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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3차 세계대전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가 무정부상태다. 정부가 허약하면 테러세력이 기생한다. 사하라사막 남쪽 `사헬`은 테러집단 점령 지역이다. 소말리아는 20여년 전부터 내전이 이어지면서 `알 샤바브`가 활개치고, 제법 괜찮은 나라꼴을 갖추었던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이 2011년 무너지면서 IS추종세력이 장악했고, 나이지리아도 이슬람근본주의 `보코하람`이 영토의 절반을 접수했다. 정부가 힘을 못 쓰면 경제가 무너지고, 만성빈곤 속에서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울분만 쌓이는 데, “짧게 살다가 화끈하게 죽자”며 무장단체의 소모품 전사가 된다.과거에는 중동지역이 화약고였으나, 지금은 사헬지역이 `테러 공장`으로 변해간다. 이 지역을 돕기 위해 종교단체와 자선단체의 구호요원들이 들어가는데, 테러집단들은 이 사람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이런 더러운 꼴 보기 싫거든 돈을 내라”는 것이다. 테러집단들은 석유생산 지역을 골라서 우선 점령하고, 그 석유를 헐값으로 암시장에 판다. 최근 터키와 러시아가 맞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IS의 원유를 실은 유조차들을 러시아 요격기가 폭격하자, 터키가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격추시켰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인데, 터키는 물론 딱 잡아뗀다.프랑스 파리의 테러사건 이후 `연합군`이 구성됐다. 2차 세계대전때의 연합군에 독일이 합세하고 일본이 적잖은 전비(戰費)를 낸 것이 2차대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슬람국가들과 비이슬람국가들 간의 전쟁이란 점에서 `제2차 십자군전쟁`이라 부를만하다. 몇년 전 아프간과 이라크를 미국이 공격한 것을 두고 탈레반과 IS는 “십자군의 공격이 시작됐다. 우리는 승리한다”며 지하드를 개시했고, 최근 `IS의 수도` 시리아가 연합군 공습의 표적이 되자, 이들은 아프리카의 유전지대 리비아 등지로 번져간다.“한국도 테러 안전국이 아니다”라 한다. 정부가 무기력하고, 청년들이 자포자기하면 테러집단의 온상이 될 터.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지만 정쟁이 발목을 잡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7

남북 문화동질성

남북이 다른 것은 정치이념 뿐, 문화DNA는 동족(同族)이다. 통일의 강을 건너려면 `신뢰`라는 징검다리를 먼저 놓아야 하는데, 그 다리는 문화에 있다. 점점 달라져가는 언어부터 붙잡기 위해 2004년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회의가 꾸려졌다. 5·24조치로 한때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재개됐고, 이달 7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대련에서 만난다. 2019년 사업이 완료되면 33만여개의 낱말이 실린 `남북큰사전`이 출간될 것이다.고려 왕궁 `만월대`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탔다. 공민왕이 안동까지 피난왔다가 청량산에 숨어 지낸 시절이다. 7년전부터 남북 고고학자들이 만월대 발굴을 진행중이고, 발굴된 유물들로 전시회도 했는데, 최근에는 금속활자 한 개가 또 나타났다.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直指)`는 독일 구텐베르크보다 70년 앞섰으니, 고려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고, 세계 최고의 인쇄문화를 가진 국가였다. 고려는 국제무역으로 세워진 부국이고, 송악은 인구 70만의 국제도시요, 만월대는 최고문화의 중심이었음이 이번 금속활자 발굴로 재증명됐다.고려의 전신이 궁예의 태봉국이다. 신라 왕족이었던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워 국호를 태봉(泰封)이라 하고, 철원땅에 도읍을 정했다. 왕건은 그 밑에서 연명하다가 13년 후 궁예를 몰아내고, 송악으로 천도(遷都)한다. 13년간의 후고구려 도읍지였던 철원에는 `궁예도성`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면적 9500만㎡에 인구 20만명이 살았던 도시로 추정된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이 도읍지는 `남북으로 경원선, 동서로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지금은 DMZ 한가운데에 갇혀 `잊혀진 옛터`가 돼버렸다.이 궁예도성을 만월대처럼 남북 공동으로 발굴조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의 세계 생태 평화공원화`의 가장 좋은 모델이 될 것이란 견해다. 이 일도 남북이 함께 하고, 경주 반월성 발굴조사에도 북한 학자들이 참여하면 더 좋은 `징검다리`가 만들어질 터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4

