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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우충수(濫竽充數)

우정구 논설위원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12월에 발표하는 사자성어는 우리 시대 사회상을 잘 반영한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교수신문은 2023년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올바름을 잊어 버린다”는 뜻이다.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교수들이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 중 비록 1등은 못했지만 우리 정치인의 부족함을 빗댄 말로 ‘남우충수(濫竽充數)’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넘칠 남(濫), 피리 우(竽), 채울 충(充), 숫자 수(數)의 ‘남우충수’는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관대작들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는 표현이다.유래는 이렇다. 중국 제나라 선왕이 300명의 악사를 모아 피리 합주를 자주 들었는데, 이때 남곽이라는 자가 피리 연주를 할 줄도 모르면서 악사 틈에 섞여 매번 흉내만 내면서 높은 녹을 받았다. 그러나 제왕이 죽고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그는 합주보다 독주를 좋아해 연주자 한사람 한사람을 불러 연주케 했는데, 이를 안 남곽이 미리 도망쳐 버렸다는 고사다.실력이 없으면 언젠가는 탄로가 나기 마련이라는 의미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특권도 폐지하자는 국민의 원성이 잦다. 임기 4년 내내 존재감 없이 이 눈치 저 눈치보며 지내는, 존재감 제로의 국회의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다.언젠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하루를 해도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 좀 뽑자”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능력 없이 자리만 지키는 국회의원은 뽑지 말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2

비석 문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비(碑)는 특정 사실을 기록, 후세에 전하는 조형물이다. 주로 돌로 만들었다. 비는 주(周)나라 황후의 능을 조성하고 묘광(墓廣)에 시신을 하관할 때 밧줄을 도르래에 걸어 안전하게 내리기 위해 설치했던 장치의 기둥인 비목(碑木)이 기원이라 전한다. 비목이 비석으로 발달했다. 한대(漢代)에 문자를 새겨 각석(刻石)이란 말로 쓰였다. 우리나라의 비석은 장례와 관련한 분묘 건축에서 대부분이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사대부 묘의 입구에는 죽은 이의 평생 사적을 기록한 신도비를 많이 세웠다. 우리나라 비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다. 함무라비법전이 새겨진 비석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통일신라시대는 태종무열왕릉비 등이 남아 있고 고려시대는 고승들의 탑비가 많다. 조선시대 왕릉에도 신도비를 세웠다. 비석은 원래 종교적, 제의적 의미가 강했다.비의 종류는 송덕비, 하마비, 공적비, 열녀비, 효자비 등 다양하다. 진흥왕 순수비와 대원군의 척화비도 유명하다. 포항 중성리와 울진 봉평리의 신라비,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산불조심 비석 등 특정 목적의 비석도 있다.대구근대역사관이 ‘의연공덕비’를 상설 전시 중이다. 2003년 대구의 한 민가에서 발견돼 대구 종로에 세워져 있었다. 비석의 가치와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대구근대역사관에 안치됐다.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과 의연금 사용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1900년 세웠다. 지역사 자료로 활용가치가 높다. 문화재 등록도 할 예정이다.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출발한 국채보상운동도 한푼 두푼 낸 성금으로 이웃을 돕는 대구시민 정신에서 출발했다. 의연공덕비가 지역 이웃사랑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1

이민정책에 관심을

우정구 논설위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지목된 한국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출산율 제고며 또 하나는 이민 유입이다.올해 말 국내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보면, 출산율 제고를 통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은 현시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그렇다면 이민을 통해 인구를 늘려야 하나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반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 법적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국민정서 등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복지천국으로 소문난 스웨덴이 북유럽 최악의 범죄 국가로 추락한 과정을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인도주의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난민을 받아들여 현재 전체 인구(1천50만명)의 약 20%가 외국 태생의 이민족으로 구성돼 있다.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난민 중심의 범죄조직이 활개를 쳐 북유럽 최악의 범죄국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스웨덴에 소재한 이민자 범죄조직만 50개, 조직원이 3만명이라 한다. 스웨덴 치안을 맡은 경찰 수보다 3배나 많다.이민정책은 국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가에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 등과 같이 이민정책이 성공한 나라도 있다.정부와 여당이 이민청 설립에 적극적이다. 단일민족으로 수천 년 내려온 우리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찍을 정책이란 점에서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정책이다. 인구 문제가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긴 하나 역사적 걸음을 뗄 이민청 설치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0

