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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촌캉스

우정구 논설위원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직장인도 휴가철이 되면서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많으나 올해는 특별히 촌캉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시골을 뜻하는 촌(村)과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가 합쳐진 촌캉스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시골이나 작은 마을로 나가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휴가 스타일이다.냉방이 잘되고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속 호텔에서 2박 3일 여름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와는 색다른 맛의 휴가 스타일이다.한적하고 평화스러운 작은 시골마을에서 가족과 보내는 촌캉스는 도심과는 다른 시골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자연과 자연스럽게 접촉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즐길 수 있다. 또 텃밭에서 따온 각종 신선 채소 등 지역 특산물로 조리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여행의 맛을 더해 준다.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밀짚모자에 고무신까지 신으면 금방 시골 사람이 된다.촌캉스는 무엇보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인파가 붐비지 않는 시골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신적 힐링에 좋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면 그 어떤 장소보다 상호간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휴가비가 저렴하게 드는 것도 좋은 점이다.전국 곳곳에 촌캉스를 위한 숙소나 펜션 등이 많이 준비돼 있다. 어릴 적 할머니집을 방문하는 느낌으로 이번 여름휴가는 촌캉스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8

삼겹살 만찬

우정구 논설위원 삼겹살은 돼지고기의 한 부위로 살코기와 비계층이 세 번 겹쳐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삼겹살 소비도 늘었다 한다.돼지고기의 여러 부위 중 삼겹살이 가장 인기를 끈 이유는 삼겹살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이다. 삼겹살은 구울 때 기름기 부분이 녹아내려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쌈채소, 쌈장, 김치, 마늘 등과 함께 먹으면 풍미를 더욱 진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다.구이, 찜, 볶음, 찌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조리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 음식으로 취급받는다.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좋다. 그러나 지방 함유량이 많고 칼로리가 높아 과식을 하면 비만이 될 수 있는 단점도 있다.3월 3일은 삼자가 겹쳐 ‘삼겹살 데이’로 통한다. 공식적 기념일은 아니지만 이날 만큼은 삼겹살을 찾아 먹는 사람이 많다. 한 여론조사에서 샐러리맨이 회식 때 가장 즐겨먹는 음식으로 삼겹살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삼겹살을 함께 구워먹으면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여기에 소주까지 곁들이면 소통도 잘 된다는 생각을 한다.한국적 정서에 맞는 서민 음식이라는 동질감이 작용한 탓은 아닐까 싶다.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 만찬을 가졌다. 만찬의 주 메뉴로는 삼겹살이 선택됐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서민적 한국 음식을 통해 당정의 대화합을 강조한 의미라고 하는데, 정치가 먹는 것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5

우천시는 내비게이션엔 안 나와요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우천시엔 체육관에서 모입니다’. 유치원생 아들의 가정통신문을 받은 엄마가 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우천시가 어디죠? 내비게이션에는 안 나오네요.” 雨天時(시)의 시(時)를 시(市·도시)라고 이해한 것이다.“이번 박물관 견학 때 중식을 준다던데 우리 아이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싫어하니 담백한 한식으로 주시면 안 될까요?” 이는 점심식사를 의미하는 ‘中食’을 ‘중국음식’으로 오해한 결과인 듯하다.드물지 않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단다. “선생님, 사흘이 왜 4일이 아니고, 3일이에요?” 사흘의 ‘사’를 넷을 의미하는 사(四)라고 오해한 것일 터.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가 털어놓은 실제 사례들이다.아주 조금 어려운 한자나 자주 사용되지 않는 순우리말 앞에서 문해력(文解力·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아이들이 많고, 어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책을 읽으며 지식과 상식을 쌓고, 올바른 어법을 가진 어른들에게 언어 습관을 배우는 아동들이 줄어들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한국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10권 아래로 떨어진 건 이미 오래전이다. 책을 통한 학습으로 체화되던 문해력과 어휘력. 그게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은어, 비어, 속어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괴한 줄임말과 욕설 따위다. 한 나라 언어의 품격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고 유지된다.본관(本貫)을 물으면 “네?”라고 반문하고, ‘시나브로’가 “프랑스어인가요?”라고 묻는다. 이쯤 되면 실소를 넘어 할 말을 잃게 된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24

