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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일준비 인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두 명의 발언이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는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maniac)`라 불렀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 경계선에 2만8천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다”고 했다. 루비오 후보도 “급진적 이슬람 테러와 북한의 미치광이, 모스크바의 깡패 등 우리는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들 중 누군가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할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 혹은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고,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도 위기를 맞을 것이므로, 대응책·방어망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은 시의적절하다.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연구를 더 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다양한 무역 거래선을 활용해 북한 산 물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중개무역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했다.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낼 `길`을 열어줄 적임자는 `한 민족`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남과 북은 독일 통일의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당시 동독과 서독은 사람이 서로 오가고, 서신이 교환되고, 경제지원이 이뤄지고, 기초 인프라 투자가 가능했으며,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활발했다. 서독 각급 학교들은 `동독 친척 방문`을 과제에 넣었고, 서독 의회는 `동독 지원 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그러나 남북은 많은 동질성을 가진 한 민족이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가 돼 있다.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을 당장 실천해야 하는데, 그 길을 닦는 것이 인적·물적교류이다.북한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6개였는데 차츰 다른 학과에 통폐합되고 남은 곳은 동국대 하나뿐이다. 졸업해봐야 진출할 직장이 없어 학생들이 외면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암운(暗雲)이다. `통일준비생`의 일거리 창출이 쾌청(快淸)의 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6

관(冠) 쓴 원숭이

宋나라 때 저공(狙公)이 원숭이 수백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마리 수가 자꾸 불어나고 먹이 조달이 점점 어려웠다. 도토리를 하루에 7개로 줄어서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꾀를 냈다.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좋다고 했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생겼다. 얄팍한 잔재주로 남을 속이고 현혹 시킬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원숭이를 이용해서 야자열매를 딴다. 원숭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밑에서 돌을 던진다. 원숭이는 맞서 싸운다면서 야자를 따 사람에게 던진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호되게 벌을 받는데,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러 떠나는 현장법사가 구해주어서 동행을 하지만 원낙 변덕이 심하고 심술 궂어서 현장법사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리테를 원숭이 머리에 씌웠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치면 테가 조여들어서 두통을 일으킨다. 그리고 “네놈이 날아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란 정신 교육을 시켜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했다.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자연서식하지 않는 곳이 한반도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짐승이라,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고, 사람들도 “인간이 되려다가 자질 미달로 떨려난 후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 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연산군은 일본에서 원숭이를 선물로 보냈으나 “우리는 이런 경박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돌려보냈다. 송강 정철도 권주가 `장진주사` 끝귀절에서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무엇하리”라 해서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시킨다.`관(冠) 쓴 원숭이`란 말은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탐관오리”란 뜻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나라 살릴 법안 심의에는 관심조차 없는 `국회 나으리`들이 올해에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5

잔나비의 지혜

중국 남북조시대의 이야기다. 군인들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인근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았다. 그때 큰 원숭이가 배를 따라 오기를 100리나 하다가 죽어버렸다. 군인들이 죽은 원숭이를 배에 실었는데, 나이 든 군인이 “이 원숭이는 분명 이 새끼의 어미일 터인데, 배를 한 번 열어보자. 틀림 없이 창자가 끊어져 있을 것이다” 했다. 해부를 해보니 사실 창자가 토막 나 있었다. 단장(斷腸)이란 낱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 새끼를 뺏긴 어미 원숭이는`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죽어갔다. 이로써 원숭이는 모성애의 상징이 됐다.대하소설 `서유기(西遊記)`는 원숭이를 `손오공`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러주었다. 여의봉을 들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현장법사의 호위무사로 활약한다. 손오공은 민첩하고 재주 많고 영리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그래서 중국과 인도 여러 곳에서는 `원숭이 궁전`까지 지어 먹이를 주면서 숭배하기도 한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원숭이 그림이 들어오고,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와 집에서 기르는 사람도 많다.중국은 오래 산아제한을 해왔다. 인구 팽창이 골치거리여서 `한 자녀 갖기`정책을 폈고, 더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호적에 없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뜬 인구`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붉은 원숭이띠`의 해 병신(丙申)년을 앞두고 `두 자녀까지 허용` 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붉은 원숭이띠 해는 지혜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해”라는 믿음 때문에 수 많은 부부들이 `기획출산`을 하고, 산아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조선 후기의 그림 중에 `안하이갑도`가 있다. 원숭이가 솔가지를 들고 게 두 마리를 낚는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그림은 반드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그림은 소과와 대과 두 관문을 통과해 등과하라는 기원이 담겼다.출산장려운동이 한창인 지금 잔나비띠의 해를 맞아 `지혜로운 아이 낳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4

