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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막말의 뒤끝

우정구 논설위원 스포츠 용어로 잘 쓰이는 트래쉬 토크(Trash Talk)는 상대 선수에 대해 모욕적인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트래쉬 토크를 우리 말로 직역하자면 ‘쓰레기 토론’ 정도다.운동 선수들이 상대방을 자극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나 SNS 등에 모욕적이고 비난성 짙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경기를 앞두고 심리전에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행위다. 또 시합을 앞두고 상대와 심한 비방성 발언을 주고받음으로써 경기의 흥행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이다.상술의 하나로 노이즈 마케팅이 있다.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상품을 팔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구설수를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는 판매 방식이다. 트래쉬 토크든 노이즈 마케팅이든 대중의 이목을 끌거나 돈을 벌기 위해 부정적 이미지도 감수하는 일종의 타깃 마케팅 방식이다.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쏟아대는 막말은 목적도 없고 정치적 이익도 없는 허무맹랑한 일이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다. 말을 신중히 하라는 뜻이다.우리나라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경구(警句)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고위층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면 말을 골라가며 하는 지혜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던진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람의 언행을 보면 내일의 나를 본다고 했다. 말 잘못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 어디 한두 사람인가. 5선 관록이 무너져 내린 모습에서 막말의 뒤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14

백두대간수목원의 숨은 가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5천179ha의 넓이에 4천 종의 자생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이자 전 세계 수목원 중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수목원엔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자생식물과 고산식물을 수집·연구하는 등 백두대간 생태계 보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호랑이숲’과 ‘알파인하우스’ 등 39개의 전시원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종자 영구보존 시설은 세계 단 두곳 뿐이다. 볼거리 많고 의미 있는 수목원은 한번쯤은 가봐야 할 명소가 됐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개최하는 ‘2023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이 세계축제협회의 ‘2023 피너클어워드 한국대회’에서 ‘영상오디오’ 부문 은상, ‘지역활성화형 축제’ 부문 동상을 각각 받았다. 지난해 ‘홍보디자인’ 부문 은상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봉화의 ‘봉’자와 ‘자생꽃’의 ‘자’를 따온 봉자페스티벌은 지역상생 먹거리부스 같은 판매장터를 운영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판로를 제공한다.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수목원 내 문화 활동 공간을 제공, 지역활성화에 기여도가 높다. 특히 자생식물과 방사된 호랑이를 구경하려는 방문객들이 연중 줄을 잇는다.우리나라에서 꽃을 내세운 축제가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진해 벚꽃과 마산 국화, 신안 튤립축제다. 하지만 자생식물을 활용한 꽃 축제는 봉자페스티벌이 유일한 듯 하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 백두대간수목원과 자생식물이라는 전국 유일의 자원을 활용,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키워나가야 할 터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성공도 괄목할만하지만 관련 콘텐츠를 추가 개발, 축제의 깊이와 의미를 더해야 할 것이다. 봉자페스티벌이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13

짠테크 유행

우정구 논설위원 불경기 심화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짠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짠테크는 소비자가 단순히 안 써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낭비를 최소화하여 재물을 모으는 새로운 형태의 재테크 방식의 하나다. 돈에 있어 인색하다는 뜻의 짜다와 금융거래로 이득을 낚아채는 재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다.수년 전 유행했던 욜로(YOLO)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욜로는 ‘인생은 한번 뿐이다(You Only Live Once)’는 뜻으로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는 자기 중심적 소비패턴이다.최근 한 트렌드 조사기관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10명 중 9명이 지금은 재테크 필수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응답했다.응답자에게 “소비와 낭비를 줄이는 지출을 경험해 봤느냐”는 물음에 대해 98.5%나 “그렇다”고 답했다.특히 주목 가는 대목은 잔돈적금 등 앱서비스를 통해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앱체크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10명 중 9명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에 믿음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고,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을 안쓰럽거나 궁상 맞아보인다는 생각보다 대단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불경기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짠테크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와 가계소비 둔화 등으로 국내 전반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소비 현상이다. 불황기에 적응하려는 소비자들의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12

