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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태산명동서일필’

우정구 논설위원 국민의힘 TK 공천을 보고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을 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뜻)이 떠오른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사자성어도 떠올랐으나 그보다는 ‘태산명동서일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중국의 고사 중에 ‘태산명동서일필’은 특이하게 서양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로마시대 계관시인 호라티우스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고 한 말을 중국 한문으로 의역한 것으로 전해진다.요란하게 떠벌였으나 결과는 사소하고 보잘 것 없다는 뜻이다. TK 공천을 앞두고 조사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현직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대답이 대부분 60%가 넘었고, 경우에 따라 80%도 나왔다. 그래서 다른 곳은 몰라도 TK지역은 현직의원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TK의원들의 긴장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와이프와 자식말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TK 중진의원의 희생론도 부상했다.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TK 현역의원에 대한 시도민의 불신도 컸다. 의원직 수행 만족도 50%를 넘기는 의원이 별로 없었다. 존재감이 없거나 무능하다거나 비만 고양이 소리까지 듣는 비판도 나왔다.TK지역 4월 총선 후보 교체율이 역대급이 될 거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이유야 어쨌든 ‘태산명동서일필’꼴이다. 현재까지 현역 절반 이상이 생존했고, 재선 이상은 100% 공천을 받은 것이다.대폭 물갈이를 원했던 여론과는 상반된 결과에 유권자의 실망도 당연히 클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맞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05

공무원 공부모임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도에서 시작된 ‘화요일에 공부하자’, 이른바 ‘화공’이 일선 지자체로 확산하면서 공무원 공부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구미시는 ‘수공’, 울진군엔 ‘목공’도 있다.최근엔 예천군이 가세했다. 예천군은 ‘퇴근길에 공부하자!’라는 야학을 만들었다.예천야학은 경북도청의 ‘화공’을 벤치마킹했다. 공무원들이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이해하고 군청 각 부서장 등 능력 있는 관리자를 육성하려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월 1차례씩 연간 10회 진행한다.울진군도 지난해부터 ‘굿모닝 목요특강’이라는 이름의 공부모임을 시작, 공무원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경북도의 ‘화공’은 ‘경북의 발전을 위해 공무원부터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시대적 흐름을 주도해 공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공부모임이다. 지난해 화공은 모두 56회 진행됐다. 경제·산업·과학기술분야와 공공정책·혁신분야 등 온갖 분야를 아우른다. 인문소양·소통분야도 있다.그중 가장 많이 열린 분야가 경제·산업·과학기술 분야다. 경북도의 관심 분야와 일치한다. 화공에서 논의된 주제는 후속 연구와 공부를 통해 실질적인 정책 개발로 이어진다. 강사 대부분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보니 공무원들이 안계를 넓히고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책에 반영, 톡톡히 효과를 보는 것이다.공무원의 머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부모임을 통해 배우고 남의 머리를 빌리는 것이 빠르다. 공직자들의 사고를 일깨워 주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공무원들에게 소양 교육도 시키고 정책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공부모임의 확산을 기대한다. 그게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04

강진군의 출산장려책

우정구 논설위원 전남 강진군은 1차산업 비중이 70%인 전형적인 농어촌지역이다. 1965년 12만여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3분의 1도 안되는 3만2천여 명으로 줄었다. 노인인구 비중도 37%나 된다. 2021년 행안부가 지방소멸이 예상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작년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출생아 수가 늘어난 곳은 48곳으로 집계됐다. 그 중 강진군이 신생아 증가 수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지난해 강진군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모두 154명. 전년보다 61명(65%)이 증가했다. 작년 국내 합계출산율 0.72명과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다.이에 대해 강진군은 2022년 시작한 육아수당이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군은 2022년 10월부터 소득수준, 자녀 수에 상관없이 아이가 태어나면 7세까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매월 60만원씩 지급한다. 7년동안이면 5천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아동수당과는 별개다.실제로 수당을 주기 시작한 2022년 10월에서 2023년 8월 사이 태어난 아동은 128명. 전년보다 45명의 신생아가 더 많이 태어났다.또 강진군이 조사한 육아수당 성과 분석 설문조사에서도 “육아수당이 출산에 영향을 주었다”는 질문에 66%가 긍정 답을 했다. “육아수당이 도움이 돼 자녀를 더 낳고 싶다”는 답변도 49%가 나왔다.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하면서 나라가 저출산 쇼크에 빠져 있는 가운데 강진의 출산장려책은 단연 돋보인다.인구 3만의 농어촌 도시의 출산장려책이 전국적으로 똑같은 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강진군의 정책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03