경북대의 선택

우정구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 30군데를 선정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키우는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10군데 대학을 선정했고, 내년에도 추가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매년 1천억원의 파격적 예산도 지원한다.올해 경북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와 통합), 포항공대가 선정됐다. 대구는 해당 대학이 없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학을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 지역사회와 경제를 혁신적으로 이끌도록 하는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협에 놓인 지방도시를 대학의 담대한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동반성장하자는 것이다.교육계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비수도권 대학의 구조조정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현재의 학령인구 추이로 보면 20년 후에는 비수도권 대학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만으로 전국의 학령인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올해 글로컬대 선정에 탈락한 국립 경북대가 국립 금오공대와 통합 논의를 벌인다는 소식이다. 내년도 글로컬 대학 공모를 앞두고 두 대학의 논의가 어떻게 진척을 볼지 모르나 학생들의 반대도 만만찮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부산의 경우 국립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조건으로 올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돼 한발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경북대는 금오공대와 통합은 물론 대구교대와의 통합도 과제로 남아 실제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대구 유일의 국립 경북대가 글로컬대학 선정에 빠지는 것도 좋지 않은 모양새다. 내외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북대의 선택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이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07

친구 이름 지어주기 전통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유당은 다산의 당호(堂號)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말로,‘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는 뜻이다. 운치가 넘친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등 많은 호를 가졌다. 김정희는 추사, 완당 등 호가 200개나 됐다.본명을 피하고 호를 쓰는 관습은 중국 당나라 때 생겼고 조선시대 때 성행했다. 선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여러 이름을 사용했다. 본명 외에 ‘아명(兒名)’이 있었고, 혼례 전 성인식 때는‘자(字)’를 받았다. 성인이 된 뒤에는 일상에서 ‘호(號)’를 썼다.남자 아이들은 ‘아명’이라고 해 어릴 때 쓰던 이름이 따로 있었다. 관례를 치르기 전에는 아명으로 부르다가 관례를 치르고 난 뒤에는 ‘자’를 이름 대신 썼다. 나이 든 후에는 ‘자’ 대신 ‘호’를 쓴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 이름 대신 편하게 쓸 수 있는 ‘호’를 사용했다. 호는 자신이 직접 짓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지어주기도 했다.상주향교가 최근 수호지례(授號之禮)를 개최, 관심을 끌었다. 수호지례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벗 간에 쉽게 부르는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이다. 그동안 잊혔던 호를 지어주는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호는 자아의 표상이요, 새로운 인격의 탄생으로 평생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여겼다.닉네임의 시대다. SNS 상 동호인 모임 등에는 닉네임으로 소통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자신을 감추려는 목적에서다. 반면 호는 자신을 드러낸다. 호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미,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짓는다. 호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06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

