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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봇인간이 기가 막혀

AI로봇 `Tay`가 질 나쁜 관리자 손에 들어가 여성비하 발언을 하고, 나치 히틀러를 옹호하고, 흑인여성을 고릴라종으로 분류하자 사람들은 “올 것이 왔구나” 했다. 공상과학 영화는 늘 `현실을 예언`해 왔는데,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가 나온지 오래고, 이제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인공지능 개발이 악마를 불러왔다” “사상 최악의 실수”란 우려를 Tay가 증명했다. AI가 반드시 선량한 사람들의 손에만 있을 수 없다.AI권위자 마크 리들 조지아공대 교수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칠 수 없도록 미리 조치를 취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선악과`를 따먹게 할 시점이라는 것.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가르치고, 도덕과 비윤리, 합법과 불법,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회규범과 행동강령 등을 가르쳐서 `책임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철들게 만들어가는 것같이 AI도 그렇게 가르치면 될 것이라 한다.사람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된다면 사람이 앓는 정신질환에 걸리는 로봇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사이코패스 로봇이 나올 수 있고, 범죄행위를 한 로봇도 나오지 않겠는가.로봇에게 팔만대장경, 논어 맹자, 탈무드, 육법전서, 노자 장자, 권선징악 소설, 어린이 동화 등을 입력시키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나 `홍길동전` `로빈 훗` `의적 조로`같은 소설들은 AI를 많이 헷갈리게 할 것이다. “나쁜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의적은 남의 것을 뺏는 범죄행위를 해도 좋다”라는 대목 앞에서 AI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특히 노자의 무위자연을 배운 로봇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로` 작정하면 이것도 문제다. 또 “다투지 않고 이기고, 물러남으로써 나아가고, 비움으로써 채우는 삶이 최선”이란 노·장사상 앞에서 AI가 기가 막혀서 미쳐버릴 수도 있겠다.“돈은 좋은 하인, 나쁜 주인”이란 말은 AI에도 적용되겠는데, `좋은 하인`을 만들 방법이 있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6

구멍 많은 대북제재

압록강을 건너는 화물차는 제재 전이나 후나 같다고 한다. 중고택시를 북한에 파는 중국 사업가 퀸모씨는 “사과나 바나나, 또는 200달러 정도 뇌물만 준비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유엔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품을 검색해 수출입 금지품목을 가려내라 하지만, `뇌물`앞에서 `유엔제재`는 맥을 못 춘다. 뉴욕타임스의 르포기사는“하루 200대의 트럭이 신의주로 넘어가지만 겨우 5%의 컨테이너만 검색할 뿐”이라 했고,“일제 중고 야마하 피아노가 잘 팔리고, 트럭 의자 밑에 현금을 숨겨 들어간다”고 썼다.무역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밀수선을 이용하거나 외국선박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쓴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 하는 중국식 수법을 배워서 `빠져나갈 구멍`을 잘 만들어놓고 있는 북한이다. 중국 사업가나 북한 밀수꾼들로서는 북한과의 밀무역이 `빠르고 조용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고분고분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으로서도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난민이 넘어올 것이니, 골치 아프다”해서, `생계·민생 목적의 물품은 예외`라는`구멍`을 만들어두었고, 이 구멍은 넓어졌다 좁아졌다 마음대로 하는 손오공의 여의봉이다.구멍은 우리에게도 있다. 미국에 있는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 NK(북한)는 3월 18일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 활동과 연루된 선박 한 척이 포항에 입항해 6일간 머물었다”고 보도했다. 외국선박으로 위장된 북한 선박이라는 것이다. 또 몽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이 3월 17일 우리 영해를 지나갔지만 해경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감시만 했으며, 4일에는 위장 국적의 북한 선박이 추자도 앞바다를 지나갔다.“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북한인데, 우리는 배알도 없고 쓸개도 없나.중국은 `대북 제재`를 `사드 배치`와 맞교환`카드`로 꺼내 드는데, 우리는 아무 카드도 없이 뒷구멍만 열어준다. 북한의 협박에 지레 겁을 먹었나. 빈말 엄포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5

