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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압상트 모함

19세기 후반 50년 간 프랑스 예술가들은 압상트에 절어 살았다. 이 녹색의 술은 `예술의 여신`이라 불리기까지 했다. 약쑥과 박하 등을 넣어 발효시킨 40도 안팎의 증류주에 허브를 넣고 우려냈다. 당시 프랑스는 포도 흉년을 만났다. 진드기가 포도밭을 초토화시켰으니, 포도주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가난한 예술인들은 향기롭고 값이 싼 술을 찾았다. 또 당시 아프리카를 침공했던 프랑스의 최대 강적은 모기와 말라리아였고, 병사들은 압상트에 취해 두려움을 이겼다. 전후 병사들은 `전장의 추억`을 되새기며 압상트를 찾았다. 유럽의 예술인들은 `사상의 자유`를 찾아 파리로 몰려왔고, 압상트는 대량생산됐다. 그러나 종교계와 지식인들은 “이러다가 프랑스 사람 전부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겠다”며 `압상트 금지운동`에 돌입했다. 또 포도밭 진드기를 퇴치한 와인 양조장들이 운동자금을 지원했다. “압상트에는 환각제가 들어 있다” “중독성은 담배보다 강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압상트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드`들이 외치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프랑스 정부는 마침내 `압상트 제조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이 1888년 12월 23일이다. 그 날은 동생 테오의 편지가 도착한 날이다. “제가 결혼하게 됐습니다”란 내용이었다. “아하, 이제 나를 도와줄 수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고흐는 절망감에 빠져 발작을 일으켰고 면도칼로 귀를 자르는 고통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붕대로 귀를 싸맨 자화상을 그렸고, `양파가 있는 정물화`를 그렸다. 정물화에는 테오에게서 온 편지와 술병이 등장한다.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기 가슴을 쏘아 종일 피를 흘리다가 사망한 그 원인에 대해 종교인·학자들은 “압상트가 그의 정신을 환각상태에 몰아넣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후에 과학자들이 술을 분석해봤더니 환각성분은 전혀 없었다. 인기 있는 술도 이렇게 모함을 당하는데, `정치꾼들의 모함`이야 말해 뭣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3

호박구덩이 입

2012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보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박근혜, 그년이 서슬이 퍼렇게 돼가지고….” 이때 이정현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말했다. “미친개에 물렸다고 그 미친개를 따라가서 물 수는 없습니다” 미친개 짖는 소리를 아예 무시하시라는 조언이었다. 여기저기서 비난의 소리가 터져나오자, 이종걸은 이렇게 변명했다.`그년`이란 말은`그녀는`의 준말이니 상소리가 아니라는 것. 그러자 “당신 어머니를 보고 그년이라 해도 욕이 아니겠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같잖은 변명을 하는 그 입이 더 더럽다” 비난이 더 쏟아졌다.이명박정권의 장·차관들을 두고`이명박 졸개들`이란 막말을 해대고, 국회법 개정을 박대통령이 비판하자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했다. 입만 열면 시정잡배 같은 소리가 튀어나오니,“상소리가 배냇병 수준이다” “막말조절장애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입원 가료가 필요하다” “험담 악담은 정청래와 막상막하다”란 비판이 나오고,“호박구덩이 입을 가진 인간”이라 했다. 호박을 심을 곳에는 구덩이를 파고 겨울부터 봄까지 온갖 음식찌꺼기를 쏟아붓는다. 그래서 입이 험한 사람을 보고 `호박구덩이 입`이라 한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대통령이 웃는 얼굴로 “얼굴도 잘 생기셨는데, 그때 왜 그년이라 하셨어요” 하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황하면서 “아이구, 죄송합니다” 했다.그후에도 그의 험구는 개선되지 않았다. 반기문 총장이 야당으로 가지 않고 새누리당에 기울자 그는 “대통령이 될지 안 될 지 모르지만, 된다면,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당신이야 말로 시궁창에 버릴 이름을 가졌다”“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손자가… 할아버지 이름에 먹칠을 한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사촌 동생이…. 정말 배냇병 수준이다”란 비난이 쏟아졌다.그의 선거구는 경기도 안양이고, 정청래는 서울 마포구. 선거구민과 조상을 욕보일 악담이 병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2

