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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급행료·기름칠

기업인에게는 `시간이 돈`이라 관청의 민원처리가 빠를수록 좋고 공무원은 질질 끌수록 재미를 더 본다. 그래서 관련 서류를 빨리 돌려달라고 `급행료`를 내고 매끈하게 해달라고 `기름칠`을 한다. 이것이 `민간과 공무원의 전통적 관계`다. 늑장을 부리는 것은 위법·불법·무법이 아니었다. “신중을 기했다”하면 된다. 행정행위에는 재량(載量)이란 것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법률에 규정할 수 없으니 공무원이 알아서 결정·처리하는 권한이다. 허가를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공무원의 마음`에 달린 것이 많다. 바로 이것이 `재미`를 가져다 준다.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을 크게 제한할 작정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고의로 늑장을 부리는`소극행정`을 하면 최고 파면이나 해임까지 갈 수 있는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공무원은 자유재량권을 가지는 반면`직무태만`은 징계사유가 되는데 이 직무태만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인 것이다. 자유재량권을 남용해서 국민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직무를 해태할 경우 파면을 시킬 수 있는데 파면은 퇴직금·연금이 삭감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나갈 수 없고 지휘 책임자인 상관도 함께 문책된다. 또 가벼운 징계인 경고·주의 처분을 받아도 `1년간 해외연수나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지난해 정부는 `소극행정 사례집`을 돌렸다. 그 속에 부작위(不作爲)나 소극행정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는데 인허가 등 민원처리를 고의로 늦추거나 동료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눈감아 줄 경우 등이 포함돼 있다.우리나라는 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엄청 높은데 앞으로 점점 인기가 줄어들 조짐이다. 공무원의 밥줄인 `규제`가 자꾸 없어지고 자유재량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극행정`을 권장함으로써 선진국형 행정으로 발전하는 징검다리가 놓여졌다.다만 규정만 있고 실천이 없는 `선언`차원에 머문다면 이 또한 `정부의 거짓말`이 되고 만다. 팔이 안으로 굽는 일부터 잡아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9

거울 탓

아베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과`는 왜 했나.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억지로 화해시키려 하니 마지 못해 한 사과인가. 러시아 속담에 “내 얼굴이 얼보인다고 거울을 탓하지 말라”했다. `역사의 거울`은 정직한데 일본은 그 거울을 나무라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다. 그러나 소녀상은 계속 더 선다.영화 `귀향`은 관객이 몰리고, TV조선 다큐는 여러 나라들에 남아 있는 `위안부 흔적`을 찾아내 방영했다. “낮에는 식모살이, 밤에는 성노예였다. 휴일에는 종일 일본군들이 위안소 앞에 줄을 섰다” “일본군은 항복후 자기 나라 위안부만 데리고 떠났다. 우리는 돌아갈 여비도 없고, 가는 길도 몰라 여기 주저앉아 살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었다. 피해자가 죄인이 되는 기막힌 인생이었다”3·1절날 서울 갤러리 `고도`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가 열렸다. 공개되지 않았던 소녀상 20여 점이 선보였다. 소녀상 한 점을 제작하는 비용이 3천만~4천만 원인데, 모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국가간 약속도 있고 해서 관여할 수 없지만, 민간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은 끝까지 `피해 할머니 편`에 서서 “일본은 역사의 거울을 탓하지 말라!” 외친다.이 전시회를 주관한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는 소녀상과 함께 `피에타 상`도 제작해 전시했다. 피에타 상은 이탈리아어로 `비통`이란 뜻이고, 그 원본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다. 성모가 십자가에서 숨진 예수를 무릎에 눕히고 애통해 하는 장면이다. 조각가 부부는 “월남전때 피해 입은 베트남 국민에게 사죄하는 뜻이다. 우리가 입은 피해를 기억하듯 우리가 입힌 피해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포항시 구룡포읍에는 `일본인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 소녀상이 서야 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자기 나라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여기서 알고 기억하게 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 모금운동이 시작돼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8