우정구 논설위원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초까지 저출산국으로 알려진 헝가리는 공격적이며 과감한 출산 정책을 펴면서 출산율을 크게 끌어올린 나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에 헝가리식 모델을 제안했지만 정부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은 40세 이하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약 4천만원을 대출해준다. 5년 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감액해준다.또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고 4명 이상 출산한 여성에게는 평생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최근 정부 여당이 발표한 청년 내집마련 1.2.3 정책이 이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주택 청년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연2%대 낮은 금리로 장기대출해 주고, 결혼, 출산, 추가출산 때마다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결혼과 출산 등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헝가리식 모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미국의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다우섯은 “한국의 저출산 인구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빨라 국가의 존망을 위협한다”는 경고를 했다.2006년 이후 국가는 저출산 대책으로 무려 380조원의 돈을 쏟아냈다. 천문학적 예산에도 그 결과는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다.국제 뉴스가 된 우리의 출산 문제가 왜 이 지경에 도달했는지 반성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저출산을 멈출 헝가리식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이제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3-12-05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름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기존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더불어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과 건강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식음료 전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바다와 강 등 지표수에 이어 지하수까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가 2019년 나왔다.강 하구에 있는 어패류 등 모든 수생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낙동강 하구와 인천·경기 해안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 3번째로 높은 곳이라고 한다. 이젠 어패류도 마음놓고 먹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인체 유입의 공포가 확산되기도 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독도와 울릉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 깃털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검출됐다고 한다.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독도와 울릉도에서 포획한 괭이갈매기 17마리의 깃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깃털에 붙은 미세플라스틱은 유기오염물질과 독성화학물질을 흡착해 괭이갈매기의 방수성과 보온성을 해쳐 갈매기의 생존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독도와 울릉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염된 해류로 평가받는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플라스틱 폐기물은 1940년대 이래 63억t에 이른다. 이중 79%가 매립되고 나머지는 자연환경에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매립된 것은 매립된 대로 문제가 되고, 버려진 것은 버려진 대로 문제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플라스틱이 되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04

아직도 먼 100세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만60세가 되면 환갑이라 부르는데 60년만에 갑(甲)자가 새로 돌아왔다는 의미로 회갑(回甲)이라고도 한다. 한자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나이를 나타내는 한자어들이 많다.77세를 희수(喜壽)라 부르고 88세는 미수(米壽), 99세는 백수(白壽)라 한다. 여기 백수는 100세의 백수(百壽)와 발음은 같으나 한자 중 일(一)자 한획이 빠진 동음이어다. 천수(天壽)는 타고난 수명이라는 뜻으로 120세를 일컫는 말이다.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세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백수를 누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또한 사실이다. 1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은 2만명을 훨씬 넘는다.미국 외교계의 거목이자 국제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가 100세를 일기로 지난달 말 사망했다. 그는 100세의 나이에도 중국을 방문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인데도 아직도 많은 강연과 글쓰기 등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통계청이 지난해 기준으로 생명표를 발표했다.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각 연령대 사람들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통계다. 2022년 출생한 아이의 기대 수명이 82.7년으로 조사돼 1년 전보다 0.9년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많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했다.이 통계에 따르면 100세까지 살아남을 생존률은 남자가 0.7%, 여자는 3.1%로 밝혀졌다.100세 시대라 하지만 100세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은 낮은 생존률에 머물고 있다. 모두가 소망하는 100세 시대는 언제쯤 문이 활짝 열릴까./우정구(논설위원)

2023-12-03

로봇교사 등장

우정구 논설위원 ‘챗봇 서울톡’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다. 서울시에 관한 다양한 행정문의에 대답하고 시설, 교육, 행사 등 공공서비스의 예약과 민원접수를 도와주고 있다. 챗봇 하나가 일일이 상담과 답변을 해야 하는 공무원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이미 음식점 등에서는 종업원이 아닌 로봇이 매장 서비스를 돕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를 주차해주거나 역 앞에서 고객의 짐을 받아 날라주는 로봇까지 등장해 우리 일상이 어느덧 로봇의 세상으로 빠져든 느낌이다.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의 바둑 프로기사를 연이어 격파하는 기염을 토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세돌 9단을 4대1로 꺾어 알파고는 명실 공히 현존하는 인공지능으로 등극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를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임을 인정하고 입신(入神)의 경지인 명예 9단증을 수여하기도 했다.내년부터 서울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 로봇 영어교사가 등장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 학생의 영어 말하기 교육 강화의 한 방편으로 AI기능이 장착된 영어 로봇을 투입해 학생들의 언어 실력 향상을 돕는다는 것이다. 원어민처럼 학생과 1대 1 회화를 하는 로봇교사의 등장이 신통하기도 하지만 기계와 대화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느낌이 어떨지도 궁금하다.로봇교사 등장이 당장은 보조교사 형태로 진행되나 언젠가는 교사의 영역에 들어와 교실에서 교사를 밀어낼지도 몰라 우려도 없지 않다.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몸으로 부딪칠 때 인성교육까지 완성되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교사의 영역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봇교사 등장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30

