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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주 곶감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감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밖에 자라지 않는 동양목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초기 진상품에 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감나무 재배를 해 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예로부터 감나무에 얽힌 설화가 많으나 그 중 감나무 5덕(德)을 소개하면 이렇다.넓은 감잎을 잘 말리면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어 문(文)의 덕이라 했고,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목재는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돼 무(武)라 했다.또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어 효(孝)의 덕목을 가지고 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모두 붉어 충(忠)이며 바람과 눈,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절(節)이라 했다.곶감과 쌀, 누에고치 등 삼백의 고장으로 소문난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상주곶감 농업은 2019년 국가 중요농업유산(제15호)으로 지정됐다. 곶감공원과 곶감박물관 등 곶감을 테마로 하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특히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우리나라 최고령 감나무로 확인돼 상주가 곶감의 본고장임을 잘 알리고 있다. 이 감나무는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을 통해 530년 된 감나무로 인정을 받았다.지난해는 고욤나무 접목 등 선조들의 영농기술을 입증하는 학술적 가치가 인정돼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한해 3천∼5천개의 감을 생산할 정도로 생육상태가 좋다고 한다.곶감의 본고장인 상주시가 12일부터 14일까지 북천시민공원 일원에서 상주곶감축제를 연다. 상주 곶감의 진미를 느끼려면 축제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1

IB교육의 성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공교육에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2018년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당선된 후 취임 첫해부터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 및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교육을 추진해왔다. 대구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와 경기, 제주 등 전국 교육청에서 IB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세계 160개국 5천600여 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IB 월드스쿨(IB 본부로부터 인증 받은 학교)은 대구에만 21개교가 있다. 대구가 명실공히 국내 IB교육의 중심이다.IB 프로그램은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IB 학교에서 시작된 교실수업 혁신 모델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경북대사대부고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IB 월드스쿨 닻을 올렸다. 일반계 국·공립 학교에서는 첫 시도였다. 대학입시와도 직결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지원생까지 나왔다. 자기주도학습의 성과다.IB 교육은 1986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관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를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점차 확대돼 많은 나라에서 도입, 전 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주게 됐다. IB교육이 대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0

출산율 골든타임 놓칠라

우정구 논설위원 합계출산율 0.6명대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세대를 200명(100쌍)으로 가정했을 때 다음세대 인구는 60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연평균 출생아수가 85만명대인 197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기록한 출산율은 1.15명(2000년대)이었다. 같은 계산법으로 연평균 출생아수가 70만명이던 19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출생율이 0.8명이다. 불과 20년 사이지만 출생아 감소가 빠른 속도로 낮아짐을 볼 수 있는 통계다.“출산율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말은 가임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 결국은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진다 해도 인구회복이 어렵다는 뜻이다.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명대. 올해는 0.6명대까지 전망한다. 작년 1년동안 태어난 출생아수는 23만5천명. 1970년대 85만명대와 비교하면 30여 년 만에 27% 수준까지 추락했다.전문가들은 우리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을 길어야 앞으로 10년 정도라 한다. 10년 이내 획기적 인구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인구회복이 불가능한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지구상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질지 모른다.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작년 유일하게 출생아가 증가한 곳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작년부터 충북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는 5년에 걸쳐 현금 1천만원을 출산수당으로 주고, 전월세 이자 지원 등 각종 결혼장려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이제는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 육아부터 학교를 마치는 데까지 거의 무상이라는 파격적 인식을 주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게 됐다. 그야말로 특단 대책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09

대학등록금 인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최대 5.64%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79%p 올랐다.대학 등록금 인상한도가 5%대가 된 것은 2012학년도(5.0%) 이후 12년 만이다. 또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한 2011학년도의 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학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장학금 지원 등 당근책까지 제시했다.대학은 죽을 맛이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15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로 대학의 수입이 줄었다. 대학은 인건비와 관리비 충당에 급급하다. 첨단 설비 도입은 아예 엄두를 못낸다. 노후 건물의 개·보수 조차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크게 는 것도 아니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되레 줄었다.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다. 선진국들이 산업 고도화를 위한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는 동안 우리는 거꾸로 갔다.지난해 일부 대학은 정부 제재에도 불구, 등록금을 인상했다. 올해는 등록금 인상에 가세하는 대학이 더욱 늘 전망이다.교육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다. 대학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등록금의 완전 자율화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높다. 대신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대폭 늘려 주는 것이 맞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언제까지 교육부가 대학의 목을 틀어쥐고 있을 것인가./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8