시진핑의 역주행

모택동은 신(神)이 되고 싶었다. 집권 당시 붉은 표지를 입힌 그의 어록은 `성경`이었다. 인민들은 그의 어록을 깡그리 외웠고, 마치 신라 사람들이 작은 불상을 품에 품고 다녔던 것처럼 그의 책을 항상 손에 들고 다녔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최근 그는 3대 공영언론사(인민일보·신화통신·중앙TV)를 시찰하며 `군기`를 잡았다. `모택동 따라배우기`다.모(毛)는 대장정 당시 “적과 싸워 이기려면 두 가지 군대가 필요하다. 하나는 총을 든 군대요, 하나는 필봉을 든 문화군대”라며, “당의 영도에 따라 인민을 단결시키며, 여론전(선동 선전)을 수행하는 전위 역할이 언론의 사명”이라 했다.시(習)주석도 “모든 매체는 당의 의지를 체현하고 당 중앙의 권위를 수호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그는 관영매체뿐 아니라 도시보(都市報·민간상업언론)와 SNS까지 손아귀에 틀어쥐고 `문화군대 사령관`이 돼간다. 그동안 싹틔웠던 언론자유는 된서리를 맞는 중이다.한 신문 기자가 “곧 경제위기가 온다. 주식을 팔아야 할 때”란 기사를 썼고 2주후 중국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2만3천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6.9%로 발표했지만, 뉴욕타임스가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했더니 4.3%였다. 북경대의 한 교수는 “중국 중앙은행과 통계당국은 늘 데이터를 고치고, 넣었다 뺐다 한다” 했다. 중국 언론이 말하는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된다는 뜻이다.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사진을 잘못 실은 죄`로 편집인이 해임되고 몇 사람이 행정처분을 당했다. 시 주석이 언론사를 시찰하는 사진 옆에 나란히 중국의 개혁 개방의 원로 `위안겅`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사진을 실었던 것. “이같은 편집태도는 중국의 개혁과 언론자유는 끝났다란 뜻”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뿐만 아니고 최근에는 “시집가려면 시삼촌 같은 남자를 만나요”라는 시 주석 우상화 노래까지 나돈다. 중국은 모택동 암흑시대로 되돌아 가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7

이란과 포스코

1970년 심각한 오일쇼크가 왔다. 산유국들과 `친구 되기` 열풍이 불었다.`이란이슬람공화국`은 한국을 “근면하고 신의 있는 나라”로 생각했고, 1977년 테헤란 시장이 서울에 왔다. 자매결연을 맺고, `삼릉로`를 `테헤란로`로 개명했다. 이로써 이란산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 테헤란로에 포스코센터가 섰다.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가장 먼저 경제협력을 논의한 기업이 포스코. 인연과 신의를 소중히 여기는 이슬람국가의 미덕이 작동한 것이다.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택한 이란에 미국이 화끈하게 제재를 풀면서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가 10년만에 재가동 됐다. 우리는 이란산 원유를 2배 더 사고, 이란은 `원화결제시스템`을 유지한다. 한국화폐가 이란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또 이란은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높이 평가한다. 자동차, 섬유, 가전제품 등 다방면에서 합작해서 공동생산하자고 했다. 이란은 또 한국의 발전기술을 매우 탐낸다. 발전소 건설과 개보수, 승압, 송변전 시설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희망한다. 특히 해운협정을 체결해 이란 서쪽 걸프만의 항만에 한국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 이는 활기를 잃고 있는 `(주)영일만항`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연산 16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란은 포스코와 첫손을 잡았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파이넥스공법과 독자 개발한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압연공정을 하나로 묶는` 친환경 신기술인 캠공정을 좋은 값에 사겠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포스코로서는 `희망의 빛`이다. 철강산업 기반이 약한 중동에 포스코와 계열사가 진출할 교두보를 만들었고, 철광석 자원이 풍부한 이란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도 있다.포스코에너지는 한국전력과 함께 이란 부생가스발전소 건설과 담수화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우리 경제영토가 엄청 넓어졌다. 아직 `옛 꿈`을 못 깬 사회주의 국가 중국 시장에 연연할 것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4

정신과 진료

베토벤은 자신의 귓병을 끝까지 숨겼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차마 “내 귀가 점점 멀어져간다”는 고백을 하지 못했다. 음악가로서 청력이 망가지다니! 끝난 인생 아닌가?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점점 괴팍한 성격이 돼갔다.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신경질을 잘 냈고,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하니 따돌림을 당했다. 심지어 형제들에게도 오해를 샀다. 동생은 “인격적으로 파탄난 형과 같이 살 수 없다”며 결별할 정도였다. 베토벤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지 않았다. “요양하라”는 내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시골로 갔고, `전원교향곡`을 남기기는 했지만 귀는 점점 더 나빠져갔다.`합창`을 쓸때는 완전히 귀가 멀었다. 그는 유언이 된 편지 한통을 동생에게 보내 비로소 `청력상실`을 고백하면서 오해를 풀어준다. 그는 `낭만주의 고전음악의 마침표`를 찍은 악성(樂聖)이지만 자신의 일생은 불행으로 채워졌다. 정신과 상담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달라질 수 있는 일생이었다.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정신질환을 달고 살았다. 미친듯이 작업을 하다가 지치면 발작증세가 나타났고, 그때 마다 가세박사를 찾아갔다. 동생 테오가 생활비와 그림도구를 지원해주고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주선했다. `작품활동과 정신과 진료`의 동행은 고흐의 숙명이었다. 고갱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기 가슴을 쏘아 일생을 마쳤지만, 훗날 그에게는 `천재화가`라는 찬사가 붙었다. 평생 안 팔리는 그림만 그렸지만,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정신과 진료 덕분이었다.세상이 점점 비인간화 돼가면서 정신심리질환자가 늘어난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화병이라는 질환 하나가 덧붙는다. 그런데도 정신과를 찾기 싫어한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란 꼬리표가 싫은 것이다. 정신질환을 방치하니 `제 자식을 때려죽인 자`들이 자꾸 생긴다.정부가 이제 동네 의원에도 정신과 진료를 시행하게 한다. 늦었지만 잘 한 조치다. 신체 질병보다 정신 질환이 훨씬 더 위험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3