세계인의 축제 파리 올림픽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26일 개막되는 33회 파리 하계올림픽에는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1만5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중동전쟁 등 각국의 예민한 이해관계를 떠나 이들 선수는 나라의 명예를 위해 오직 스포츠 정신만으로 경기에 임하게 된다.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스포츠만큼 유용한 수단도 드물다. 1894년 근대 올림픽이 최초로 시작되면서 올림픽은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차별 속에서 꾸준히 세계인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해왔다.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올림픽 정신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참가하는 것”이라고 말해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했다.이번 파리 올림픽은 1924년 이후 100년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개최지 파리는 개막을 이틀 앞두고 각국 선수단들이 속속 입국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다.파리 올림픽 조직위도 코로나로 맥이 빠졌던 도쿄 올림픽 때와는 달리 프랑스의 자존심을 걸고 이번 올림픽이 지구촌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올림픽 개최 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이 아닌 파리 센강에서 개막식을 가지는 것은 파리 올림픽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또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비율을 50대 50으로 맞춰 양성평등 올림픽을 실천했다. 특히 친환경 올림픽 구현을 위해 상징적이나마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다. 행사기간 중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었다.날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국제정세 속에 치러지는 파리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3

단종과 계유정난(癸酉靖難)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왕조시대. 왕의 손자로 태어났다는 건 금수저를 물고 세상에 나온 정도가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었다’고 해도 감히 누가 이견(異見)을 내놓을까? 그것도 조선 초기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불리는 세종의 손자였다.본명 이홍위(李弘暐), 우리에겐 단종(端宗)으로 더 익숙한 조선의 6대 왕. 583년 전 오늘인 1441년 7월 23일은 단종의 음력 생일.할아버지 세종과 아버지 문종(조선의 5대 왕)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어린 시절의 행복은 짧았다. 단종도 모르고, 조부와 부친도 몰랐으며, 백성들 누구도 알지 못했다. 겨우 만16세에 숙부 수양대군(조선의 7대 왕 세조)에게 죽임을 당할 줄은.‘비운의 소년 왕’으로 불리는 단종은 최고 권력자들의 축복 속에서 태어났지만 외로움은 그에게 숙명과도 같았다. 모친 현덕왕후는 산후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조부 세종과 조모 소헌왕후도 단종이 아이였을 때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문종 역시 병약했고 마흔이 되지 못하고 죽었다.겨우 열 살에 왕위에 오른 단종. 아직은 후견인이자 보호자가 돼줄 사람이 필요한 나이였다. 아버지 때부터의 신하였던 김종서와 황보인 등 원로대신이 곁에 있었으나 결국은 혈족이 아닌 남.수양대군은 문종의 동생이다. 그러니, 단종은 수양의 조카.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종을 형 문종과 함께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을 몹시 가까운 혈족인 숙부라는 이야기. 그러나, 권력을 틀어쥐고 독점하기 위한 역사 현장은 살벌했다. 피붙이고 뭐고 없었다.1453년 ‘계유정난’으로 단종을 보호하던 신하를 모조리 숙청한 수양대군은 4년 후엔 조카까지 죽인다. 때론 왕조의 역사가 눈물겹고 서글프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22

트럼피즘

우정구 논설위원 트럼피즘을 일부학자는 일종의 자유민주주의의 변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의 이름을 딴 페로니즘이 좌파 포퓰리즘 권위주의 대명사라면 트럼피즘은 우파 포퓰리즘 권위주의 정책의 대명사로 본다는 뜻이다.“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침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리즘. 국민보수주의, 반공주의, 불개입주의 등으로 해석되는 트럼피즘은 본래 백인 노동자 계층 중심의 지지기반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도시 대학졸업자, 유색인종 등에 이르기까지 지지기반이 크게 확장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특히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에 대한 총기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적 관심거리다.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피즘은 친이민정책과 자유무역주의 정책에 반격을 가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강력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미국 사회를 주도한 엘리트층이 일반서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반엘리트주의가 근거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체된 임금수준에 대한 중년 백인 남성의 분노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트럼피즘의 본질은 극단주의적 표퓰리즘에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가 반면교사할 부분은 없을까. 고민할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21