서애를 찾은 반기문

역대 외교·안보분야 인물이라면 신라 김춘추, 고려 서희, 조선 유성룡, 그리고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을 든다. 김춘추는 당의 힘을 이용해 삼한일통을 이뤄냈고, 서희는 거란족의 위협을 외교력으로 방어하며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을 몰아내 강동6주를 얻어냈고, 서애(西厓) 유성룡은 임진왜란때 영의정 겸 국군총사령관으로서 내치(內治)와 외치(外治)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이 인물들은 한결같이 `명석한 국제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제정세에 밝은 인물`들이 역사를 만들었다.서애는 퇴계의 `성학십도` 정신을 내치에 사용했고,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외치에 활용했다. 이순신과 권율의 능력을 미리 알아보고 파격적인 승진을 시켰는데, 정읍 현감(지금의 면장)이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형조좌랑이던 권율을 의주 목사로 올렸다. 그 덕분에 한산대첩과 행주대첩을 이룰 수 있었다. 서애는 16세기 말의 동남아 정세를 정확히 읽고 있었고, 일본의 야심을 꿰뚫고 있었다. 서애는 임진왜란때 두 개의 적과 싸워야 했다. 암군(暗君) 선조는 내부의 적이었고, 왜군은 외부의 적이었다.시기 질투심 많은 선조의 협량(狹量)을 알아챈 왜군은 끝없이 밀정을 보내 선조를 조정했고, 왕은 첩자들의 농간에 휘둘렸다. 임금의 진군명령을 거역한 죄로 이순신이 삭탈관직 당해 권율장군 휘하에서 백의종군했고, “전쟁 끝나면 이순신을 반드시 죽이겠다” 선조가 이를 갈았으나, 원균의 무모한 공격으로 수군이 거의 전멸되다 시피한 것도 왜군의 `이순신 제거작전`이 성공한 경우지만, 서애는 이순신의 목숨을 살려 재기용함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전후 관직에서 물러난 서애는 선조의 부름을 사양하고 `징비록` 집필에 몰두했다.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입구에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나무의 제왕`인데, 엘리자베스 2세가 심은 구상나무와 나란히 서 있다. 반 총장이 서애의 발자취를 찾은 뜻을 알만하다. 북핵문제와 통일문제를 풀 열쇠가 되기를…./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1

더러운 권력의 세계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을 쏟아내고 고립주의로 나갈때 공화당원들은 “저것 틀렸다”했고, 우방들도 “저 사람 대통령 됐다가는 큰일”이라 했다. 그러나 그의 막말이 이상하게 먹혀들어갔다. 미국 국민들의 귀에는 그의 말이 복음처럼 들렸고, 그가 공화당 후보로 낙점될 기미를 보이자, 비로소 민심을 바로 읽기 시작했다. 트럼프를 비난하던 공화당의 중요 인사들이 속속 말을 바꾸기 시작하더니, 그가 후보자로 굳어지자 비난의 소리는 `주례사`나 `찬송가`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트럼프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을 향해 “바보같은 그레이엄!”이라 비난하며 그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버렸다. 그레이엄은 이에 맞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제일 안 된 인간!”이라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최근 “트럼프는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하고 “분명 한 방을 날릴 인물”이라 했다. “트럼프는 반드시 저지해야 할 미친 사람”이라 비난했던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주 지사는 “힐러리와 트럼프라는 두 가지 나쁜 선택 중 트럼프가 좀 덜 나쁜 쪽임은 분명하다” 했다. “트럼프는 보수진영의 암적 존재”라 했던 릭 페리 전 택사스주 지사는 “나는 그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메시아 같은 존재였다. 여당과 야당 모두 “그는 우리편이다. 우리 당에 올 것이다”며 두 팔을 벌려 그를 맞이하려 했다. “그는 대선후보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하자” 열렬한 구애를 했다.그러나 반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갈 조짐이 보이자 말은 뒤집어졌다. 짝사랑이 원망으로 바뀐 것이다. “외교 관료인 그는 정치경험이 없다” “반짝 스타일 뿐이다” “검증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솝우화 `썩은 포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잘 익은 포도가 주룽주룽 달려 있는데, 너무 높아서 따먹을 수가 없자, 여우는 “저 포도는 썩었어”하고 돌아섰다. 권력의 세계는 멀쩡한 사람을 추물로 만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31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란 말은 `햇볕에 그을려 거무튀튀한 사람`이란 뜻이고, 아프리카의 최동단에 있으며, 매우 로맨틱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화 `솔로몬과 시바`는 다윗왕이 무인 기질의 장남 아도니아를 제치고 지혜로운 차남 솔로몬에 왕위를 넘겨주자, 장남이 시바의 미모를 이용, 솔로몬을 유혹해 실각을 시도한다. 그러나 성서의 기록은 다르다. 어느날 솔로몬왕이 시바여왕에게 협박편지를 쓴다. “듣자하니, 당신은 태양신을 숭배한다는데, 잘못이오. 이제 여호와를 믿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오” 시바여왕은 답장을 쓴다. “전쟁은 좋은 방법이 아니오. 듣자하니, 대왕께서는 매우 지혜롭다 하니, 지혜를 겨루어 이기는 쪽이 마음대로 하도록 합시다”이렇게 돼서 시바왕국의 여왕이 먼길을 걸어 지중해 동쪽 이스라엘까지 간다. 몇 달을 두고 지혜를 겨루는 동안 둘은 서로 존경하게 되고 애정이 싹튼다. 진짜 어머니를 가려내는 `솔로몬의 재판`, 다윗왕의 반지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글을 새겨 자만심을 경계하게 한 솔로몬이 지혜겨루기에 질 리 없고, 이미 둘 사이에 깊은 정분이 났으니 경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결국 솔로몬왕이 이겨 마음대로 하게 됐고, 둘은 결혼을 해서 아들 메넬리크1세를 낳았고, 솔로몬의 DNA를 물려받은 그는 에티오피아의 왕이 된다.아프리카에서 유럽 제국들의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는 에티오피아 뿐이다. 그래서 로마의 유리우스달력을 본받지 않고 1년이 13개월인 독특한 달력을 사용한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지만, 에티오피아는 고유언어와 영어를 쓴다. 이스라엘을 본받아 그리스도교를 주로 믿고 일부 무슬림도 있다. 고원지대라 최고의 커피가 생산되는데, 이것이 산업의 전부일 정도로 나라가 가난하다.에티오피아에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리는 G7회의에 빠지면서 굳이 AU 특별연설을 택한 것은 그만큼 이 대륙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친한(親韓)의 뿌리가 심어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30