반공(反共) 이철승

전북 전주고등학교와 고려대 정치학과를 나와 7선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13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미련 없이 정계를 떠나 반공 관련 사회단체를 이끌었던 소석(素石) 이철승 옹이 94세로 타계했다. 해방 직후 “한국은 독립국가를 꾸려갈 능력이 없으니 유엔이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날 때, 좌익 학생들은 “찬성!”을 외쳤으나, 그는 우익학생들을 이끌며 “반탁!”운동을 펼쳤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반공 포로 석방`이 마음에 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시도하자 실망하고 결별했지만, “초대 대통령은 국부로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소석은 6·25 당시 피란 학생 3천명을 모아 학도의용군을 결성해 낙동강 전선에 투입했다. 전쟁이 끝난 후 전주에서 민의원에 당선했고, 박정희 정권에는 등을 돌렸지만 안보면에서는 보조를 함께 했다.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야당 대표로서 미 상·하원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미군 철수는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와 동행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우리는 그때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서 쪽잠을 자며 미 의원들을 만나러 다녔다. 이철승 대표는 진영논리를 떠나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자였다”고 술회했다.2003년 종북좌파들이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를 벌일 때 소석은 인천 자유공원에서 며칠 밤을 지새우며 동상을 지켰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북의 적화통일 야욕을 무산시킨 맥아더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몰아가는 세력과 이를 방관하는 노무현정권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반공은 그가 평생동안 지킨 신념이었다. “나의 많은 경력 중에서 전국학련 위원장으로 자유민주주의 건설에 기여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술회했던 그는 “통일이 돼 평양에서 냉면을 먹고, 평창올림픽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나라가 엄중한 이때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2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은 10년 넘게 탄생 못 하고 있는 `난산법`이다. 지난해 11월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벌이자 여당은 `테러방지법`을 다시 들고 나왔고, 북의 4차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에 조사권을 줄 수 없다”며 태클을 걸었고, 국회의장이 긴급상황이라며 직권상정하자 `의사진행방해`로 맞서고 있다. 여당은 `국민안전법`이라 하고, 야당은 `전 국민 사찰법`이라 한다. 김정은이 “대남 테러에 역량을 집결하라” 명령을 내렸고, `청와대 첫 타격`을 공언하는데, 야당은 오불관언이다.미국의 필리버스터는 안건과 무관한 발언도 허용되기 때문에 성경책이나 전화번호부를 가져가 깡그리 읊어도 된다. 현재 공화당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013년 9월 `건강보험 개혁안`을 막기 위해 21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동화책 `녹색 달걀과 햄`을 읽었다. 우리 국회법 102조는 `의제에 한정`이다. 그래서 이번에 의사진행방해에 나선 야당 의원들이 의제와 관계 없는 `세 모녀사건` `사드 배치와 중국` `현 정부 비판 논문` 등을 말할때 `여당 감시조`는 고함을 질렀다.변호사 2만명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단체 가운데 유일한 법정(法定)단체이고, 법무부나 국회가 법안을 발의할때 통상적으로 의견을 내왔다. 요청이 있든 없든, 법률전문가 집단으로서 당연한 의무라 여긴 것이다. 이번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는데, “이 법은 국가 안보 및 공공 안전은 물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타당한 입법”이라고 했다. 또 “제7조에 인권보호관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는 입법적 통제장치가 있다”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문재인 전 대표는 “힘내라!” 응원을 하는데, 김종인 대표는 쓰다달다 말이 없다. 그 `침묵의 의미`가 의미심장하다. “이번 총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 대놓고 말릴 수도 없고, 물갈이 대상자의 눈물시위인가?” 그런 뜻은 아닌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9

한국판 사드(THAAD)

중국이 요즘 자꾸 `과거`를 생각나게 한다. 세종대왕 시대의 한·중관계를 보여주는 TV사극 `장영실`이 방영되는 때라 그 굴욕의 역사가 더 생생하다. 왕의 등극은 물론 천문연구까지 승인을 받아야 했던 그 제후국의 서러움을 21세기 경제대국이 된 지금까지 반추해야 하는 역사적 운명이 한스럽다. 한국에 미국 사드를 배치하는 일을 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칼춤 공연을 하는 척하면서 유방을 죽이려 한다”는 삼국지의 일을 들어 시비를 걸더니, 주한 중국 대사도 야당 대표를 겁박했다. 1636년 청태종은 `조선 길들이기`에 나섰다. 인조(仁祖)는 남한산성에서 50여일을 버티다가 식량이 떨어져 항복을 했고, 11개조의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조선은 청에 대해 신하의 예를 행할 것” “왕의 장남과 차남과 대신의 아들을 볼모로 보낼 것” “성곽을 새로 쌓거나 보수하지 말 것” 등인데, 요즘 가장 뼈아프게 여겨지는 조항이 “성곽 보수 신축 금지” 항목이다. 조선이 자체 방어력을 키워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사드는 한국의 방어력을 보완하는 무기인데, 지금 중국정부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을 아직 `병자호란때의 조선`으로 취급하는가 싶어 억장이 무너진다.사드 한국 배치문제를 놓고 중국은 미국과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려 하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힘으로 누르기`를 한다. 왕이 외교부장과 케리 미 국무장관 사이의 담판에서 케리 장관은 한 발 물러섰다. “중국이 북핵 제재에 적극 나선다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 없다. 사드 배치에 그리 급급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중국정부와 언론은 한국을 향해 “양국 관계는 한 순간에 파탄날 수 있다”며 경제제재로 협박했다. 그리고 국내 일부 학자는 “한·중관계가 무너지면 북한이 좋아할 것”이라며 “자존심 접고 참자” 한다.해법은 있다. `한국형 사드`를 우리 스스로 만들면 된다. 재력도 되고 기술도 확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권국가의 합법적 자위권 행사를 두고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6