아프니까 사장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국내 최대 규모 창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창업 카페에는 요즘 사무실이나 가게를 팔겠다는 게시물이 더 많이 올라와 창업 카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최근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한 사업자가 98만여 명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4% 가까이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은 자영업의 폐업이라 한다.폐업 사유는 절반 가까이가 사업 부진을 꼽았다. 내수 경기 부진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의 비중이 너무 높은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6∼9% 수준이나 우리는 20% 정도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떠밀려나온 40∼50대 직장인이 쉽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영업이다. 경기 부진도 원인이지만 과잉상태의 자영업 때문에 사업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오르자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알바들 연봉 협상하느냐”는 비판 글부터 “겨우 버티는데 걱정”이라는 우려의 글들로 가득찼다.특히 15시간 이상 일하면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말이 시급 1만30원이지 주휴수당 포함하면 사실상 1만2000원 꼴이라며 높은 임금 때문에 앞으로 자영업을 포기할 사람이 더 늘 것이라는 글들이 많았다.더 우려스러운 것은 폐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영업자가 1년 새 20%나 늘었다는 사실이다. 문 닫고 빈털터리 신세된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커뮤니티 이름이 ‘아프니까 사장이다’라고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7-18

유튜브와 돈이 만들어낸 괴물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불과 반세기 전엔 초등학생들의 꿈이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대부분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란 여자 아이의 경우 고풍스럽게도 “현모양처(賢母良妻)”라 답하는 경우까지 있었다.21세기가 되면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그런 대답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인플루언서” 혹은 “인기 좋은 유튜버”다. 이걸 탓할 수는 없다. 세월과 세상의 변화에 따라 아이들의 꿈도 달라지기 마련이니.“왜 인기 좋은 유튜버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이던 아이.공고한 자본주의가 득세한 한국 사회에서 돈은 이제 모든 것의 척도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은 것이다. 이것도 야단치기 어렵다. 아이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는가.하지만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문제는 돈을 버는 방식이다. 부정하고 부당하게, 불법과 편법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인간에게 독(毒)이 되는 법. 이젠 이 말을 해주는 어른들이 드물어졌다.최근 음식을 상식 밖으로 많이 먹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인이 된 한 여성의 과거사가 화제가 됐다. 남자친구에게 맞고 살면서 40억 원을 착복 당했다는 이야기. 저간의 사정을 아는 또 다른 유튜버 몇몇이 이 여성의 억울함과 고통을 알면서도 약점을 이용해 돈을 뺏으려 했다는 관련 보도가 줄줄이 이어졌다. 혀를 찰 일 아닌가.유튜브 운영사가 그 여성 유튜버를 협박한 3명 유튜버들의 수익 창출을 중지시켜 돈줄을 막아놓으니, 그제서야 사과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후안무치한 그들을 ‘유튜브와 돈이 만든 괴물’ 외에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17

정치와 암살(暗殺)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가 일파만파다. 미 대선의 변곡점이 됐다는 분석 속에 미 대선의 흐름에 세계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미국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시도는 모두 15차례 있었다 한다. 미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암살시도는 1835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 당시 범인은 정신 이상자로 판명됐으나 이후 암살로 4명의 대통령이 희생된다.1865년 링컨 대통령처럼 정치적 반대가 암살의 주 목적이나 케네디 대통령처럼 암살시도의 목적이 의문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총격한 범인은 20대 청년으로 밝혀졌지만 경호원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됨으로써 암살 동기는 미궁에 빠져 있다.중요 인사에 대한 암살은 적은 희생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오랜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적 목적으로 보복을 시도한 경우도 있지만 특정집단에 의한 조직적 암살이 대부분이다.그래서 정치 권력자들은 이에 대한 방어에 각종 수단을 총동원했다. 일본에서는 방음이 안되는 미닫이 문을 만들고 잠잘 때도 발자국 소리를 들릴 수 있는 건축을 고안했다. 중국의 자금성은 암살자가 나무에 숨지 못하게 주변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고 한다.총선을 앞두고 한국서도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 배현진 의원에 대한 폭력시도가 있었다. 총 대신 칼과 돌멩이가 동원됐을뿐 정치인의 목숨을 노렸다는 점에서 암살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정치적 테러가 난무하는 배경에는 팬덤과 같은 극단주의 정치 성향이 자리한다. 대화와 협력이 없어지고 상대를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기는 증오정치가 판을 치는 한 암살테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16