맨발걷기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맨발하면 에티오피아 출신의 아베베 비킬라 선수가 떠오른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그는 마라톤 전구간을 맨발로 달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선수다. 그의 맨발 투혼은 마라톤 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지금도 그 모습을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최근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맨발걷기 운동이 선풍적 인기다. 신발을 벗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과 자연을 접하며 걷는 편안함 때문인지 맨발걷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춰 지자체의 맨발 황톳길 조성도 곳곳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맨발걷기 열풍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이처럼 맨발걷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성인병 등 각종 질환에 효력이 있다는 경험담이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지면서부터다. 지역에 따라 맨발로 걷는 어싱족 모임이 생기고, 지자체 주관의 맨발 페스티벌 행사도 벌어진다. 어싱(earthing)은 지구표면과 발이 접지한 상태를 표현한 맨발걷기의 신조어다.최근 부산 해운대와 강원 경포해변 등에는 전국에서 맨발족이 몰리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맨발족을 관광사업의 자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사실 포항은 일찍부터 맨발 친화도시를 선언한 곳이다. 2020년 맨발로 걷기 좋은 ‘맨발로 30선’을 선정한 바도 있다. 송도 솔밭숲, 기계 서숲, 양덕 나무은행둘레길, 해도 도시숲 등이 ‘맨발로 30선’에 포함된 곳이다. 특히 포항의 맨발 길은 도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인기다.포항의 닉네임으로 맨발걷기 친화도시가 하나 더 추가돼도 좋지 않은가. /우정구(논설위원)

2023-11-09

외국인 유학생 수입 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국내 대학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경북 지역 초·중·고교생 수는 최근 10년간 33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었다. 경북 대부분 시·군이 인구 감소 지역이다. 지방 소멸 위기다.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대학엔 외국 유학생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19만7천명.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생활비는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한다. 지역의 부족한 일자리도 채워준다.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일부 대학총장은 아예 동남아 국가에 나가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대학 홍보를 하고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학생을 모집한다. 최근 10년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경북도가 외국인 유학생 1만명 유치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 6일 도내 26개 대학 글로벌 인재 유치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국인 비자 정책 등 유치 지원 업무를 안내했다. 경북도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지역기업 및 유학원, 각국 대사관과 협업 방안을 강구 중이다. 유학생 유치는 고교까지 번졌다. 경북의 9개 직업계 고교가 내년도 외국인 유학생 65명을 선발한다. 자사고인 김천고도 내년 외국인 유학생 16명을 받기로 했다.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출산율 0.7명 시대에 학교와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수입이 유력한 돌파구지만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비자발급이 까다로와 한국 정착을 어렵게 한다. 한국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 장벽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08

인요한發 특권 폐지

우정구 논설위원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의해 누구나 특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어떤 목적이나 사정에 따라 법률상 그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특권이라 부른다.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법률상 두 가지 특권이 있다.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특권과 의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그것이다.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지만 특권 남용사례가 많아지면서 특권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최근 국민여론을 반영하여 불체포특권과 의원 숫자 감축, 세비감액 등의 특권 축소를 당에 정식 요청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슈로 늘 비관적으로 끝난 사안이지만 그의 요구에 정치권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해 법률안도 여러차례 만들어졌지만 국회를 통과한 적은 한번도 없다. 아무리 비판이 거세도 기득권을 유지에는 여야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지난 4월 출범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국회의원들이 180개가 넘는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난장판이 됐다”고 말했다. “권모술수를 써서라도 국회에 입성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도 특권 때문”이라며 특권폐지 운동에 국민적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총선을 앞두고 특권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지금이야말로 특권 폐지의 호기다. 인요한발 특권축소 요구가 정치권에 과연 불을 지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07