대구 상징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를 상징하는 나무는 전나무다. 꽃은 목련이다. 대구시가 1972년 지정했다. 상징 새는 1983년 정한 독수리다. 전나무는 강직성과 영원성을 상징, 곧게 뻗어나가는 대구시민의 기상을 대표한다. 목련은 순결과 희생 정신의 시민 기질을 상징한다. 독수리는 활달하고 진취적인 기상, 개척적인 시민 정신을 나타낸다.도시도 마케팅하는 시대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는 기본이다. 지역의 개성과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 도시를 상징하는 나무, 꽃, 새를 정한다.하지만 대구시를 상징하는 나무와 꽃, 새에 대해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되레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전나무와 목련, 독수리가 대구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권기훈 대구시의원이 28일 시정질의를 통해 대구 도동의 천연기념물 측백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상징물이 대구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대구시의 각종 엠블럼이나 캐릭터 등으로도 활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징물의 지정과 관리 등 제도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문화재청은 2021년 국보1호 승례문 등의 문화재 지정번호를 삭제토록 했다. 서열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1962년 천연기념물1호로 지정돼 60년 간 자리를 지켜온 ‘천연기념물1호 도동 측백나무’의 1호 이름을 떼냈다. 하지만 명성은 여전하다.대구 동구 불로천 상류 해발 160m 향산 절벽에 높이 5~7m, 수령 500년의 1천여 그루 측백나무 숲은 남방한계선에서 자라는 식물학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참에 목련과 독수리도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9

밥상머리 교육이 무슨 죄

우정구 논설위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과 예절 등을 배우는 게 밥상머리 교육이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가 반말을 하거나 어긋난 행동을 할 때면 “버르장머리 없다”“밥상머리 교육이 안됐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것이 보통의 언사였다.지금은 가정이 해체되다시피하고 한두 자녀를 귀하게 키우다보니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을 쓰는 경우가 드물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과 더불어 식사하면서 예절, 절제, 나눔, 배려 등을 배우는 한국식 도덕교육이다.하버드대의 한 연구팀은 만3세 아이가 책을 통해 배우는 단어는 140개, 가족과 식사를 하며 배우는 단어는 1천개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식사 시간의 대화가 언어습득과 구사에 매우 효과적이란 뜻이다.콜롬비아대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지않는 청소년은 자주 하는 청소년에 비해 흡연률은 4배, 음주률은 2배가 높다고 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우리 어른들이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은 매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교육법이다.국민의힘 인요한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가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이 “부모교육 잘못”으로 말했다가 사과를 했다. 과한 표현으로 사과는 했지만 인 위원장의 의도는 한국식 밥상머리 교육의 참뜻을 말하려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정치적 표현으로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으나 밥상머리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잘못 전파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대가족제가 사라지고 바쁜 현대생활로 밥상머리 교육을 가르칠 기회가 적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어른을 존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본적 예절을 지키는 도덕문화는 유지되는 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28