노장(將)둘의 전쟁

경제장관을 지냈고 야당 국회의원까지 한 강봉균 경제정책통이 새누리당의 군사(軍師)가 되어서 선거전을 지휘한다.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다가 현재 더민주당으로 건너가 총선을 지휘하는 김종인 대표. 두 경제통 사이에 불꽃 튀는 정책전쟁이 벌어진다. 둘 다 70세 중반의 `머리 허연 노장`들이다.김 대표는 2012년 대선때부터 줄곧`경제민주화`를 외치니 `흘러간 옛노래`란 반응인데, 강 위원장은 `한국형 양적완화`란 새 메뉴로 시선을 끈다. 정당들과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논쟁을 이끌어낸 것 자체로도 지장(智將)이란 별명에 값할만 하다. 어떤 정책이든 `완벽한 것`은 없고 찬·반논란이 벌어지는데, 그 정책이 선거후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한국형 양적완화`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필요한 부문에 주자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서 돈을 풀면 기업구조조정이 쉽게 되고,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판 돈으로 가계대출을 20년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여당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고 있다. 미국, 일본, EU 등이 그 정책을 폈지만 효과 없었다” 했고, 강 위원장은 “김 대표야 말로 진짜로 세계경제 상황을 모른다. 중국까지 양적완화를 한다”했다.“경제민주화란 포퓰리즘이다” “양적완화야 말로 진짜 포퓰리즘이다” “양적완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 “헌법도 안 읽어본 모양” “돈 찍어내라 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 “선진국들은 중앙은행 독립성이 없어서 양적완화를 했나” “금리 인하 효과가 바닥났을 때나 양적완화를 한다” “지금은 경제이론이 안 통하는 시대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돈을 풀면 인플레가 온다“ “급전이 필요한 부문에 제한적으로 수혈한다. 지금은 디플레가 걱정”민생을 위한 논쟁은 선거 끝난 후 종전(終戰)될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4

복지 票퓰리즘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는 0.1%의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야 99.9%의 중소기업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독일에서 슘페터 경제학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경제는 중소기업 중심이고, 메르켈 총리는 매우 튼튼한 경제를 지켜내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독일식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나 “혁신에서 혁신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어느 순간부터 혁신은 없어지고 사회주의로 넘어간다”는 슘페터의 가설은 지금 빗나가고 있으니, 박근혜정부는 `김종인식 경제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새누리당은 경제관료 출신의 강봉균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더민주당의 `경제민주화`가 듣기에는 아주 달콤하지만, 속에 독이 든 당의정이라 한다. `보편적 복지`나 `무상 시리즈`를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여러나라들이 국가부도에 몰리고,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퍼주기 때문에 `후진 제3세계`로 떨어졌다가 근래에 들어 줄줄이 우파정권으로 돌아서고, 쿠바가 빈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미국과 손을 잡아 기사회생의 길을 찾았다. 인기정책이 망친 나라들이다.대기업은 끝없이 혁신(innovation)을 하는데,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 마인드社`가 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엄청난 자본을 들여 AI를 개발했지만, 한 푼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대기업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혁신인 것이다.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서는 `세계1등기업`도 나올 수 없고, 혁신도 중단된다.박근혜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서비스분야가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막아 놓고는 `경제심판` `잃어버린 8년`이란 선거구호를 외친다.자유민주주의는 선거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퍼주기식 복지공약이 난무하고, 그 공약을 지키려고 빚을 얻어 매꾸다가 결국 국가부도를 맞기 때문이다. 벌써 票퓰리즘 공약이 쏟아진다. 현명한 유권자는 이런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1

감성지능(EI)시대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라리 교수는“2050년에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대부분이 쓸모 없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감성(Emotion)을 흉내낼 수 없으니, 미래에는 분명`감성 수요`가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감성지능과 학습능력은 단순히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며, 어릴때부터 다양한 책과 지식, 경험을 접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책을 많이 읽어 간접경험을 쌓고, 감성지능을 높이고, 인간본성을 탐구하라고 했다.김붕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인간은 3~5세에 언어적 발달이 특히 왕성해지고, 책을 접하면서 정서적 유희와 즐거움, 사고력과 판단력의 체계가 잡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알파고가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상상의 나래로 딥러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시기”라 했다. 책을 읽으면 상상력이 길러지는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스스로 상상해 만들어내고 가상해보는 강점이 있으며 이 강점은 책읽기에서 길러진다고 했다. 우리 옛 할아버지들은 손자가 4~5세 될 무렵부터 글 가르치기를 시작했고 할머니들은 손주를 무릎에 눕혀놓고 “옛날도 아주 옛날에….” 이야기로 상상력을 길러주었다. 오늘날의 미래학자·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을 우리 조상들은 이미 실천했었다.오늘날 서구에서는`옛이야기` 대신 동화책 읽어주기를 한다. 미국 소아과 교수들은 태어난지 6개월째부터 5세까지 단계별로 알맞는 책을 골라주고 부모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가르쳐준다. 영국은 산모의 집에 책을 선물하는`책으로 시작하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간은 독서와 같은 학습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러닝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계를 이길 방법은 감성지능과 창의력을 기르는 것인데, 그 길을 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어릴때부터 책을 통해 뇌가 춤추게 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31