‘희망 고문’ 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홍석봉 대구지사장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역이전이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됐다. 과열 경쟁과 사회적 공감대 미형성이 이유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역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토부는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내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차 이전 대상은 300곳 이상이다. 전국의 광역 및 기초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제적 파급력이 크고 직원 수가 많은 우량 공공기관이 대상이다.돌발 변수가 생겼다.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우리도 유치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유치 과열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속도조절에 나섰다.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총선 전에 바람을 타서 화약고를 건드리기보단 준비를 철저히 한 뒤 이전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 국토교통부와 조율했다”며 이전 연기를 공식화했다.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상주시 등 전국 80여 자치단체장들은 지난 2일 비혁신·인구감소 도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혁신도시특별법 개정’ 촉구 결의를 했다. 지자체장들은 혁신도시 위주의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비혁신도시는 균형발전 측면에서 미흡했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소멸과 인구 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상주시는 제천시와 균형발전위원회를 방문, 비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당위성이 담긴 공동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이러다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모두 공공기관을 우리 지역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할 판이다. 공공기관 배정에 목을 매고 있는 혁신도시 단체장과 주민에겐 ‘희망고문’이다. 저마다 당위성을 내세운다. 주무부서는 떡 갈라주듯 할 수도 없고 머리를 싸매야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06

겨울철 진객 과메기

우정구 논설위원 경상도의 과메기와 전라도의 홍어는 냄새 나는 생선을 그대로 먹는다는 점에서 곧잘 비교된다. 과메기가 경상도의 겨울철 별미라면 홍어는 전라도의 겨울철 별미다.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풍기는 홍어에 비해 그래도 과메기는 그보다 냄새가 훨씬 덜하다.청어, 꽁치, 고등어 등 어류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보관방법이 늘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염장, 건조, 훈제 등의 방법이다. 소금에 절인 안동 간고등어가 대표적 예다.포항을 중심으로 경상도에서 주로 먹는 과메기는 바닷가 덕장에 청어나 꽁치를 매달아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 생산한 이 지역 특산품이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고문서에 “생선 눈을 관통했다”는 뜻의 관목(貫目)이라는 말이 등장한 시기로 보아 18세기 후반으로 짐작을 한다.본래 과메기는 청어를 가지고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의 생산량이 줄면서 꽁치로 대체됐다.겨울철 진객 과메기 철이 찾아왔다. 포항 구룡포에서는 18∼19일 과메기축제가 열린다. 이에 맞춰 벌써부터 많은 관광객이 과메기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소식이다.과메기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나 빠르게 시장을 넓혀 지금은 전국적 명물이 됐다. 겨울철 별미로 식당이나 주점의 안주로 큰 인기다. 특히 과메기가 품고 있는 오메가3, 아스파라긴산, 비타민 D 등의 각종 영양가치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다.올해는 최근 논란이 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덜기 위해 포항시가 식약청 지정의 수산물품질관리센터까지 운영한다니 식품으로서 안정성도 더 높아진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05