사회 갈등과 정치 테러

우정구 논설위원 갈등(葛藤)이란 칡덩굴이나 등나무 덩굴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개인이나 여러 집단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 행동, 신념, 목표로 인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라 부른다.빈부갈등, 부부갈등, 종교갈등, 노사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수많은 갈등요소를 법적으로 민주적으로 잘 풀어가는 것이 바로 정치다.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존재하지만 홀로 살 수는 없다.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그래서 그는 국가없이 살 수 있는 자는 인간 이상의 존재이거니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도 말했다. 인간은 정치 공동체인 국가를 떠나 살 수 없고 공적인 영역에 참여하면서 최고의 행복을 누린다고 했다.복잡한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수야 없지만 갈등이 사회적으로 커지면 국가 존립도 흔들게 된다. 최근 국가보훈처가 한 연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한국사회의 갈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종교분쟁이 있는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가 발생한 것도 한국사회의 높은 갈등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확한 테러 이유가 밝혀져야겠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대립과 증오를 부추기는 한국정치는 이런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4-01-07

CES 2024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4가 이달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가전전시회의 세계 최고봉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올해 전시회에는 150개 국가에서 3천500개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참관객만 13만명이 넘을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5천명의 재계 및 정관계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통가전 기업뿐 아니라 포스코, SK, 롯데 등의 대기업과 전국의 중소기업에서도 많은 이들이 신기술 구경과 비즈니스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CES는 처음에는 가전전시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쇼와 뷰티, 푸드쇼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급변하는 첨단 신기술의 경연장답게 각국 기업들이 내놓은 신제품들이 요란스럽게 눈길을 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6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와 정보통신기술,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CES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그 중 13개 기업은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고 한다. 혁신상은 주최사인 CTA가 전시회 개최 전 기술성, 심미성, 혁신성 등을 평가해 우수제품과 신기술에 주는 상이다. 상을 받은 기업들은 이를 활용,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선다.세계는 신기술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도 CES에 참여하는 용기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04

장송곡 시위의 소음 기준

홍석봉 대구지사장 생활 소음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높아간다. 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커진다. 사람이 참을 수 있는 소음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주요 도시의 연평균 소음도는 61.57~70.57데시벨(㏈)이다. 국내 기준치 55㏈, WHO 권고치 53~54㏈보다 훨씬 높다.UN환경프로그램은 소음을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소음은 건강도 해치고 난청 위험도 높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음 관련 민원은 2009년 4만2천400건에서 2019년 14만3천18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100㏈이 넘는 확성기 소음은 듣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대구고등법원이 지난 2일 ‘구청 앞에서의 장송곡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대구 서구청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구청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법원은 집회나 장송곡을 막지 않는 대신 주최 측에 75㏈ 이상의 소음을 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 충남 태안 군청 앞의 장송곡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법원이 75㏈(야간 65㏈) 초과 소음 발생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은 지자체의 평온한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국내 기준치보다 훨씬 높지만 75㏈은 앞으로 집회·시위의 소음 기준이 될 터이다. 장송곡 시위는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소음 뿐만 아니라 장례용 각종 조형물 등도 시민에겐 일종의 테러다. 법원이 일정 지역 내에서 장송곡 재생과 영정 사진 및 장례식용 조형물·근조화 설치를 금지한 태안군 사례를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다.집회·시위를 주최하는 측은 앞으로 좀 더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3

선거의 해

우정구 논설위원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세계 각국 언론도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가 치러질 올해의 지구촌 움직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지구촌에서 치러지는 각 나라 선거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024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가장 큰 변수로 선거를 꼽았다. 특히 11월 있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세계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이 어떤 정책과 규제를 펼치느냐에 따라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올 1월 가장 먼저 선거를 치르는 대만의 예를 보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의 당락에 따라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올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여야는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에 대비한 전열 정비에 여념이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사상 가장 극렬한 진영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거가 극렬하면 상대적으로 그 후유증도 큰 게 보통이다.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근심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직업군과 계층·계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선거의 결과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갈릴 수도 있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이번 총선 만큼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02