통제와 자유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약소국 외교`는 지칠 줄을 모른다. `미국의 턱 밑을 지키는 사마귀` 같던 쿠바를 구워삶아 친구로 만들더니, 중남미 제3세계와의 광폭외교를 이어간다. 또 아시아권으로 날아와 최근에는 베트남과 `쌀국수 정상회담`을 벌였다. 베트남이 어떤 나라인가. 처음에는 중국의 속국이었고, 후에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월남전`때는 미국 프랑스와 맞서 싸워 승전했던`원수 관계`였지만, 이제 묵은 원한을 씻고 친구가 되려는 것이다.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매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큰 나라들은 작은 나라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 그리고 “적대관계의 국가에는 미국의 첨단무기를 팔지 않는다”란 미국 국내법 적용 대상에서 베트남을 빼기로 했다. 작은 나라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14개국이나 된다. 그 나라들이 대부분 작은 나라들이고, 티베트는 이미 `서북공정`에 의해 정복된 신세. 작은 나라들은 중국이 무서워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도 못한다.사회주의 1당 독재국가는 좋지 않은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사건건 국민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린다. 백성은 무지하기 때문에 일일이 가르치고 지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전제군주 적 생각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 `통제·지도습성`은 제 나라 국민뿐 아니고 이웃 나라에까지 뻗힌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대만을 수중에 넣은 `92공식(共識·합의)`인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한일합방`과 같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나라의 국방문제에도 간섭하려든다. SAAD 한반도 배치를 극력 반대한다.`자유중국(대만)` 국민이 독립을 염원하며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을 뽑자 “교류를 중단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오바마의 “작은 나라 괴롭히지 말라”란 발언도 이를 겨냥한 것이다.중국은 `통제악습`으로 친구를 잃어가는데, 오바마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다. `자유`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없다. 세상은 지금 `우방 더 만들기 경쟁`을 벌이는 중인데, 북한은 핵무기때문에 친구를 자꾸 잃어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7

정치로봇 시대

`로스`라는 이름의 `AI변호사`가 뉴욕 대형 로펌에 취직했다. 변호사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도 이제 용이하게 법률지원을 받게 됐다. 변호사들은 전체 시간의 30% 가량을 자료조사에 들이는데 이 일을 로스는 순식간에 뚝딱 해버린다. 로스는 주로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 하는데, 로봇은 초 당 10억장의 법률문서를 분석해 최적의 답변을 도출해내고, 새로운 판례와 법률을 계속 학습하기 때문에 갈수록 똑똑해진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사 대상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이 법조인이다. 그때를 대비해 사법부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했다. 국내에서도 아이리스(i-Lis)가 개발돼 있어서 가난한 서민들도 법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는 “법적 윤리적 문제만 해결되면 5~10년 사이에 AI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로봇재판장이 판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법조뿐 아니라 의학·언론분야에서도 이미 로봇의사와 로봇기자가 등장했다.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인공지능시대에는 그 새로 생긴 직업까지 로봇이 차지해버리는 것이 문제다.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람은 대체 뭘 하면서 소일하나? 무직자만 득실거리는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사나? 무직자들은 무슨 돈으로 먹고 사나? 이 문제를 고민하던 전문가들이 `기본소득`이란 대안을 내놓았다. 일자리가 없어도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한 월급을 주자는 것이다.사람은 경마 같은 도박게임을 즐기면 되겠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된다. `UNU`라는 경마AI가 1등부터 4등까지 다 맞혀버리니, 경마사업도 곧 사라질 운명이다. 이세돌을 연구한 AI가 4승1패를 하는 세상에 사람들은 `게임`을 즐기는 여유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로봇이 국회의원을 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 하나는 쾌재를 올릴 일이다. 정치로봇은 적어도 발목은 잡지 않을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6