멧돼지 소동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해 여름. 스페인의 한 해변에 멧돼지가 물속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이곳에 있던 많은 관광객이 혼비백산 도망친 소동이 벌어졌다.우리나라도 멧돼지가 주거지 도심까지 나타나 소동을 피우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지난 29일에는 포항에서 서울로 가던 KTX 열차가 경주시 갑산리 터널에서 멧돼지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는 긴급 정지하고 승객 200여 명은 다른 열차로 옮겨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몇 년 전 울산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멧돼지가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고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멧돼지 등장시간이 오전 9시 30분쯤으로 사람의 왕래가 많은 시간이라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도 했다.멧돼지는 보통 몸무게가 150kg 정도나 큰 것은 400kg까지 나간다. 날카로운 이빨까지 겸비했으니 멧돼지와 갑자기 마주치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농촌에도 멧돼지의 잦은 출몰로 농사를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큰 산 인근의 농촌마을에는 거의 매일 멧돼지가 나타나 이제는 고구마를 심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한다. 정성들여 지은 농작물을 망쳤으니 화나지 않을 농민이 없다.멧돼지의 잦은 출몰은 지금이 짝짓기철로 먹이 활동이 왕성해진 탓이라 한다. 원래 먹이사슬의 중간쯤이던 멧돼지가 천적인 사자와 호랑이 등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랐다. 호랑이 없는 골에 왕 노릇 하고 있는 꼴이다.번식력이 좋은 데다 산림녹화로 서식환경도 좋아져 국내는 35만마리 정도 멧돼지가 서식 중이라 한다. 주민피해 등으로 당국이 엽사를 동원, 포획을 하고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멧돼지 출몰을 줄이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3-11-02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명암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도로 전체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교통 시설이다. 자가용 통행이 24시간 차단된다. 일부 조업차량과 긴급자동차, 준대중교통만 제한적으로 진입이 허용된다. 주로 상업시설의 밀도가 높고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도심 지역에서 설치한다. 도로 폭은 왕복 2차로, 제한속도는 30km/h, 버스베이 등의 시설이 갖춰진다. 통행 위반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대구시는 2009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중앙대로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을 대중교통전용도로로 지정, 시행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교통정책이었다. 시민들은 기대반 의구심 반으로 지켜보았다. 이후 보행환경개선과 상권활성화, 상징거리조성, 소음·대기오염 감소 등 도심 활력을 도모하는 효과가 컸다. 이에 서울시와 부산시도 뒤따랐다.대구 중앙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5년 만에 시내버스 이용객이 33.8% 증가했다. 유동인구도 17.7% 늘었다. 자가용 통행이 줄면서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가 20~40% 줄었다. 소음도 낮아졌다.하지만 시행 14년이 지난 현재 중구 태평로 일대의 활발한 재건축과 재개발 등으로 교통환경이 크게 변했다. 동성로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전용지구 검토 요구가 높아졌다. 게다가 서울과 부산시가 같은 이유로 운영 중단 및 일시 해제한 점도 작용했다. 대구시가 1일부터 대구역네거리~중앙네거리 구간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했다.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한다. 도심 활력을 되찾고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교통 환경은 유동적이다. 아쉽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해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01

지방시대와 징비록

우정구 논설위원 조선시대 선조 때 영의정과 도체찰사를 지낸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새삼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이목을 끌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지난달 27일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차 경북 안동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지사가 징비록을 선물한 때문이다. 징비록은 “과거의 잘못을 경계해 삼간다”는 뜻인데,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과 전쟁 과정에서 조정의 실정 등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때마침 대통령이 안동 유림인사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장소인 병산서원도 유성룡이 징비록을 쓴 장소이기에 이 지사의 징비록 선물에 담긴 의미에 관심이 더 갔다.언론들은 이 지사가 징비록을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유에 대해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날 이 지사는 책을 건네면서 “징비록은 부끄러운 역사를 이겨내고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기록”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라 말했다.이 지사는 또 “조선시대 대부분 지방관료가 한양에서 파견돼 주인 의식이 없고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관료가 먼저 도망가는 일이 벌어졌으니 지방이 무너지고 불과 20일만에 수도 한양이 함락된 것”이라 설명했다.징비록은 임진왜란 전란사로 임진왜란의 공과를 냉정히 따져 기록한 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조차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책이다.이 지사는 평소에도 지방시대를 열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징비록 일독을 자주 권했다고 한다. 지방시대에 대한 이 지사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31