먼저 `인간`이…

동양의 바이블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의 내용은 `인성론(人性論) 3·방법론 1` 정도다.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인간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연구과제였다. 사서삼경이 나왔던 때가 전국시대였으니, “인간사회의 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 또한 중요 과제였다.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나름대로 전개한 논리들을 집대성하고, 거기에 정신수양의 방법으로 시부송책(詩賦頌策)이라는 글짓기를 얹었다. 신라·고려·조선시대를 통틀어 그런 과목들이 인재등용의 수단이었던 것은 `인간(人間) 만들기` 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능주의 시대에 그런 교과목들은 시험과목에서 완전히 빠졌다.`의학전문대학원`은 의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의술을 가지면 돈과 명성과 존경이 따라오니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든다. 의술은 인술(仁術)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원칙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동급생 여자친구를 2시간 동안 폭행해서 갈비뼈 2대를 부러뜨렸는데,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광주지법 형사단독2부 최현정 판사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온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저런 덜된 인간이 의사가 되면 여러 사람 잡겠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인성교육이 뒷전에 밀린 시대의 한 단면이다.양심(良心)을 아예 팔아버린 학자들도 많다. 남의 저서에 표지만 바꿔 자기 저서인양 둔갑시켜 책을 팔아먹은 교수가 전국 50개 대학에 200명 가량이나 된다. 이른바 `표지갈이`인데, 원저자나 표지갈이 한 교수나 다 한 통속이고 출판사도 공범이다.이런 범죄가 관행이라 하니, 우리나라 학계는 `학문조폭들의 놀이마당`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연구실적`도 높이고 돈도 버니 `양심을 판 불로소득`이 꽤 솔솔하다. 머리만 좋고 인성 못 갖춘 인간들이 설친다. 과거에는 대학을 상아탑이라 하고 진리의 전당이라 했었지만, 인간이 인간 답지 못하니 모든 가치가 무너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3

우울증과 반려견(犬)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신문 날 일`이 된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의 37세 된 남자가 개 머리를 물어 뜯어 눈을 다치게 했고, 안과 가축병원이 없어서 실명하게 됐다. 이 남자는 술만 취하면 개를 깨무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어머니의 반려견 쿠조였다. 모친은 아들을 공권력에 넘겨 나쁜 버릇을 고쳐달라 부탁했고, 법원은 그를 동물학대죄로 1년 징역형을 선고하고, 분노조절과 알코올중독 치료를 명령했다. 중국 길림성에서 철강제판매업을 하는 왕옌(29)은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으러 개도살장에 갔다가 참혹한 장면을 보고는 `개 쉰들러`가 됐다. 죽을 개를 사서 키우다가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분양한다. 혹시 개고기 장수가 가져갈 수 있으므로 `심사`를 엄격히 하고, 새 주인은 2개월 마다 `개 인증샷`을 왕씨에게 보내 `안부`를 전해야 한다. 그는 지난 3년간 2천마리의 개를 사들이고 먹여 키우는데 총 300만위안(약 5억5천만원)을 썼다. 그는 지금 200마리를 돌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불우 개보다 불우 이웃을 도우라”고 충고하지만, “나는 전생에 개장수였던 모양”이라 했다.미국의 한 연구팀이 `어린이 독서능력`테스트를 했는데, 한 팀은 `어머니가 옆에 앉아 잘못 읽은 것을 교정해주는`그룹이고, 한 팀은 `개가 가만히 옆에 앉아 있기만 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개를 앉혀놓고 읽기 공부를 한 그룹이 더 우수한 향상도를 보인 것이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공부 싫증`을 유발시킨 탓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요즘은 우울증 치료제가 잘 발달돼 있지만,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은 항우울제를 함께 먹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반려견이 제격이다. 개와 텔레파시가 통하면 무언의 대화도 가능하고, 무조건 복종하니 이보다 좋은 반려가 없다.친구와 싸우는 일은 있어도 애완견과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2

숨겨진 자랑거리

미국 컬럼비아대의 한 연구팀이 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비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이고, 불균형을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많을 수록 청년들의 범죄가 늘어난다” 는 결론인데, 중국과 인도에서는 `결혼자금(지참금) 마련을 위한` 강력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별로 공감하지 못한다. 여성 대비 남성의 비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강력범죄가 5~6% 증가한다는 것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연구인데, 남아 선호사상이 극심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딸을 임신했다`는 진단이 나오면 사정 없이 낙태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인디라 간디` 같은 여성 지도자를 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워낙 낮아서 `딸은 애물단지`란 인식이 강하다. 중국은 딸을 낳으면 횡재했다고 축하하는 지역도 있다. 많은 지참금을 받고 시집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국도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다.한국의 성비가 116.5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상범위인 105로 내려왔다. 이것은 산아제한 정책의 부산물이다. 딸 많은 집이 아들 보겠다고 자꾸 낳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란 구호가 나오면서 `아들은 대를 이을 종자`란 의식이 많이 희석됐다. 또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타고, 아들 가진 부모는 달구지 타고 간다”란 말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근래에 와서는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고, 딸은 내 자식이다”란 말이 나름대로 공감을 얻는다.필리핀의 교통경찰은 부패로 악명이 높았는데, 여성 경찰은 남자에 비해 청렴했다. 그래서 교통경찰 전부를 여성으로 교체하겠다는 정책이 나왔으나, 남자경찰들이 총궐기 폭력시위를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다. 어떤 나라든 여성 공직자가 남성보다 깨끗한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그래서 나라 마다 `여성할당제`를 채택한다. `성비 정상화`는 우리나라의 숨겨진 자랑거리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1

