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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평화의 소녀상

일본 대사관 앞에 앉아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는 많은 `상징`이 있다. 소녀의 모습인 것은 `할머니를 꿈 많던 소녀시절로 되돌려주자` 함이고, 어깨에 앉은 새는 `먼저 세상을 뜬 할머니`들과 이승을 이어주는 메신저, 소녀의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것은 고향에 돌아와도 발 붙일 수 없는 처지, 옆의 빈 의자는 `다른 할머니들의 자리`, 단호한 얼굴 표정과 매서운 눈초리는 죄인들을 질책한다.이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세워졌는데, 제막식날 오사무 관방장관은 “건립 중지 요청을 무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 했고, 같은 달 18일에 열린 한·일정상회담 때도 당시 총리였던 요시히코는 “소녀상을 철거해달라”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소녀상이 세워질 것”이라고 오금을 박았다.급기야 집권 자민당은 최근 차기 정부에 제출할 `결의안`을 만들었다. “소녀상의 조기 철거를 한국 정부에 강하게 촉구하라”는 내용이다.일본인들은 왜 소녀상 철거를 그리 집요하게 요구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전통신앙인 신도(神道)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모든 구조물 속에는 영혼이 깃들여 있다는 범신(凡神)신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죽은 자와 산 자가 늘 공존한다. 공동묘지가 마을 한가운데 있고, 간 데 족족 신사(神社)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어릴때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신사`가 따로 있는데, 많은 어린이상이 뜰에 놓여 있다. 일본의 영화나 소설에는 죽은 자가 생시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피눈물 흘리는 조각상`을 일본인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을 향해 원한 맺힌 저주를 퍼붓고 있다 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렇게 간절히 옮겨주기를 염원한다. “돈 10억 달러를 주고라도 철거토록 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돈으로는 안 된다. 일본총리가 소녀상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9

정부수립과 건국

국사학계의 원로 한영우(78) 서울대 명예교수가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를 펴냈다. `대원군의 개화정책과 대한제국의 탄생`에서 `일제 강점과 독립운동 시대`를 거쳐 `남북분단과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술한 이 책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 편찬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이다. 좌파와 보수, 양 편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데에 저자는 많은 힘을 기울였다.“당시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권력 장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은 없다. 그에게 분단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이 한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했다. 그의 의지와 애국심은 대미 외교에서 그는 커다란 승리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반공포로 석방, 한미동맹 체결, 대일 평화선 선포, 6·25 이후 산업부흥 시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말년의 독재·장기집권 욕심·부정선거가 업적들을 다 덮어버렸다.70세에 집권해서 90이 다 돼가는 나이까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다 잘돼 갑니다”란 측근들의 말만 너무 믿은 것이 그를 암군(暗君)으로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한 특사가 하와이로 날아가 그를 만났을때 노정객은 “어떻게 돼가는냐? 물었다. “다 잘돼갑니다”란 대답을 듣고 “내가 그런 말을 믿다가 이 지경이 된거야”라며 쓸쓸히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발포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죽고 다쳤다는 보고를 처음 듣고 지체 없이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 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보냈다.남한과 북한의 `정통성`을 놓고 보수·진보 양측은 아직도 싸운다. 남한은 `정부 수립` 수준이므로 `국가 건립`이 아니라는 것인데, 유엔사무총장을 낸 대한민국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논리다. 상식을 벗어난 논쟁은 이제 역사의 무덤에 매장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8

기업의 문화운동

최근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기업들이 주관한 `2016 한국의 밤`이 열렸다. “한국문화, 세계와 연결하다”란 주제였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정·재계 리더 수십명과 한국의 정·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 30여명이 모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환영사에서 “문화산업은 성장에 한계를 겪는 우리에게 신성장 동력이 돼 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문화융성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살리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은 5천년 유구한 문화유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문화융성을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우리나라 메세나운동의 효시는 아마 1977년에 창설한 금호그룹 박인천 회장의 `문화재단`일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에 장학금을 주고, 광주·전남의 향토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일로 출발했으나, 차츰 클래식 음악으로 지원범위를 넓히면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으로 개편됐고, 본격적인 기업 메세나운동이 태동하게 됐다.5년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서 지난해 10월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2)도 `금호영재` 출신이고, 한국의 대표적 피아니스트 손열음(30)과 김선옥(28), 작년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1)도 `금호영재` 출신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가 발탁해 지원하는 영재는 1천200 명이 넘는다. 박삼구(7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더라도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직은 굳건히 지키면서 `문화융성`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왕대밭에 왕대 난다고, 예향(藝鄕)에는 예술인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박인천 금호 창업주는 본래 동양화와 서예, 그리고 국악에 관심이 많았다. 의재 허백련 화백, 소전 손재형 명필, 임방울 국창 등 3인은 그 집 사랑방에 와서 살다시피했고, 생활걱정 없이 예술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오늘날 후대들이 선대의 유업을 소중히 이어받은 그 결실이 눈부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7