해충의 습격

홍석봉 대구지사장 전국이 미국흰불나방 유충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송충이 비슷한 유충들이 수십 수 백 마리씩 무리지어 활엽수 잎에 달라붙어 나무 하나 정도는 며칠 사이에 벌거숭이로 만들어버린다.유실수는 물론 도심의 가로수와 공원 조경수 등 수종을 가리지 않고 잎을 갉아 먹어 피해를 입히고 있다. 최근 한강 변에서 많이 발견돼 송충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산림청도 3단계 경계령을 내리는 등 비상이다.1958년 미국흰불나방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후 65년 만의 일이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예전에도 대량 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극성인 때는 드물다. 곤충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 잦은 비와 가을까지 이어진 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잊혀졌던 ‘빈대’가 다시 출몰했다. 프랑스에서 빈대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진지 얼마되지 않았다. 국내 곳곳에서 수십 년 전 박멸돼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발견됐다. 대구 계명대 기숙사와 인천 서구의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찜질방에서도 발견됐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방역도 쉽지 않다.얼마전 부산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남미 원산의 붉은불개미 50마리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붉은불개미는 사람이 물리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다. 또한 경남 창원에서는 나무를 갉아 먹어 목조건축물에 피해를 주는 미국 캘리포니아 원산의 흰개미가 발견되기도 했다.해충의 출현은 지구 환경 변화 즉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 앞으로 어떤 미 기록종의 해충이 내습할 지도 알 수 없다. 보건 위생 청결과 꼼꼼한 방제가 필수적이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전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30

미국도 김치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식품업체의 위생관리 리스크는 기업의 존폐를 가를 만할 위중한 문제다. 최근 글로벌 맥주브랜드 칭다오가 오줌맥주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루아침에 주식시장에서 시총 1조2천억원을 날려버린 사실은 식품업체의 리스크를 보여준 좋은 예시다.중국은 지난 2021년 중국의 한 김치공장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진 바 있다. 이번 칭다오 오줌맥주 사건은 중국식품 전반에 또한번 불신을 초래했고, 국가적으로도 망신살이 뻗친 일이 됐다.미국 연방정부가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김치에는 유산균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고 최근 미국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이 찾는 식품으로 등장한 때문이라 한다.한국산 김치가 미국을 비롯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중국 식품이 국제적 불신을 초래한데 반해 한국은 김치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으로서는 자긍심도 느낄만하다.우리나라는 김치문화 계승과 김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 11월 22일을 법정 기념일인 김치의 날로 정하고 있다. 이 날은 김치페스티벌과 요리경연대회 등과 같은 기념행사를 전국에서 펼친다.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우리나라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일찌감치 선정한 바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장 부스케 교수는 김치 재료에 함유된 영양성분이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한국김치의 효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미국의 김치의 날 지정은 K-푸드의 세계화를 입증한 하나의 사례일 뿐아니라 한국음식 세계화의 전망을 밝게 한 쾌거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29

인기인의 마약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 배우 이선균의 마약투약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영화배우 유아인의 마약투약 혐의가 논란을 일으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데다 이와 별건으로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실이 또다시 경찰에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와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연예인의 마약 논란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살아야 하는 특성 탓인지 오래전부터 빈발했다. 1975년에는 우리나라 록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신중현 등 당시 인기가수 18명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한꺼번에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연예인의 마약 연루 사건은 심심찮게 벌어졌던 게 사실이다.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관리해야 하는 직업상 정신적 심리적 피로감으로 마약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학계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파급력 또한 크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특히 이들의 범죄가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의 모방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은 우리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올들어 국내에서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사람은 모두 1만2천여명에 이른다. 10년 전 5천명 선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 사범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 집중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 3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하고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려는 범죄가 발생해 우리를 경악게 한 바 있다. 마치 냄새없는 독가스를 마시듯 마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인기 배우들의 마약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26

가축 ‘집단 살처분’ 괜찮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소 피부병인 ‘럼피스킨병’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첫 확인된 지 5일 만에 경기, 충북, 강원 등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인다.방역 당국은 발병 소에 대한 살처분 조치와 함께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섰다. 전국 농가에는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벌써 27곳 농가에서 2천마리 가량이 집단 살처분됐다. 사육농가와 낙농업계는 대규모 살처분 가능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소 86만 마리를 사육, 전국 최대의 한우 사육지인 경북도도 비상 태세다.지난 5월엔 충북 청주·증평에서 구제역이 발생, 소 1천5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2010년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전국으로 번져 39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경제 피해만도 3조4천억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36만5천마리, 피해액은 2019년에만 1천334억원이다.정부는 집단 살처분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 경제 영향을 고려, 살처분 방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발병농장에 대해 사육 가축들의 백신 항체 형성 정도에 따라 선택적 살처분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2011년 백신접종 의무화 후 집단면역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박종무는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당연시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 “방역 당국이 일정에 쫓겨 살아 있는 가축을 생매장하기도 했다”며 당시 작업 근로자와 수의사, 농장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토양, 지하수, 하천 등 환경 오염 문제도 불거졌다.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25