새해 소망

홍석봉 대구지사장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염원한다. 가족과 애인의 건강과 사랑, 합격을 빈다. 동해안의 해돋이 명소마다 인파가 붐볐다. 해맞이는 어느덧 연례행사가 됐다.새해 소망을 비는 것은 서양에서 유래했다. 로마 신화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비롯됐다. 야누스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얼굴이 두 개인 신이다. 새해의 첫달인 1월의 이름(january)도 야누스에서 따왔다. 로마인들은 새해 첫날 야누스에게 제물을 바치고 소망을 빌었다. 이런 풍습이 기독교 문화권에 퍼졌다.새해 첫날 새 목표를 세우고, 나쁜 습관을 고치며 그해의 안녕을 빌었다. 고려시대에는 새해에 왕이나 귀족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해에는 더 나은 행실을 다짐하는 행사가 있었다. 일제시대 때 우리는 양력설을 신정이라고 부르고 음력설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일제의 정책에 반발, 양력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이 때부터 새해에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우리나라는 새해 새로운 간지를 쓴다. 12간지(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다. 새해에 새로운 운명을 상징한다. 새해 자신의 운명을 좋게 하고, 좋은 일을 기원하는 것이 전통이었다.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을 물은 한 조사에서 1위는 ‘건강’(34.7%)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자유’(22.8%)와 ‘경기 안정’(8.8%)이 뒤를 이었다. 경제 보다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평범한 삶, 내 집 마련, 여행 등 순으로 나타났다.청룡의 해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1

운외창천(雲外蒼天)

우정구 논설위원 인류는 ‘희망’에 의존해 발전해 왔다는 말이 있다. 희망이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뜻이다. 인간이 불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희망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이 없었다면 과연 인류는 어떠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왔을지 궁금하다.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은 희망과 꿈이 있기에 현재의 잘못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오랫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불경기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국내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우리 경제를 압박한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기업은 기업대로 서민경제는 서민경제대로 힘들고 고달팠던 한해였다.중소기업인들이 내년도 경제를 바라보며 선택한 사자성어가 ‘운외창천(雲外蒼天)’이라고 한다.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절망하면 안 된다”는 격려의 말을 할 때 잘 사용하는 표현이다. 희망을 잃지말고 난관을 극복하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올 한해 많이 고생했음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새해를 앞두고 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한 때다.다가올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올해 못 이룬 모든 것을 소망하고 희망해야 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포기하라고 말할 때 희망은 한 번 더 시도해보라고 속삭인다”는 서양의 격언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희망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8

수(手)개표의 부활

홍석봉 대구지사장 2002년 6월 지방선거 때 전자개표가 첫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였다. 유권자가 투표한 투표지를 전자개표기(투표지 분류기)에 넣으면 광학센서가 기표 내용을 인식, 후보자별로 그 결과를 자동 집계했다. 기표 오류 투표지만 개표 요원이 수(手)개표했다.전자 투·개표는 1948년 제헌국회 선거 이후 50년 이상 눈에 익은 개표장 풍경을 확 바꿨다. 개표 요원들이 밤을 새며 분류·합산하던 작업을 기계가 대체했다. 자동 개표기의 등장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다시 수개표를 했다. 당시 비례대표 등록 정당 수가 역대 최대인 38개, 투표용지 길이만 51.9cm에 달해 투표지 분류기의 처리 한계를 넘어섰다. 할 수 없이 수개표로 진행한 것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부터 전수 수(手)개표를 도입키로 했다. 전자개표 뒤 사람이 투표용지를 전수 검사하는 방식이다.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된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수개표가 시행되면 개표 과정의 투명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선거 결과의 지연 발표는 불가피하다. 21대 총선 직후 전자투개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지난해 20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달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투개표 불신 우려를 키웠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찌감치 전자 투개표를 도입했던 선진국들도 수년 전부터 직접투표와 수개표로 바꿨다. 해킹 위험 때문이다.수개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의 회귀다. 하지만 선거 부정 시비를 일소하고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소쿠리 투표’ 소동 등 선거 부실 관리로 불신을 초래한 선관위의 책임이 크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7