겨울 장마

홍석봉 대구지사장 때 아닌 ‘겨울 장마’로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한반도에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저기압이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강수량이 예년보다 훨씬 많다. 특히 2월 강수량치고는 이례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올 들어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대구·경북엔 평균 50㎜ 이상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평년보다 4배가량 많은 눈과 비가 내렸다. 기상전문가들은 엘니뇨 영향 때문으로 해수 온도와 기온이 모두 높고 대기층이 수증기를 다량 함유해 비나 눈이 더 많이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월 기온이 20도가량 오르는 등 최고기온을 기록한 것과 이번의 많은 눈과 비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올해 유례없는 겨울 장마와 흐린 날씨 때문에 ‘성주참외’가 ‘발효과’ 현상이 나타나 농가들이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참외는 3월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다. 하지만, 참외 성숙기에 속이 먼저 익는 현상으로 과육 내 발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진 참외는 판매도 어렵다.일조량이 격감, 화훼와 시설 채소 및 과일 재배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시설 채소나 과수가 일조량 부족으로 병해와 기형 과일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햇빛이 부족하면 시설 하우스 온도가 떨어지고 습도까지 높아져 역병까지 번질 수 있다. 일부 농가는 온 종일 조명을 켜고 전기보일러를 틀고 있지만, 적정 일조량에 못 미처 애태우고 있다. 늘어난 전기료 부담에 수확시기마저 놓치면서 화훼와 시설 재배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됐다. 환경 재앙이 현실로 닥쳤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28

고로쇠 약수

우정구 논설위원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 나무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전후해 자신의 몸에서 많은 수액을 내놓는다. 땅속의 수분과 뿌리에 저장해두었던 양분을 빨아올려 몸 밖으로 내놓는 수액 속에는 칼슘과 미네랄, 마그네슘 등이 함유돼 이를 마시면 인체내 노폐물 배출과 피로회복, 미용 등에 좋다고 한다.고로쇠 약수는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목이 마른 병사들이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또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좌선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아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았으나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넘어졌다고 한다. 그때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받아 마시니 무릎이 펴지고 원기가 회복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처음에는 뼈에 유익한 나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 고로쇠로 바뀌었다고도 한다.경칩을 전후해 20일 정도 채취가 가능한 고로쇠 약수를 맛볼 수 있는 고로쇠 축제가 시작됐다. 지난 25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내달 초까지 남원, 진안 등지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특히 고로쇠물 채취는 밤 기온이 영하 3∼5도, 낮기온 영상 8∼13도일 때가 좋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다. 고로쇠 약수 효과가 알려지면서 봄철만 되면 전국에서 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 그 중에는 봄의 기운을 느껴보고자 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지구온난화로 벚꽃 개화기도 예년보다 3∼6일 빨라질 것 같다는 소식도 들린다. 고로쇠 약수 축제가 시작됐다는 것은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2-27