핵폭탄이 만들어진 날의 ‘한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을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죽음으로 불릴 것이며, 운명은 나를 세상의 파괴자로 만들었다.”지금으로부터 79년 전 오늘인 1945년 7월 16일. 세계 제2차대전을 한시바삐 끝내고 싶었던 미국이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 ~ 1967)가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Trinity)’를 지켜본 후 내놓은 한탄이다.과학은 인류의 행복과 편의 확장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건 당위. 그러나, 세상일이란 당위가 아닌 현실적 조건에 의해 휘둘리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폭탄 또는, 원자폭탄이라 불리는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도 그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실상 인간은 수만 년 전부터 분쟁과 다툼을 이어왔다. 민족과 종교, 인종과 욕망 따위의 이유로 죽고 죽이며 제 영역을 넓히려 한 것. 하지만, 핵폭탄의 탄생은 이전 시대 전쟁과 이후의 전쟁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버렸다.화살을 쏘거나 칼을 휘둘러 한두 명을 죽이는 전투가 아닌, 투하되는 폭탄 하나로 한꺼번에 1백만 명 이상을 불태워 버리는 시대로 전이시킨 것이다. 이것은 인류사의 발전인가? 퇴화인가?전쟁 관련 기술의 발달은 이제 탄두를 매단 로켓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너가 1만km 밖의 사람들 수백 만 명을 죽일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그걸로 우크라이나 여자와 아이들을 위협하고, 북한은 그걸 미국과의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 과시한다.‘죽음’과 ‘세상의 파괴자’를 언급한 오펜하이머의 한탄이 지금도 많은 이들을 겁박 중이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15

한국형 레이저 무기

우정구 논설위원 레이저란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을 의미한다. 1960년 미국의 물리학자 메이먼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 장치를 발명할 때만 해도 레이저는 죽음의 광선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이후 레이저를 활용한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레이저는 문명의 이기로 인식이 바뀌게 된다. 절단, 용접 등 산업용과 레이저 프린트, 레이저 디스크플레이어 등 일상의 편리함을 돕는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특히 제모와 여드름 치료의 의료기와 함께 특정 부위의 암세포를 죽이는 데에도 레이저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레이저를 활용한 무기 개발도 수년 전부터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이미 개발에 착수했으며 영국은 최근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드레건 파이어’의 실험에 성공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현존하는 최고의 대공방어 시스템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99%의 요격 성공률에도 비싼 비용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가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힘 쏟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이언돔 한발을 발사할 경우 약5만달러(약7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유사시 사용 횟수에 따라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레이저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한국형 레이저 대공무기가 개발돼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라 한다. 한화에어로가 개발한 블록-1은 초당 30km 속도로 무인기 요격이 가능하고 다중표적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한 발 쏘는데 드는 비용이 2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 세계 각국이 탐낼 만한 무기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 멀티콥터를 정밀타격하는데 최적이라 하니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 등에 우리 군의 대응이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14

먹사니즘

우정구 논설위원 1992년 미국 대선 때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로 상대후보 조지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밝힌 ‘먹사니즘’을 보면 빌 클린턴의 이 문구가 떠오른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그의 출마 선언에서 밝힌 먹사니즘의 핵심은 한국경제의 난국 타개다.먹사니즘은 먹고 살다와 이념을 의미하는 영어 접미사 ism이 합쳐진 말. 생계 유지에 급급해 다른 것들에 대해 신경 쓸 틈이 없는 저소득 서민의 생활을 이르는 표현이다.2000년대 이후 경제가 팍팍해지면서 젊은이 사이에 유행한 말로 경제가 잘 돌아가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누가 권력을 잡든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불만이 없다는 말이다. 공자가 백성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 정치도리라고 한 것과 통하는 말이다.최근 유럽에서 부는 극우 바람 역시 먹사니즘과 연관이 있다.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극우 정당은 이민정책과 같은 국익에 반하는 정책은 반대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자국 우선주의의 큰 흐름이다. 유럽연합의 창립을 주도한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극우 바람이 거센 것은 국민이 느끼는 경제가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다.이 전 대표는 “경제가 곧 민생”이라며 먹사니즘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지목했다. 먹사니즘 해결로 민심을 얻겠다는 정치적 포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문제는 탄핵정국을 둘러싼 정부 여당과의 극심한 대립 상황에서 야당만이 경제를 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먹사니즘 해결을 위해선 정부 여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먹사니즘도 공허한 말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11