막내린 화원교도소 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던 대구감옥(1910년 설립, 1923년 대구형무소로 개칭)은 1971년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로 이전, 대구교도소로 이름을 바꿨다. 부지면적은 전국 교정시설 중 가장 넓은 편. 한때 국내에서 서울구치소 다음으로 큰 행형시설이었다. 화원교도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대구교도소에는 전국 몇 곳 밖에 없는 사형시설이 있다. 1997년 12월 30일 교수형 이후 사형집행이 중단됐다.대구교도소를 거쳐 간 수감자로는 유영철(53)이 있다. 유영철은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 사형 선고를 받고 미집행 상태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영철은 지난 9월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유행시킨 탈주범 지강헌과 함께 탈주했던 3명도 대구교도소에 구금됐었다.간첩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도 대구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였던 그가 고정간첩으로 드러나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그는 수감생활 중 실크로드 사전을 집필했다. 이젠 잊혀진 인물이 됐지만 1997년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5년 복역 뒤 특사로 석방됐다.1975년 8명이 사형당하고 17명이 무기징역 등 장기 투옥된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사형 및 구금된 곳도 이곳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영화배우 강모씨도 이곳에서 구금생활을 했다. 대구교도소는 한때 수용 재소자가 4천500명에 달한 적도 있다. 현재 재소자 숫자는 2천여 명이다.28일 대구교도소가 52년 만에 달성 하빈의 신축 교도소로 이전한다. 교정 당국과 경찰은 완전무장한 채 군과 합동 호송작전을 벌인다. 근래 보기드문 대규모 죄수 이송 작전의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7

푸른색 낙엽과 파랑돔

우정구 논설위원 만추(晩秋)의 시간인 지금쯤에는 노랗거나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어야 할 낙엽이 푸른색으로 떨어져 인도를 가득 메운 사진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와 화제다.일부 네티즌들은 “기후변화가 언젠가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없게 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글까지 함께 올렸다.단풍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잎에 있는 영양소와 수분을 나무가 빨아들이고 잎과 결별할 때 땅에 떨어진 것이 바로 낙엽이다.그런데 이상 기온으로 나무가 엽록소를 다 파괴하지 못해 잎이 푸른색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가을은 이런 푸른색 낙엽이 유난히 많아 네티즌 사이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바다 속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울릉도 연안에 대표적 열대성 어류인 파랑돔이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는 보고를 했다. 베트남이나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줄꼬리돔도 발견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물속 온도가 높아져 생긴 현상이라 말했다.기상청에 따르면 11월 대구의 최고 기온은 27도, 최저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10∼15도가 높다. 사람들이 소매 차림으로 다녀도 전혀 어색치 않을 날씨다. 이달에는 또 비까지 자주 내렸고 중순 이후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등 심한 기후 변동이 있었다.지구촌의 이상 기후가 생태계 근원까지 흔들고 있는 현장을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울릉도 연안의 파랑돔 등장이 반갑지도 않고 푸른색 낙엽을 보며 만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부담스럽다. 심각한 자연파괴 현상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1-26

김장철이 돌아왔다

우정구 논설위원 과거에는 입동(立冬)을 기준으로 김장담그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요즘은 12월 초까지도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많다.겨울에 담아 이듬해 봄까지 먹는 김장김치는 담그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가 매우 번거롭다. 배추와 무, 고춧가루, 젓갈 등 어느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면 제맛을 낼 수가 없다. 과거 우리 조상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집집마다 돌아가며 김장을 담그는 품앗이 행사도 벌였다.보통은 봄까지 김장을 먹으나 지역에 따라 여름철까지 먹는 경우도 있다. 배추와 무를 거의 양념 없이 소금에만 절여 음지의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이듬해 3월부터 먹기 시작한다. 이를 짠지형 김치라 불렀다.유네스코는 우리나라 김장 담그는 풍속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판소리, 종묘제례, 강강수월래, 아리랑 등과 함께 한국의 독창적 문화임을 세계가 인증한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90%가 아직도 김치를 담가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인은 냉장고 속 김치만 파먹어도 3년은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가격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4인가족 김장비용을 30만원대로 예상했다. 20포기 기준으로 재래시장은 30만1천원, 대형마트는 36만6천원 정도다. 작년보다 조금 내렸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김장담는 번거로움으로 예년보다 김장족이 줄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김장을 담그는 일은 명절만큼이나 우리에겐 소중한 일이다.김장을 다 담아놓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삶은 돼지고기 등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의 행사가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23

‘까치밥’과 ‘횡재세’