女류 전성시대

세계에서 여성지도자는 4명이다.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61)는 10년째 독일을 다스리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유일하게 구원의 손을 내민 독일 지도자이다. 경제안정과 타협의 정치, 점진적·실용적 개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지난해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아시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대선에서 한국 최초로 당선됐고, 4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유지한다. 미얀마의 수치(71) 여사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집권 군부를 물리치고 `버마의 봄`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딸로 학문에만 정진하고 있었는데, 군부의 잔인한 시위 진압을 목격한 후 온갖 탄압을 견디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영국인 남편과 자식들과는 15년간 만나지 못한 채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러나 군부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민주총선을 실시했으며, 예상대로 그녀는 압승을 이뤄내 정권을 교체하게 됐다.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는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지도자이고,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우며, 독신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나이도 비슷하다. 그녀는 박 대통령의 자서전 대만 번역판 서문에 “박 대통령은 여성이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했다”고 썼다.대만 국민들은 중국과의 합방을 원하는 국민당을 버리고, 독립지향적 성향의 민진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앞으로 한-대만 경제교류는 더 활발해질 조짐이다.동양에는 여성 국방장관이 드문데, 유럽에는 흔하다. 독일의 우르줄라(58), 호주의 머리스 페인(52), 이탈리아의 로베르타(55), 네덜란드의 예니네(43) 등이 있고, 일본도 아베정권 1차 내각때 고이케 유리코 여사가 방위성 장관을 맡았다. 노르웨이, 알바니아도 여성 국방장관을 두었다. 한국도 對북한·對테러가 현안과제인데, `다부지고 빈틈 없는` 여성 국방장관이 나올 법 하다. 특히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파헤쳐 청소하는데는 `여성의 청렴성`이 소독약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6

아버지와 아들

1940년대는 소련 공산주의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한반도에도 `사회주의 실천가`들이 설쳤는데, `남한 담당 총책`이 박헌영(朴憲永)이었다. 그는 점쟁이나 벽돌공으로 위장해 노동현장을 다니면서 `남조선 노동당`을 조직했다. 1941년 그는 청주에서 한 처녀의 몸에서 아들 박병삼을 얻었다. 그 후 6·25가 터지고, 인천상륙작전 후 박헌영은 10살 된 아들과 같이 지리산에 숨어 들었다.그는 얼마후 월북하면서 아들을 한 스님에게 맡겼고, 아들은 절간으로 흘러다니며 불경공부를 했다. 성년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그는 친구의 이름으로 해군 특수부대에 지원 입대해 3년 복무를 마친 후 스님이 됐고, 현재 조계종 원로 의원으로 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2대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원수는 갚지 말고, 은혜는 반드시 갚아라”란 좌우명을 써붙이고 아버지를 용서했다. 박헌영은 1956년 `미제국주의와 내통한 간첩죄`를 쓰고 처형됐다.정진석 추기경은 평생 아버지의 얼굴을 못 봤다. 아버지 정원모는 아들이 태어날 무렵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본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지만, 사회주의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했다. 해방이 될 무렵 그는 서울에 오지 않고 북으로 가버렸다. 당시 아들 정진석은 서울공대 화공과 학생이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경에 건너간 후 소식이 없다”고만 했다. 아버지는 북으로 가 공업성 부상(상공부 차관)을 지냈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정 추기경은 “하느님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통해 길을 찾으려 한 아버지가 안타깝다”고 했다.1988년 8월 밀입북해서 김일성을 만나 공작금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10년 복역한 서경원(79) 전 의원의 아들 서명훈(39)씨는 새누리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아빠 휴직운동 본부` 대표다.아버지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아들도 있지만, 부모에게 맞아 죽는 자식들이 많은 현실이 한심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5