간병지옥에서의 脫出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각국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년인구가 늘고 있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은 돌봄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지만 나이든 부모 간병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간병을 하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작년 일본에서 출간된 ‘불효돌봄’이란 책의 저자는 “병들고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데 자식이 착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날 고민은 하지말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는 주장을 폈다.우리말에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도 부모 간병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간병비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간병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가족이나 형제간 갈등도 심각하다.부모 병 구완을 위해 간병인을 쓰다보니 간병비 지출을 감당못해 간병파탄 환자가 늘고 있다. 부모 간병 때문에 퇴직하는 간병퇴직, 가족간 불화로 빚어지는 간병지옥, 심지어 간병살인까지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도 목격된다. 집안에 간병할 사람이 생기면 온가족이 시한폭탄을 안은 것처럼 전전긍긍이다.하루 간병비 14∼15만원 주고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달이면 400만원이 훨씬 넘으니 병을 오래 끌면 수천만원 부담도 금방이다. 간병비 때문에 한가정이 망할 참이다.정부가 간병 경감방안을 내놨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요양원 입원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이 그 내용이다.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문제라 쉽지는 않아 보이나 진작 손을 봐야 할 문제라는 데 이의는 없다. 간병지옥에서 탈출할 묘안이 나와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6

‘삼시두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먹는 데 진심이었다. 식사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끼니를 잇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식사했느냐”고 묻는 것이 인사였다. 성경에도 기근 이야기가 여러 곳 나온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마태복음 구절도 당시 끼니 해결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였는지를 잘 보여준다.우리나라는 천재지변이 많았다. 왜적의 침범도 잦았다. 그러다 보니 가뭄과 홍수, 전쟁으로 말미암은 기근이 빈번했다. 식량난은 인간에게는 재앙이다.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북한은 1995년 8월 가뭄과 흉년이 겹쳐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 한국에서 15만t의 쌀을 무상 원조받았다. 지금도 북한은 굶어 죽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9살 때 탈북한 20대 후반의 한 탈북민은 남한에 와서 “삼시세끼 먹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1960년 대만 해도 우리 주변에 끼니를 거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끝에 우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선진국이 됐다. 지금은 각종 복지혜택과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비돼 굶는 사람은 없다.우리네 식생활 습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삼시세끼’는 옛말이 됐다. 요즘 한국인은 하루 평균 두 끼 정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젠 ‘삼시두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심지어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답한 이들도 있다. 체력 유지에 필요할 정도만 하는 식사가 됐다. 다이어트 열풍도 한몫했을 터다. 끼니가 생활의 보조 수단이 된 것이다. ‘삼시세끼’는 한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이 될 정도로 이젠 희화화됐다. 새삼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게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5

솔로 이코노미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 가구수는 750만2천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34.5%에 해당한다. 1990년 9% 수준과 비교하면 3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유럽연합의 국가들도 우리보다 먼저 1인가구 시대를 경험했다. 지금은 그에 맞는 시장경제도 형성됐다. 조금 지났지만 2018년 기준으로 유럽의 1인 가구 비율은 33.9%다. 스웨덴은 56%,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은 40%가 넘는다. 도시별로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경우 60%가 1인 가구다.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면 유럽국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대략 간추리면 다음 3가지 정도라 할 수 있다.첫째, 저성장이다. 청년층이 취업난에 봉착하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면서 혼자 사는 젊은이가 늘어난 때문이다. 둘째는 이혼 및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터, 골드 미스 등의 증가다. 세 번째는 고령화다.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를 잃고 나홀로 지내는 노령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솔로 이코노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택, 식품, 가전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홀로 사는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혼밥, 혼술을 넘어 혼영(혼자 영화) 혼행(혼자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장경제 흐름에 맞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산물이다. 앞으로 1인가구 비율이 더 늘어나면 소비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1

