데, 높은 제작비와 출연진들의 몸값을 벌충하려면 간접광고는 필요악이다.`삼계탕 간접광고`는 애국적이기도 하다. 송중기와 진구가 삼계탕을 끓여 두 여성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후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관세장벽을 낮춰 수출길이 열렸다. 고려인삼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는 인삼이 든 닭곰탕이 구미에 맞을 것이고, `태후`에 열광하는 중국 시청자들이 선호할 것은 물론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수천명의 유커들이 인천에서 치맥파티를 한 것과 같이 삼계탕도 대박날 조짐이다.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제품을 올 상반기 안에 수출할 것이라 한다.한식문화관 개관식에 대통령과 송중기가 나란히 참석했다. `태후`가 30여개국에서 방영되니, 우리의 식품, 화장품, 패션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창조경제와 문화콘텐츠의 모범사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3

막말의 결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렸다. 튀는 말솜씨로 반짝 인기를 얻었으나 `막말`이 발목을 잡은 것.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는 30년 전 신문 기고문에서 “왜 일본, 사우디 같은 부자 나라를 미국이 돈 내 지켜주나”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이 추가됐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비를 더 안 내면 철수해야 한다” “미국이 핵우산 제공하는 것은 돈이 드니 한국이 알아서 핵무장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라” 그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공감하는 미국인들이 많으니 `지구촌 비핵화`에 큰 위협이다.트럼프는 최근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이면, 전쟁은 그들이 하는 것이다. 잘 해봐라” 또 막말을 했다. 6·25 전쟁때 혈맹이었고, 반세기 넘도록 좋은 관계를 맺어온 한·미 간 우정을 한 순간에 냉각시키면서 `극동지역 교두보`를 허물어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겠다는 악성 막말을 쏟아내자 마침내 공화당 내에서 `역풍`이 불어왔다. 어떤 이들은 그를 두고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했다. `자기 중심적 성격`이 지나치고, 자기 능력에 대한 터무니 없는 확신, 혐오스럽게 빗어올린 머리모양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국 온 세상이 “트럼프는 안 되겠다” 했고, 이번 위스콘신 예비경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경기 용인병에 출마한 더민주당 표창원 후보가 4년전 동성애 옹호자인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반대한 일부 목사들에 대해 “독일의 나치를 연상시킨다”했다. 최근에는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기독교 단체는 성명을 내고 “표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했다.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에 배정된 김순례 후보는 세월호학생유가족들을 `시체장사`에 비유한 글을 지난해 SNS에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고, 박근혜 대통령을 저격하는 포스터를 올린 국민의당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도 `여론의 저격`을 맞고 있다. 말이 씨된다 하는데, 막말은 자멸의 씨가 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2

중국이 달라졌다

외국 식당 접대원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선발 과정도 엄격하다. 미모에 노래, 춤 재주가 있고, 출신 성분도 좋다. 당이나 정부 혹은 군의 고급간부 딸들이 선발 대상이다. `어떤 자본주의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센 사상 무장`이 돼 있는 처녀들이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생활한다. 3인 1조 혹은 4인 1조로 움직이며 서로 감시하고, 휴대폰 사용도 금지되며, 영업이 끝나면 합숙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휴일날 외출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 남자 관리원 1명과 처녀 12명이 떼지어 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우리 정부가 즉시 이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래서 단순한 탈북이 아니라 사실상의 망명이라 한다. 대북 경제제재로 해외 식당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 이들 접대원들은 곧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고, 단돈 몇푼이라도 빼돌린 것이 발각되면 희생양으로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귀순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칼날이 언제 목덜미에 닿을 지 모르는 위기`를 맞느니 한국으로 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북에는 가족이 볼모로 잡혀 있지만, “일가족 모두 죽느니 한 사람이라도 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이들은 캄보디아나 태국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을 거쳐서 한국에 왔다. 종래의 탈북루트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접대원 집단 탈출`은 중국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를 재고해달라”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여라” 이같은 협상에서 중국이 태도변화를 보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을 향해 극언을 퍼붓는다. 우리민족끼리TV는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이 반공화국 인권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가롯 유다들.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한 것을 보면, 몹시 쓰라린 모양이다.지금은 동남풍이 부는 계절이라, 대북 풍선 날리기 좋다. 이 소식이 금방 북에 전해질 것이니, 북의 고통은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1