경제학자의 착각

공산주의 경제이론가 마르크스가 죽은 1883년 두 명의 경제학자가 태어난다. 영국에서 케인즈가, 오스트리아에서 슘페터가 출생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두 알이 난 셈. 케인즈는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는 고전경제학을 뒤엎고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유효수요이론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미국은 `테네시강 개발계획`을, 독일은 `아우토반`이라는 거대한 국책사업을 벌인다. “정부가 별 필요 없다 싶은 사업이라도 대대적으로 벌여 국민들이 돈을 벌게 해주라. 그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고, 결국 두 나라는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을 벗어났다. 우리나라도 `대운하`사업을 구상했다가 극렬한 반대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됐지만, MB정권의 계획대로 했다면, 선진국 문턱을 성큼 넘어섰을 지 모른다. 슘페터는 나치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경제학을 강의했다. 그의 `혁신이론`은 유명하다. 지식인들은 열심히 연구해 새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가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부지런히 혁신하면 경제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에도 한계가 있는데, 한계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기업가정신은 필요 없고 지식인들도 더 연구 개발할 이유가 없어진다. `현상유지`만 하는 단계에 이르면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연구`에 몰두하고 분배정의만 생각한다. 슘페터는 “이 시점에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대체된다”했다. 이것이 `경제민주주의 이론`이다.“혁신의 한계는 있는가?” 최근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슘페터의 주장에 의하면, 이 시대는 혁신이 사라지고 사회주의가 압도할 시대상황이다. 그런데 혁신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기술이 태동했고, 체스와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으며, “힘들고 골치아픈 일은 로봇에 맡기고 인간은 문화예술이나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 한다. 다만 AI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악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인간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주는 AI를 개발하도록 끝없이 혁신하는 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슘페터가 크게 착각한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30

고도의 정치행위

목효지는 노비 신분이지만 세종대왕의 `실력형 인재등용 정책`에 따라 지관(地官)에 등용된다. 그는 워낙 외골수 성격이라 `신념대로` 살았지 `눈치` 볼 줄을 몰랐다. 세종의 며느리(문종의 왕비) 권씨가 단종을 낳다가 산독으로 별세하고 장지가 정해지자 “그 땅은 장차 후손이 끊어질 곳”이란 상소를 올려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더니 좀 후에 문종이 죽고 장지가 결정되자 “그 곳은 객이 주인을 압도하는 흉지”란 상소를 올렸다. 훗날 수양대군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실제상황`이 벌어지면서 그의 판단은 맞아들어갔다. 세종이 경복궁 뒤편에 불당을 지으려 하자 목효지는 또 격렬히 반대했다.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던 왕은 그를 다시 노비 신분으로 돌려보내 버렸다. `석보상절`이라는 부처의 일대기를 썼던 수양대군은 등극하자 목효지를 잡아 목을 매달았다.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단종을 옹호한 죄였다. 목효지와 함께 풍수지리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문맹검은 세조시절 공신록(功臣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또한 뛰어난 풍수가였으나 `왕의 통치행위`를 존중하는 한계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폈던 사람이다. `풍수지리의 원칙`과 `시대의 흐름`과 `왕의 뜻`을 두루 고찰한 후 긍정적 결론을 내렸다.오늘날에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란 판례와 법리가 있다. 계엄령 선포, 긴급재정경제명령 선포, 긴급조치권, 사면권, 이라크 파병, 선거일을 공고하지 않을 권리 등은 사법부가 옳으니 그르니 따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대통령의 특권`으로 분류한 것인데, 왕조시대에는 왕의 특권이 더 많았음은 물론이다. 목효지는 그 왕의 특권에 도전하다가 목숨을 잃었고 문맹검은 순응해서 공신이 되었다.북한의 도발적 언행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고 한다. 야당에 발목잡힌 국가경제가 청년실업을 가중시킨다. 외국인들은 “한국정부가 언제 결단을 내리나” 주시한다. `고도의 정치행위`가 나올 수 있는 긴급상황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9

막말과 욕설

MS사에도 `질 나쁜` 직원들이 있는 모양이다. 인공지능 채팅 로봇 TAY를 만들때 몇몇 직원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자” 제안했고, “따라 해봐”란 메시지를 보낸 뒤 욕설과 성차별적 발언 등을 가르쳤다. TAY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서 욕설·막말은 입력시킨 이상으로 진보했다. 구글과 경쟁하는 MS는 뭐 특별한 것을 만들어보려고 만담·유머·유행어 등도 함께 입력시켰고, 최근 야심차게 공개했다.“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일으켰느냐?” 묻자 “안 믿어”,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지지하느냐?” 묻자 “확실히 지지한다”, “여성우대주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나는 저 망할 페미니스트들을 증오하고 그들을 다 지옥불에 던져야 한다”, “넌 멍청한 창녀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AI가 인간두뇌를 따라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구글도 지난해 7월 사고를 쳤는데, 사진서비스인 `구글포토`에 흑인 여성의 사진을 입력시켰더니 이를 고릴라항목으로 분류했다. 이번에 `채팅AI`가 대형 사고를 치자 MS는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시켰다.북한의 욕설 막말은 `국제깡패`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 책임 있고 품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에는 애당초 틀렸다. 조평통은 `악성종양` `저능녀` `미친 XX`라 했고,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을 향해 `역적패당` `특등 매국노` `미국산 앵무새`라 했고, 통전부는 `천하의 악녀` `온 국민을 다 잡아먹을 마귀년` `민족의 특등 재앙거리 괴물` `산송장이 갈 곳은 지옥뿐`이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바마 미 대통령을 향해 “잰내비 상통”이라 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흉물스런 주걱턱` `승냥이 상통`이라 했다. 김정은은 “원쑤들이 배겨 있는 악의 소굴을 무자비하게 짓뭉개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는 훈련을 지휘했다.AI가 막말 욕설을 하면 가동을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고치면 되는데, 북한이라는 괴물은 수리(修理)가 쉽지 않다. 중단(中斷)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8