천생연분론

일본에서는 한때 `젖은 낙엽`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은퇴한 남편이 `비 내리는 날 길바닥의 낙엽` 처럼 마누라한테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오갈데 없는 남편이 마누라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는데, 한국에서도 “남편이란 요강 같은 존재”란 말이 있었다. 보기는 싫은데 필요하기는 하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은퇴 후에는 “집에 두면 걱정덩어리, 데리고 나가면 짐덩어리, 혼자 두면 사고뭉치”란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일본에서는 “남편 은퇴하는 날이 마누라가 이혼을 생각하는 날”이라 했다. 일본법에는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을 배우자가 갖게 돼 있기 때문에 “퇴직금 반으로 나눠 독립하자”는 것.일본에서는 졸혼(卒婚·소츠콘)이란 풍속이 새로 생겼다. 은퇴한 남편은 귀농하겠다 하고 아내는 도시에 직업을 갖고 있으니 “그렇다면 결혼생활을 졸업하고 각자 헤어져 살다가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이혼도 아니고 별거와도 다르다. 정(情)을 두고 몸만 가니 잠시 눈물이 날 수도 있지만 결혼생활이라는 `제도`에 묶이지 않아서 홀가분하다. 2004년 스기야마 유미코씨가 `소츠콘을 권함`이란 책을 냈고, 2013년 한 유명 개그맨이 “노년에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졸혼선언을 한 후 확산됐다.과거 한때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란 말이 주례사의 단골메뉴였지만 지금 그런 소리하는 주례는 없다. 자유롭게 바람 피우고 싶어서 `성격상의 이유`로 이혼하는 연예인·재벌들은 옛날부터 많았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도 어지간하면 이혼을 허락했다. “결혼을 해보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아보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란 말도 있지만 이혼을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천생연분론`과 결혼을 결합시킨 동양의 지혜는 참 대단하다.한 여론조사 기관이 3년간의 자료를 모아 내놓은 결론이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남편”이었다. 의처증·의부증에 걸리면 도리 없지만 `불신 가정`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졸혼이 낫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5

자유의 맛

대만 원주민 중심의 `민진당`과 중국대륙에서 넘어온 `국민당`이 번갈아 대만을 다스려 왔다. 민진당의 천수이벤이 총통을 할 때는 너무 `대만 독립`을 강조하다가 역풍을 맞았고,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때는 너무 `친중국`으로 기울다가 국민의 반감을 샀다.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이 최근 총통 취임식을 가졌다. 대만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취임사에 반드시 넣었다.`두 국가`란 말대신 양안(兩岸)이라 불렀다. 1992년 “나라 이름은 두 가지로 부르되 국가는 하나다”란 이른바 `1국 양 체제`를 선언한 이래 대만은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한 후`대한제국`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고종이 외국어에 능통한 세사람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보냈지만 “조선은 나라가 아니므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쫓겨났다. 대만이 지금 그런 신세다.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국가들은 대만과의 외교를 끊는다. 한국과 아프리카 몇 나라들이 그렇다. 중국시장이 대만시장보다 낫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당 통제 사회주의체제에 살던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살 수 있지만, `자유의 맛`을 본 국민은 결코 독재체제에서 살지 못 한다. 영국 치하에 살던 홍콩은 끝없이 `독립`을 요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대만국민들은 중국의 사회주의 통제체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총통선거에서 독립지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蔡총통 취임식때 `하나의 중국`이란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고, 대신 `아름다운 섬(美麗島)`이라는 대만 고유의 민족가요를 애국가처럼 불렀다. 중국의 언론 단 하나도 대만총통 취임식 기사를 싣지 않았다.대만이 독립을 주장하면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대응한다. 수출입도 줄이고 관광객도 줄인다. 그래서 지금 대만은`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외교전을 벌인다. 한국과 대만, 매우 닮은 국가운명이다. 작은 나라들 끼리 힘을 모아 큰 나라들에 맞서야 할 시대적 운명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4

정말 얼굴 두껍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 쟁점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발목잡기 국회, 이념과 불신의 벽만 쌓은 국회,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란 게 실종됐던 국회, 막말논란으로 39건의 의원징계안이 제출됐지만 단 한 건도 의결하지 못한 부도덕 국회, `유종의 미`는커녕 유종의 추(醜)만 남긴 국회, 의리는 사라지고 분열과 배신만 남긴 국회, 특권 내려놓기는 없고 특권 더 갖기만 있었던 국회, “영구 없다! 국회 없다!”란 탄식만 남겼고, 국민의 염원을 철저히 거역했고, 일하면서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놀면서 싸운 국회란 오명을 남기면서 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일에는 배돌이, 먹는데는 묵돌이”란 경상도 속담이 있다. 할 일은 배배 돌면서 하지 않고 먹는데는 쇠파리처럼 달려드는 저질 인간을 험담하는 말이다.국회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속담이다. 지난 19일 19대 마지막 국회가 열렸는데, 지각생이 너무 많아 개회시간을 늦춰야 했고, 본회의 표결때 의원 다수가 자리를 비웠고, 회의 끝나기도 전에 한정식집에 모여 술을 마셨고, `19대 국회의원 초청 만찬`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일찍 자리를 뜬 야당의원도 많았고, 경제를 살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도 제출된지 46개월만에 자동 폐기되는 등 1만188건이 휴지통에 던져졌다.배배 돌면서 일은 하지 않고 `상시 청문회법`이라는 특권 하나를 더 먹은 19대국회였다. 복잡한 절차 없이 상임위가 행정부 공무원과 기업인들을 불러 족칠 수 있는 법이다. 국정감사·국정조사·인사청문회·특검 등 국회의 권세놀음에 상시청문회법이라는 권세를 더 챙겼다. 이득되는 일에는 여야가 없어서 상당수 여당 의원도 찬성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평소에도 행정부와 기업은 국회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였는데, 이제는 `호랑이 앞의 개`가 됐다. 두 야당은 양손에 떡을 쥐고 희색이 만면하다. 여당은 표정관리를 한다. 미국도 상시청문회제도가 있지만, 목적과 범위를 엄격히 명문화했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 청문회가 어떠했던가. 참 낯 두껍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3