고용률 1위의 마법(?), 울릉군

홍석봉 대구지사장 인구 9천 명의 울릉군은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다. 한때 인구가 2만7천 명을 웃돌던 시절도 있었지만 옛 이야기다. 면적도 가장 적다. 그런 울릉군이 10년 째 1등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용률이다.지난해 하반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체 고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울릉군으로 82.4%를 기록했다. 전국 시·군·구 228곳 중 고용률 1위다. 특·광역시 중에는 인천 옹진군이 73.9%로 가장 높았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율이다.울릉군은 2014년 상반기부터 전국 시·군·구 중 10년 째 고용률 80% 대를 넘나들며 선두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상반기엔 81.8%로 청송군에 이어 2위로 밀려났었지만 반년 만에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관광이 활성화된 덕분이다.울릉군의 1위 비결에 대해 통계청은 “육지와 동떨어진 섬 지역 특성상 어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수요가 꾸준한 데다, 관광과 숙박도 활발해지며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2위는 고용률 81.6%의 경북 청송군이 차지했다. 울릉과 청송은 지난해 상·하반기 서로 1위를 주고 받았다. 지자체 중 고용률이 80%를 넘는 지자체는 울릉군과 청송군, 그리고 전남 신안군(80.1%)뿐이다. 의외로 농·어촌 지역이 높은 고용률을 나타낸다. 이동이 적고 안정적인 직업 특성 때문이다.이같은 이유로 울릉군은 일자리 걱정이 없는 섬이 됐다. 농·어업과 관광·숙박업이 단단히 주민 생계를 받쳐주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울릉도의 대표적인 명물 오징어가 사라지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경기도 크게 타지 않는다. 고용률 1위를 유지하는 울릉군의 비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26

오디세우스號

우정구 논설위원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트로이 목마를 고안한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그리스 이오니아해 섬나라 이타카의 왕이다. 지략과 교활, 모험, 불굴의 의지로 상징되는 인물이다.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인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지난 23일 달 착륙에 성공시킨 우주탐사선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 영웅의 이름을 땄다. 모험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그의 이름처럼 오디세우스는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그동안 안보를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던 우주개발이 민간기업의 손으로 넘어가 달 착륙에 성공한 첫 케이스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겨우 5개 국만이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민간기업의 달 착륙 성공은 놀라운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2019년 이스라엘과 2022년 일본의 기업이 달 착륙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 성공은 앞으로 국가보다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이 더 활발해지는 신우주시대 개막을 예고한다.또 우주개발의 목적이 국가의 안보가 아닌 경제적 가치쪽으로 중심축이 이전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달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체 중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문학과 신화, 과학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했고, 인류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미지의 세계로 손꼽히는 곳이다.민간 우주선의 달 착륙 성공은 달이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창조의 장소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 등 지구가 당면한 위기의 대안으로 달의 경제적 가치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주경제시대 서막이 열렸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5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 아우루스 세나트(Aurus Senat) 승용차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최고급 브랜드 자동차다.푸틴 대통령이 국가 원수의 의전용 차량을 자국 기술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가 2013년 개발에 들어가 2018년 완성한 차다.아우루스(Aurus)는 라틴어 금을 뜻하는 Arum과 사람을 뜻하는 Aura와 Rusia의 앞 세 글자를 합성한 것이다.이 차의 설계와 제작에 124억 루블(약 1천7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엔진 개발에는 포르쉐와 보쉬엔지니어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과 함께 탑승하면서 관심을 보였던 차량이기도 하다.외신에서는 이를 푸틴의 차로 소개한다. 이 차는 무게가 무려 7t에 달하는 장갑차로 폭탄은 물론 화학무기 공격에도 끄떡이 없다고 한다.아우루스 세나트 모델은 옵션에 따라 러시아 현지에서 4천만∼8천만 루블(약 5∼11억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북한은 푸틴으로부터 아우루스 승용차를 선물 받은 사실을 두고 두 나라 정상의 각별한 친분의 표시로 선전했다.푸틴이 전범으로 또 그가 정적의 옥중 의문사 등으로 국제적 비난이 비등한 것과는 별개로 푸틴이 준 승용차를 양국 우의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다.푸틴이 김 위원장에게 준 아우루스 선물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북한의 전통적 형제국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한 충격의 보상심리는 없었는지 모르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2

동물 팔자(八字)