문화의 위력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본선에서 우승할때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스승이 신수정(73) 전 서울음대 학장이었다. 조성진이 초등학교 6학년때 연주한 쇼팽을 듣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음악의 길에도 실망과 절망의 고비가 많지만, “음악의 길은 기다림의 길이란다” 어떤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을 가르쳐주며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었다.신 스타 피아니스트는 6·25때 초등학생이었고, 학교에 있던 피아노로 음악을 익혔는데, 서울에서 피난 온 음악 교수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았다. 52년 피난시절 부산 이화여고 바닷가 천막학교에서 열린 콩쿠르 초등부에서 우승했고,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 음대 3학년때 제1회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그때 연주한 곡이 바로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달관의 경지`를 보인 그 곡이었다. 오스트리아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외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내한 공연에서 협연과 반주를 도맡으면서 `음악한국`을 세계에 알렸다.조성진의 쾌거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기현상을 촉발시켰다. 그의 DVD가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음은 물론이다. 신라때부터 한민족은 밝은 흰색을 좋아하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역사기록이 많은데, 그 음악DNA가 한민족의 피속에 맥맥히 이어지고 있음이 이번에 다시 입증됐다.지난 3월에 방영된 `꽃보다 할배`가 두바이를 배경으로 하는 바람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두바이 관광청은 PD 나영석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간곡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한국 관광 진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협력을 다 할 것을 약속했다. 문화의 힘은 지구 반대편 국가와의 거리도 이웃처럼 끌어당긴다.탈북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만든 무언 창작극 `하나를 위한 이중주`가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브란덴브르크와 베를린 소극장에서 12월 초 공연을 펼친다.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목숨걸고 탈북한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문화의 위력이 통일을 앞당길 힘이 되리라 믿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30

페론주의의 종말

1945년 무렵, 우리는 광복과 함께 남북 이념대결로 6·25의 싹을 키우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나 여배우로 인기를 얻어가던 24세의 에비타가 상처(喪妻)한 40세의 후안 페론 대령을 만나 에바 페론이 됐고, 후안 페론은 46년 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맹주였다. 2차세계대전으로 태평양 서쪽 지역 국가들이 식량난에 허덕일 때, 광활한 토지와 막대한 곡물을 가진 아르헨티나는 이를 수출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페론 부부는 이 돈으로 `페론주의`를 만들었다. 노동자, 여성, 빈민에게는 모든 것이 무료였다. 재난을 당한 주변 여러 나라에 아낌 없는 지원도 했다. 매일 매일이 `막 퍼준데이`였다. 당시 패전국이었던 일본도 페론의 돈을 얻어 썼다. `페론병원`이라 써붙인 진료차를 전국에 돌려 무료진료를 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아내 에바 페론이었고, 그녀는 `가난한 자들의 성녀`가 되더니 곧 `아르헨티나의 구세주`로 불리었다. `에바 자서전`을 스페인어 교재로 썼고, 초등학교는 매주 페론 부부를 찬양하는 글짓기를 했다.에바 페론은 유방암으로 8년후 세상을 떴고, 후안 페론은 12년 집권을 끝으로 물러났지만, `페론주의`는 깊은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결국 나라경제를 거덜내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달 23일에 치러진 대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와의 결별`을 고했다. `우파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노동자들도 기업인 출신의 마크리(56) 후보를 찍었다. 가난은 깊어가고 일자리는 줄어들다가 마침내 굶주림만 남은 포퓰리즘 정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선자는 자동차회사 사장도 했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도 지낸 `경영인 겸 행정가`였고,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란 단 한 마디 구호로 승리했다. 인기영합주의를 종식시켜 `공짜의식`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개혁 개방의 길을 간다. 중남미에 우풍(右風)이 거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7