홍석봉 대구지사장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서울 조카아이들이여/그 까치밥 따지 말라/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송수권의 ‘까치밥’이라는 시의 일부다.인정이 살아 있는 고향 동네에 겨울 철 굶주린 새들을 위해 남겨놓은 홍시를 따는 아이들의 동심과 매정함을 빗대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풍습을 아쉬워하며 쓴 글이다.초겨울 한파가 닥쳤다. 가로수는 이파리를 모두 떨군 채 가지만 앙상하다. 시골집 한쪽 모퉁이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 몇 개가 바람에 춤을 춘다. 까치밥은 ‘감나무 열매 중 따지 않고 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남겨 놓은 감’을 뜻한다. 나는 새까지 배려한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차츰 잊혀져가는 말이 됐다.정치권에 ‘횡재세’ 논란이 한창이다. 횡재세란 뜻밖의 대외 변수 등으로 가만히 앉아 추가 이익을 거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사람들의 고통 속에서 번 돈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낸 석유기업들을 경고하며 부각된 말이다. 국내에선 은행이 타깃이 됐다. 5대 은행의 작년 이자이익은 36조2천억원으로 2년 전보다 36%가량 증가했다. 작년 상여금 총액도 20%가량 늘었다. 경기 침체 속에 은행만 이자이익으로 배를 불렸으니 민심이 좋을 리가 없다. 여야간 이견이 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까치밥’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할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2

횡재세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횡재세는 정상범위를 넘어선 기업의 초과이윤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여러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 높은 세금을 부과해 전비(戰費)로 사용했다. 전쟁을 명분으로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 들였기 때문에 별다른 논쟁은 없었다.이후 횡재세에 대한 논의가 없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국가 중심으로 다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우크라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석유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국내서도 횡재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달아올랐다. 야당이 고금리로 생긴 금융기관의 초과이익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시장경제를 무시한 포퓰리즘이라는 여당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된 은행권의 경우 3분기 누적 이익이 무려 40조원에 이른다. 주로 이자 장사로 돈을 번 이들 은행은 직원들에게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주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종노릇 한다”고 한 발언은 소상공인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금융권을 두고 한 비판이다.무엇보다 은행이 피땀 흘려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정부의 금리정책에 따라 손쉽게 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사실이다. 공정하지 않게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국민적 여론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횡재세가 이중과세되는 모순이 있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면서 궁극적으로 그 부담이 다시 국민 몫이 된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금융기관이든 어느 기업이든 시장 변화로 생긴 막대한 이익은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횡재세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1-21

‘오자서’와 ‘웜비어부부’의 복수

홍석봉 대구지사장 초나라 사람 오자서(伍子胥)는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을 억울하게 잃었다. 복수를 다짐한 오자서는 홀로 초나라를 탈출했다. 심적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던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오나라로 달아난 그는 훗날 ‘오왕 합려’로 불리는 공자 광(光)을 만난다.오자서는 갖은 책략을 동원해 광을 보위에 올렸고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기원전 506년, 오나라 대군을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했다. 3개월여 만에 수도를 함락시켰다. 하지만 오자서의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은 뒤였다.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쳤고 시신을 꺼내 구리 채찍으로 300대를 내리쳐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든 후에야 매질을 멈췄다.원한이 사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쳤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을 남겼다.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복수의 화신 오자서의 한 서린 고사다.북한에 억류됐다가 아들을 잃은 미국 웜비어 부부가 최근 북한 자금 29억원을 회수했다. 웜비어 부모는 6년이 지나도록 복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북한의 새 자금원인 가상화폐까지 뒤지고 있다고 한다.웜비어 부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2018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 부부는 이 판결을 근거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북한 자산을 추적해 압류하거나 동결시켰다. 집요한 복수 행각이다. 웜비어 부모는 “죽는 순간까지 악랄한 김정은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의 패악이 세계인에게 복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0