독소 있는 사람

T 브렛베리 박사는 저서 `감성지능 2.0`에서 “공기 물 음식에 독소가 들어 있을 수 있듯이 사람에도 독소가 들어 있다”했다. 매사 부정적인 자, 끊임 없이 불평하는 자, 늘 비난할 대상을 찾고, 자기는 항상 옳고 가장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욕심과 질투심과 우월감에 빠져 교만하고,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봐 뒤에서 험담하고, 자기가 독을 가진 사람임을 절대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거든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충고한다.요절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F 월러스는 어느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뇌에 디폴트로 세팅돼 있다”고 하면서 “조금만 덜 오만해지자”고 조언했다. “제 잘난 멋에 사는 게 인생”이란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지만, 열등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그 열등의식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을때 사람은 공격적이 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2분법적 사고방식과 편가르기`에서 내내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대화와 타협과 절충은 `변절`이나 `회색분자`로 간주하고, 대결과 투쟁을 `선명성 있는 노선`이라 생각한다. `감세`나 `경제살리기 법`은 대기업에 특혜 주는 법으로, `테러방지법`은 인권탄압이나 국정원 권한을 강화하는 법으로, `노동법 개정`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고 봉급을 깎는 법이라고 트집을 잡는다. 긍정적인 면은 애쓰 외면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열심히 머리속에 굴린다.“아직도 80년대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느냐”라는 말이 나온다.“어느 사회단체는 운동권 출신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술 먹으면 지각하고 근무를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노회찬씨가 한 말이다. 아직 `우국지사의 틀`에 갇혀서 해독(解毒)을 못한 사람이 많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31

효도 각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란 말이 나온지 오래다. 부모 형제라는 혈연단위가 무너지는 시대를 잘 표현한다. 옛 성현들은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열심히 가르쳤다. 보통 5살때 `천자문`을 외우고, 이어서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읽는데, “천지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하니, 그것은 충효를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충효를 모르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말이 동몽선습(童夢先習) 첫머리에 나온다. 교과서 대부분이 효(孝)를 거듭 강조한다.왕조시대에는 `불효죄`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죄였다. 부패관리들에게는 이 죄목이 손오공의 여의주였다. 다짜고짜 아무나 잡아와서 형틀에 묶어놓고 곤장을 치면서 “네 죄를 알렸다!” 닦달을 하는데, 그 죄목이 바로 불효죄였다. 별 수 없이 가족들은 땅 마지기라도 팔아서 속전(贖錢)을 낼 수밖에 없었으니, 법이 겁나서라도 효도를 해야 했다. 오늘날 그 불효죄가 육법전서에서 사라져서 그런지 `돈이 피보다 진한 현상`이 자꾸 일어난다.중국은 지금 초등학교에서 고전(古典)을 읽히기 시작했고, 명문대학들은 불효죄를 만들었다. 필기시험 합격자 중에서 불효자를 가려내 낙방시키는 제도다. 합격자 명단을 공개해 놓고 “이 사람들 중에서 불효한 자들이 있으면 누구라도 신고해 주시오” 방을 붙이는데, 여기에 걸리면 합격이 취소된다. 실정법에는 불효죄가 없는 시대지만 `제도적으로` 불효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효도는 사람과 짐승을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고전의 가르침을 맞다고 본 것이다.부모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자식들이 많다. “집을 물려주면 잘 모시겠다” 각서까지 써놓고 막상 집을 주니 `안면 바꾸는` 자식에게 법원이 “집을 부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효도각서`를 받지 않았다면 돌려받지 못했을 집이다. 그냥 `증여`와 `부담부 증여`는 천지차인데, 각서를 받아야 `부담부 증여`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자식 간에 효도각서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 자꾸 짐승세상이 돼 간다. 고전읽기를 시작해야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30

경북의 농산물 외교

중국 최고위층들이 먹는 음식은 특수 재배한 무공해 식품이다. 농약이 날아오지 않는 외딴 청정지역에서 기른 벼와 채소만 식탁에 오른다. 계란도 가짜를 만들고, 우유도 색깔만 허연 `물우유`를 만들어 파는 나라지만, 최고위층과는 상관 없다. 외국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중산층도 수입산을 좋아한다. 한국은 법이 엄격하고 단속이 삼엄하기 때문에 가짜가 없다 해서 `유커`들은 쇼핑 목적으로 한국에 온다.`중국 중산층 용 쌀과 김치`가 중국으로 대거 수출될 모양이다. 조류독감이 중국을 휩쓸때 “한국 김치를 먹고 효과를 봤다”는 말이 퍼져 한국 김치가 팔리기 시작했다.자존심 상한 중국 정부가 까다로운 위생기준을 만들어서 김치 수입을 막았는데, `100㎏당 대장균 30마리 이하`라는 기준을 통과하려면 김치를 볶거나 삶아야 한다.그러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위생기준을 국제 식품 규격에 맞추면서 김치 수출이 지난달부터 재개됐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란 분위기에 김치가 덕을 봤다.지난 10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국 쌀을 수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최근 중국 검역관 4명이 한국에 왔다. 경기도 이천쌀·충북 청주쌀·충남 서천쌀·전남 해남쌀·강원도 철원쌀 등의 보관상태와 품질을 돌아보았다.유커들로부터 “한국 쌀밥맛이 좋더라”란 입소문이 났고, 가격도 일본산 쌀보다 싸고, 수송거리도 일본보다 가까우니 여러모로 한국에서 사가는 것이 덕이다. 중국 검역관들은 이번에 6곳을 점검한 후 4~5곳을 낙점할 예정인데, 유감스럽게도 `경북의 쌀`은 후보군에서 빠졌다.경북의 농산물 외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서라벌이 실크로드의 시발점이다”란 행사를 벌일때 중국 시안(西安)인들은 “어이 없다”며 비죽거렸다.실크로드에 무임승차하려다가 중국 수출열차를 놓친 것은 아닌지. 13억 황금시장이 너무 아깝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9