YS는 못 말려

독일 통일의 기초를 놓은 헬무트 콜 총리는 `국민의 친구`였다.`머리가 많이 비었고, 좀 멍청한 총리`라며 놀려먹기도 했다. 그래서 콜 총리를 주제로 한 유머집이 발간됐는데, 책을 사서 본 그는 “내가 봐도 재밌다” 며 낄낄 웃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동독 주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 존엄을 웃음거리로 삼아도 좋은 `서독의 자유`가 부러워서 자꾸 탈출을 했다.YS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에는 엄청 무서운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에게는 한 없이 부드러운 친구였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큰 죄`였지만, 문민정부시절에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조롱해도 좋았다. 그래서 `YS는 못 말려`란 유머집이 발간됐고, 대통령도 책을 사서 읽고 낄낄 웃었다.실로 `백성과 함께 즐거워한(與民)`지도자였다.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YS는 기본적인 영어 인삿말을 배웠다. 우리측이 “하우 아 유?” 하면, 저쪽에서 “아이 엠 파인. 생큐, 엔드 유?”하고, 우리는 “미 투”하면 된다는 것. 그런데 막상 클린턴을 딱 만나니 그만 헷갈려서 “후 아 유?” 해버렸다. 클린튼은 아하 이 사람이 농담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그도 농담으로 받았다. “저는 힐러리의 남편 되는 사람이오만….” 그러자 YS는 연습한대로 “미 투” 해버렸다는 유머도 있다.대통령이 “서울과 강원도를 간통하는 터널을 뚫어 삼척시를 세계적인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연설을 하자, 외무장관이 듣다 못해 “강간이 아니라 관광이고, 간통이 아니라 관통입니다” 고쳐주자, 자존심이 상한 YS는 “애무장간은 애무나 잘 하소”되받아주었다는 이야기도 유머집에 나온다.YS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자 축하전화가 왔다. “손 여사께서 마침내 퍼스트 레이디가 되셨네요” 하자, 그는“우리 맹순이는 세컨드 앙이데이” `YS의 애인` 루머가 떠돌던 무렵의 유머.오늘 26일 YS는 서울현충원 영면의 집(幽宅)으로 들어간다. 국민을 속 시워하게 해주고, 즐거움까지 준 `친구 대통령`으로 내내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6

YS와 DJ

YS는 경남 거제도 부잣집에서 태어나 일찍 대통령의 꿈을 키웠고, DJ는 전남 하의도에서 태어나 상고를 나온 후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YS는 최연소 최다선 기록을 세웠지만, DJ는 여러번 낙선하다가 늦게 국회의원이 됐다. 둘 다 연설의 명수여서 대단한 군중을 몰고 다녔다. 둘은 군사정권과의 투쟁에는 운명적 동지였으나, 대통령직을 두고는 정적(政敵)이었다. 둘은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는데, DJ는 중앙정보부장에 납치돼 수장(水葬)될 뻔했고,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 김수환 추기경의 구명운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YS는 단 한 번도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지만, `인도 간디 옹도 못 세운 단식기록`을 세웠다. 장기간의 가택연금 중에도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집안에서 꾸준히 조깅을 했고, 민주산악회를 만들어 `군화` 대신 `등산화`란 말을 만들어냈다.1978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지만, 후보단일화를 두고 둘은 적이 됐다. YS는 “나는 정계 선배이고 최다선이다”고 했고, DJ는 “내가 자네보다 3살 많다”며 양보 없이 버티다가, 그해 12월 대선에 둘이 다 출마하는 바람에 노태우 후보가 당선,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92년 대선때 YS는 3당 합당으로, DJ는 제1야당 후보로 정면승부를 펼쳤고, YS가 여유있게 당선됐다. DJ는 정계은퇴 선언을 했으나 97년 대선때 복귀해 `국민회의`를 창당, `YS정권 말기의 IMF`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마침내 대권을 잡았다.둘은 사석에서는 말을 놓고 지내는 친구였다. “니는 와 그래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노” “거짓말 한거 아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이랑게” DJ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두고 YS는 “노벨상의 가치를 형편 없이 추락시켰다”고 비난했다. DJ는 YS를 두고 “어려운 일을 쉽게 생각한다”고 했고, YS는 DJ를 두고 “쉬운 일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했다. YS는 정면돌파형 직사포였고, DJ는 우회형 곡사포였다.JP는 말했다. “대통령 해서 뭣혀. 다 물거품이여”/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5

YS의 발자취

중학생 시절부터 책상 머리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 써붙였던 야심가. 25세에 2살을 올려 27세로 만들어서 국회의원에 최연소 당선, 최다선인 9선 정치가. `여름 한 철 성충이 되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하는` 매미처럼 `오랜 투쟁과 고난의 세월`에 `짧은 영광의 시간`을 보냈던 대통령. 23일이라는 최장기 단식 시간에 강제입원으로 생명을 이어갔던 `독하디 독한 싸움닭`. 군사정권에 의해 가택연금이 되자,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1997년 11월 22일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후 임기를 마쳤던 그는 2015년 11월 22일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당선 초기 80% 넘은 지지율이 물러날때는 5%로 떨어졌던 영광과 치욕이 겹친 `대통령 임기`를 보냈고, 어느 누구도 못할 일을 투쟁적으로 해냈다.금융실명제는 `돈의 검은 고리`를 끊은 혁명적 결단이었고,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과 그 공개 또한 엄청난 반대와 저항에 부딪힐 일이었지만 그는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전광석화처럼 성공시켰다.`군사정권과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박정희 대통령과의 악연을 만들었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 등 박통이 하려던 일은 사사건건 반대했고, 대선 당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면장이나 할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라는 문전박대를 당했고, YS가 당선되자 박 회장은 5년간 일본으로 미국으로 `도망자 신세`로 떠돌아야 했다. 지난 대선때 김현철씨는 문재인 후보 편에 서서 “독재자의 딸”이라며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면서`대를 이은 악연`을 연출했다.YS의 청렴정치는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아들 현철씨를 한보 비자금사건에 연루시켜 구속하자 손명순 영부인에게 “아들을 감옥 보내려고 대통령됐습니까?”라는 피맺힌 원망을 듣기도 했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세상을 경악시킨 일`을 벌이기도 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YS의 의지는 청사에 기리 빛날 발자취가 되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4