꼼수 물가인상

우정구 논설위원 물가가 올라가면 인플레이션, 물가가 내려가면 디플레이션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물가가 올라가면 경제가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보고 긍정적 신호로 여긴다.하지만 물가가 급등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서민경제가 괴로워지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관리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물가 상승과 서민 고통은 비례한다. 특히 정부가 밝히는 물가지수보다 서민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많이 오르면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국제통화기금이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6%로 내다봤다. 지난 10월 제시한 3.4%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1% 포인트 오른 2.4%를 제시했다.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최근 정부는 물가관리 대책회의를 열고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물량을 줄이는 꼼수인상을 말한다.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정책에 동조하는 척하면서 꼼수로 가격을 올리는 행위다. 소비자를 기만 행위로 당연히 단속돼야 한다.슈링크보다 한수 위의 꼼수가 있다.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으로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고 원재료를 줄이는 수법이다. 품질을 낮추며 가격인상 효과를 내는 것이다.연말쯤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의 전망이 빗나갔다. IMF의 예상대로라면 물가와의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 정부의 물가대책이 더 긴요해진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19

울릉도 지원 특별법

우정구 논설위원 울릉도에서 마지막으로 화산이 폭발한 시기를 학계는 대략 5천년 전으로 보고 있다. 섬 곳곳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무문토기 등으로 미뤄보아 외딴섬이지만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도 꽤 오래전 일로 짐작을 한다.역사 기록으로는 신라시대 때 처음 등장한다. 우산국으로 불렸고 지증왕 13년에는 하슬라주 군주 이사부가 이곳 정벌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1900년 10월 대한제국 칙령 41호로 군으로 승격됐고 1914년 강원도 관할에서 경북으로 편입됐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포항시의 생활권이다.2022년 기준 울릉도의 인구는 8천900명 정도. 1975년 2만9천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초중고 학생수는 447명이다. 인구 대비 5%다. 고령화 지수는 전국 평균 3배며 작년에 출생한 신생아가 겨우 스무명이다.주요 생업수단인 어업도 옛날 같지 않아 울릉주민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큰 문제는 울릉도에 살고 있는 학생들 대다수가 장차 육지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울릉의 앞날은 암울하다.단지 2026년 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외지인이 많이 찾아와 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은 그나마 희망적 요소다. 울릉군은 공항이 개항되면 현재 40만명 정도 찾는 관광객이 100만명까지 는다고 본다.울릉도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할 특별법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특별법은 섬 주민의 생활개선과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법안이다. 군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법안이다.특별법은 그동안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21대 국회기에 통과하지 못하면 또다시 폐기돼야 한다. 울릉군민의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1-16

‘대구인’ 이육사기념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이육사는 일제치하 저항정신의 상징 인물이다. 그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서 한국인의 가슴 속 깊이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는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민족정신이 투철했고 지조를 지켰다. 1927년 장진홍 의사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 투옥돼 3년간 옥살이를 했다. 당시 수인번호 264가 그의 필명이자 이름이 됐다.도쿄, 베이징 등 유학시기 몇 년을 제외하고는 그는 줄곧 대구에서 살았다. 1932년까지 대구에서 중외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며 활동했다. 육사는 ‘청포도’, ‘절정’, ‘광야’ 등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이육사기념관이 16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 문을 열었다. 그는 고향인 안동에서 대구로 이사한 후 6차례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현재 기념관이 들어선 곳은 1922년 이육사와 가족이 살았던 곳이다. 그가 살던 가옥은 재개발로 철거됐고 시공사가 기념관을 지었다. 기념관은 다양한 기록과 사진, 영상 등을 갖춰 이육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육사의 고향 안동에는 2004년 개관한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이곳에는 문학 및 연극, 음악회 등과 각종 강좌를 개설, 육사의 문학과 정신을 면면히 계승하고 있다.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대구의 정신을 빛낸 그의 기념관이 그가 살던 자리에 들어선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이육사의 예술 행적과 독립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대구사람 이육사’라고 말할 정도로 속속들이 대구인으로 살고 대구를 사랑한 이육사다.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독립운동 역사 교육장과 전시공간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