영국 귀족이 키가 작은 이유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먹는 게 고급이고 자라는 환경도 위생적이다. 게다가 유년기부터 폴로와 사냥으로 다져졌기에 체격이 크고 훤칠할 수밖에 없는 성장 조건.영국 귀족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상하다. 공작과 후작, 백작과 남작 작위를 가진 영국인 후손들의 키가 20세기 초반에 부쩍 작아졌다. 왜일까?세계 제1차대전. 영국 귀족들이 장교로 대거 입대한다. 기마병을 이끌던 경우가 흔했다. 전투에 나선 귀족 출신 장교들은 병사를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 명령만 내리는 걸 ‘비겁’이라 인식했다.총알 쏟아지는 전장에서 가장 먼저 돌격했고, 수많은 귀족 장교들이 전사했다. 모두 키 크고 허우대 좋은 청년들. 그들이 떼죽음을 했으니 유전 법칙에 따라 영국 귀족 후손들 키가 눈에 띄게 작아진 것이라고.군대 지휘관은 솔선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별을 달고 으스대는 자리가 아니다. 2차대전에서 영국과 맞붙었던 독일의 지휘부 중 다수는 패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러, 선전부장관 요제프 괴벨스. ‘추악한 나치’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이들이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로 치고.군인다운 군인, 장교다운 장교가 드물어진 세상이다. 한국 60만 군인 중 장성은 겨우 400여 명. 최고위급 지휘관인 장성이 술에 취해 민간인과 불화를 일으키고, 부하의 손바닥에 담뱃재를 털고,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일어난 사고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태도로 시종하고….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숨진 채모 상병 부대의 최고 지휘관 임성근 소장은 ‘혐의가 없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 지인이 한숨을 쉰다. “이러니 영이 설 수 있겠어요?”/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10

찜통차 안전사고 예방법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미국 텍사스에서 벌어진 일이다.바깥 온도가 37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던 날. 쇼핑몰 주차장에 세 자녀가 탄 차량을 놔두고 쇼핑을 즐기던 엄마가 아동 유기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로 차량안은 찜통을 방불케 했다. 어린아이 3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울고 있는 것을 지나가던 주민이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 다행히 어린이들은 무사히 구조됐으나 자칫 큰일 날뻔한 일이었다. 경찰은 50도가 넘는 차량안에서 세 자녀가 50분가량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미국에서는 올들어 벌써 7명의 어린아이가 찜통차 안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에도 30명의 어린아이가 부모의 무관심 등으로 찜통차 안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매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당국의 홍보에도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최근 일본에서 생긴 일. 한 유튜버 부부가 무더위 속에 차에 갇혀 울고 있는 두 살 딸아이를 곧바로 구하지 않고 반응을 지켜보는 영상을 올렸다가 많은 지탄을 받자 영상을 삭제한 일이 벌어졌다.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찜통차에 아이를 두고 잠시 볼일을 보러갔다가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조차 매우 위험하다.미국에서는 매년 같은 종류의 사고가 반복되자 ‘잠그기 전에 다시보기’(Look Before You Lock)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도 벌인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다. 찜통차 안전사고 예방법 정도는 알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9