천사의 날개

지난해 3월 히말라야 깊숙이 숨어 있는 나라 네팔에서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산사태가 나고 마을로 들어갈 길은 막혔다. 전문 산악인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자를 구호할 길도 없고 의약품 전달도 막연했다.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창업실습팀 엔젤 스윙이 만든 드론이 의약품을 싣고 피해지역으로 날아간 것이다.창업실습팀 학생 8명이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때 네팔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워 피해지역을 촬영하고 정밀지도를 만들면 구호에 도움이 될 것이니, 드론을 만들어 NGO에 팔면 수익을 낼 것”이란 생각으로 학생들은 곧 작업에 들어갔다. 경영학과, 재료공학과, 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일을 분담했고, 3개월을 꼬박 매달려 연구·부품 구입·실험을 한 끝에 정밀지도를 그릴 드론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지난해 7월 카트만두 공과대학에 전달돼 피해 복구에 요긴하게 쓰였다.엔젤 스윙의 도전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내친 김에 의약품을 실어 보내는 드론까지 만들기로 했다. 도로사정이 열악하고 산길이 험해 병원이나 보건소까지 가려면 5일이나 걸리는 마을도 있었다. 백신 하나면 살릴 수 있는 부상자들이 속수무책인 상황을 목격하고는 제2의 도전을 결심했다. GSP와 고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카메라 등을 장착해서 정확한 위치에 의약품 상자를 떨어뜨릴 수 있고, 40분 가량을 날 수 있으며, 의약품 상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배터리와 프로펠러도 개선했다. 이 작업에는 서울대 당국이 지원했다.마침내 엔젠 스윙은 이달 4일 `의약품 배달용 드론`을 들고 네팔 나르자만담 마을로 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7시간을 달려간 마을이고, 그 곳 보건소에서 2㎞ 떨어진 피해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주민 20여명이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주사기·백신·진통제 등이 들어 있는 1㎏짜리 상자였다. 창업 실습뿐 아니라 국위도 선양한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2

역사교과서의 위력

대만에는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과 중국과의 합방을 원하는 국민당이 있는데,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국사교과서 내용이 달라졌다. 국민당 정권때는 `친중(親中) 교과서`가, 민진당 정권때는 `반(反)중 교과서`가 채택됐다. 2000년부터 8년 간은 민진당 집권기였고, 이 시절의 학생들은`중국사`와 `대만사`를 따로 배웠다.대만사 교과서는 “대만과 중국은 별개”라고 기술하고 “대만 독립”을 강조한다. 올해 총통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중에는 20대가 300만명 가량 되는데, 이들이 바로 민진당 시절에 학교에 다닌 세대들이니, 당연히 독립당 후보에 투표했다.한 대만국립대학생이 말했다. “우리가 선거로 지키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대만`이고 그것이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다”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대만 국민 중 “나는 중국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3%에 불과했고, “나는 대만인”이라 한 사람은 59%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나는 대만인이기도 하고 중국인이기도 하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40%를 넘었는데 지금은 20%대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놓고 “앞으로 민진당 정권이 오래 갈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16세 걸그룹 맴버 쯔위 양이 TV에 나와 죄인처럼 “나는 자랑스러운 중국인”이라고 사죄하는 장면을 본 쯔위양의 고향 타이난시 사람들은 분기탱천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비정(非情)함에 치를 떨면서 다투어 투표장에 갔고,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총통 후보와 입법의원(국회의원)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민진당 후보들이 압승을 거둔 것은 `쯔위 양의 대만 국기`와`힘에 눌린 억울한 사과`의 영향이 컸지만, 그 근본에는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역사교과서`의 위력이 깔려 있었다.박근혜정권이 국사교과서를 바로 잡으려는 것도 그 속에 `국민의 정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 종북좌파 필자들에게 국사 기술을 맡길 것이며, 굴욕의 역사를 가르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1

대만의 비애

베이징올림픽 때 대만은 `대만국기`를 들지 못했다. 매화 꽃송이 속에 태양과 오륜이 그려진 `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을 들고 입장했다. 공식적으로 대만은 중국에 흡수된 것이다.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대만과 수교하는 나라는 중국과 수교하지 못한다”란 원칙을 공포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대만과의 외교를 끊었다. 노태우 정권 당시 서울에 있던 대만 대사관도 청천백일기를 내리고 철수했다.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 통상하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1992년에 `92공식`이 나왔다. 1국 2체제를 공포한 것이다. 중국은 하나지만 체제는 달리한다는 공식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를, 대만은 자본주의 체제를 각각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후 `대만`이란 국호는 국제사회에서 사라지고 대만국기도 통용될 수 없었다. 올림픽 때 공식명칭은 `차이니즈 타이페이`이고, 국기는 대만올림픽위원회의 깃발만 허용되었다. 대만은 중국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이지만 `작은 섬나라`이고,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1개 성(省)`으로 취급할 뿐이다. 대만 내부에서도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지만, 민진당은 `대만독립국`을 고집한다.대만 출신의 16세 된 걸그룹 멤버 쯔위양이 숙소 침대에서 대만국기를 흔드는 영상이 방영되면서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황안이라는 대만출신 가수가 그것을 고자질했고, 중국정부는 “JYP는 중국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압박을 가했고, JYP는 몇차례 사과하고, 쯔위도 검은옷을 입고 “중국은 하나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그 사죄는 대만 청년층을 격분시켰고, 민진당 총통 후보 차이잉원은 “국적문제를 두고 사죄하는 대만인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일제때 한국인이 태극기를 들고 길거리에 나섰다면 그는 `독립군`으로 취급돼 법정에 섰을 것이다. 지금 대만의 처지가 그와 같아서 재판 대신 경제제재를 당한다. 어쩐지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 같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0