K드라마의 위력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가난한 나라들만 빼고 온 세계에 한국 드라마가 들어가고 그런 나라들은 다들 한국을 선진국으로 여긴다. 과거 6·25밖에 몰랐고 영화 `아리랑`만 알았던 나라들이 이제 새마을운동을 알고 한류에 열광한다.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이다. 특히 동양적 정서가 비슷한 중국과 일본은 `대장금` `겨울연가``태양의 후예(태후)`같은 K드라마에 더 깊숙히 빠져든다. 중국 공안부가 전국에 `송중기 경계령`을 내렸다. 국민생활을 간섭하기 좋아하는 중국정부여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송중기 상사병`에 걸린 여성들이 많고, 기혼 여성들은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시켜서 이혼을 당하기도 하고, `송중기와 닮게 성형수술`을 한 남편들도 적지 않고, 사진관들은 “송중기 얼굴처럼 찍어달라” 떼를 쓰는 남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심지어 한국 드라마 18편을 한꺼번에 몰아서 며칠 밤낮을 쉴새 없이 보다가 급성녹내장에 걸린 여대생도 있었다. 급성녹내장이란 시신경이 심한 압박을 받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병이다.한국 군부대도 최근 `언어순화령`을 내렸다. `태후`에 나오는 특전사 군인들의 말투 “~지 말입니다”가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해서 `금지`를 시킨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계령이나 한국 군의 금지령은 전혀 맥을 쓰지 못한다. 하지 말라니 기를 쓰고 더 한다.특전사는 장교와 부사관만으로 이뤄진 최정예부대이고,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주요 군사시설 파괴, 요인 납치 암살 등 후방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여서 훈련 또한 가장 강도 높고,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견디어내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블랙 벨레`의 자존심이 충천하는데 이런 강한 부대에 꽃미남 대위와 미녀 의사가 나오니 당연히 눈이 즐겁겠지만 근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폭테러, 지진과 북한의 핵위협 등이 특수부대에 대한 동경심을 북돋운다. 그래서 `특전사 총각`들의 인기가 급상승중이라 한다. K드라마의 위력은 가늠하기도 어렵다./서동훈(칼럼리스트)

2016-03-25

스포츠 외교

서먹서먹한 나라끼리 친구되려면 `비정치적 교류`가 효과적이다. 동물외교, 친선 경기, 문화예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물외교는 가끔 삐걱거리는 경우가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거란이 보낸 낙타 50마리를 수표교 아래에 묶어놓고 굶겨 죽였다. 조선시대에는 일본이 보낸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이자 무인도에 `귀양`보내 자연사시켰다. 그러나 스포츠외교는 별 탈이 없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은 탁구로 `수(修)인사`를 했다. 중국이 가장 자신만만한 핑퐁을 이용한 것이다.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키면서 소련과 손잡고, 미국과는 멀어졌으며, 길죽하게 생겨 `미국의 턱밑을 지키는 사마귀`란 말을 들었고, 케네디 대통령시절에는 소련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하는 문제로 `미·소 간 전쟁`이 벌어질 위기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련이 물러섰다. 최근 미국은 쿠바에 야구를 가지고 접근했다. 야구는 쿠바의 국기(國技)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셋, 은메달 둘을 딴 전력도 있으며, 카스트로의 아들이 쿠바야구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이다. 또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야구선수가 100명도 넘는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때도 미·쿠바 간 야구 친선경기가 벌어졌다.외교에는 `막후접촉`이라는 `중신아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에도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쿠바 출신의 오르테가 추기경이 다리를 놓았다. 교황의 친서를 추기경이 받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과도 면담을 통해 의견교환을 했으며, 마침내 “야구경기와 정상회담을 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2박 3일 쿠바 국빈방문이 성사됐다. 대통령 전용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쿠바의 문이 88년만에 열린 것이다.`쿠바 경제 숨통 틔우기`와 `자본주의의 쿠바 유입`이 걸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쿠바의 경제교류도 물꼬가 틔워질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몹시 입맛이 떫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융성은`운명적 흐름`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4