신품종 과일 전성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품종 과일 전성시대다. 다양한 모양과 맛, 색깔을 자랑하는 신품종 과일이 국민 식탁에 오르고 있다.샤인머스캣은 최근 몇 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과일 시장에 대변혁을 가져왔다. 일본에서 개발됐지만 상표등록을 않아 로열티가 필요 없자 국내 재배 열풍이 불었다. 샤인머스캣은 캠벨, 머루포도 등을 대체하고 거봉포도 마저 제쳤다. 저장성이 좋아 겨울에도 제철 과일인양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검은 색의 스윗사파이어 종이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국산 신품종 수박 블랙위너수박은 까맣고 얇은 과피와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를 지니고 있다. 순수 국산 품종으로 재배농가가 늘고 있다. 2020년 시중에 첫 출시돼 높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 신품종 감귤 윈터프린스도 달콤하고 청량한 맛,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껍질이 쉽게 벗겨져 먹기 편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수출 및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많다.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고 한입 크기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대추토마토, 짭짤이 토마토, 노란색 토마토 등 종류가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고 과일 대용 채소로 상종가다.최근 상주에서 재배한 희귀 품종의 흰색딸기(신데렐라)가 수출길에 올랐다. 남상주농협 딸기수출단지에서 재배, 홍콩으로 첫 수출했다. 흰색딸기는 경도가 단단하고 맛과 향이 독특하며 붉은색이 아닌 흰색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신품종 과일은 맛과 색깔, 모양 등에서 기존 과일을 뛰어넘는다. 눈부신 농업 기술 발전의 결과다. 국민 영양 및 식단에 일조한다. 윈터프린스 감귤과 흰색딸기 등은 수출에도 일조한다. 농가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0

낙서 테러

우정구 논설위원 낙서(落書)란 아무 곳이든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무작위로 글을 남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문화재나 유명 장소의 건물 등에 낙서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 낙서 자체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다.그러나 유명 예술가 등은 낙서장을 가지고 다닐만큼 낙서를 통해 습작을 해 창작활동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2013년 일이다. 중국의 한 소년 관광객이 3천년 전 람세스 2세 때 세워진 이집트 룩소르 신전을 관광하면서 그곳에 “△△가 왔다 갔다”는 낙서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이집트 당국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또 2015년 북경에서는 한 청년이 고궁박물관에 있던 300년 된 구리 항아리에 칼로 연인의 이름을 쓰고 하트 표시를 한 사건이 벌어져 소동이 벌어졌다.지금은 뜸하지만 우리나라도 한 때는 명승지 바위 등에 자신이 다녀간 기념으로 이름을 새기는 일들이 종종 벌어졌다. 1970년대 대학가 화장실은 불온낙서가 유행해 학교당국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낙서를 지우고 나면 다음날 또 다른 낙서가 생겨나 곳곳에 낙서금지 문안을 붙일 정도였다.심리학자들은 낙서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이나 욕구 등이 표출된 표현물로 본다고 했다. 사회적 제도나 규범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일들을 낙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는 말이다.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지난 주말 사이 두 차례 걸쳐 낙서테러를 당해 경찰이 용의자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보는 문화재에 대한 낙서테러란 점에서 범행 동기가 자못 궁금하다. 이유야 어쨌든 문화재 훼손과 복구비 등을 생각하면 엄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9

파부침주(破釜沈舟)할 사람 어디 있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파부침주(破釜沈舟)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항우본기’에 나온다.진(秦)나라 시황제 말기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진나라를 치기 위해 옛 초나라 땅에서 군사를 일으킨 항우는 거록 전투에서 강을 건넌 후 타고 왔던 배를 침몰시키고 싣고 온 솥을 깨뜨리도록 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는 3일 분의 식량만 나누어 주었다.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도 없는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항우는 진나라 주력부대를 궤멸시키고 유방과 패권을 다투는 맹주가 됐다. 이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 파부침주다. ‘파부침선(破釜沈船)’, ‘기량침선(棄糧沈船)’이라고도 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의 정치권 혼란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파부침주할 백마탄 기사는 어디에 있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때아닌 겨울비에 감상에 젖어 쓴 글이지만 항우와 같이 결사항전의 각오로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 왜 나오지 않는지 묻는 시국한탄이다.지금 정치권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장 선임과 중진 사퇴 압박 등으로 어수선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친명계’와 ‘비명계’로 나뉘어 당이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코앞이다. 국민들은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을 보고 의로움을 잊는다)가 선정됐다. 견리망의 대신 의를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절실하다. 백마탄 기사는 정녕 보이지 않는가.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8