대만 최초 女총통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60) 주석이 총통에 당선됐다.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고, 총통 선거사상 최고득표였다. 차이 당선자는 푸첸성 객가(客家·변방의 소수민족) 출신이다. 중국의 국부 손문, 개혁개방의 원조 등소평, 싱가포르 중흥 총리 이광요 등도 客家人이다. 차이 당선자의 아버지는 기업인으로 신용과 겸양이 몸에 밴 사람이고 그 성품이 딸에게 전승됐다. 그녀는 대만대 법학과, 미국 코넬대 법학 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 정계에 입문한 그녀는 2008년 민진당 주석이 됐다. 당시 천수이벤 총통이 부패로 낙마했고, 민진당의 지지도는 밑바닥권이었으며, 다들 당 주석직을 사양했다. 한국 한나라당이 `차떼기정당`이란 오명을 쓰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당시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 정신`으로 당을 회생시킨 것과 같이 차이주석도 청렴하고 진실된 이미지로 당을 살려냈다. 당내 파벌싸움을 잠재우고, 9차례의 선거에서 7번의 승리를 이끌어내 `선거의 여왕`이란 말도 들었다. `파우스트`의 “구원은 여성성에 있다”는 말이 실증된 것.차이 당선자의 이미지는 소박·검소·진실·원칙·청렴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단발의 생머리였고, 옷은 늘 수수한 이웃집 아줌마 같았다. 다른 후보자들처럼 고래고함 사자후를 토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득하면서도 단호하고 명료한 어투에서 신뢰성이 더 묻어났다.그것은 “저런 총통은 적어도 부패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었다. 그녀는 당선 후 첫 발언에서 “내 롤모델은 독일 메르켈 총리”라 했다. 동독 객가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유럽 전역이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유일하게 `남을 도울 수 있는` 호황을 이뤄냈다.차이 당선자의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정책은 소삼통(小三通·항공편, 우편거래, 교역)으로, 중국대륙과는 독립성을 유지한다. 한국과 대만은 여성 지도자를 두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친구를 얻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9

이승만 국부(國父) 논쟁

제2차세계대전 당시 터키는 독일 편에 붙었다. 터키의 케말 파샤 장군은 연전연승했지만, 독일이 워낙 죽을 쑤는 바람에 패전국이 됐다. 그러나 케말 파샤 장군은 악착같이 버티면서 협상을 이끌었다. “터키를 독립국으로 남게 해달라. 그러면 서양의 문명과 제도와 종교를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이었다. 연합국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러나 그는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터키는 이슬람국가였다. 그런 나라가 서양의 기독교를 허용하겠다 했으니 이슬람 원로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이때부터 혹독한 숙청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슬람 원로들부터 잡아 죽인지 1년 여가 지나자 안티(anti)가 사라졌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케말 파샤 장군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약속을 지켰다. 종교의 자유와 선거제도, 3권분립 등 서양의 정치 행정 제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국회는 `국가원수 모독죄`를 만들었다. 그것은 거의 `신성 모독죄`에 버금가는 법이었다.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4·19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고, 그 공로를 결코 잊어서 안된다”했고, “그의 과(過)만 말해서 안 되고 공(功)도 인정해야 한다. 역사를 공정하게 양면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그러나 좌파들은 결코 공을 보지 않는다. 강남좌파라 불리우는 조국 교수는 “한상진 교수는 (이승만을)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맥락에서 국부라 했는데, `1948년 건국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북한은 `건국`이고, 남한은 `정부 수립`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통성 있는 국가는 북한이고, 남한은 `반동 정치집단·미해방구`란 소리다.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유엔군을 불러들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바람에 적화통일을 못한 그 원한 때문에 국부를`원수`로 여기고, 북한과의 경제 격차를 크게 벌여놓은 박정희 국가중흥 대통령을 줄기차게 비난하는 세력을 어찌해야 하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8