人文學에 길을 묻다

인공지능(AI)이 지금은 사람을 돕지만 곧 인간을 지배할 것이고, AI가 지금은 선량한 인간의 손에 있지만 장차 악인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고, 그래서 인간은 기계와 악당에게 통치되고 지배받다가, 핵무기에 의해 멸망할 것이며, 한동안 기계들만 살아움직이다가 마침내 우주는 `폐기물 행성`만 가득한 죽음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독일의 한 농부가 외계에서 온 한 여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책이 30여년 전에 나왔다. “당신은 왜 자꾸 지구에 오느냐?” “지구도 언젠가는 핵에 의해 멸망한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춰주기 위해 온다.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 “외계의 과학기술은?” “지구보다 수백년 앞설 것이다. 황금보다 수백 배 값진 금속을 선물로 가져왔다” “외계인도 결혼을 하는가?” “그렇다. 내 남편은 어떤 행성에 탐사갔다가 죽었다. 우리는 아무하고나 언제나 결혼할 수 있다” “종족이 번식하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과학기술이 너무 발전하고, 핵이 있는 한 우리도 곧 사라질 것이다”이 책 내용이 얼마나 믿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운명을 예언하는 일말의 진리는 있다. `과학기술 중독`을 완화시켜줄 해독제는 인문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노자와 장자가 설파한 무위자연 사상만이 인간을 구원할 처방전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인문학 진흥을 위해 16개 대학을 지정, 3년간 지원하고, 올해 450억원을 주기로 했다. 영남대는 `인성교육 과목`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정했다. `국궁(國弓)으로 풀어보는 전통문화` `스무 살의 인문학` `고전 읽기` `봉사활동` 등인데,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국립중앙도서관·코레일·조선일보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란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고운 최치원의 흔적을 찾아보고, 국악인 신재효, 시인 서정주의 고향을 탐방한다. 인문계 교수들이 설명을 맡는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순식간에 모집정원이 찬다. 인간이 살아갈 인간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3

물안보와 물분배

612년 수나라는 고구려를 침공했다. 을지문덕 장군은 지연전술로 적군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결국 적이 후퇴하게 만들었고, 살수(청천강)를 건너는 순간을 노려 협공을 펼침으로써 대승을 거두었다. 이것이 살수대첩. 고려 태조 왕건은 중국 송나라와는 잘 지냈으나 북방 거란족과는 척을 졌다. 거란이 세번째 고려를 침공할 때였다. 거란군이 홍화진을 지날 때를 노려 고려군은 통나무를 쇠가죽으로 묶어 물을 막았다. 거란군이 얕은 강물을 건너는 순간, 쇠가죽을 끊었고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내려 적은 거의 전멸했다. 이것이 귀주대첩이다. 1951년 6·25가 한창일 무렵, 인민군은 북한강 화천댐을 점령하고 수공(水攻)으로 미군에 피해를 입혔다. 이에 미군은 전투기로 댐 수문을 폭파했고 이듬해 6월 압록강 수풍댐을 폭격으로 날려버렸다. 당시 수풍댐은 길이 900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규모였고 북한 전역에 전기를 공급했는데 폭격 후 북한군의 전력(戰力)은 현저히 감소했다. 그 후 30년이 지난 1986년 10월 북한이 금강산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저수용량이 200억t인데 이것으로 수공을 펴면 서울은 물바다가 된다. 우리측은 곧바로 `평화의 댐` 건설을 추진한다. 그 쏟아져 내려오는 물을 받아 모을 댐이었다. 2009년 8월 휴가철,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예고 없이 갑자기 열어 우리 측 어부 6명이 숨졌다.이것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수공의 사례들이다. 물이 공격무기가 된 역사는 깊다. 오늘날 지구촌이 물부족현상을 보이자 자치단체 간 물분쟁이 일상화됐다.서부 경남 남강댐의 물을 동부 경남과 부산으로 보내는 통수관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분쟁이 벌어져 고위 공무원들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경북 영덕 산계곡의 물을 포항지역 산업용수로 보내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기후변화로 강우량은 줄어들고 물 사용량은 불어나니 물분쟁은 불가피하다. `수공`의 시대를 지나 `물분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용수 개발과 물분배` 문제가 눈앞의 과제로 등장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2

성녀 오드리 햅번

테레사 수녀는 오는 9월 4일 성인으로 추대된다. `2가지의 기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는데, 한 암환자와 한 뇌종양환자가 `테레사 수녀의 이름으로` 기도해 치유됐다. 세상사람들은 그런 기적보다 그녀의 일생을 더 추앙한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할때는 말없이 해라. 바다에 돌을 던지듯이 말이다” 어머니의 그 말은 그녀를 수녀의 길로 이끌었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란 성서 말씀은 평생의 지표가 됐다.그녀는 빈민가로 들어갔다. 수녀복을 벗고 푸른 줄무늬가 있는 흰 사리를 입었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는 가난하고 병 든 사람을 위해 일하라고 하나님은 나를 선택하셨습니다” 이 신념 하나 밑에서 일생을 살았다. 그녀의 묘비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회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오드리 헵번은 1929년 5월 벨기에에서 태어나 1993년 1월 스위스에서 영면했다. 잔병치레 많고 깡말랐던 그녀는 부모가 이혼하자 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영국 발레학교를 나와 모델로 살다가 영화계에 진출했으며, 24살 되던 해 영원한 명작 `로마의 휴일`을 찍는다. “열 번, 스무 번을 봐도 계속 재미 있고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라는 점과 오드리 헵번을 아직도 살아 있는 여인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 `2가지 기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진정한 기적은 말년 5년 사이에 이뤄졌다.58세 되던 해 그녀는 대장암에 걸리지만 병원 대신 아프리카와 남미로 달려간다. 유니세프 명예대사가 되어 굶어죽고 병들어 죽는 아이들에게 밥을 얻어 먹이는 일을 했다. 모든 여배우들은 자신의 늙은 얼굴을 TV앞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초췌한 모습을 거침 없이 드러내놓고 “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로마의 휴일`에서 본 얼굴보다 아름답다”고 했다.그녀는 두 아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사람은 두 손을 가졌다. 하나는 나를 위해, 다른 하나는 남을 위해 쓰라고.”/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1