삼국시대로 가나

광화문 광장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 일을 두고 국가보훈처와 서울시가 다투고 있다. 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높이 45.815m의 깃대를 세우려 하는데, 서울시는 “너무 높아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한다. 너무 높아서 넘어진 국기게양대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고, 어떤 `시대흐름`이기에 국기게양에 역행하는지 알 수 없다. 더 솔직한 반대이유를 댄다면 `국기에 대한 경의와 애국가를 거부하는` 그 `이념`에 역행하기 때문일 것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상시로 게양대를 설치하려면 정부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 부지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종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정부와 따로 가는 `해방구`인가? 좌파들은 “당신들의 정권, 당신들의 정부, 당신들의 법률”이란 말을 잘 썼는데, 이 말은 `법적인 국적과 이념적 국적`이 다르다는 뜻인가. 좌파가 정권을 잡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인가. 분단국가에서 `사상의 자유`란 너무 `위험한 자유`임을 실감하게 된다.보훈처는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로 마찰을 빚을 때 이를 조정하는 일종의 `심판기능`이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3개월에서 17개월까지 걸릴 수 있고, 결론이 난다 해도 구속력이 없으니 사법부의 재판까지 갈 수도 있다. 이 어이 없고 터무니 없는 분쟁을 정부기관이 어떻게 결심할지 `정상적 국민들`은 짐작을 하겠지만, `좌파근성`이 고분고분 따를 것 같지 않으니, 아무래도 송사로 번질 것같다.나라가 동과 서로 균열이 간다. 서쪽은 좌파, 동쪽은 우파 우세지역이다. 누리과정(3세~5세 무상보육)을 두고 서울시 교육청은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니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며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청년수당` 예산만 올렸다. 유아는 투표권이 없고, 청년은 표(票)가 된다.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 경기도의회도 누리예산을 모두 없앴다.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짓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8

북한의 한계

국내파 모택동은 마르크스·레닌주의만 신봉해서 “공산주의만이 나라를 살린다”고 생각했고, 프랑스 유학파 등소평은 “누군가가 먼저 부자 돼야 그것이 확산돼 전체가 부자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수정주의자`로 찍혀 무참한 수난을 당했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일으켜 등(鄧)의 가족을 풍비박산시켰고, 등의 장남은 척추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모(毛)가 죽고 등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아가 오늘날 G2국가가 됐다.북한의 김정은도 등소평 따라하기를 2010년부터 시도했다. 金도 스위스에서 유럽물을 먹어본 사람이다.한국·일본·대만이 미국과의 교류로 과학 기술 진흥, 자본축적, 선진교육을 이루었고, 중국도 미국과의 핑퐁외교를 통해 `이념적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국부 축적이 가능했다는 것을 金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누군가 먼저 부자가 되면….”이라는 鄧의 노선을 따라가는데, 지금 북한에는 `부자`가 자꾸 생겨난다. 무역이나 밀수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버는 계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자가 `감시·숙청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외화벌이 일꾼`이다.그러나 金은 鄧처럼 성공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 김에게는 책사(策士)가 없기때문이다. 책사란 쓴소리 하는 사람인데, 공포정치는 `정권의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충고해주는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30대 초반의 초보가 혼자 멋대로 나라를 운전하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적으로는 공포정치, 외교적으로는 미인계`라는 정책도 근래 들어 삐걱거린다.모란봉악단이 `최고존엄 찬양과 로켓 발사 자막`을 고집하다가 철수한 것이 `철 없는 짓`의 한 사례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미녀응원단을 보내 “남조선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겠다”는 미인계도 `비용과 옹고집` 때문에 실패했었다.미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핵무기에 막혀서 `국제 문제아`로 외톨이가 된데다가, 목숨 걸고 충고해주는 양신(良臣)은 없고 `닥치고 광신도`만 있으니, 이것이 북한의 한계다./서동훈 (칼럼니스트)