상처 받은 뇌(腦)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도 아동학대는 심각했다. 몸피가 작은 아이들에게 굴뚝청소를 시켰다. 그을음과 재를 뒤집어쓴 채 굴뚝 속에 매달려 있었다.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통해 들어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 이유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아이들이 양탄자를 짜고, 채석장에서 돌을 깨고, 쓰레기를 뒤지거나 버스 차장 노릇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노동 금지법`이 있어서 `노동학대`는 없어졌지만, 비정상적인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뇌가 빨리 자라는 유년시절에 받은 학대는 두뇌의 성장을 방해하고, 학대받은 사실이 뇌에 기록된다. 뇌의 부피가 작아지고, 뇌파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이 나타난다. 뇌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해마`는 감정 조절, 학습, 기억에 관여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노인 치매는 `해마가 작아지는 현상`이다. 자율신경에도 문제가 생겨서 외부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엉뚱한 행동`을 해서 학대를 자초한다.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여자아이가 2년간 집에 갇혀서 얻어맞고 굶주리다가 2층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수퍼에서 과자를 먹다가 발견돼 지금 보호를 받고 있는데, 그 아버지란 사람도 어릴때 학대를 받은 `비정적 뇌`를 가졌고, 어머니는 이혼 후 자취를 감췄고, 가족처럼 살고 있는 여자는 아버지의 동거녀였다.충남 논산에 사는 한 여성은 `원하지 않은 출산`으로 낳은 갓난아기 6명을 돈 주고 사서 기르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녀는 어릴때 어머니를 잃었고, “어미 잃는 날이 애비 잃는 날”이란 속담처럼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지능지수는 `지적장애 경계선`인 80 안팎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를 매매해서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어머니 없이 자란 한`을 영아 키우는 일로 풀기 위함이었다고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아동학대를 예방할 사회적 감시망이 더 촘촘해져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5

중국의 선택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북의 수폭(水爆)실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북이 온건·유화로 나오면 우리도 그렇게 대응하고, 북이 강경·도발하면 우리도 그에 맞서면서 차츰 신뢰를 회복해가자”하는 취지다. “핵은 남의 재앙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재앙이고, 핵무기를 통해 얻는 것은 고통뿐이다” 하는 자각과 후회에 도달하고, 이란 처럼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신뢰프로세스의 길이다. 과거 YS가 “땅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 해서 `놀리는 땅에 세금`을 매긴 것과 엇비슷하다.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해체된 것이 아니다. 핵을 `사용`하는 순간 얻는 것은 자멸(自滅)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평등사회를 지향한다는 북한에는 5개의 계급이 있다고 한다. 성골은 김일성 가계인 백두혈통, 진골은 빨치산 혁명 세대, 3두품은 김일성교 광신도, 4두품은 충성스러운 일반국민, 그리고 마지막 최하 계급은 출신성분에 흠결이 있는 가정인데, 월남자가 있거나, 재일교포 출신이거나, 노동교화소에 갔다 온 가정이 이에 속한다. 이 `제5계급`은 그동안 숨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탈북자 가족은 부자”란 소문이 퍼진 것이다.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만 “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낸다”고 응답한 사람이 71%를 넘었다. 1년에 100만~200만 원을 보내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연간 1천만원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인 브로커에게 송금하면 그는 북한에 있는 화교에게 연락해 북한 가족에게 돈을 전하면서 수수료를 먹는 시스템이 형성돼 있다. 이 `탈북자의 송금`은 북한 가족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중국에서는 한국화폐가 통용되고 북한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인기여서 이런 `송금루트`가 개척된 것이다.중국도 북핵실험에 상응하는 응징을 해야 할 것인데, 가장 좋은 선택이 `탈북자 북송 중단`이다.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잡아 북한 보위부에 넘기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목숨 건 탈북자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4