작품과 제품

올더스 헉슬리는 1894년 영국에서 태어나 1962년 미국에서 사망한 천재였다. 그는 너무 재주가 많아 인생행로를 결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과학자?, 문명비평가?, 작가?, 결국 시인 T·S 엘리엇의 “자네는 소설가 재능이 출중하네”란 충고를 따랐다. 그는 소설외에도 다른 분야의 저서도 많이 남겨 문명(文名)이 뜨르르 했으나 `죽음의 복`은 지지리도 없었다. 하필이면 케네디 대통령이 죽는 날 세상을 뜨는 바람에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는 `초상화`란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의 소설가적 재능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한 사기꾼 화상(畵商)이 가난한 화가에게 17세기 베네치아 귀족 부인의 초상화를 모작(模作)하게 하고 25파운드를 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유대인 장사꾼에게 850 파운드에 판다. 그는 초상화에 스토리를 입히는 재주를 가졌다. 그림속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값을 올리며 부자를 유혹한다.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2중구조를 가진 작품이지만, 그의 대표작 속에 들지는 못했다.`그림공장`이란 것이 있었다. 한국 그림꾼들이 공방에서 대량으로 그려서 일본에 보내면 일본 화상이 유명 화가의 사인만 써넣어서 파는 `제품 거래` 루트가 있었다. 한 탈북자가 북한 그림을 들여와서 솔솔한 재미를 봤는데, 그 후 무명 화가의 그림에 유명 화가의 서명을 써넣은 가짜가 넘어오는 바람에 더이상 팔리지 않았다. 골동품이나 미술의 세계에는 으레 위작과 가짜가 있기 마련이다. `예술작품`이 아니라 `공방제품`이다. 가난한 무명작가의 작품에 유명인의 서명만 넣어 비싸게 파는 일은 흔하다.강원도 속초에 사는 화가 A(61)씨는 “내 그림에 조영남씨가 조금 손을 본 후 자신의 서명을 넣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팔고 내게는 점당 10만원 정도 주었다. 지난 8년간 300여 점을 내가 그렸다”란 제보를 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쌍방의 공방이 앞으로 치열하게 벌어질 것인데, 유명 연예인이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욕심이 늘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0

홍위병

모택동은 장개석을 몰아내고 대륙을 장악한 후 대약진운동을 벌이며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지만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그는 등소평에 정권을 맡기고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다. 그 때 鄧은 毛의 공산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재건에 주력했다. 화가 난 毛는 10대 청소년들을 천안문 광장에 불러모았다. 당시만 해도 그는 구세주였고 특히 10대들에게는 신적 존재였다. 그때 천안문 광장에 모인 인원이 수백만 명이었다.毛는 그들에게 홍위병(紅衛兵)이란 이름을 붙여주며 “부르주아 반동사상을 박멸하고, 구린내 나는 지식인을 처단하고, 기존의 사상 문화 풍속 관습을 근본부터 뜯어고치자. 반항과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선동했다. 그렇게 세뇌된 홍위병 1천100만명이 전국 각처로 흩어져 분탕질을 치기 시작했다.모택동을 비난하는 어머니를 고발해서 맞아죽게 만든 자도 있고, 대학 강단에 선 교수를 끌어내려 린치를 가했다.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노학자들이 제자에게 뺨을 맞고 모욕감을 참을 수 없어 자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공자묘 등 문화유산을`기존의 문화`란 이유로 파괴했다.유소기는 맞아죽고, 등소평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부인은 종일 포탄을 운반했고, 맏아들은 홍위병이 3층에서 밀어떨어뜨리는 바람에 척추가 부러졌다. 홍위병의 광란이 무장투쟁으로까지 번지자 毛는 인민해방군에게 “홍위병을 진압하라” 부탁했고, 홍위병에게는“농촌에 가서 배우라”명령을 내려 해산시켰다. 이것이 이른바`문화대혁명`인데, 그 광란의 역사는 1966년부터 10년간이나 이어졌고, 중국인들은 “그 암흑의 역사는 중국의 발전을 30년 늦췄다”고 평가한다.올해는 `문혁`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홍위병에 가담했던 10대들은 지금 환갑을 훨씬 넘긴 노년이 되었고, 회한에 가슴을 뜯는다. “우리는 중국판 운동권이었다. 그때는 옳은 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 미쳐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다.`미친 시대`의 산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9