2015-12-24

혼용무도(昏庸無道)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둡고(昏) 용렬(庸劣)한 임금이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조선의 연산군이나 중국의 주·걸이 통치하던 나라꼴을 말한다.“메르스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 또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낭비가 초래됐다”는 것이 선정 이유.“욕하면서 닮는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자성어는 올 한 해 교수사회를 적절히 표현한 `자성의 소리`가 아닌가 한다. 200 명 가량의 교수들이 남의 저서를 훔쳐 자신의 저작처럼 팔아먹고 교재로 삼았다. 이른바 `표지갈이`였다. 남의 책을 `자기책`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교수사회에서 `관행`이었다니 실로 `혼용무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그 교수들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교수직에서 쫓겨날 운명이다. 남의 지식을 도둑질하는 행위는 `표절` 이상의 범죄다.얼마전에는 조폭같이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교수가 사법처리를 당했다. 교수직에 목을 매는 한 조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배설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으며, 출장을 갈 때는 다른 조교에게 시켜 구타하게 하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폭행장면을 확인까지 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라 할 수 없는 `학자`였다. 최근 11살 된 친딸을 가두어놓고 굶기고 때린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굶주려 뼈만 남고 갈비뼈가 부러진 딸은 2층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이런 부모와 다르지 않은 학자가 교수사회에 있었던 것이다.교수들의 성추행사건은 잊혀질만하면 터진다. 최근 덕성여대 미술대 A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사건을 당국에 신고한 시간강사 B씨는 `미술계의 유력 인사를 고발한 괘씸죄`로 교수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유력한 당직자`에 잘못 보이면 공천길이 막히는 정치판과 별로 다르지 않은 교수사회. 학계의 패권주의·제국주의도 혼용무도한데, 누굴 비난하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3

정답의 역설

지금의 교육이 2천500년 전의 것보다 못하다. 소크라테스는 “교사란 산파(産婆)”라 했다. 애기 낳는 임산부를 도와주는 사람인데, 그는 계속 질문을 던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서 진리를 출산하게 돕는다. “정의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도의란 무엇이냐?”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냐?” “예절과 법의 다른 점은?” 등등 `생각`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을 죽이고 `암기`만 강요하는 교육으로 타락했다.`서울대 최우등생의 공부비법`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필기하고 암기해서 시험지에 옮겨놓는 것”이 그 비결이었다. 자기생각을 곁들이면 감점된다. 교수의 강의와 다른 답안을 적어넣는 것은 `반역`에 해당한다. 중 고등학교식 방법을 대학이 그대로 답습한다. 이른바 `정답주의`다.엘런 랭어 하버드대 교수는 `정답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정답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그 이상을 찾으려 하지 않고 생각을 멈춘다” 했다.왕조시대의 과거(科擧)는 `경서 외우기` 위주였으나, 최종시험은 책문(策問)이었다. 현안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그 책문으로 장원급제자를 선발해 집현전에 배치했고 그 학사들이 문화융성시대를 열었다. 지금 우리는 세종시대의 찬란한 업적을 찬탄할 뿐 그 방법을 배우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우리가 GNP 2만불대까지는 고속 질주해왔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허덕이는 것도`정답의 역설`이란 함정에 빠진 교육이 한 원인이다.`공부중독`이란 책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와 사회학자의 공저이다. “명문대 입학·안정된 직장·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한 정답 찾기 암기교육에 매몰돼 학생들의 생이 망가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대구 영남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영어 해설사` 수업을 하고 있다. 역사를 수집해서 영어로 번역하고 외국인들에게 문화재를 해설해주는 과제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정답의 역설`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2

김일성 자서전

미 전쟁전공 케스린 웨더즈비 교수는`다시 본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49년 초부터 `남조선 적화`를 자신하며 남침을 승인해줄 것을 무려 48차례나 요청했다”하고, 스탈린과의 면담이나 서신을 통해 “전쟁 발발시 미국은 남한을 도울 시간적 여유도 없고 돕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이 공격을 시작하면 남한 내부에 봉기가 일어나 순식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 했고, 박헌영은 `남조선 노동당`을 들먹였다.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남노당 봉기`는 미미했고, 6·25 발발 10일만인 7월 5일 일본에 있던 미 24보병사단 예하 `스미스 부대`가 참전했다.김일성은 당황했고, 미군 참전 3일만인 7월 8일 그는 스탈린에게 친필서한을 보냈다. “소련군 군사고문단을 우선 25~35 명 정도 보내달라”는 내용.당시 북한군에는 `공군`이 없었고 `현대전`을 치를 능력도 없었다. 그들은 이승만의 외교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즉시 미 행정부를 움직였고, 미국은 바로 UN 안보리를 소집했으며, 프란체스카 영부인은 조국 오스트리아에 전투기를 요청했고, 대구 경북의 학도병은 인민군을 낙동강·형산강에 묶어놓아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었다.김효선(60) 건국이념보급회 사무총장의 별명은 `이승만의 딸`이다. 그녀는 인터넷을 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온통 이승만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돼 있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언론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만으로도 초대 대통령은 존경받을 자격이 충분한데, 그를 분단고착의 원흉이라며 욕하고 조롱하는 짓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며 `이승만 연구`에 착수, 매달 포럼을 열고 있다.지금 좌파들의 필독서는 `김일성 자서전`이다. 이 책을 그들은 바이블로 여기며 숭앙하지만, 이승만이 감옥에서 쓴 역사서 `독립정신`이란 책에는 관심도 없다. 교도소에 갇혀 있은 RO(혁명조직) 조직원에게 김의 자서전을 다른 소포로 위장해 반입하기도 했다.남침 전범(戰犯)을 숭배하는 `이념전쟁`이 끝날 날은 언제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1