북핵 코미디

막 퍼주기 논란을 빚은 햇볕정책으로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DJ는 2001년 이런 연설을 했다.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만약 북에 핵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퍼준(?) 100억 달러를 밑천으로 북은 2003년 “우리가 핵실험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3년마다 한 번씩 핵실험을 하다가 지난 6일 4번째로 수소탄 실험을 했다. DJ는 그 후 무슨 `책임`을 졌나. 한바탕 코미디로 끝났을 뿐이다.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중국은 불만을 나타냈는데, 이번에도 중국은 국경감시를 강화해 밀무역이 중단됐고, 북·중 교역량도 급감했다. 최대 무역도시 단둥(丹東)의 통관절차가 까다롭게 됐고,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었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가 중요 관광루트인데 핵실험 후 여행사들이 다 문을 닫았다. 중국도 국제여론이 무서워서 “북한의 핵 보유를 강력히 반대한다”란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제재는 `잠시·소극적`이었다. 말 안 듣는 사고뭉치 동생에게 `꿀밤` 한대 주는 정도다.그러나 북한은 이제 중국을 겁내지 않게 됐다. `북핵 반대`와 `경제 제재`에 대한 불만 표시가 노골적이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서열 5위 상무위원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한 것이다.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참혹하게 처형했던 장성택은 자료화면에서 한동안 지우지 않았는데, 류윈산은 사정 없이 `편집`했다. “중국도 수 틀리면 핵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협박이고, “빨리 경제 제재를 풀라”는 압박이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최신호 표지에 `전쟁무기를 가지고 노는 철부지 김정은`의 만화를 실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과거에 저질렀던 사고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또 사고를 쳤다”는 설명을 달았다.DJ의 코미디 연설이나, 미국 주간지의 표지 그림이나, 북핵을 무슨 아이들 장난감으로 보는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3

레인 맨

1988년에 개봉된 미국 영화 `레인 맨`은 천재 자폐증 환자를 다루었다. 사회성이 없어서 어디에도 적응 못하지만 비상한 기억력과 분석력, 남이 보지 못하는 변화를 봐내는 사람 이야기다. 레인 맨은 흩어진 수백개의 성냥개비의 수를 단숨에 계산해내고,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다 외우고, 한 번 본 숫자를 오래 기억한다. 이런 재능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 하는데, 조선조 도화서 화원들은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사진사 구실을 했다. 그들은 통신사를 수행하며 외국의 문물을 기록했다.이스라엘 9900부대는 `레인 맨`들이 일하는 `영상분석팀`이다. 정찰기가 찍은 항공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 `미묘한 변화`를 읽어낸다. 일반인들이 감지 못하는 변화를 그들은 천재적 암기력과 분석력으로 봐낸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 하마스가 한 운동장에 비밀무기를 몰래 묻었는데, 레인 맨들이 사진 판독을 통해 이를 알아내 폭파시켰다. 군은 인재를 얻고, 자폐증 환자는 직업을 얻은 것.학교 공부에는 별 재주가 없지만 불경(佛經)은 한 번 읽으면 그대로 다 외우는 스님도 있고, 어떤 길고 복잡한 곡도 한 번 들으면 피아노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차르트가 있었고, 시각장애와 뇌성마비를 앓은 메슬리 램키도 그런 천재 음악가였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말레이시아의 화가 펑리안(21)은`색채의 마법사`라 불리운다.우리나라에도 자폐증 환자로서 화가의 길을 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독창적으로 그려낸다. 예술이란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창작`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아인슈타인 병`이란 것도 있다. 다른 것은 다 서툰 `발달장애`인데 꼭 한 분야에서만은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김홍식(18)군은 연도와 날짜를 대면 1초도 안 돼 요일을 계산해내는`수학과 컴퓨터 천재`이다. 김군은 올해 3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다. 이런 천재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개천의 용`을 발굴하는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2

트럼프와 북핵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에 몰두해왔고 최근 `핵포기·경제제재 해소`를 이끌어 냈으나, 북한의 핵문제가 새로 불거졌다. 미국이 잠시 정신을 파는 동안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갔다. 그래서 미 공화당은 집권 민주당을 겨냥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북한이 오늘날 핵 보유국이 됐다” 면서 “클린턴의 실패한 외교정책이 오바마를 거쳐 힐러리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공격한다.미 대선을 앞둔 지금 `뜨는 후보`가 공화당의 트럼프인데,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돈키호테였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우산 밑에서 무임승차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는 말을 내뱉었고, 여성 비하, 인종 차별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을 마이애미주의 한 대형서점은 `유머코너`에 배치했다. 그의 튀는 발언은 `괴짜 부호의 해프닝` 취급을 받았지만, 지지율 40%로 꾸준한 선두 자리를 지킨다.트럼프는 `말 없는 다수`가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을 대변해 주는데, 그것은 권태로운 일상과 판에 박힌 정치관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변화라도 주고, `TV 앵커`를 지냈던 경력을 십분 살려서 국민들을 `재미 있게` 해준다. 그는 3조원 대의 재산을 가진 대부호인데, 미국인들은 부자를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부자를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는 한국인과는 다르다.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주고, 변화와 재미를 주고, 존경의 대상이 되니, 막말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지지를 받는 것이다.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거침없이 “미친놈!”이라 했고, “북핵을 저지할 나라는 중국 뿐”이라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무역거래를 중단하면 중국은 2분 안에 무너진다”는 개그 같은 막말도 했다. 미국은 이란 핵 해결에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효과를 봤다.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을 제재한 것이다.어찌됐건 김정은의 통치자금줄을 바짝 죄지 않고서는 대북제재의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1