팔열지옥 올여름 최고의 피서법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일찍 찾아온 더위의 기세가 무섭다. 거리를 걸을 때는 물론, 방에 가만히 있어도 목덜미로 땀이 흐른다.오죽하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올해 초여름 무더위를 팔열지옥(八熱地獄)에 비교할까. 팔열지옥이란 등활지옥, 흑승지옥, 중합지옥, 규환지옥, 대규환지옥, 초열지옥, 대초열지옥, 무간지옥 등 뜨거운 불길에 고통 받는 여덟 가지 지옥을 지칭하는 단어. 지금 날씨가 벗어날 수 없는 수난의 공간처럼 무시무시하다는 이야기다.폭염이 이어지는 날이면 우리네 조상들은 여러 가지 피서법을 사용했다. 그중 한 방법이 이른바 ‘보양식 먹기’다. 닭을 인삼 등 각종 약재와 함께 푹 삶은 계삼탕이 흔했고, 세도가에선 큼직한 민어와 영지버섯을 복달임으로 먹었다. 서민들은 개를 잡아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도 했고.현대인이 ‘여름휴가’를 통해 시원한 강변과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듯 수백 년 전 사람들도 풍광 수려한 산이나 골 깊어 서늘한 계곡으로 삼삼오오 원족(遠足)에 나서기도 했다.2년 전 세상을 등진 소설가 김성동(1947~2022)은 매우 점잖은(?) 피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문단에서 이름이 높았다. 그는 “여름엔 동즉손(動卽損)이니, 가만히 있어라”고 후배들에게 일렀다.동즉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성동은 여름이면 하루 종일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서재에서 책을 읽곤 했다. 강이나 바다로 여행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를 ‘안동 김씨 양반다운 피서법’이라 불러야 할까.그런데 글 써서 생계를 해결하는 작가가 아닌 몸으로 벌어먹는 이들은 이 악랄한 더위에도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당최 없으니… 참으로 가혹한 여름이 아닐 수 없다./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4-07-08

장마철 낙뢰

우정구 논설위원 낙뢰(落雷)를 우리말로 하면 번개다. 번개는 대기와 지표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꽃 방전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번개란 보통 적란운과 함께 나타나는데, 대기 불안정이 주 원인이다. 적란운은 강력한 상승 기류에 옮겨진 수증기에 의해 수직으로 높게 형성된 구름이다. 소나기, 우박, 번개,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악천후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구름이다.기상청은 벼락에 관한 기록을 담은 낙뢰 연보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재해 경감을 목적으로 기록하는 낙뢰 연보에는 한 해 동안 발생한 낙뢰 현황과 지역별 발생 횟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연보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7만3341회의 낙뢰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계절별로는 여름철인 6∼8월 사이에 75%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달은 7월로 전체의 35%다. 또 지역별로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경북이 1만2982회로 가장 많았다.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은 2만5000분의 1정도로 매우 낮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청천벽력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그렇다고 낙뢰를 방심해서도 안 된다.지난해 6월 강원도 양양해수욕장에서는 낙뢰가 떨어져 6명이 다치는 희귀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중 1명은 다음날 숨지는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으니 드문 일로 방기해선 안 된다. 바닷물에는 전류가 흐를 가능성이 높아 벼락이 칠 때는 물놀이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잦고 이로 인해 낙뢰 발생도 많아지는 추세다.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낙뢰에 의한 감전사고 예방에도 모두가 신경을 써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7

대구간송미술관

우정구 논설위원 간송(澗松)은 문화재 수집가 전형필(1906∼1962)의 아호다. 일제 강점기 시절, 전형필은 조상 대대로 한양의 종로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우리나라 최고 부잣집 아들이었다.당시 전형필 집안의 재산은 논 4만 마지기 정도됐다는데, 지금으로 계산하면 약 800만평 규모 논이다. 여기서 나오는 순수익만 연간 15만원 정도. 당시 서울의 큰 기와집 1채 가격이 10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그의 재산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그는 기와집 한 채가 1000원하던 시절 5000원으로 그림 한 장을 사고, 2만원으로 도자기 한병을 샀다. 모두가 집안 살림을 축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았으나 오로지 문화보국 정신 하나로 고물품들을 사 모았다. 1938년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이자 지금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을 설립한다.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신윤복의 미인도 등 국보 12점과 보물 32점이 보관돼 있다. 비록 사립미술관이지만 소장 중인 유물의 내용과 가치는 어느 박물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잠재적으로 지정 가치를 지닌 일반 문화유산도 많은 것으로 전해져 있다.대구간송미술관이 9월 개장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지역 최초 분관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관심이 크다. 9월 초 개관기념 전시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문화유산 등이 상설 전시될 예정인데 대구시의 새로운 명소로도 부상할 전망이다.특히 대구시민에게는 간송 재단 보유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문화혜택의 기회가 생긴다는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4