제2 중동 붐

우정구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 대한 국빈방문의 외교 성과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윤 대통령의 외교 세일즈로 만약 제2 중동 붐이 일어난다면 침체된 국내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 계획의 핵심사업인 ‘네옴시티’ 건설에 국내기업의 대거 참여가 성사된다면 제2 중동 붐도 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어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은 분위기다.네옴시티는 총 5천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사우디의 최첨단 미래형 친환경도시 건설사업이다. 사우디가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계획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100% 신재생 에너지로 운영되는 주거 및 상업도시다. 홍해 인근 사막 2만6천㎢(서울 면적의 44배)에 건설되는 이 도시는 마치 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도시계획이어서 회의적 시각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그러나 2030년을 목표로 이미 수조원대 수주가 시작돼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윤 대통령은 국내기업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사우디 측에 강력 요청해 성사 여부도 관심이다.특히 제2 중동 붐이 인다고 가정하면 1970년대 에너지와 건설 중심의 중동 붐 때와는 다르다. 자동차, 조선, 첨단산업과 문화콘텐츠 등에까지 넓은 영역에서 중동 특수가 일어날 수 있어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40조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고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답방으로 또다시 21조원의 투자가 성사됐다. 이 정도 규모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큰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단단히 준비해 제2 중동 특수를 기대해 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23-10-24

고교 4학년 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고교 4학년이 늘고 있다.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반수생을 뜻한다.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반수생이 역대 최고로 많은 9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수생은 대학에 다니다 수능을 새로 보기 위해 2학기 휴학을 하고 입시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을 일컫는다. 속칭 ‘고교 4학년’이다. 대학을 중도 이탈하는 학생 수도 1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과 의대 광풍의 결과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18년째 연 3천58명으로 묶인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의 확대를 공식화했다. 이 소식에 수험생은 물론 2030 직장인들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등 들썩이고 있다. 의사 면허를 취득, 개원만 하면 정년도 없고 연봉 3억 원이 보장된다. 의대 입시 준비에 따른 기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다니던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의대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반수생 및 중도이탈자 증가는 하위권 대학까지 연쇄 이동을 초래, 편입생 충원 등 대학의 정상적인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이공계 우수 인력이 의대로 몰려가면서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걱정되는 것은 또 있다. 현재 중2가 응시하는 202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전 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치르게 돼 인문계 우등생까지 의대를 가겠다고 할지 모른다.누구나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재가 편중된 사회는 기형적인 성장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모두가 의대에 가겠다고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의대 광풍을 잠재울 방안이 절실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23

팔공산 단풍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지방기상청은 지난주 18일 청송 주왕산과 함께 대구 팔공산의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산 전체 중 정상으로부터 20%가 물들면 보통 단풍이 시작된다고 표현한다. 80% 이상 물들었을 때는 절정기다. 대구 경북민이 가장 즐겨찾는 팔공산의 단풍놀이가 이번주부터 드디어 본격화될 것 같다.팔공산은 대구 남쪽의 비슬산과 함께 대구 일원을 수천년 지켜온 진산(鎭山)이다. 삼국시대 신라인은 아버지 산이라 하여 부악(父嶽)이라고도 했고, 중심되는 산인 중악(中嶽)이라고도 불렀다. 풍수지리학자는 양기가 강한 아버지 산인 팔공산과 부드러움이 있는 어머니 산 비슬산이 대구사람에게 기를 불어넣었다고도 한다.원래는 공산이란 이름을 가졌으나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다 신숭겸 등 8명의 장수를 잃어버려 그들을 기린다는 뜻에서 팔공산으로 바꾸어 불렀다고 전한다. 팔공산 주변에는 아직도 공산전투와 관련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최고봉인 팔공산 비로봉(1192m)은 봉황의 머리, 동봉과 서봉은 봉황의 날개에 해당하며 동화사가 자리잡은 곳은 봉황의 아기궁이어서 겨울에도 동백꽃이 필 정도로 따뜻하다고 한다. 게다가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우리나라 영험한 기도처 갓바위가 위치해 팔공산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지난 5월 23일 팔공산은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첫해의 단풍철이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오는 27일에서 28일사이가 절정기가 될 것 같다고 전한다.신비와 스토리가 많은 팔공산 단풍 구경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22