무능 부패 공무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공무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공직에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행정권력이나 휘두르면서 `군림`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공직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2006년 무능하고 부패한 고위공무원을 걸러내는 제도를 마련했다. 5단계의 평가등급 중에서 2차례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직권면직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10년째를 맞는 지금까지 잘린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팔이 안으로 굽는 온정주의 때문이다.그러자 지난해 10월 새 제도를 또 내놓았다. 직권면직의 범위를 많이 넓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최하위 평가 2번`뿐 아니라, `최하위 평가 1회+무보직 6개월` `무보직 1년에 해당할 경우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올 경우` 등이 추가됐다. 또 가이드라인에는 정책실패(대규모 예산 낭비와 혼란 야기), 태도와 자질 미흡(복지부동 등 소극행정, 업무 조정능력 부족), 개인 비위(금품 향응 수수와 공금횡령) 등이 담겼다.실·국장급 고위공직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수백억원 짜리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다. 20대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신분보장의 우산 속에서 세월만 가면 자동승진 되고, 사고만 치지 않고 장·차관의 비위만 잘 맞춰주면 잘리는 법이 없다. 빗나간 엘리트의식에 무사안일까지 겹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물에 물 탄 공직자”가 되어서 `대접받는 일`에만 익숙하고, 인허가권을 미끼로 `업자 등쳐 먹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무능·부패 공무원은 나라를 좀먹는다.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패 척결을 특히 강조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은 세종시 공무원 중에 `집 부자`가 많다고 한다. 일반 국민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무원은 2채씩 분양받아 차익을 남기고 되판다. 이런 양심불량자부터 첫 모델 케이스로 응징해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8

신이 전쟁을 가르쳤나

서기 632년 선지자 무함마드가 타계한다. 그는 아들이 없고 딸만 있었는데,`후계자 지정 원칙`을 정해주지 않고 죽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가지 주장이 맞섰는데, “원로회의에서 칼리프(지도자)를 뽑자”는 `수니파`와 “혈통을 따져서 정하자”는 `시아파`가 갈렸다. 1대부터 3대까지는 수니파의 뜻대로 됐다. 그러나 그 칼리프들은 암살되거나 병사함으로써 30년만에 3번씩이나 바뀌었다. 4대째 비로소 시아파가 천거한 `알리`가 등극한다. 그는 무함마드의 4촌이자 사위였다. 혈통을 찾아 지도자가 정해지는가 했더니, 알리는 곧 죽는다. 암살자는 수니파의 사주를 받은 그의 아내였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리의 두 아들 또한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두 종파는 `같은 하늘 밑에 살 수 없는` 원수가 돼갔다. 사우디에 근거를 둔 수니파는 정복사업을 벌여 세계 곳곳에 세력을 뻗쳤는데, 이란·이라크에 뿌리 내린 온건 시아파는 전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85%가 수니파이고 15%만 시아파로 돼 있다. 탈레반이나 IS 등은 대체로 수니파로 알려져 있다. 이 두 종파는 간데 족족 부딪힌다.`시리아 내전`은 시아파정권에 대항한 수니파 반군이, `예멘 내전`은 수니파정권에 맞선 시아파 반군이 벌인 혈투였다.최근 이란과 사우디가 또 국교를 단절하고 전쟁상황으로 돌입했다. 사우디의 수니파가 이란의 시아파 성직자 4명을 처형한 것이 발단이 됐고, 이란의 시위대가 사우디의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불태우면서, 복수는 복수를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국교와 항공편 등이 단절되고 끝내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란은 국제사회와의 `핵협상`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에서 풀리고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여 시아파 국가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이란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사우디는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알라신을 `한 조상`으로 섬기는 형제끼리 복수극을 반복하다가 자꾸만 원한을 더 쌓게 됐다. 神이 언제 전쟁을 가르쳤던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7