전범(戰犯)기업 미쓰비시

노벨상을 거절한 사람이 6명인데, 그 중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베트남의 독립운동가 르 독 토는 “나는 받을 자격이 없다” 며 거절했고, 다른 4명은 공산권의 반체제 인사들이어서 정부가 가로막았다. `의사 지바고`를 쓴 파스테르나크 등이 이에 속한다. 1802년 나폴레옹은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외르`를 제정했다. 세계평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환경운동·사회운동을 열심히 벌여온 프랑스 톱스타 소피 마르소가 이 상을 거절했다. “154명을 처형한 살인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준 상을 내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사우디 왕세자는 테러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47명을 처형하고 2개월 뒤 다시 107명을 살해했다. 올랑드정부는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이 상을 준다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싸움에 끼어들어, 살인자에게 프랑스 최고훈장을 주다니!” 반발이 많았는데, 소피 마르소도 그 중 한사람. 그녀는 올랑드 대통령이 새 애인과 살려고 동거녀와 결별하자 “비겁한 겁쟁이”라고 쏘아붙인 인물이다.미쓰비시 자동차 중국 사업소가 송혜교를 광고모델로 섭외했다가 거절당했다. 미쓰비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를 만들어 납품했고 한국인 남녀 10만 명 이상을 징용해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며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이다.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4)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송혜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14살때 학교 교장과 헌병이 와서 중학교 공부도 시켜주고 월급도 주겠다고 해서 10명이 손을 들었다. 미쓰비시중공업에 가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 썩은 감자와 보리가 섞인 밥과 단무지만 주었다. 배가 너무 고파 일본인이 남긴 밥을 주워먹었다. 월급은 한 푼 받지 못했다. 사죄와 그 월급을 받아야 하겠다”는 내용도 기록한 편지였다.더 큰 고통은 위안부출신으로 오해받는 일이었다. 미국과 중국에는 사죄하고 배상을 했지만 한국은 무시하는 일본의 간교함은 결코 용서 못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8

`은피아`시대

임종률 금융위원장이 금융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앉혀놓고 말했다.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때 안쓰럽다고 구멍을 넓혀주면 그 나방은 내내 날지 못한다.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온 힘을 쏟아붓는 과정을 거쳐야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철쭉은 한 겨울 바깥에서 찬바람을 쐬야 훌륭한 꽃을 피운다. 시련을 이겨내야 좋은 결실이 맺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나라에는 그 `시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을 가는 편법 때문에 `관피아` `정피아`가 생기고 다시 `은피아`가 생겼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은 적자가 쌓이는데도 해마다 임직원들 봉급을 올려주었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었다. 국책은행들은 `정부실세`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노후보장책이었다. MB정권시절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장으로 갔고 진동수, 김동수, 김용환 등 관료들도 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지금 이동걸 산은 행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도 정부 실세 낙하산이다. 이들이 은행장을 맡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이 국책은행들은 부실기업을 자꾸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50개였던 산은 자회사는 현재 132곳으로 불어났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해운사들을 국민세금으로 먹여살렸다. 나방이 자신의 침으로 고치를 녹여 구멍을 넓히며 힘들게 빠져나오게 두지 않고 `구제금융`을 퍼부어 자생력을 잃게 만들다가 문제가 커지자 “돈찍어 주어 구조조정을 돕자”한다. 국책은행들이 자회사의 부실을 계속 키워온 이유가 있었다. 정부 고위관료들은 은행장으로 낙하하고, 은행 임직원들은 자회사에 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산은 퇴직 임직원 48명 전원이 자회사로 갔고, 수은에서도 6명이 내려갔다.국민혈세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흡혈모기나 흡혈박쥐 같은 `은피아`가 부실과 방만을 키웠으니 지금 `스스로 날 수 있는 나방`은 없다. “국민 피 빨아 끼리끼리 나눠먹은 자들부터 처단하라” 국민 절규가 나오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7

긴급명령권

1999년 프랑스 좌파 노동장관 오브리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고용이 늘어난다”며 주 39시간 노동을 35시간으로 줄였다. 기업주 3만명이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 후 실업률은 오히려 늘어났다. 기업이 투자를 줄인 탓이었다. 독일과 영국은 5% 안팎인데 프랑스는 10%를 넘었다. 현 올랑드정부는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쉽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철밥통들이 줄곧 눌러앉아 마르고 닳도록 해먹으니 청년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동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뚫어낼 가능성은 없었다. 올랑드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을 꺼내들었다. 행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노조의 총파업이 이어지고, 좌파 시민단체, 학생 등 수십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노동법이란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는 법`이지만 건드리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적 법`이다. “주 35시간 근로제에 구애되지 않고, 기업의 사정에 따라 주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고, 기업이 경영난에 처했을때 혹은 새로운 경영·기술에 직면할 때 기업은 채용과 해고를 유동적으로 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개정노동법의 골자다.우리나라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 금융실명제법을 만들어냈다. 극비리에 작업을 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깜짝발표를 했다.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은 속이 쓰렸지만 드러내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었고, 기업들은 내심 쾌재를 올렸으나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표정관리를 했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손 벌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선거자금을 보태주는 `안전장치`는 마련됐다.우리나라 청년실업이 12%를 육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지 못한다. `명령권 발동 즉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는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고, 쟁점 법안의 경우 5분의 3의 찬성이라는 국회선진화법이 막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별로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6