아, 만섭이 오빠!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만섭은 연세대에 입학했지만 곧 6·25가 터졌고, 공군사관학교로 학적을 옮겨 생도회장이 됐지만, 임관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진 학내 다툼에 책임을 지고 자진 퇴교 후 연대로 돌아갔다. 그는 링컨처럼 턱수염을 길러 `털보 응원단장`으로 유명했다. 유난히 키가 컸던 그는`키다리 아저씨`란 별명까지 얻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가 된 그는 자유당정권 시절이던 1960년 5월 국회의사당 기자석에서 `보안법 파동`을 지켜보면서 “야, 이 자유당 나쁜 놈들아!”고함을 질러 국회의장으로부터 “이만섭 기자는 조용히 하시오!” 주의를 받은 것이 국회속기록에 남아 있다. 5·16 후 윤보선 당시 대통령이 “군사정권은 조속히 정권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라고 한 말을 썼다가 육군형무소에 갇히기도 했다.그는 동향의 박정희 대통령과는 애증(愛憎)의 관계였다. 박 대통령이 울릉도를 시찰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군함속에 몰래 숨어 들었고,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뽑아냈다. 그때 그는 박대통령의 확고한 민족의식과 사심 없는 조국애를 알게 됐고, 정계로 나갈 결심을 굳혔으며, 63년도 전국구 의원이 됐다. 그리고 14대와 16대 국회의장이 돼 `법안 날치기 통과 금지`와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 국회법을 이뤄냈다.“국회의장은 집권당 마음대로 법을 통과시키는 하수인이 아니다”란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여당 의원이었지만 그는 `여당속의 야당`이었다. 그는 `대통령 3선 개헌`에 반대하면서,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어 관철시켰다. 그러나 그 괘씸죄로 8년간 낙백생활을 했지만, 80년도 신군부 등장과 함께 국민당을 창당해 총재가 됐고, 두 번씩 국회의장을 지내면서 국민들로부터 “만섭이 오빠”란 애칭을 얻었다.`날치기 통과`를 가로막고, `국회의장 당적 포기`를 만들어낸 공로였다.그 만섭이 오빠의 영결식이 오늘 국회에서 열린다. `일 안 하는 국회`가 너무 보기 싫어 서둘러 떠난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8

개 짖는 소리

새정연 이용득 최고위원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원외(院外)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그는 `험한 입`으로 유명하다.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반말을 하다가 항의를 받자 “XX, 내가 (네게)반말도 못하냐”상소리를 해서 말썽을 일으켰고, 한 달 후 “나잇값도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사과했다. 또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을 향해 “독립운동가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를 대상”이라 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전부 미쳤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가 청년 일자리 부족(결혼 포기)에 있다.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하자, “결혼도 안 해보고 출산도 못 해본 대통령이 저출산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물이 웃을 일”이란 막말을 내뱉었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절대 출산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겠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미혼의 여성 대통령에게 애도 안 낳아봤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은 선출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새누리당 전국 여성의원협의회 정순천 상임대표(대구시의회 부의장)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11일 새정련 지도부 모임에서 이용득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에게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를 안 키워본 여성대통령이 출산대책을 말하는 것은 동물이 웃을 이야기라 한 것은 여성을 폄훼하는 사고가 머릿속에 가득차 있기때문이니, 새정련은 성차별적 발언을 한 그를 엄중히 징계하라”했다.미국 사우스데이토나에 사는 케이티 브라운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 닥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란 제목으로 사진 한 장과 글을 올렸는데, 애완견의 입을 테이프로 묶어놓은 사진이고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어대서 테이프로 1분간 입을 감아놓았더니 이후론 짖지 않았다”며 `아이디어`를 공개했다.“길이 아니거든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거든 듣지를 말라”는 속담도 있는데, 막말 험구를 일삼는 입을 테이프로 붙여놓는 법을 만들 수도 없고, 개짖는 소리는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7