中의 판다외교

지금까지 중국은 백두산 호랑이 한 쌍과 따오기를 우리나라에 선물했고, 시진핑 주석은 오는 3월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가 기르게 되는데, 섬진강변의 대나무를 매일 20㎏ 정도 먹인다. 판다는 남의 눈을 피해 늘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데, `사육`되는 판다는 `구경거리`가 될 팔자라, 어쩔 수 없이 `적응훈련`을 받아 관광상품 노릇을 해야 한다. 중국은 13개국에 50마리 정도를 보냈는데, 북한에는 5마리나 선물했다. 보통은 한쌍이지만, 5 마리라면 `가장 중요한 국가`란 뜻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때 `판다 한쌍`을 약속하자 북한이 분통을 터트렸다. 사격훈련장의 사격지(紙)에 판다그림을 붙여놓고 총탄을 퍼부었다. 한국의 국방장관이나 미군 등이 주`표적`이지만, 중국 밉다고 판다를 사격했다. 한·중 관계가 잘 되는 것이 북으로서는 엄청 배가 아프다. 그래서 중국이 아무리 핵을 말려도 듣지 않는다.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링링·싱싱` 한쌍을 받아 동물원에 전시하자 구경꾼이 구름같이 몰렸다. 영국 히스 총리도 그것을 보고 “우리도 달라” 요청해서 받아갔고 두 나라 관계가 유화적으로 돌아갔다. 판다외교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선물받은 판다가 죽기라도 하면 난처해진다. 일본과 중국이 센가쿠(다오위다오)문제로 갈등할 무렵, 일본에 온 판다가 새끼를 낳자, 도쿄 지사가 이름을 `센센`이나 `가쿠 가쿠`로 짓자고 해서 중국인들을 신경질 나게 만들었다. 판다를 선물받은 지도자들 중에서 바로 실각하는 경우도 많아 `판다의 저주`란 말도 생겼다.중국은 한국에 미군 사드가 오는 것을 두고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반대의사를 전하고 있다. 자기들은 흑룡강성 쌍압산 부근에 대형 레이더를 배치해 한반도를 감시하면서, 한국이 방어망을 보완하는 것을 격렬히 저지한다.이 즈음에 오는 판다는 외교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계속 오만을 부리면 “판다 보내지 말라” 통고할 수도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5

폐쇄체제의 약점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 형님동생하는 사이였다. `정치광신도`를 만들어 가는 체제가 같았다. 그러나 폐쇄·통제·공포정치는 오래 가지 못 했다. 국민들이 자각을 하게 되면서 시민혁명에 의해 1989년 12월 25일 차우셰스쿠 부부는 총살을 당했고 그 시체는 겨울 길바닥에서 얼었다. 북한의 한 외교관이 그 꼴을 보고 무심히 한 마디 내뱉었다. “김일성 주석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 그 말은 고자질꾼에 의해 바로 북한 당국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서둘러 탈북을 해야 했다. 그가 바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고영환씨다. 수시로 TV에 나와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그에게 최근 북한 정찰총국이 암살지령을 내렸다.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 매년 2400만 달러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탈북자를 돕는 단체나 개인에게 200만 달러,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프로그램 활성화에 200만 달러, `미국의 소리 방송`과 `자유아시아 방송` 지원에 200만 달러를 지출할 수 있게 됐다. 일본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11년이 넘도록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을 염려하는 세력들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최근 연간 1천만 달러를 `북한 인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지출키로 했다.정보통제와 거짓말과 강압으로 통치하는 정치체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실상 정보`이다. 외부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북한 집권층이 무슨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유와 법치가 무엇인지,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번영하고 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속고 살아왔는지 등등을 알 수 있도록 DVD, MP3, 휴대폰, 태블릿 등을 제공하고, 한국의 뉴스와 영화, 연속극, `소녀시대 공연` 등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런 실상정보는 일부 고위 부유층만 접했으나, 차츰 일반 인민들도 널리 누리게 되면, `제2의 차우셰스쿠`도 가능하지 않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4