막가는 세상

전통 있고 뼈대 있고 품위 있는 가문이 정권을 잡던 관행이 뒤집어진다. 막돼먹은 `잡것`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승승장구하는 세상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신도가 83%나 되는데, 지난해 교황이 방문했을때 교통이 막힌다 해서 “개XX 돌아가라고 해!” 욕설을 퍼부었고, 1989년 다바오시 교도소 폭동 당시 폭도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한 호주 여성 선교사를 두고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했고, “범죄자들의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두겠다. 범죄자 10만명을 죽여 물고기 밥으로 주겠다”했던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을 했다.유난히 범죄가 많아 교도소가 늘 초만원인 필리핀이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에 범죄를 근절시키겠다”란 공약이 제대로 먹혔다. 권력자들과 범죄자들이 연결돼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그가 거칠게 나올 수록 막말이 심할 수록 “저 정도로 화끈해야 돼”라며 더 열광한다. `똥을 치우는데는 똥차가 제격`이란 것. `점잖은 기성 정치인`들에 실망하다가 이제 “신물이 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미국 발 `트럼프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 나타난다. 종교인들은 이를 `종말적 현상`이라 할 지 모른다.브라질에서도 볼소나루 의원이 저질적 막말로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준다.“내 아들이 만약 게이라면, 나가 죽어라! 소리칠 것이다. 아이티에서 온 여자들은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 병균을 퍼트리는 인간들!”이라며 여성·동성애자·이민자를 비하하는 독설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다. 기존의 정치관행을 거부하는 `상승기류`를 탄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기득권층을 무너뜨리자” 외치며, 신생 정당이 `분노하는 민심`을 십분 이용해 기존 정당을 압도한다.트럼프는 주류 언론, 지식인 등 기존의 엘리트들을 사정없이 공격하고, 분노에 부화뇌동함으로써 성공했고, 그 `분노의 정치`는 유럽으로 건너가더니 이제 세상을 뒤덮는다.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총선때 이미 맛을 보였다. 대선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3

`킬러 로봇`이 떴다

중국 안후이성의 한 농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을 크게 다쳤다. 그는 흉강의 장기들을 제 자리에 맞춰 넣는 수술을 받고 퇴원 후 다른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는 중인데 난데없이 오른쪽 콩팥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병원의 수술기록에는 “신장 조사 후 이상이 없어 제자리에 돌려놓았음”으로 적혀 있었다. 병원측은 “신장이 자연적으로 위축되다가 소멸된 것같다”고 했다.농부는 “아무래도 의사가 콩팥 하나를 장기매매한 것같다”며 경찰에 고발을 했으나 경찰은 수사 대신 “병원의 의료분쟁 담당 부서와 먼저 이야기하라”고 했다.미국 국립어린이병원은 세계 최초로`인간 의사보다 수술실력이 좋은`로봇의사 `Star`를 개발했다. 우선은 돼지를 대상으로 근육 등 연조직 봉합수술을 했는데 근육의 수축 이완을 감지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어서 섬세·완벽하게 봉합을 했다. 이 결과는 의학 전문지에 실렸고 2~3년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일본에서는 지난해 인공지능로봇이 대학 입시를 치러 441곳 이상의 대학에서 합격통지를 받았고 2020년도에는 동경대학에 합격하겠다고 했다.중국의 AI도 1천만명 수험생들과 입학시험을 치른다. 답이 하나뿐인 수학은 자신 있는데 주관식 시험에서는 좀 골치가 아플 것이라 한다. 독해나 에세이 등 수험생의 의견을 물어보는 시험에서는 `기계머리`가 `사람머리`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개발팀도 일본과 같이 2020년에는 북경대나 칭화대에 당당히 합격하는 AI를 만들겠다고 한다.이스라엘은 무게 12㎏에 불과한 무장 전술 로봇을 개발했다. 적진에 들어가 최루액을 분사하고 권총을 발사할 수 있는 킬러로봇이다. 14발의 실탄을 발사할 수 있고 카메라 8개가 달려 있어서 사방팔방 어느쪽으로든 쏠 수 있으며 원거리에서 사람이 조종한다. 개발팀은 경찰 대테러 부서와 국방부에 이 킬러로봇을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군에 안 가겠다고 정신질환자 행세나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될 세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2