미국 대선 ‘노인들의 전쟁’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가 곧 열린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군사 시스템을 갖춘 부정할 수 없는 지구 위 최강대국의 새로운 수반이 결정되기까지 4개월 남았다.이번 미국 대선에 후보로 나선 사람은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그런데, “이들의 나이가 대통령 업무 수행에 지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바이든의 나이는 여든둘, 트럼프는 일흔여덟. 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적은 나이는 분명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들을 조롱하는 일부 옐로우 저널은 미국 대선을 ‘노인들의 전쟁’이라 비꼬기도 했다.그렇다면 세칭 ‘주요 선진국’으로 불리는 다른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들은 몇 살일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쉰셋,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마흔일곱이다. 둘 모두 조 바이든의 쉰네 살 차남 헌터 바이든보다 젊다.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1977년생으로 마크롱과 동갑.바이든이건 트럼프건 대통령이 돼 정상회담에 나선다면 아들뻘과 일정을 함께하게 될 터다.세계엔 젊은 대통령과 총리가 적지 않다. 몇 가지 스캔들로 인해 명예롭게 물러나진 않았지만 전임 핀란드 총리인 산나 미렐라 마린은 겨우 서른넷에 국가 원수 역할을 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손녀뻘.노령이라고 모두 무기력하고, 청년이라고 전부 에너지 넘치는 건 아니다. 시인 고은은 “뒷방에 눌러 앉아 제 할 일을 찾지 못한다면 스무 살도 노인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단풍 물들 가을. 미국인들이 ‘에너지 가득한 청년 같은 노인’을 선택할 수 있을지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03

공룡의 도시 대구

우정구 논설위원 1억만년 전 대구에 공룡이 살았다면 상상이 될까.대구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1994년 한 시민이 신천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을 발견해 신고한 것을 비롯, 수성구 욱수골, 남구 고산골, 동구 지묘동, 북구 노곡동 등 여러 곳에서 공룡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최근에는 동구 혁신도시 인근의 초계산 일대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시민의 관심을 모았다. 1억만년 전 백악기 시대 초식공룡의 흔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공룡은 지금으로부터 2억5000만년 전인 중생대 후기 들어 처음 등장하여 6600만년 전에 조류를 제외한 계통 전체가 멸종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육상을 걷는 동물 중 가장 거대한 동물로 공룡보다 거대한 동물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트리케라톱스는 육상에서 제일 큰 포유류인 아프리카 코끼리보다 훨씬 거대하고 무거웠다.보통 500㎏에서 5t에 이르나 큰 것은 크기가 40m에 달한다.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 부근에서 공룡의 뼈 화석이 발견되면서 공룡화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이후 경남 하동, 고성 등에서도 발견되고 함안, 통영, 울산 등지서도 수천개의 공룡화석이 발견됐다.대구처럼 대도시 도심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 한다.공룡의 흔적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와 희소성,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잘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1억만년 전 대구는 거대한 호수였다. 그 옆을 거대한 공룡이 떼지어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대구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7-02

축구가 맞아가면서까지 할 일인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에서 활동 중인 유명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SON 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에게 체벌을 가하고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놀라고 있다.비단 축구만이 아니다. 야구와 육상, 배구와 유도 등 종목 가릴 것 없이 한국에서 운동을 배우는 학생들이 지도자와 선배의 체벌·욕설에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은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낡은 레퍼토리다.욕을 먹고 두드려 맞는다고 열등한 선수의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폭력은 인간을 짧은 시간에 굴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30년 전 오늘인 1994년 7월 2일엔 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수비수였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총에 맞아 숨졌다. 살해당한 이유가 황당무계하다.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어 콜롬비아팀의 16강 진출을 좌절시켰다는 것.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겨우 축구에 졌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사망 당시 에스코바르의 나이는 27세.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었다.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를 핍박하고 제압해 이룬 성과가 영원히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게 축구건 다른 무엇이건. 목표를 위해 강압과 고통을 견디며 1등이 된 선수가 운동 자체를 좋아하며 즐겼기에 꼴찌가 된 선수보다 행복할까?2018년 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게 5-0으로 패했다. 사우디 골키퍼가 말했다. “우리가 졌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한 건 아니다” 축구? 맞아가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잖은가./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