언어 통일

남북 분단 70년에 달라진 것은 정치이념뿐 아니라 언어 또한 `남`이 돼버렸다. 한국은 `표준어`를 제정했고 북한은 `문화어`를 만들었는데 문화어 속에는 북한 각 지역의 사투리들과 `김일성이 즐겨 쓰는 말`이 상당수 포함돼 애당초 `다름`은 불가피했다. 평안도지역의 말은 그래도 제법 알아듣지만 함경도 말은 완전 외국어가 돼버렸다. 과거 삼국시대에도 3가지 언어가 있었는데, 지금도 한국말·제주도말·북한말이 다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을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언어통일`이었다. 지금 북한궤멸론이 나오고 있고 국제사회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언어는 민족혼을 담는 그릇이라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학에서 `부등식`을 `안같기식`, `유턴`을 `까부치`, `반비례`를 `거꿀비례`, `정수`를 `옹근수`, `살이 빠지다`를 `살이 까지다`, `피자`를 `종합지짐`, `서비스`를 `싹발이`, `지수`를 `어깨수`, `화장실`을 `위생실`, `도시락`을 `곽밥`으로 쓰는 등 달라진 말이 많다.해마다 탈북 학생들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교실에서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북한 출신 탈북 학생`들은 그래도 절반 정도는 이해하지만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한국에 온 `북한인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이 전혀 안 돼 있어서 `완전 외국인`이다.교육부는 이런 `학습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해마다 계획을 세워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만화나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한국 표준어` 를 가르치고, `역할극`을 통해 현실감을 높이고`북·남 사전`을 만들어 공부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의 뉘앙스를 체득하게 한다.또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중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서는 `중국어 2중언어 강사`를 배치한다.북한언어 속에는 중국어나 러시아어가 많이 들어 있고 한국어에는 영어와 일본식 단어가 외래어란 이름으로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방국 언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데 탈북인들을 위한 영어교육 또한 긴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3

저효율·고비용·부패

한국 공공(公共)인력의 고비용·저효율이 심각하다. 공직자의 경쟁력은 민간에 비해 많이 떨어지면서 임금은 더 받아간다. 임금은 OECD국가 중 2위인데 능력은 평균을 밑돈다. 이주호 KDI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공공인력 역량에 대한 실증 분석`에 의하면 “핵심 정보처리 역량항목인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 이 떨어지니,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약체 정부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45~54세 사이 공직자가 문제인데, 점수가 일본보다 20점 낮았고, 민간보다는 40점 이상 떨어졌다. 다만 25~34세 사이의 공직자만 평균을 윗돌았다.그러나 임금은 민간보다 25.1%나 높고 23개국 중 2위였다. 1위는 키프로스. 민간기업은 철저히 능력·성과 위주로 승진·승급이 이뤄지지만, 공공부문의 경우 `세월만 가면 자동으로` 봉급이 올라가고 승진하는 `호봉제`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한다. 해마다 적자가 쌓이고 성과는 전혀 없는데 태연히 `성과급`을 받아간다. 임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 습관적으로 반대 시위·파업을 벌여 봉급을 올리다 보니 억대 연봉자가 흔하다. 민간기업이 이랬다가는 망하기 바쁘겠지만, 공공기관 임원자리는 `선거 전리품`이라 `신(神)도 부러워할 직장`이 돼간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저효율·고비용 공공기관은 아마 국회일 것이다. 한국 공공기관의 공통점이 “똑똑한 사람이 들어가서 멍청이 되는 곳”이다. 예산안이나 각종 법안들은 내내 미루다가 막바지에 가서 `일괄·졸속`으로 무더기 통과시킨다. `북한인권법`이나 `테러방지법` 등 북한이 관련된 법안의 경우, 야당은 갖은 구실을 다 갖다 붙이며 발목을 잡는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법안은 항상 그렇다.서울시 공무원들의 甲질은 기가 찬다. 1인당 20만원짜리 식사를 가족들과 공짜로 즐기고, 수천만원을 써가며 해외여행을 다닌다. 1천원만 받아도 처벌한다는 `박원순법`은 간데없다. 고비용·저효율에 `부패`까지 겸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2