여성 참정권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준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였고, 다음이 그 옆의 호주였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마오리족들이 가장 먼저 양성평등을 쟁취한 것. 핀란드(1906) 등 북유럽의 나라들이 차례로 뒤를 이었고, 미국(1920) 영국(1928) 등 서유럽이 뒤따라갔으며, 한국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에 도입했다. 가장 늦은 곳이 중동의 이란(1963) 등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2월 지방선거부터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여성참정권의 노정(程)이야말로 피로 얼룩진 길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요구 시위와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 갇히고, 단두대에 서기도 했다. 뉴질랜드도 여성 3만명이 2년간의 투쟁끝에 간신히 선거권은 얻었으나 피선거권을 획득하는데는 26년이나 걸렸고, 의원에 선출되기까지는 14년이 더 걸렸다.마호메트는 여성을 `보호`할 조치를 취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족쇄`가 됐다. 눈만 내놓은 검은 자루(아바야)를 뒤집어써야 하고, 집안 남자의 허락을 얻어야 외출을 할 수 있고 차를 운전하는 일은 아직 금지돼 있다. 여성이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입후보하려면 남편이나 아버지와 함께 선거관리소에 가야한다. 또 출마한 여성은 남자들 앞에서 선거유세를 할 수 없고, 남자 투표소와 여자 투표소가 구분돼 있는데, 여성의 것은 수가 적어서 여자들은 먼 길을 걸어가야 했다.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선거에서 여성 투표율이 82%로 남자투표율의 갑절을 넘었고, 여성 당선자가 20여 명이었다.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에서 그것도 이슬람의 성지 메카, 제다, 리아드 등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는 것은 여성지위 격상의 신호탄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 것이다. 올해 초에 사망한 압둘라 국왕은 개혁적 인물이고, 서방세계의 충고를 받아들여 “2015년 선거부터 여성참정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후예들이 공약(空約)으로 돌리지 않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6

알바생을 부탁해

`임상시험 알바`란 것이 있다. 몸을 생체시험에 내놓는 아르바이트다. 고지혈증약도 먹고, 전립선 비대증 약도 먹는다. 한 번 투약에 40만원에서 60만원을 받는다. 100만원 받는 것도 있는데 바로 우울증 약(항정신성 약물) 투약이다. 지원자가 적어서 단가가 높다. 약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피를 뽑고 집에 가면 되니 힘들 것은 없지만, 실험용 모르모트가 된 `더러운 기분`,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오래 간다. “매혈(賣血)로 등록금 마련하는 고학생들도 있는데….”라며 마음을 달랜다.`냉동창고 알바`도 있다. 힘들고 위험해서 시급(時給) 2만원까지 준다. 한 박스에 15~30㎏ 되는 냉동수산물을 차에서 내려 냉동창고에 옮기는 일이다. 며칠 하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피곤해서 냉동창고에서 잠깐 조는 경우가 있는데, 5분쯤 졸다 일어나도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진다. 동상에 걸린 것이다.`애인 대행 알바`도 있다. 애인 노릇을 해주면 하루 15만원을 주고, 스킨십을 포함하면 30만원까지 받는데 외모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결혼식에 같이 가주는 일, 교외 드라이브를 하는 일 등 종류도 많다.아르바이트생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몸이 아파서 하루 결근을 해도 해고될 수 있고, 업주의 개인 심부름을 할 때도 많고, “첫날 하루는 교육시간이므로 보수가 없다”며 하루치를 깎는 일도 많다. 그래서 `본인 확인서`에 적힌 금액과 실제 받는 금액이 다르다.국민권익위원회가 아르바이트생 피해 관련 자료를 분석했더니,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고,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주는 것이 다음이었다. 乙의 입장이라 폭행 폭언 성희롱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부당해고를 당하는 일도 많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악덕 업주가 알바세계에 득실거린다.대출 받아 등록금 댄 대학생들이 졸업후에 취업을 못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계속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버는데, 그 가련한 사람들을 등 쳐먹는 자들이 적지 않다. 사법 당국에 `알바생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5