날뛰는 말

고노(78) 일본 전 관방장관은 1993년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옛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그리고 최근 한·중·일 기자들 앞에서 아베정권의 위안부정책을 비판하며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네덜란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자국 법정의 판결이 있었다”고 했다. 이시하라(83) 전 도쿄도지사는 최근 산케이신문에 칼럼을 기고했다. 위안부에 대해 “역사의 이름을 빌린 보복의 조작”이라면서 “당시 조선 인구는 2천만명 정도인데 20만명이나 되는 젊은 여성을 관헌이 정말로 납치했다면 당시 조선 남자들은 그것을 보고만 있다는 것이냐”고 했고, “일본의 조선 통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회가 결정해 스스로 소망해서 이뤄진 합병이며, 그로 인해 조선의 근대화가 진전하고 러시아의 속국이 되는 것을 면했다”고 했다. 그는 전부터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 적 없고, 위안부는 돈벌러 제 발로 왔다”고 한 `교활한 일본의 상징`이다.아베정권의 망동은 갈수록 심해진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중국 난징대학살문제와 현행 평화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하겠다고 나선다.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버리겠다는 뜻이다. 또 무슨 망언 망발 요설 궤변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역사의 죄를 `치매` 수준으로 덮고 잊어버리겠다는 의도다. `평화헌법`을 `전쟁헌법`으로 개헌하고, 군국주의로 회귀하겠다는 속내가 아주 노골적이다.1971년 중국 주은래 총리와 미국 키신저 대통령 보좌관이 비밀회동을 했다. 그 회의록이 최근 공개됐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어요” “미국이 제어하지 않으면 일본은 날뛰는 말이 될겁니다” “맞습니다”그런데 최근 오바마정권과 아베정권이 밀월시대를 열면서 `미국의 일본 제어`는 물 건너갔고, 일본은 바야흐로 `날뛰는 말`이 돼 버렸다. 비양심이 양심을 덮어 누르는 양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3

신의 뜻·국민의 뜻

11세기 유럽은 전국(戰國)시대였다. 교황 우르반 2세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까 고민하다가 `공동의 적`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교황은 정치권도 가졌으므로 `최고 존엄`이었다. “우리의 성지 예루살렘이 이교도들의 점령하에 있다. 참을 수 없다. 그 성지를 되찾는 일은 신의 명령이다” 이 칙령에 의해 로마 가톨릭 국가들은 `한 깃발` 아래 뭉쳤다.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향해 진군했는데, 그 길목에 있던 이슬람의 나라 시리아가 `초장 마수거리`로 초토화됐다. 오늘날 시리아가 IS의 근거지가 된 것도 다 `원죄`가 있다. 유럽 전쟁의 방향을 중동지역으로 돌리는 일에는 십자군이 일단 성공했지만, 본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150년이나 이어진 긴 전쟁이 남긴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골 깊은 원한`이다.이번 파리 테러의 배후 인물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을 응징하는 것은 신의 뜻이고, 신의 선택으로 유럽에 입성했다”고 말했다. 파리 참사현장 총구멍에 장미 한 송이와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뭐? 신의 뜻이라고?”. 어떤 신이 수백명의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라고 시키더냐, 지구상의 종교전쟁은 모두 신의 뜻이냐는 항변을 짧게 표현한 글이었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평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신의 뜻`을 팔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정치하는 사람들은 툭하면 `국민`을 판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정당들은 모두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강정책을 수립한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부류의 국민인가?”라는 항변도 나온다.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팽팽히 맞서 있는 분단국가에서는 `국민의 색깔`도 나뉘어지기 때문이다.쇠파이프, 쇠사다리, 고무새총, 벽돌로 공격하는 불법폭력 시위대에 대응할 경찰 장비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을 야당은 대폭 깎겠다고 한다. 이것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인가. 어떤 국민이 찬성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0

소도(蘇塗)