멕시코의 자존심

16세기 스페인이 중남미 전역을 정벌할때 멕시코 또한 식민지가 됐다. 1824년 독립했으나 가톨릭과 스페인어라는 `정신유산`은 그대로 남아 있다. 19세기에는 국토의 절반을 미국에 넘겨주는데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그것이다. 그래도 인구는 1억명이 넘고 넓이는 한반도의 8.8배나 된다.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1905년 한국인 1천여 명이 멕시코 사탕수수농장으로 농업이민을 간 것이 `첫 인연`이고, 6·25때는 35만 달러 상당의 곡물과 의약품을 보내주었다.멕시코는 대단한 문화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199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옥타비오 파스`의 나라이기 때문. 1988년 4월 19일 84세로 생을 마친 그는 인도 대사를 지내는 동안 다양한 동양문화를 공부했다. 불교, 힌두교, 노자, 장자, 유교, 일본의 하이쿠(짧은 시) 등에 심취했다. 1968년 멕시코에서 내전이 일어났을때 정부군이 독립운동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분연히 대사직을 버리고 프랑스로 건너가 초현실주의와 실존주의에 접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수로 지냈다. 여기서 그는 그가 습득한 모든 문화적 자산을 우려낸 시를 발표했고, 마침내 조국에 노벨상을 안겨주었다.박근혜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FTA 등 경제외교가 목적이었지만 관심의 초점은 `스페인어 외교`였다.박 대통령은 학생시절부터 에스파냐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 언어가 광범위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영어, 불어도 그러한데, 아프리카 전역은 프랑스어권이다. `불어를 무기로`아프리카를 감동시킬 날도 있을 것이다.박 대통령은 멕시코 순방에서 현지 언어로 연설을 했다. 특히 옥타비오 파스의 싯귀를 인용해서 깊은 감명을 심어주었다. “사랑은 첫눈에 생겨나지만, 우정은 오랜 사귐으로 만들어진다네” 멕시코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으니, 우정(友情)이 한결 돈독해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8

책 읽어주기

`사슴`의 시인 노천명은 어릴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았다. 어머니는 누워 있는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노 시인이 문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의 책 읽어주기`에서 나왔다. 미국은 초등학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팀`을 운영한다. 3학년까지 못 읽으면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교 적응력이 떨어져서 고교 중퇴, 대학 진학 포기자가 된다. 그래서 명망 있는 인사들이 시간을 쪼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영국 서식스대 연구팀은 “책을 큰 소리로 읽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했다. 영국 국립독서재단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는 아이와 유대관계가 더 끈끈하고 직장에서의 업무 습득력, 자신감, 자존심 등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냈다. 그리고 엄마보다 아빠가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빠는 사회에서 보고 들은 것이 많기 때문에`책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고 경험을 곁들여 `살`을 붙여 주므로 아이들이 훨씬 재미 있어야 하기 때문.10년 전부터 대구시교육청은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벌이고 있다.“모두가 책을 읽는다·매일 읽는다·좋아하는 책을 읽는다·읽기만 하고 독후감은 쓰지 않거나 딱 한 줄만 쓴다”하는 기본원칙 4개가 있다.`독후감 쓰기`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므로 `자유`에 맡긴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 4% 정도였는데 대구는 1.7%이고, 전국 평균 학업 중단율이 5.79%였으나 대구는 0.5%에 그쳤다. 10분 독서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풍부한 어휘를 습득하고 더 세련된 표현력을 길러서 글쓰기나 토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대구시교육청은 `아마도`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아빠 엄마 도와주세요”를 줄인 말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것이다. 저녁 식사후 식탁에서 책을 읽어주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자녀와 함께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본받을만한 운동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