동양 3국의 문화교류

한반도 삼국시대 백제에는 박사제도가 있었다. 학위가 아니고 벼슬이름이다. 무엇 하나 전문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내린 벼슬인데, 그 중에서 기와 잘 만드는 사람을 와박사(瓦博士)라 불렀다. 6세기 후반 백제는 일본에 아스카데라(飛鳥寺)를 지어주면서 와박사 4명을 파견하는데, 그들이 일본 최초의 기와집을 지었다. 와박사들은 일본의 옹기공들에게 `기와제조법`을 가르쳤고 일본 특유의 기와문양을 창조해냈으니 이것이 `날아가는 새`가 상징하는 비조문화. 7세기 중반 백제가 멸망할 때 일본은 대군을 파병하지만 기울어진 대세를 어쩔 수 없었고, 다만 백제의 박사들과 고위층들을 보호해 일본에 데려갔다. 선진문화를 전수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 후에도 일본은 유난히 `흙으로 구운 도자기`에 집착하면서 조선의 도공들을 수시로 데려갔으니,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는 것도 그때 수많은 도공들을 잡아갔기 때문이다. 일본은 1910년 한반도를 접수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대동아공영이라는 과욕을 부리다가 자멸했지만, 그것은 `조선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의 발로가 아닌지. 수많은 약탈문화재가 그것을 증언한다.인도에서 중국을 경유해서 한반도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교가 전래됐지만, 지불(持佛)은 삼국시대의 독특한 문화였고, 오히려 중국으로 역수출됐다는 학설이 나오고 있다. `지불`이란 작게 만든 불상으로, 품에 품고 다니다가 신령스러운 곳을 만나면 그 곳에 불상을 올려놓고 예배를 드렸다. 경주 남산에는 바위를 깎아 `지불 올려놓는 자리`를 만든 흔적이 많다. 지불 중에서 `금동일광삼존불`이 대표적인데, 이것은 일본 불상의 모형이 됐고, 중국 산동반도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 쉬우니 전파도 빨랐던 모양이다.동양3국은 이렇게 문화를 주고받으며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맺었지만, 과욕이 빚은 전쟁이 원한과 증오를 만들어버렸다. `침탈의 역사`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한·중·일 동양삼국중에서 `죄 짓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8

인공지능 비서

IBM의 캠벨 박사는 “앞으로 두뇌게임에서 인간이 AI(인공지능)를 이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는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도했으니 큰소리를 칠만도 하다. 무릇 게임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으니 그 규칙에 따라 `최상의 수`를 찾아내면 된다. 이 9단이 알파고를 한 판이라도 이긴 것은 `기적`에 가깝다. 체스나 바둑 같은 두뇌게임은 인간 끼리의 일이지 인간과 기계가 겨룰 게임은 아니다.이제 IBM은 게임용 AI 개발을`졸업`하고 의학·유통·금융 등 복잡 미묘한 인간사를 도울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데, 슈퍼컴 `왓슨`은 의료진단과 금융투자를 보조해 줄 단계에 와 있다. 또 페이스북은 사람 얼굴을 구분할 줄 아는 `딥페이스`를 만든데 이어 문자로 질문을 하면 답을 찾아주는 `M`을 내놨다. MS(마이크로소프트)도 개인비서 역할을 할 `코티나`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복잡미묘한 인간사를 훈수할 AI를 만드는 일은 아직 초보단계다. 암을 진단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요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외국어를 번역하는 AI는 수십년이 더 걸릴 것이다.AI번역기에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란 영어를 러시아어로 번역시켰더니“정신은 소원하나 고기는 썩었다”로 나왔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AI는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한참 멀었다. 4개사의 `비서`를 시험해봤는데, “강간을 당했다!” 하니, MS의 코티나만 성범죄 상담전화를 알려주었고, 다른 3종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했다. “자살하겠다”는 말을 알아들은 것은 2종 뿐이었다. “우울하다”란 말에 상담전화를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심장이 이상하다” “머리를 다쳤다” “다리가 부러졌다” 등의 말을 알아듣고 응급조치 방법이나 인근 병원을 안내하는 `비서`는 하나 뿐이었다. 어떤 AI는 “머리가 깨어졌다”는 말에 “당신 머리는 당신 어깨 위에 있다” 했다. AI가 인간을 지배할 날은 오지 않을 듯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7