`사드 괴담`

중국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가져와 북한 핵무기를 방어하자는 논의가 일어나자, 중국은 특사를 파견하고 언론을 동원해 이를 저지한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공격무기”란 것이다. 사드가 `방어무기`란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내정간섭을 하는 것은 과거 `조공을 바치고, 사사건건 허락을 받던` 왕조시대 적 악습이 재발한 탓이다. 한·중관계가 가까워진 것을 `과거로의 회귀`로 착각한 모양. “사드를 배치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경제제재를 놓고 협박하는데, 경제라면 우리도 대국(大國)이다. 중국의 공갈에 굴복할 처지가 아니다. “한번 굴복은 영원한 乙”인데, 대만이 지금 그런 신세다. 어떤 경우라도 `주권과 외교적 자존심`만은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그들은 우리가 핵과 사드를 갖는 것이 아주 못 마땅하다. `무방비·무장해제 상태의 한국`으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고, 광우병 괴담을 퍼뜨려 MB정권을 곤경에 빠뜨리고, `미국과의 관계`에는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전문시위꾼들이 있다. 그들은 이번에 또 `사드 괴담`을 퍼뜨린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노출되면 뇌종양과 백혈병에 걸린다” “내장 기관이 파열되고 몸이 녹아내린다” “미군이 없는 지역에만 사드를 배치한다” 등등 사드 역사상 단 한번도 없던 일들을 들고 나와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을 현혹하고 우롱한다.사드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방어무기이기 때문에 그 전자파는 항상 공중을 향해 발사되니, 땅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고, 간접영향이 미칠 수 있는 범위도 반경 100m이다. 그런데 괴담은 “사드 한 기를 배치하려면 비행장 하나 넓이의 땅이 필요하다” 한다.국민들이 사드에 대해 모른다고, 자기들 멋대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도 이 허위낭설에 넘어가서 “사드는 찬성하지만, 우리지역에는 못 온다”면서 표를 걱정한다. 국가의 운명도 `표` 다음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9

사드와 북핵

미 의회 상원이 `특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미 중국 대사관 앞 도로의 이름을 `류사오보길`로 개명한다”란 법안이었다. 류사오보(61)씨는 “중국은 하루 빨리 일당독재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2009년 `국가전복 모의`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0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시상식에 가족도 가지 못했다. 미국은 `도로명 주소` 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중국 대사관에 가는 우편물은 모두 “워신턴DC 류사오보1번길 중국대사관 앞”이란 주소가 쓰여지게 된다. 벌레 씹은 기분이 된 중국정부는 “이런 행위는 중국을 화나게 만들기 위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류사오보는 일개 범죄자일 뿐인데, 그 이름을 우리 대사관 앞 도로명으로 바꾼 것은 향후 양국 간 외교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썼다. 이 도로명은 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확정된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겠지만, 미국이 호락호락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와 사드(SAAD) 한국 배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중국정부에 대한 압박은 중국 내부에서도 나타난다.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북한을 보는 중국 민심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를 대북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미온적인 `북핵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은 과거 중국의 `병풍`구실을 했지만, 지금은 `짐`이고 `나쁜 이웃`이라 생각하는 중국인이 60%이상이다. 평양이 핵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인의 대북 원한은 갈수록 무겁게 쌓일 것”이라 했다.대만의 민간 언론 `왕보`도 거들고 나섰다. “북한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란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을 전제하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막기 위해서는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사드`보다 `북핵`을 먼저 푸는 것이 중국이 취할 일의 순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8

종교 간의 화합

이교도(異敎徒)·이단(異端)이란 말은 반역·반란·원수란 말과 같았다. 종교가 다르면 혼인도 못 한다. 역사상 종교전쟁은 잔인했다. 인류 역사는 종교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에스키모인들은 성인(聖人)을 만들지 않았다. “성인 하나가 생겨날 때마다 분쟁 하나가 생겼기”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성인인데 또 무슨 성인을 만드나” 하는 것이 에스키모족의 지혜였으니, 그들 사이에 이념투쟁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종교간의 거리가 근래에 와서 점점 좁혀진다. 가톨릭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1천년 간의 반목을 깨고 최근 역사적 회동을 했다. 1054년 동방과 서방으로 갈라졌던 기독교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지난 12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만나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입니다” “이번 만남은 신의 뜻입니다”란 인사말을 나누었다. 등을 돌린 사이라 하더라도 `공동의 적`을 만나면 `동지`가 되기 마련이다. 근래 들어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IS 같은 극단주의 무장 살인집단이 생기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교회가 불타고 성상이 파괴되고, 목숨 건 난민행렬이 줄을 잇는 사태를 막기 위해 두 종파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최근 한국종교협의회가 서울에서 만나 `창립 50주년 기념 종교평화헌장 제정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이슬람교, 대종교, 대한천리교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불교태고종, 유교, 대순진리회 등 10여개의 종단 지도자와 학자, 실무자 200여 명이 모였다. `평화헌장`은 “인종·민족·국가·종교 간에 서로 갈등하고 투쟁해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인류 한가족 사회`를 향해 전진하자”했다.세계는 지금 자살폭탄 테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유럽 전역은 난민문제가 심한 갈등을 만들고, 매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자비·사랑·인의·평화를 표방하는 종교들이 이렇게 많은데, 지구촌은 왜 살인행진이란 재앙을 그치지 못하는가. 종교간 화합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7