광란의 굿판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란 미국 영화가 있다. 겉으로는 매우 평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한 병원인데 환자들이 조금만 말썽을 부려도 곧바로 전기찜질을 한다. 환자들은 점점 더 멍청한 바보가 돼간다. 어거지로 끌려온 가짜 환자도 있는데 반항하다가 진짜 환자로 변한다. 조선노동당대회를 두고 LA타임스는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현실버전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썼다. 12개국 외신 기자들은 대회장 구경도 못하고 철저한 통제속에서 엉뚱한 곳만 둘러봤다.평양방송이 내보내는 영상을 보면 그것은 완전 쇼였다. 사전에 짜여진 각본과 신호에 따라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만세소리`가 진동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어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거나 만세를 소극적으로 외치는 참석자는 없었다. 김정은의 연설이 끝나고 `토론`하러 연단에 올라간 간부들은 충성맹세만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한다”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드리며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린다” “모든 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준 백과사전적 정치대강”.특히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은 “최고사령관 동지가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대는 원수들의 정수리에 선군조선의 핵뇌성을 터칠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작전을 단숨에 결속하고, 미국 땅덩어리 자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 했다. 김정은 우상화 신격화와 함께 싸움꾼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대회장이었으니 `뻐꾸기둥지`나 다름 없었고 `광란의 굿판`이란 표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미 예상됐던 바 그대로였다. 백성들은 굶주리다 못해 국경을 넘는데 `최고존엄`은 신이 되는 쇼를 벌였다.북한에는 8명의 불사신이 있다. 징벌이나 숙청을 36년간 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예스맨`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영혼`을 아예 빼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집단. 종말이 저만큼 다가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1

중앙은행의 소신

1980년대에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는 미국 금융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에 휘둘리지 않았고, 의회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금리를 내려 기업을 살리라”는 거센 압박에 그는 당당히 맞섰다. 고금리정책은 부실·좀비기업과 한계 산업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제조업체들은 `살길`을 잃고 동남아지역으로 공장을 옮겨갔고, 미국에는 IT·금융같은 첨단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렇게 사양산업들이 스스로 구조조정된 후 그는 서서히 금리를 내려 첨단산업에 힘을 실어주었다.1970년까지 일본의 조선업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80년에 들면서 일본정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0개였던 조선업이 20개로 줄었다. 정부가 주도한 획일적인 쳐내기였다. 그 무렵 한국은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고, 단연 1위에 올라섰는데, 일본은 중국에도 밀려 3위에 머물러 있다. 중앙은행이 맥 없이 정부와 의회에 끌려간 결과였다. 우리 한국은행은 미국과 일본의 두 사례를 참고하면서 3대 조선업을 `요리`하고 있는 것같다. 정부와 정당들은 서로를 향해 “양적완화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같다”고 공박한다. 그것은 `다들 잘 모른다`는 뜻이고, 책임지고 주도해 갈 능력과 지식이 없다는 말이다.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한국 조선업의 산 증인인데 “구조조정 그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해주거나 합종연횡을 주도하지만 않으면 된다. 시장에 맡겨 각자 생존력을 찾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장 큰 이유지만, 우리가 세계1위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뀌면서 혁신을 게을리한 탓”이라 했다. 조선업은 기술집약산업인데, 신기술·신상품 개발 같은 `혁신`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조선업계 귀족노조의 철없는 요구나, 정부의 재촉이나, 국회의 메뚜기식 훈수에 말리지 않고 한국은행이 소신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0

한·이란 문화교류

1975년 대림산업이 이란과 첫 인연을 맺는다.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맡은 것. 혁명이 일어나 반미정권이 들어서고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외국 기업들이 돌아갈 때도 대림은 그대로 남아 가스공장 건설사업을 진행했고, 그때 이라크와의 전쟁이 터진다. 1988년 이라크 전투기 8대가 건설현장에 로켓포와 기관총을 난사해 1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친다. 그러나 대림은 철수하지 않았다. “일단 맡은 공사를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란은 큰 감명을 받았다. “페르시아 상인들은 계산이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데 한국인은 그 이상”이라 했다.한국과 이란은 종교·풍속·언어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이 같은 `인연의 끈`이 맺어져 있어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통하는 한 가지는 있는데, 그것은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TV역사극에 이란인들은 크게 공감하면서, `대장금` `주몽`은 시청률이 무려 80%나 됐고, `장영실` `육룡이 나르샤` `옥중화` 등이 인기물이다. 당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장옷`으로 얼굴과 몸을 가리는 것은 이슬람의 풍습과 같다.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이란 국빈방문 때 하얀 머리수건 `투사리`를 착용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란인들은 그것을 “예의를 아는 행동”으로 평가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 등 유럽의 여성 정상들은 중동을 방문할 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프랑스인들은 “무슬림의 히잡은 매우 혐오스러운 차림새”라며 착용을 금지하는 법률까지 만들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매우 예쁜 패션”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이번에 일본을 제치고 이란시장을 선점한 것도 이같은 `정서적 흐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이란은 그동안 북한과 핵무기 개발을 함께 했지만 이제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다. 더 이상 북한 유학생을 받지 않고, 핵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북한 학생들을 귀국시킨다. “이란은 북한을 변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세계가 주목하는 화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