테러방지법

IS가 국가(State)로 자칭하는 것은 허풍이 아니다. 나라꼴을 얼추 갖추고 있다.`국가 3요소`는 주권·영토·국민인데, 여기저기 `점령지`가 영토이니, `다국적 국가`인 셈이다. 행정조직도 정비되어서 점령지의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니 `주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예산`인데, IS의 연간 예산은 2조원 규모로 캄보디아 1년 예산과 맞먹는다.예산의 절반 가량은 `점령지 예금 뺏기`에서 나온다. 지난해에는 10억 달러 정도였다. 다음이 `세금`이다. 소득세는 10%, 법인세는 10~15%, 간접세는 2%, 예금을 찾을때도 5%를 뗀다. 또 신도들에게 `종교헌금`을 강요하고, 조폭처럼 `보호세`도 거둔다. `원유 밀매`는 총예산의 4분의 1 정도. 연합군이 유전을 폭파하고 원유 운반차를 습격하니 그 수입은 점점 줄어든다. 돈은 주로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 구입에 쓰고, 조직원들에게 월급도 준다, 전사(戰士) 1인당 400~1천200 달러, 이들의 배우자들에게는 1인당 50달러, 그 자녀들에게는 25달러씩 지급한다.IS의 행정조직도 비교적 촘촘하다. 중앙정부는 16개 부처로 구성돼 있는데, 보건, 교육, 인사, 천연자원 관리 등을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무기, 생필품, 식품공장 등을 설립해 자생능력을 갖추어간다. 세계 곳곳의 불만계층이 IS의 온상이다. 중국이 바싹 긴장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줄기차게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 등 신장 위그루족이 IS와 손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각처의 희망 잃은 청년층들이 IS전사로 줄을 서는 것도 이때문이다.“깨어나라 무슬림 형제여 / 노예였던 기억을 떨쳐내고 무기를 들고 저항하라”는 내용의 `애국가`는 이들을 유혹한다.우리나라는 `테러 취약 국가`다. 국가 간 정보공유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자격`이 없다. 다른 나라들이 다 가진 테러방지법이 한국에는 없다. “국정원의 권한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한다. 북한은 테러·암살 조직을 강화하는데, 우리는 무장해제 상태다. 꼭 당해봐야 `소아병`을 고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4

통기타 펀드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10대부터 90대까지 온 국민이 가입대상이다. 영화배우 이혜영씨는 부친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만추`가 국내에는 없어졌지만 평양 김정일 서재에는 복사본이 있다고 했다. “가축을 잘 기르는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북한의 민둥산을 초지로 바꿨으면 좋겠다” 등등 다양한 의견도 제시된다. 6·25 흥남철수때 피난선 빅토리호 선실에서 다섯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중 2명이 이번 모임에 참석했다. `경원선 침목나눔`은 정부가 서울~원산 철도 중 남측 9.3㎞에 놓을 침목을 기부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주는 사업이다. 사찰에서 기와 기부자 가족들의 이름을 써주는 그런 식이다. 최근 `한국철도학회`가 학술대회를 치르고 남은 돈과 모금으로 300만원을 만들어 침목기부를 했다. 철도학회는 `통일의 첫걸음은 철도로부터`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하나되는 철길` 등의 주제로 봄 가을 세미나를 연다.`통기타 펀드`란 것이 있다. (재) 통일과 나눔과 코레일이 남북 철도 협력사업에 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통일은 기차를 타고 온다`란 말을 줄인 이름이다. 전국철도공상회 회원 1008명은 매월 받는 원호금 중에서 3만원씩을 떼내 모은 돈 3천여만원을 최근 통기타펀드에 기부했다. 철도공상회는 업무중 부상한 철도공무원들의 모임이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관련 `국가유공자 특별법`을 만들었고, 홍익회에서 매월 10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회원중에는 6·25때 피란민과 전쟁 물자를 수송하다가 다친 이도 많고, 이산가족도 여럿이다. 공상회의 기부금을 전달받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 후배로서 너무나 감사하다. 선배님들이 낸 3만원은 그냥 3만원이 아니다”라며 “소중한 뜻을 깊이 새겨 잘 이어가겠다”고 감격어린 인사를 했다.`동해중부선 철도`는 포항에서 시작된다. 금강산을 거쳐 나선까지 달릴 동해안 `통일철도`를 생각할 때, 포항지역에서 `통기타 펀드`기부운동을 적극 펼쳐 동해중부선 조기착공을 유도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1

좌파 붕괴 도미노

남미 북단 베네수엘라는 3가지로 유명하다. 앨 시스테마, 미인국, 좌파 포퓰리즘. 빈곤층 아이들을 모아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드는 앨 시스테마는 이 나라가 원조다. 또 미인학교가 수천 개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성형외과병원도 수백 개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미인들이 세계미인대회를 석권한다. 차베스가 장기간 독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석유 구리 같은 지하자원으로 포퓰리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공짜에 취해 있었다. `자원의 저주`란 말이 있는데, `자원`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자원의 가격도 폭락할 때가 있는데, 그런 고비를 만나면 나라가 주저앉는다. 사회주의 좌파 일색이던 중남미 국민들이 요즘 다투어 우파정당에 표를 주는 것은 바로 그 자원의 저주를 만난 탓이다.석유값이 폭락하고, 지하자원이 과잉 공급되니, 국가 재정이 반토막난다. 공짜가 점점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사는 형편이 자꾸 궁색해지니, 아차! 공짜가 독이구나! 비로소 깨닫고, 우파 대통령을 뽑아 나라경제를 살려보려는 것이다.지난달 아르헨티나가 12년간의 좌파시대를 끝내고 우파 정당의 마크리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 전에는 중미의 과테말라에 우파정권이 들어섰다. 브라질은 사상 최악의 인플레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칠레의 어머니`로 칭송되며, 지지율 85%에 달했던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최근 20%대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이란 `물러섬`이 허용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고, 물러서는 순간 정권이 무너진다. 남미 좌파 정권들이 지금 도미노식으로 붕괴하는 것은 바로 재정파탄과 물러선 복지가 원인이다.최근에 있은 프랑스의 지방선거에서도 우파정당이 약진한다. `이슬람에 대한 온정주의 정책`이 `대형 테러`로 돌아오자, “좌파 포퓰리즘으로는 안되겠다”란 자각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폴란드와 스위스 총선에서도 우파정당이 이겼다. 좌파 붕괴 도미노가 지구촌의 대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0