홍석봉 대구지사장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내고도 강아지를 끌어안고 구호조치를 않은 채 경찰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20대 여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람 생명보다 개가 소중하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반려인구 1천500만을 바라보는 시대, 반려동물이 사람 못잖게 중시된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복지시설 갖추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관련 산업도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 등이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구미시는 반려동물 문화공원을 조성, 시민과 반려동물에게 새로운 동물 친화적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최근 선산출장소에서 ‘반려동물 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갖는 등 문화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반려동물 화장장과 추모 공간을 조성 중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조성키로 하고 기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반려동물 산업은 무한 진화 중이다. 호텔과 스파, 유치원, 돌봄 서비스 등 반려동물 복지가 인간을 방불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개와 고양이 등 죽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에서 더 나아가 49재와 천도재를 지낸다. 조만간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까지 나올 모양이다. ‘반려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한 전문업체에서 상조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감인 펫 로스 증후군을 치료하는 센터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이젠 반려동물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사람만큼, 아니 오히려 사람이상 취급받는 세상이다. 동물권 존중이 동물 복지로 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다. 동물팔자가 상팔자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21

집토끼와 산토끼

우정구 논설위원 토끼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전세계 많은 지역에 분포돼 있는 동물이다. 굴을 파고 사는 집토끼와 굴을 파지 않고 야생상태로 살아가는 멧토끼류로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토끼라 하면 집토끼인 굴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집토끼와 산토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집토끼는 우리가 떠올리는 모양인데 반해 산토끼는 대체로 귀가 크고 몸에 비해 얼굴이 작은 편이다. 다리가 집토끼보다 훨씬 길어 적을 만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 적합하게 생겼다.집토끼는 순해 집에서 기르기도 하나 산토끼는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해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기르려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가거나 죽는다. 영어의 Rabbit은 집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선거 때가 되면 집토끼와 산토끼가 정치권에 자주 회자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집토끼는 우리 편이 확실한 고정 지지층을 말하고, 산토끼는 가서 데려와야 하는 부동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의 스윙 보트(Swing Voter)는 부동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란 뜻이다.국민의힘 입장에선 TK지역은 집토끼다. 야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집토끼라 할 수 있다.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부동층 흡수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선거를 두 달 앞두고도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범위가 30%에 가깝다고 한다. 해당지역에 대한 공략이 곧 선거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산토끼 잡는다고 집토끼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게 선거 아닌가. 원칙과 정도(正道)로 승부해야 부동층의 마음도 붙잡을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0

스포츠와 인간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스포츠의 규칙과 규율을 지키며 팀원과의 협력과 융화 속에 승부를 겨루는 것이 기본 덕목이다. 스포츠는 인간애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선수 간의 배려와 양보, 화합이 필요하다.한국 축구의 스타 이강인이 큰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발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수 간 내분은 전 세계 매스컴을 장식했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불매운동 등 광고계까지 불똥이 튀었다.요르단과의 4강전 바로 전날 주장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시비 끝에 멱살잡이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시안 컵이 끝 난지도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 속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강인이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축구팬들의 분노는 숙지질 않고 있다. 이를 방치한 외국인 감독은 경질됐다. 축구협회가 나서 사태의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축구계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한 이강인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이해를 바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감독과 협회장의 무능과 방관이 가져온 사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잘 차는 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성이 발라야 한다. 선수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예절은 알아야 한다.이번 축구대표팀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은 경악하고 있다. 스포츠의 일탈행위는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일벌백계로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대표에 대한 인성교육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9

결혼은 선택?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물음에 30%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도 같은 질문에 73.2%가 긍정적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11년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전국 초중고생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여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면 인구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년 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7배나 많아질 것이라 했다. 현재의 인구구조 추이를 근거로 한 조사 결과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과도 무관하지 않은 예측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인구증가와 국가경제 성장은 비례한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인 젊은층의 인구증가는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생산가능인구 1%가 감소하면 GDP는 약 0.59%가 줄어든다.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라면 2050년 우리나라 GDP는 2022년보다 약 28%가 떨어질 것이라 했다.국내총생산인 GDP는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한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1조6천억달러로 세계 13위였다. 2021년보다 3단계가 하락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청소년의 결혼관부터 바꿀 국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가적 인구소멸 위기감을 청년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8