현대판 맹모지교 ‘초품아’

우정구 논설위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로 짜여진 강남 8학군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군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2023학년도 입학자 기준으로 이곳 소재 8학군 고등학교에서 서울대로 진학한 학생은 서울대 전체 입학생의 10.4%를 차지했다고 한다.이곳이 전국 최고 학군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이 일대 자리잡고 있는 수천 개에 이르는 학원과 더불어 이곳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교육 수도 대구의 수성학군도 학부모의 극성스런 교육열로 서을 강남 8학군 못지않은 전국적 명성이 있다. 수성구의 아파트 가격이 다른 구보다 훨씬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학군 명성에 따른 프리미엄 탓으로 풀이도 된다.최근 우리나라 아파트 매입의 주도 세력인 30·40세대가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는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올해 전국에서 진행된 신규 분양단지 중 1순위 청약통장 경쟁률 상위 9곳이 반경 500m 이내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라 불리는 이 단지는 다른 지역의 아파트보다 작게는 1천만원 많게는 5천만원까지 시세가 더 높다고 하니 아파트 선호도의 새로운 트랜드가 될 전망이다.이런 이유는 초등학교가 아파트단지와 붙어 있어 자녀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주변 교육환경도 좋기 때문이라 한다.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좋은 학군을 찾아 어디든 간다는 부모의 교육열의가 강남 8학군을 만들어내 듯 초등학생 자녀의 안전을 위해 초품아를 찾는 학부모의 교육열의 또한 놀랍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따로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19

토포악발(吐哺握髮)

홍석봉 대구지사장 ‘토포악발(吐哺握髮)’은 중국 주(周)나라의 주공(周公)이 식사할 때나 목욕할 때 손님이 찾아오면 ‘입에 있는 음식을 뱉고, 감고 있던 머리를 감싸쥐고’ 나가 영접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민심 수습과 정무 보살피기에 잠시도 편안함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훌륭한 인물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한나라 때 한영이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이야기다.주나라는 무왕이 은나라 폭군 주왕(紂王)을 멸하고 세운 나라다. 무왕이 나라를 잘 다스려 정국을 안정시켜 가던 중 병사했다. 아들 성왕(成王)이 제위에 오르자,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에 무왕의 아우이자 성왕의 삼촌인 주공단(周公旦)이 섭정하며 주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했다. 공자는 주공단이 며칠이라도 꿈속에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공단을 이상적인 정치가로 꼽고 존경했다. 주공은 봉건제를 실시, 왕실의 안정을 꾀했다. 이때 주공의 아들 백금이 노나라로 부임하게 되자 주공은 “나는 한 번 씻을 때 세 번 머리를 거머쥐고(一沐三握髮), 한 번 먹을 때 세 번 음식을 뱉으면서(一飯三吐哺) 천하의 인재를 잃을까 염려했다”고 지침을 주었다. 주공은 아들에게 정무를 잘 보살피려면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고 훌륭한 인물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위정자는 항상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바뀔지 주목된다.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는 없다. 정치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노심초사다. 토포악발의 심정으로 국정에 임하고 인재 구하기에 힘써야 할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