은둔형 외톨이 청년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고령의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8050문제가 핫이슈가 됐다.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의 8050은 이제 일본선 9060문제로 넘어가는 시대 상황을 맞고 있다.일본말의 히키코모루는 ‘틀어 박히다’는 뜻이다. 히키코모리는 히키코모루를 명사형으로 바꾼 신조어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은둔형 외톨이’다. 자녀가 취직을 못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고립형 청년을 두고 일본서는 이렇게 부른다.며칠전 우리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고립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다시 말하자면 우리도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실제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립·은둔 위기의 청년이 약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9∼39세 연령층 인구의 5% 수준이다. 이들 청년은 취업할 생각도 않고 집에 박혀 동영상 시청 등 온라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75% 이상이 대졸 이상 학력자다. 고립 은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등 직업관련 어려움이 24.1%, 대인관계 어려움을 꼽는 사람이 23.5%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신체건강이 좋지 않다고 대답했고, 7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고립·은둔형 자녀가 늘면서 관련 부모단체가 만들어지고 “나는 은둔형 외톨이 엄마입니다”라는 책도 출간됐다.만시지탄이나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7

붕어빵

우정구 논설위원 동네 버스정류장 부근 모퉁이 등에 등장하는 붕어빵 노점을 보노라면 겨울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붕어빵은 한국인에게 겨울을 알리는 대표 간식거리다.원래 일본 도쿄 어느 가게에서 시작된 타이야끼(도미) 빵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도미는 비싸고 귀한 생선이어서 도미 모양으로 된 빵이라도 만들어 먹자고 생겨난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한다. 도미빵이 붕어빵 모양으로 변경된 것이 지금 우리 동네서 파는 붕어빵이다.193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져 벌써 90년 세월이 흘렀다.미국에서 밀가루가 많이 지원되던 6·25 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국내에서 많이 유행했다. 저렴한 가격 탓에 서민들의 점심 대용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붕어빵 노점은 쇠퇴하는 듯했으나 IMF 외환위기 이후 또다시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붕어빵은 쇠틀에 밀가루로 만든 반죽과 단팥소를 넣어 간단히 구워먹는 풀빵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해 불황기에 잘 등장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붕어빵 장사가 없어지고 경기가 나빠 실업자가 양산되면 길거리에 붕어빵 노점이 늘어난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일종의 불황을 알리는 지표로 보기도 했다.올겨울 사라졌던 붕어빵 가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중심으로 붕어빵 장사에 나서는 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노점도 하지만 작은 구멍가게의 숍인숍 형식의 점포도 늘고 있다. 대구에서 붕어빵 1개 가격은 700원이 주류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10년 전 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옛 추억을 느껴 볼 붕어빵이지만 서민경제가 나빠져 불쑥 등장한 것 같아 썩 반갑지만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4

‘개딸’과 작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개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바꿔달라고 언론 등에 주문했다. “상대 진영이 우리를 프레임해 선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개명 이유다. 나쁜 이미지가 덧칠됐다는 것이다.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임말로 당초 작명 의도는 괜찮았다. 당 대표까지 ‘우리 개딸, 개이모, 개삼촌’이라며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치권과 언론 등에 폭력성이 부각된 이미지가 각인됐다. 이미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자 이미지로 굳어진 명칭을 이제 와서 본인들이 원치 않기 때문에 바꾼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우리 사회 곳곳에서 줄임말이 성행한다. ‘심쿵(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만큼 놀라거나 설렌다)’‘맛점(맛있는 점심)’‘극혐(아주 싫어하고 혐오하다)’ 등은 요즘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이젠 성인들까지 사용하는 등 생활 속 깊숙이 침투했다. ‘개딸’도 이런 유형의 신종 줄임말이다. 줄임말의 부작용이 적잖다.얼마 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의 신설 역사 이름이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돼 논란을 빚었다. 지역과 대학 이름을 함께 넣으면 대학도시의 이미지 개선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이름 붙였다. 이후 “역 이름 떠올리다가 지하철 놓치겠다”, “역 이름이 암호같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이름은 사람이나 물체를 상징하고 대표한다. 이름은 부르기 쉬워야 한다. 이제 작명 때 줄임말까지 감안해야 할 상황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