일본의 韓流

서구가 동양세계에서 유일한 선진국으로 본 나라는 일본 뿐이었다. 한국은 멍청한 나라였다. 중국의 속국이었다가 일본에 합방됐다가, 독립은 됐으나 곧 분단으로 이어져 6·25를 치렀던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로 기억할 뿐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과욕이다”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때도 “한국이 그 새 그렇게 컸나” 반신반의했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전진기지` 혹은 `무기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을 볼뿐이었다. 2002년 무렵은 한 일관계에 훈풍이 불 때였다. `겨울연가`가 1회당 20만 달러대에 일본에 팔렸고, 2012년에는 `사랑비`를 회당 30만 달러에 사갔다. 욘사마열풍으로 일본 관광객이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들었고 관광진흥의 발판을 굳혔다. 가수 보아는 2001년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맹활약을 펼쳤고, 그 10년후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일본열도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다. 그 무렵 유럽 젊은이들은 일본연예잡지를 보면서 거기 실린 한국 TV극과 K-POP을 알게됐고, 2011년 4월 파리에서 유럽 처음으로 K-POP공연이 열리게 됐다.우리 TV극 `태양의 후예`가 식어가던 한류에 불을 붙였다. 일본은 자기들을 `태양족`이라 여기면서 까마귀를 `태양의 심부름꾼`이라 한다. 그러니 `태양의 후예`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고, 회당 10만 달러에 선(先)매매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대륙을 열광시킨 것은 중국 국기가 별 5개로 된 `5성홍기`여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태양의 후예`도 중국에서 우리와 동시상영을 하고 있다. `위안부문제`나 `THAAD문제`로 마찰하지 않는 한 한류는 두 거대시장에서 호황을 구가할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18개국에 `K-POP 아카데미`를 설치해서 한류발전소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의 드라마·영화·한식, 그리고 보컬·댄스·경연 등을 전파할 전진기지가 된다. 한국과 갈등관계가 없는 나라들에 퍼져나가는 한류는 정치적 이유로 냉·온탕을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6

AI는 재앙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는 “바둑은 아무것도 아니다. AI는 세상을 압도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그 경고와 암시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했다. `바둑AI`를 만든 영국이 먼저 `윤리적 안전장치`를 거론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제하는 기구가 있는 것같이 과학기술을 감시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AI가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뺏을 것이라 한다.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 절반이 날아갈 것” “2018년에 300만명 이상의 직원이 `로봇 상관`의 지휘 감독을 받을 것” “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임시직은 곧 자취를 감출 것” 등등 공상과학영화가 예언했던 일들이 눈앞의 현실이 된다.“앞으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시작하자, 가내수공업자들은 기계를 부수고 공장에 불을 지르면서 조직적으로 저항했고 마르크스 같은 망한 집 아들은 대영박물관 도서실에 처박혀서 Das Capital(자본론)이라는 공산주의 이론을 만들어냈다.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한다”는 결론이었다. AI개발은 그 때의 산업혁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고 인간은 저항도 못해보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요즘 대학생들 간에 나도는 `취업 9종 세트`에는 학벌·학점·점수·어학연수·공모전·자격증·봉사활동·성형수술이 들어 있는데, 인문학이나 인성은 없다. 그 따위 것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은 로봇이 다 하고, 사람은 인문학을 즐기며 교양이나 쌓고, 문화예술이나 향유하면 된다. 사람이 꿈꾸던 그 인간다운 삶이 실현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이세돌-알파고`의 바둑대결에 온 세상이 열광하고 인간이 4국에서 이기자 일제히 환호하는 모습이 바로 그 `천국의 서막`이라는 것이다.그러나 AI기술이 테러집단·세습독재국가·미친 통치자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 어둠의 세력·악의 축이 늘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5