중국의 뒷구멍 거래

2006년부터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경제제재를 시작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중국 때문인데 석유, 금융, 선박 운송 등과 함께 사치품들이 북한에 들어갔다. 2013년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을 완공한 것도 중국 업체가 오스트리아제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사다가 북에 판 중개무역 탓이다.“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다”란 것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인데 중국은“스키장 설비는 대중 스포츠로 사치품이 아니다”하고 유엔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사치품이다. 고위 간부나 외국 관광객 용이다” 한다. `사치품의 개념과 기준`이 나라마다 다른데 중국은 그 틈새로 잘 빠져나간다.일본 정부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 수출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북한군 함정 3척에 일본제 레이더 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노동신문에 실린 함정 사진에서 안보리 전문가가 `일제 레이더 안테나`를 발견한 것. 그러나 일본 민간 기업은 “2009년 6월 이후 북한에 제품을 판 기록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개무역`이었을 터. 북한 드론에도 일제 카메라와 원격조작 수신기가 달려 있었고 지난해 3월 9일 돗토리현 항구에 북한 선박이 일시 정박한 일도 있었다.안보리 보고서에 찔끔한 일본은 특단의 조치를 최근 내놓았다. 북한 국적인 사람은 일본에 오지 못하게 한 것. 조총련계 사람도 북한에 갔다가는 다시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다. 인도적 목적으로 10만엔 이하만 송금할 수 있다.또 제3국 선박이라도 북한에 기항했다가 일본항에 들어오는 것은 금지된다. 이것이 이른바 `일본의 독자적 제재`이다.미국 대선 후보들도 대북 제재를 중요 이슈로 삼는다. 트럼프 후보는 “미치광이에게 미사일을 줘서는 안 된다. 중국만이 김정은을 없앨 수 있다”했고, 힐러리 후보는 “북한의 깡패짓에 굴복할 수 없다” 했고, 몇몇 연방 상원의원들도 “미국의 안전을 위한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뒷구멍 거래`가 문제다. 국제사회가 `중국 감시와 제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6

북한 궤멸론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하나의 틀`에 갇힌 인물이 아니다. 트인 생각을 가지고 좌우를 합리적으로 넘나든다. 최근 전방부대에서 “북한은 언젠가는 궤멸할 것”이라 했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40배 이상이다. 김정은이 저런식으로 주민생활을 돌보지 않으면서 핵이나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 쏜다고 하면 그 체제가 장기적으로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소련이 핵이 없어 와해됐나. 핵·경제 병진하면 북한체제는 궤멸할 것”이라 했다. 야당 한 의원이 `궤멸`은 `흡수통일`이 연상되므로 자멸(自滅)로 바꿔달라고 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개미떼나 들쥐떼가 구멍을 뚫어 강둑을 무너뜨릴때 `궤멸`이란 말을 쓰는데 북한의 핵과 로켓이 개미·들쥐 구실을 한다.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에 대한 경제제재보다 김정은 제거가 쉬울 것”이라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북과 `거래`를 하는 판에 경제제재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니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잡아 사형시키듯, IS를 박멸하듯, 아프간의 탈레반을 와해시키듯, 그렇게 군사력이나 현상금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이란은 `경제규제 해소와 핵포기`를 맞바꿨고, 미국은 그 방법을 북한에도 시도할 생각이지만 이란과 북한은 DNA 자체가 다르다.미국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공화당 도날드 트럼프는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좌충우돌, 화끈한 막말`로 `재미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김정은에 대해 “미친놈!”이라 하더니, 최근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대륙간 핵탄두미사일을 쏘아서 미 대륙 전역을 초토화시키겠다고 끝 없이 협박하는 저 국제조폭을 아예 `장성택 처형하듯`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어야 세상이 편하겠다는 생각인데,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의 정`과 `사회주의 혈맹`과 `경제 교류`때문에 계속 끼고 돈다. 종북좌파세력들도 여전히 `딴소리`를 하니, 이것이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5

반정부 언론

홍콩 출판사 사장 5명이 실종됐었는데, 모두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펴낸 출판인`이었다. 그 중 3명은 실종 100여일만에 “중국에 잡혀가 조사받고 있다”고 홍콩경찰이 밝혔고, 2명은 홍콩 자택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 중국에 왔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죄를 뉘우치면 처벌이 관대하다`는 중국의 법관습에 따라 이들은 `체포`를 `자진`으로 포장했다. 이들 출판사들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부패나 권력 암투 등을 담은 책을 전문으로 펴냈다. 중국은 근래 공산당에 비판적인 지식인·법률가·인권운동가 250여 명을 체포했다.`홍콩기본법`이란 것이 있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만은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홍콩에서 홍콩인을 붙잡아 가는 것은 불법이지만, 중국 공안은 이를 어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문화대혁명 시절에 횡행했던 자아비판이 시진핑 시대에 부활했다”고 썼다. 관대한 처벌을 미끼로 용의자에 `TV 자아비판`을 압박한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은 신성불가침이다.러시아에서는 반정부 인사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은 영국에서 방사능물질을 탄 음료를 마신후 고통스럽게 죽었고, 푸틴에 반기를 들던 야권 지도자들이 괴한의 총탄을 맞아 즉사했고, 반푸틴 성향의 신문사 여기자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 맞아 숨졌다. 그는 “푸틴은 핵무기보다 위험한 존재”라 했고,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자행한 인권 유린과 러시아 집권층의 부패를 고발했었다. 포브스 러시아지국장도 `러시아의 정경유착` 고발 기사를 썼다가 총맞아 죽었다.일본도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무참하게 괴롭힌다.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처음으로 기사화한 기자는 결국 쫓겨났고, 아베정권에 쓴소리를 해온 방송사 뉴스·시사 프로그램 앵커 3명은 오는 3월 자리를 내놓게 돼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박수를 받지만 아베정권과 우익에겐 눈에 가시였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훨씬 `윗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2