통일준비 인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두 명의 발언이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는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maniac)`라 불렀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 경계선에 2만8천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다”고 했다. 루비오 후보도 “급진적 이슬람 테러와 북한의 미치광이, 모스크바의 깡패 등 우리는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들 중 누군가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할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 혹은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고,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도 위기를 맞을 것이므로, 대응책·방어망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은 시의적절하다.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연구를 더 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다양한 무역 거래선을 활용해 북한 산 물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중개무역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했다.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낼 `길`을 열어줄 적임자는 `한 민족`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남과 북은 독일 통일의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당시 동독과 서독은 사람이 서로 오가고, 서신이 교환되고, 경제지원이 이뤄지고, 기초 인프라 투자가 가능했으며,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활발했다. 서독 각급 학교들은 `동독 친척 방문`을 과제에 넣었고, 서독 의회는 `동독 지원 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그러나 남북은 많은 동질성을 가진 한 민족이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가 돼 있다.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을 당장 실천해야 하는데, 그 길을 닦는 것이 인적·물적교류이다.북한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6개였는데 차츰 다른 학과에 통폐합되고 남은 곳은 동국대 하나뿐이다. 졸업해봐야 진출할 직장이 없어 학생들이 외면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암운(暗雲)이다. `통일준비생`의 일거리 창출이 쾌청(快淸)의 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6

관(冠) 쓴 원숭이

宋나라 때 저공(狙公)이 원숭이 수백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마리 수가 자꾸 불어나고 먹이 조달이 점점 어려웠다. 도토리를 하루에 7개로 줄어서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꾀를 냈다.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좋다고 했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생겼다. 얄팍한 잔재주로 남을 속이고 현혹 시킬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원숭이를 이용해서 야자열매를 딴다. 원숭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밑에서 돌을 던진다. 원숭이는 맞서 싸운다면서 야자를 따 사람에게 던진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호되게 벌을 받는데,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러 떠나는 현장법사가 구해주어서 동행을 하지만 원낙 변덕이 심하고 심술 궂어서 현장법사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리테를 원숭이 머리에 씌웠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치면 테가 조여들어서 두통을 일으킨다. 그리고 “네놈이 날아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란 정신 교육을 시켜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했다.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자연서식하지 않는 곳이 한반도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짐승이라,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고, 사람들도 “인간이 되려다가 자질 미달로 떨려난 후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 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연산군은 일본에서 원숭이를 선물로 보냈으나 “우리는 이런 경박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돌려보냈다. 송강 정철도 권주가 `장진주사` 끝귀절에서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무엇하리”라 해서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시킨다.`관(冠) 쓴 원숭이`란 말은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탐관오리”란 뜻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나라 살릴 법안 심의에는 관심조차 없는 `국회 나으리`들이 올해에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5

잔나비의 지혜

중국 남북조시대의 이야기다. 군인들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인근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았다. 그때 큰 원숭이가 배를 따라 오기를 100리나 하다가 죽어버렸다. 군인들이 죽은 원숭이를 배에 실었는데, 나이 든 군인이 “이 원숭이는 분명 이 새끼의 어미일 터인데, 배를 한 번 열어보자. 틀림 없이 창자가 끊어져 있을 것이다” 했다. 해부를 해보니 사실 창자가 토막 나 있었다. 단장(斷腸)이란 낱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 새끼를 뺏긴 어미 원숭이는`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죽어갔다. 이로써 원숭이는 모성애의 상징이 됐다.대하소설 `서유기(西遊記)`는 원숭이를 `손오공`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러주었다. 여의봉을 들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현장법사의 호위무사로 활약한다. 손오공은 민첩하고 재주 많고 영리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그래서 중국과 인도 여러 곳에서는 `원숭이 궁전`까지 지어 먹이를 주면서 숭배하기도 한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원숭이 그림이 들어오고,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와 집에서 기르는 사람도 많다.중국은 오래 산아제한을 해왔다. 인구 팽창이 골치거리여서 `한 자녀 갖기`정책을 폈고, 더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호적에 없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뜬 인구`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붉은 원숭이띠`의 해 병신(丙申)년을 앞두고 `두 자녀까지 허용` 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붉은 원숭이띠 해는 지혜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해”라는 믿음 때문에 수 많은 부부들이 `기획출산`을 하고, 산아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조선 후기의 그림 중에 `안하이갑도`가 있다. 원숭이가 솔가지를 들고 게 두 마리를 낚는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그림은 반드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그림은 소과와 대과 두 관문을 통과해 등과하라는 기원이 담겼다.출산장려운동이 한창인 지금 잔나비띠의 해를 맞아 `지혜로운 아이 낳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