2000년 전 삼한(마한 진한 변한)시대에는 종교권과 국가권력이 양립돼 있었다.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제사장 천군(天君)이 있고, 나라를 다스리는 군장(君長)이 있었는데 천군이 있는 곳을 `소도`라 했다. 이곳은 신성한 장소여서 국법이 범접할 수 없었다. 죄인이 소도에 들어오면 내보내지도 않고 잡아가지도 못했다. 지금도 그 흔적으로 `솟대`가 있는데 “여기는 천군이 다스리는 신성한 지역이다”란 표시였다.고려의 국교는 불교였는데 나라가 망할 무렵에는 종교도 타락했다. 세금과 노역을 피하기 위해 사찰에 농토를 헌납하고 소작인이나 노비가 됐고, 군역(軍役)을 피해 절간으로 도망 간 범죄자들로 사병(寺兵)을 만들었는데 그 도망자를 공권력이 체포할 수 없었다. 절간은 국법이 못 미치는 소도였다. 그래서 정도전은 `불씨잡변`에서 “사찰은 범죄자의 소굴이었다”라고 썼다.과거 명동성당과 조계사는 `시위꾼들의 은신처`였는데 명동성당은 “이 사람들 보호할 이유가 없다” 해서 내보내고 다시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조계사가 유일하게 `소도` 구실을 한다. 종교단체라 해서 국법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옛 상고시대의 습속이 아직 남아서인지 공권력도 눈치만 본다. 불교도들의 표가 엄청나니,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2008년 광우병파동때 이석형 민노총 위원장. 2013년 12월 철도파업때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의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었다. 그리고 지난 14일에 있은 서울 도심의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도 지금 조계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한 위원장은 선동연설에서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뒤집을 수 있고, 전국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추모집회때 불법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계사는 언제까지 방조자가 되려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9

동티모르 군악대

세계 최초의 군악대는 1299년에 창설된 터키의 메흐테르(Mehter)이다. 당시 세계 최강 오스만투르크 군대다웠다. 진군할 때 맨 앞에 서서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적의 간담을 서늘케했던 군악대는 천둥 벼락이 치는 소리를 냈다. 이 메흐테르 군악대가 연주한 곡은 그 후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에 영향을 미쳤다. 1, 2차 대전 후 희망을 잃고 맥 풀려 있는 유럽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곡을 이들 음악가들이 만들었다. 전쟁이 없는 시대에도 이 군악대는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고, 외국 원정도 다니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경주 `실크로드 2015`에 와서 `원조 군악대`의 위용을 과시했다.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살다가 1975년 독립했지만 9일만에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의 침공을 받아 다시 25년간 압제를 받은 불운의 나라이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이 4강에 오르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던 해에 동티모르도 독립해 나라꼴을 제대로 갖추었다.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내기도 했다. 외교장관과 총리를 거쳐 2대 대통령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끈 라모스 오르타. 그는`동티모르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한국은 `동티모르 군악대의 스승`이다. 기타줄을 퉁겨보거나 북을 쳐본 일 말고는 악기를 접해본 경험이 없는 군인들로`왕초보 군악대`를 만든 후 한국에 보내 교육을 시킨 것. 악기도 처음 만져보고 `콩나물 대가리 악보`도 처음 보고, 말도 안 통하는 군인들이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 들고온 것이다. 매일 코피 터지는 강행군이 이어졌고, 40일만에 비로소 4개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순군선열 묵념곡, 동티모르 독립군가, 그리고 아리랑이다. 이 군악대는 28일 국가기념일에 `첫선`을 보일 것이다.1901년 2월 고종황제는 독일인 군악교사 에케르트를 초빙해 서양식 군악대를 처음 만들었다. 나팔수와 고수(鼓手) 32명이 중심이었다. 그랬던 우리 군악이 이제 남의 스승이 되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8

4대강의 복권(復權)

철구조물 전문가 에펠은 파리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철탑을 세우려 했지만 반대론이 빗발쳤다. “이 아름다운 파리에 철탑이라니….” 문화계가 극렬히 반대했고, 특히 소설가 모파상은 “그 재수 없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했다. 에펠은 “라디오 송전탑으로 사용하다가 20년 후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 에펠탑은 오늘날 “모나리자와 에펠탑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면, 모나리자를….”이라 할 정도의 `국가브랜드`가 돼 있다.모파상은 “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탑 아랫동네” 라면서 에펠탑 바로 옆으로 이사를 했다.우리 속담에 “침 뱉고 돌아선 샘물 다시 마신다”고 했고, “석산에 외도끼도 쓰일데가 있다” “눈 먼 자식이 임종한다”란 속담도 있다. `막말`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과 원수를 맺지 말라. 인생이 어디서든 만나지 않으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란 명심보감의 말씀도 있다.`4대강`은 저주받은 이름이었다. 독일에서 `나치 히틀러`가 금기어로 돼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문서에 4대강이란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부형(父兄)을 부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와 닮았다. 2009년 민주노동당은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토건사업이며, 최대의 사기극이 틀림 없다”고 했고,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4대강은 세금 먹는 블랙홀이자 생명 파괴 사업”이라 했고, 박지원 의원은 2013년 국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므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손학규 당시 민주당 재보선 후보는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로 이어지는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가뭄이 극심해지자, 정부·여당이 대책을 내놨는데, `4대강 봇물을 끌어다 쓰는 도수관로 공사`가 대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대강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본래 `악담·막말 선수`들이지만, 정부·여당까지 한치 앞을 못 보고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꼴이 한심스럽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7