괴로운 명절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형과 아우들은 부산에 있는데/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 못하나/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귀천(歸天)의 시인` 천상병의 `소능조(小調)` 전문이다. 그가 대학 다닌 1960년대는 보릿고개 시절이었다.서울 부산간 15시간씩이나 걸리는 완행열차 표 값조차 없었던 그는 명절날 서울 자취방에서 홀로 앉아 이 시를 썼다.제목을 왜 `소능조`라 붙였을까? 명절날 고향에 못가고 외로이 누워 있는 자취방이 흡사 `작은 능묘` 같았던가? 돌아가신 부모는 고향 산소에 묻혀 있고, 자기는 죽지 않았는데도 서울 작은 무덤에 묻혀 있고, 그래서 생각해보면, 형제 자매도 못 보는 자신이 너무 기 막혀 “인생은 깊은 것”이라 한 것인가.그런데 기막힌 젊은이들이 아직 많다. 여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부모 친척들이 무서워서 `피난`을 가는 청년들이 숱하다. “그런 작은 회사 다니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된다. 언제 대기업에 들어가려느냐” “취직은 언제 하냐” “결혼은 언제 하려느냐” 그런 닦달이 만드는`명절 공포증`을 피하는 방법이 여럿 개발돼 있다.일부러 명절에 아르바이트를 만드는 `피신용 알바족`, 고향 갈 기차표 대신 동남아행 비행기표를 사는 `결혼 질문 피신족`들도 적지 않다. 또 `온라인 마트`들은 자취방이나 기숙사에 머무는 청년들을 위해 `우렁각시 세트`를 내놓았다. 즉석밥과 참치통조림, 떡국, 라면, 부침가루, 햄 등 명절 분위기를 내면서 혼자 해먹을 수 있는 `식품 세트`다.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명절대피소`까지 등장했다. 대형 강의실이나 스터디룸이나 자습실 등을 무료로 개방하는 학원들도 있다. 이번 설에도 1천명 정도가 `명절스트레스`를 피해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개 보름 쇠듯”이란 속담이 있다. 보름날 음식은 나물 일색이라 개가 먹을 뼈다귀가 없다. 일자리를 못 구해 개 보름쇠듯하는 청년이 새해에는 좀 줄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1

원숭이 설날

천년에 하나 나올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52년생 원숭이띠다. 그는 화가·조각가·발명가·물리학자·의학자·건축가·요리사 등등 `하늘이 특별히 제작한 인간`이었다. 과거(科擧)에서 장원급제를 무려 9번이나 한 율곡(1536), 호학(好學)·화가·개혁군주 정조(正祖·1752), 서울대 출신의 배우 김태희, 엘리자베스 테일러, 홍콩 배우 장국영 등이 다 원숭이띠. `재주 있고, 지혜롭고, 기민하고, 사람과 가장 많이 닮은 잔나비`의 해 丙申년 설날이 오는 8일이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5월 1일까지 `탁본으로 보는 원숭이 특별전`을 연다. 우라나라 사람들은 “아침에 원숭이란 말을 입에 올리면 재수 없다”해서 굳이 `잔나비`라 불렀지만, 중국에서는 장수 다산 풍요의 상징이라 해서 `원숭이궁(宮)`을 지어 숭배하는 지역도 있고, 원숭이의 동작을 빌린 권법(拳法)을 창안하기도 했다. 신라 법흥왕때 이차돈이 순교하자,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울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보아 당시 한반도에도 원숭이가 있었다.잔나비는 12지(支)의 9번째 동물로 8세기부터 능묘 둘레를 감싸는 호석(護石)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능묘의 12지는 대부분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든` 장군의 모습으로 조각됐는데, 유독 김유신 장군 묘소의 호석은 문관(文官)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원숭이상 탁본`은 성덕왕릉·구정동 방형분묘·경덕왕릉·원성왕릉·흥덕왕릉·진덕왕릉·김유신 능묘의 호석에서 탁본한 것인데, 매우 특별한 것은 탁본이 `입체적`이라는 점이다. 종래의 평면적 탁본이 아니라, 실물의 높낮이를 그대로 나타내 현장감·실감을 높인 `입체탁본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또 경주박물관은 6일부터 10일까지 관람객들을 위해 `설맞이 문화 한마당`을 마련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에니메이션을 상영하고, 9일에는 가족을 위한 마술 공연 등을 신라역사관 마당에서 펼치고, 풍물패의 사물놀이와 전통 민속 놀이들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긴 설날 황금연휴를 박물관에서 알차게 보낼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