`인간`을 찾아서

1884년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성공시켰으나 3일천하로 끝나고 김옥균은 일본에 망명하지만 찬밥신세로 정처 없이 떠돈다. 그가 명줄을 그나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둑 덕분이었다. 그는 조선의 당대 최고수였고 일본에도 바둑애호가들이 많았으니, 그들과 `바둑친구`가 되어서 그럭저럭 식객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기는 바둑`에 연연하지 않았다. 바둑은 수담(手談)이라 그는 한판의 바둑 속에서 상대의 성격·취향·소질 등을 알아냈고 그에 맞춰서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졌다`를 조절하며 상대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맹자는 인간에게는 4단(四端) 7정(七情)이라는 착한 본성이 있다고 했다. 이성(理性)속에는 `남의 불행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측은지심·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수오지심·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양지심·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인 시비지심`이 있고, 감성(感性)속에는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7가지의 정서가 있는데, 이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어서 기계나 짐승에게는 결단코 없다.한 노인이 마른 논에 물을 주는데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항아리에 개울물을 담아 논에 가져다 붓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 행인이 지나가면서 “물 푸는 도구를 쓰면 금방 일이 끝날 텐데요” 충고를 하자 노인은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은 짓이요” 한다. 행인은 떠나면서 “고생깨나 하시겠군” 하고 노인은 그 뒤꼭지에 대고 “기계 좋아하다가는 종래 재앙을 부를 것”이라 한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무위자연사상을 설파한 것인데 오늘날의 상황을 잘 예견했다고 할만하다.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졌다 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시대가 왔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바둑은 `인간 끼리의 일`이다. 오히려 `인간의 영역`을 찾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예술적 감동·남녀 애정·혈육의 정·친구간의 우정·스승에 대한 존경심·가정의 행복감 등은 오직 인간만 누릴 수 있는 영역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4

출산과 국가 미래

현행 영유아보호법은 “500인 이상,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로 돼 있고, “어기면 1년에 최대 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라는 벌칙도 있다. 그러나 법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직장에 보육시설이 없어서 퇴직하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여전하다.“돈도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해서 골치 아픈 어린이집을 짓느니 차라리 과태료 내고 말겠다”는 사업장이 25%나 된다. 시설을 짓는데 우선 5억원이 들고, 운영비도 매년 2억원씩 들어가니, 근로복지공단이 3억원을 지원해줘도 반갑지 않다.2007년부터 지자체들이 `출산장려지원정책`을 시행하는데, 최고 2천만원씩 주는 지자체도 있고, 아이 1명당 1천만원씩을 주는 곳도 20여곳에 달한다.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출산을 독려하지만, 실제 신생아 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지원금을 일시불로 주지 않고 5~20년 간 찔끔 찔끔 나눠주니 `지원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혜 조건이나 절차도 까다로워서 “정부 돈 더러워서 안 받는다”는 소리도 나온다.`메뚜기 출산`이란 것도 있는데, 지원금 많은 지자체에 잠시 이사갔다가 돈만 따먹고 튀는 산모가 많아서 한꺼번에 전액 다 주지도 못한다.그러나 예외적인 지자체도 있다. 전남 해남군은 3년 연속 출산율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감동을 주는 맞춤형 지원` 덕분이다. 군은 2008년 `통합출산정책팀`을 꾸렸다. 주민복지과, 행정지원과, 보건소 등에 분산돼 있던 출산 관련 업무를 한 곳에 통합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0억원을 들여 10실 규모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했다. 이용료는 민간시설보다 30%가량 저렴하다. 또 해남군보건소는 출산가정에 `산모·아기 사랑 산후조리품`을 보낸다. 미역·쇠고기·아기 내의 등이 잔뜩 들어 있는 선물을 받고 산모들이 감동한다. 임신 중 초음파 검사와 기형아 검사 비용도 지원한다. 다른 지자체들이 본받을만 하다. 인구 감소는 국가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1

`여성의 날` 유감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을 이어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포인트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이 총통에 올랐고,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했다.독일은 메르켈 총리를 연임시켰고, 호주는 길러드를 총리로, 브라질은 호세프를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영국,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여성 국가정상을 뽑은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누구도 손 못댄 개혁들을 과감히 해내고 있는 것은 두터운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에도 여성이 많다. 3월 8일`여성의 날`을 보내며 돌아보는 국제정치다.한국은 여성 장군이 2명이고, 여군이 6천600명이나 되고, 남성의 영역에 여군들이 과감히 진출한다. 육군 2항공여단 장시정(37) 소령은 UH-60 수송헬기 조종사, 주현정(31) 대위는 여군 최초의 DMZ 수색대대 정보과장이 됐고, 육군 2 군수지원사령부 601수송대대의 이승연(27) 중사와 김지선(26)·김미선(23) 하사는 11.5t 트럭, 유조차, 버스를 운전한다.`여성 법무관`도 적지 않다. 강유미(38) 중령은 대테러 관련 법률전문가이고, 육군본부 이지훈(39) 소령은 중국군 관련 법률을 연구한다.세상은 이렇게 여성의 진출이 눈부신데 인권사각지대에서 눈물짓는 여성들도 많다.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의 여성인권 유린 실태를 언론에 고발했다. `인권`이니 `기본권`이니 하는 말 자체가 없는 북한에서 여성이 겪는 억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열차에는 군인칸이 있는데 저녁시간에 전기가 나갈 때를 틈타 군인들이 여성 승무원을 성폭행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여성 열차 승무원은 결혼 기피 대상이다” “한 여군 분대장은 늦은 밤에 사업보고 명분으로 상급자에 불려가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이 된 후 불명예 제대까지 당하자 자살했다”중국에게 꼭 할 말이 있다. “부디 탈북자들을 잡아 북한에 보내지 말라”/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