친구 되려는 노력

기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얼굴무늬 수막새`. 영묘사터에서 발견됐고, 일제때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씨가 한 고물상에게서 구입했고 1972년 당시 박일훈 경주박물관장이 “하나뿐인 한국의 보물이니 부디 돌려달라” 간청해서 `귀향`했으며 지금 `신라의 미소` `천년의 미소`란 별명으로 경주의 대표 브랜드가 돼 있는데, `진품시비`에 휘말려 아직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경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품”이라고 단언한다.턱이 조금 떨어져 나갔지만 순진무구한 미소는 “신라가 얼마나 평화로운 국가”였는지를 잘 말해주고 우리가 기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골기와집은 보면 아래에 깔린 넙쩍한 기와(암키와), 위에 얹힌 반원통형 기와(수키와)가 있으며 처마끝 부분을 마무리한 막새기와가 있는데 암막새와 수막새에는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연꽃 당초문 비천 인면 등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상서로운 그림들이 있는데 당시 기와장(匠)들은 그림·조각 솜씨를 잘 갖췄던 모양이다.일제때 한 사업가가 한국에서 고기와를 수집했고 그 작품들이 몇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1964년 일본인 내과의사이고 기와연구가인 이우치 이사오에게 넘어갔고, 최근 그 중 중요한 2천2백여점이 고향에 돌아왔다.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기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분류됐고 무늬와 제작기법의 다양성과 독창성은 `공예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 중국 일본은 다 기와집을 짓고 살았으니 기와야 말로`동양 3국을 연결하는 DNA`라 할 수 있다.임진왜란 직후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은 12차례 일본에 통신사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유물을 남겼다. 공식문서, 필담(筆談), 서예, 그림, 병풍 등 300점의 `조선통신사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계획인데, 한국과 일본의 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추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민간인들은 이렇게 `친구 되려는 노력`을 하는데 `정부차원의 일`은 자꾸 삐걱거린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6

버마의 헌법

1962년 버마 군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1989년 나라이름까지 미얀마로 고쳤지만,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화세력은 결코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수치를 지지하는 미국 조야(朝野)도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수치정당이 `실질적`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미얀마`는 서둘러 `버마`로 돌아올 것이다.여기서 `실질적 정권교체`라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버마의 선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거와는 다르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의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무효(헌법위반)를 주장하며 정권을 넘겨주지 않았던 전력(前歷)이 있다.그동안 서방세계가 군사정권을 집중 공격하고, 유엔사무총장이 항의성 방문을 하고,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비난하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군사정권이 2011년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했고, `국제감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총선을 치렀지만, 미얀마의 헌법은 여전히 `군사정권의 막강 요새`가 되고 있다.이 나라 헌법에는 “외국인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희한한 조항이 있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영국국적의 아들` 둘을 두었으니, 이 조항은 `오직 수치의 대선 출마`를 막고 민주화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방어벽이다. 또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군부가 상·하원 의석 25%를 할당받는다”란 기상천외한 규정도 있다. 그러니 헌법 개정도 쉽지 않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0%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나라들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갖지만, 미얀마 헌법은 `군총사령관`에게 그 권한을 주었다. 비록 “군 총사령관은 국가안보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란 헌법규정이 있지만, 위원회 위원 절반이 군부 인사기 때문에 사실상 군부가 총사령관을 지명하는 꼴이다. 또 국방 경찰 내부 등 안보장관 3명을 총사령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며, 중요 기업들을 모두 군부가 장악하고 있으니, 버마의 민주화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3

좌뇌 인간들

18세기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삶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전반기는 좌(左)뇌를 주로 사용해서 협잡 사기꾼으로 살았고, 후반기는 우(右)뇌가 발달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쓰는 등 모범시민으로 살았다. 디포는 많은 재주를 타고났다. 말재주, 글솜씨에 정치협상가의 기질도 가졌다. 권력 주변을 맴돌다가 거액의 정부 돈을 횡령하고 6년 징역을 살았다. 그러나 말년에 들어 `철`이 들었다.한 스코틀랜드 해적이 무인도에 버려졌다가 혼자 살아간 이야기를 듣자, 상상력과 문장력이 발동, `로빈슨 크루소`를 낳았다. 이 소설은 유럽을 해양강국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은 바다를 무대로 한 모험을 꿈꾸게 됐고, 그 개척정신이 바탕이 돼 `바다를 넘어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의 나라 서·북유럽이 탄생했다.왼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알렉산드대왕, 스탈린, 마르크스, 레닌, 히틀러 등이고, 오른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예수, 공자, 간디 등을 들 수 있겠다. 혁명이나 전쟁을 통해서 순식간에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을 `급진 좌파`라 하고, 순리를 따라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을 `온건 보수`라 부르는 것도 그 근원이`좌뇌 우뇌`에 있다. `인문학 교과서`를 지어낸 춘추전국시대의 성인들이 추구한 과제는 “좌뇌와 우뇌를 조화시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중동을 `영원한 화약고`라 하는 것은 이 지역이 `지속가능한 무기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분쟁이 없어지면 선진국 무기상들이 파산한다. 지금 시리아에서는 3개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은 반군을 도와주고, 그 틈새를 파고든 IS(이슬람국가)는 `인질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생한다. 아덴만의 해적과 탈레반이 숙질만 하니, 시리아가 `전쟁무기 소비처`로 등장했다. 또 필리핀에서는 납치산업이 `창업`단계를 지났는데, 작년과 올해 한국인 9명이 납치 살해됐다. 무기상인들이 `좌뇌 인간`을 자꾸 만들어내지만, 우뇌를 살려낼 성인은 안 보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2