황우석의 꿈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신조어를 만든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는 시간경쟁이고, 과학의 세계에서는 2등이란 의미가 없으니, 황 박사팀은 휴일 없이 연구에 매진했었다. 그러나 `인간 유전의 세계` 연구에는 커다란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것은 신의 세계를 넘보는 일이니 기독교계로서는 `불경스러운 연구`다. 아슬아슬한 시간싸움을 이어가던 중 마침내 `돌풍`을 만났다. 연구원 중 한 명이 “논문이 조작됐다”는 내부고발을 한 것.당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조사위원회를 만들었고, 황 박사는 모교에서 교수직을 잃었다. 한국 과학계의 영웅이었고, 노벨과학상의 유력한 후보였던 그는 일순간에 국제사기꾼이 되고 말았다. 그때 그는 “To be, or not to be”의 기로에 섰다. 국정원은 그가 자살할까봐 강제로 입원시켰다. 그에게 힘을 준 사람은 제자 20여 명이었다. 연구실에서 쫓겨날때 제자들은 황박사를 믿고 따라 나왔다. 한 기업인이 연구비를 대주었고, 불교계는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고 성원했다.모국과 모교가 죽인 그를 되살려낸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카다피의 초청으로 리비아에 가서 2년간 연구를 계속했고, 미국의 한 재벌이 “나의 죽은 애완견을 복제해달라”고 주문했다. 동물복제 중에서 개복제가 가장 어려운데, 황박사팀은 유일하게 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5마리의 애완견을 복제해 미국에 보냈고, 그 일은 미국 TV에 방영됐다. 그것을 계기로 개복제 주문이 밀려들어왔고, 연구원들은 비로소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최근 중국정부가 농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대단위 소복제공장을 세우면서 황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중국소는 질이 안 좋은데, 한우를 복제해서 대량생산을 할 계획이다. 황박사는 이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 꿈이란 `유전병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인간난자 이용 금지법`이 연구를 막고 있다. 그는 국적(國籍)을 바꿔서라도 이 연구를 하려 한다. 한 천재가 `다른 나라 사람`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텐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9

천재와 천치

1775년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그는 이 기술을 나폴레옹에게 소개하면서 “훨씬 빠른 전함을 만들어 해군력을 획기적으로 키우자”고 건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함의 동력은 `노꾼들의 노젓기`였다. “뭐? 배 밑에 불을 때어서 배를 움직인다고? 내가 당신하고 이런 농담을 하고 있을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닐세” 이것이 그의 반응이었다. 와트의 증기기관 기술은 그 후 30년 가량 묻혀 있다가 풀턴에 의해 실현됐다. 파리 센강에서 증기선은 멋지게 달렸다.나폴레옹은 전쟁천재였지만 과학기술에는 천치였다. 역사상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지만 이를 알아보는 눈을 갖지 못한 천치들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1975년 코닥연구진은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다. 오늘날 카메라는 으레 디지털이지만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을 무렵에는 찬밥신세였다. 코닥 부사장은 “몇 년을 검토했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묻어버렸다. 천재 주변에 천치들만 있었던 것. 방사선을 이용해 외과수술 없이 종양을 파괴하는 첨단수술법을 개발한 존 애들러도 20년 간 의료기업들에게 퇴짜를 맞았다.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의 성공조건으로 “지독한 노력과 천재성과 무거운 입”을 들었다. `무거운 입`은 “아이디어를 발설했다가 남에게 선점당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상대성원리를 말하는 과학자는 당시 많았지만, 이것을 `언론풀레이`와 기고문을 통해 세상에 알린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세상은 오직 그 한 사람만 천재로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것은 `다른 과학자`들이 아니라 `천재를 알아보는 눈을 갖지 못한 천치`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주변에는 보조예술가가 13명이나 있었고 `천지창조`는 그들과 함께 그린 명작이다. 그가 화가·조각가·과학자·시인·건축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목숨 건 노력`이었다.그러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그의 천재성도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엉뚱하고 별난 아이`가 가진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천재가 만들어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