황금마차상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의사 지바고`를 보면 “러시아는 철도의 나라”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는 `눈 덮인 평원을 달리는 열차`가 배경이다. 추리 영화 `오리엔탈 특급`도 그렇다. 예로부터 이 노선은 `초원의 길`이라 불렸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며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그 무역로에 `철길`이 놓여진 것이 바로 유라시아철도. 이 기찻길을 건설한 주역이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2005년 세계 유일의 철도賞인 `황금마차상`을 제정했다. 철도산업 발전에 공헌한 기업이나 개인에 주는데, 올해 우리 코레일은 9개 부문중에서 3개를 휩쓸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개인이 받은 `최고철도CEO상`을 비롯, 흑자경영을 이룬 철도기업에 주는 `최고철도기업상`, 사고를 가장 적게 낸 `철도안전상`, 이렇게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최 코레일 사장은 철도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철도전문가`이고, 올해 2월의 철도노조파업을 강·온 양면전략으로 큰 부작용 없이 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코레일은 그동안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눈꽃열차` `정동진 관광열차`등 산간벽지 노선, 과거 일제가 우리의 산림을 수탈할 목적으로 건설했던 철도를 관광자원으로 변모시켜 `철도산업 진흥과 산촌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레저산업이 붐을 일으키는 시대에 `철거위기`에 처한 철도를 관광수단으로 승화발전시킨 코레일의 공로는 `황금마차상 3개 부문 석권`으로 돌아왔다.최연혜 사장은 또 다른 큰 꿈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코레일이 앞장서서 준비하겠다”는 포부이다. 과거 동서독은 냉전시대에도 7개의 철도노선이 계속 운영됐고, 이것이 독일 통일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 경의선은 도라산역에서 끊어졌고, 바다를 낀 동해선은 해방과 함께 건설이 중단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바로 이 끊어진 철길을 이어서 `초원의 길`을 달려보자는 것이다. 이번 황금마차상 수상을 계기로 `동해중부선`의 건설이 실현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1

여성파워

남자는 말을 타고 앞서 가고, 여자는 짐봇따리를 메고 뒤 따라 걷는 것이 아랍지역의 일반적 모습인데, 걸프전 이후 좀 바뀌었다. 여자가 짐을 메고 앞서 가고, 남자는 말을 타고 뒤따라 간다. 여성의 위상이 좀 높아졌나 해서 물어봤더니 “전쟁때 미군이 사막에 지뢰를 많이 묻어놔서….” 이슬람과 적대하는 서방지역 유머.인도의 국법에는 카스트가 금지되지만, 오랜 전통이 쉽사리 바뀔 리 없다.한 마을에서 있은 실제 이야기다. 낮은 카스트의 처녀와 높은 신분의 총각이 눈이 맞았는데, 결혼은 결코 허락되지 않아 둘은 도망을 갔다. 마을 원로회의가 둘을 처벌하는 재판을 했는데, “처녀의 여동생을 대신 처벌하되, 나체행진을 시키고, 아무나 성폭행을 해도 좋다”란 판결이 나왔다. 남자측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21세기에 이런 곳도 있다.캐나다의 43세 된 젊은 총리 트뤼도는 취임식에서 파격적인 여성우대 정책을 내놨다. “장관 수를 남녀 동수로 하겠다”는 것인데, 실제 남녀 각 15명씩의 국무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원주민 여성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이 의미 있다. 캐나다에서 과거 `원주민 여성 1천여명의 실종·살해 사건`이 있었는데, 자유당은 선거운동때 “이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백인들이 인디언족·에스키모족을 멸종시키려고 원주민 여성들을 몰래 살해한 홀로코스트가 `원주민 법무장관`에 의해 단죄될 것인지?우리나라 인사혁신처는 최근 “여군의 수를 대폭 늘리고, 여군에 대한 처우도 파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군파워`가 막강해질 것이니, 상관에 의한 성범죄 피해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108년전 국채보상운동 당시`패물폐지부인회`를 구성해 귀금속을 내놓았던 그 `구국여성운동`의 전모를 밝히고, 그 중심인물들의 명단을 완성했다. 남자들은 `담배 끊고 모은 돈`을 냈지만 여성들은 패물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역사는 `남성 위주`로 기록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