연두색 번호판

우정구 논설위원 올해부터 법인이나 관공서 등에서 고가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국토교통부는 고가의 슈퍼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놓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법인 등이 8천만원 이상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조치한 것이다.이에 따라 올 들어 전국적으로 1천661대의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달았고, 대구와 경북에서도 120대의 법인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단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많지 않아 낯선 번호판을 보기가 쉽지 않다.작년까지만해도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연간 최대 1천500만원까지 경비 처리도 가능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해 놓고 실제로는 회사 대표 가족 등이 차를 몰고 다녀 사회적 물의가 잦았다.연두색 번호판의 개시로 이같은 사적 이용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제도 정착에는 의문도 없지 않다. 제도 시행을 하면서 기존의 법인 차량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일부 법인에서는 제도 시행전 서둘러 차량을 구입해 제도 시행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또 8천만원 이하 중·저가 차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법인 차의 사적 사용이 사실상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다.정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고 밝혔으나 정부 기대만큼 자율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작용은 보완하고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5

청도 소싸움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화재청이 ‘소싸움’을 올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매사냥, 울산쇠부리소리 등 8종을 신규 조사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동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물 학대 지적을 받는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전통 보존이 아닌 학대라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문화재청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동물 학대 논란은 ‘투우 경기’가 국기(國技)로 되어 있는 스페인에서도 일고 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투우 경기가 열렸던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에서도 중단 사례가 잦다고 한다. 잔인하게 소를 죽이는 경기가 비윤리적이며 동물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동물권’은 1975년 윤리철학자인 피터 싱어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다. 불교에서도 동물의 살생을 금하고 있다.지난 설 연휴 이틀간 진행된 청도소싸움 경기장에 1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가족 나들이를 겸한 관람객들이 싸움소의 거친 숨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함성을 쏟아냈다고 한다.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의 소싸움 대회가 27년 만에 폐지됐다. 소싸움을 하는 전국 11개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개식용금지법도 올 초 국회를 통과했다. 2027년부터는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된다. 소싸움 놀이도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이다. 동물권의 확대와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에 민속경기의 하나로 사랑받아온 청도 소싸움 대회도 존치가 위협받고 있다.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태의 도도한 흐름과 추이는 거부할 수 없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4

문경 돌리네 습지

우정구 논설위원 습지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에서 생성된 곳을 말한다.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같이 물살이 세고 빠른 곳에는 습지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넓은 강 주변이나 하구, 갯벌같이 물이 느리고 고이는 곳이어야 습지가 발달하기 좋은 곳이다.문경 돌리네 습지가 지구촌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기구인 람사르 사무국이 인정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서는 25번째며 경북에서는 처음이다. 람사르 습지 등록은 지질·지형학적으로 희귀하거나 생물서식지로서 가치가 높아야 인정이 된다. 돌리네 습지의 생태학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문경 돌리네 습지는 일반 습지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엉뚱하게 산 정상부에 습지가 위치해 있고, 습지 발달이 어렵다는 석회암지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습지로서는 국제적으로도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석회암지대 습지로는 유일하다.돌리네 습지는 전체 면적이 약 15만평에 이른다. 습지 둘레가 3.2km에 달하고 보통의 걸음으로 둘레를 도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또 돌리네 습지 일대에는 수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모두 932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 보존상태도 우수하다.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힘도 있어 인류에겐 유익한 생태계다. 전 세계적으로 5∼8% 정도 차지하는 습지는 대기 중으로의 탄소 유입을 막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양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돌리네 습지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됨에 따라 경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써 주목을 받게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3

투표용지 길이?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정당은 35개다. 역대 가장 많았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사상 최장인 48.1㎝에 달했다.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자동투표용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작업을 해야 했다.이를 두고 당시 북한 선전매체는 ‘정당 홍수가 터졌다’며 비아냥댔다. ‘괴이한 48.1㎝’ ‘역대 최장의 선거표’라고 비꼬았다.제22대 총선 투표용지 길이는 21대 총선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며 위성정당 난립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 등장도 투표용지 길이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 현재 등록 정당 수는 49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수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오는 3월 22일 최종 결정된다.여야는 위성정당 출범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범진보 소수정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꾸리기로 했다. 조국, 송영길 신당 등이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개선약속은 외면한 채 4년 전의 ‘꼼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거대 양당 간의 비례의석 나눠 먹기와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 선거운동도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들은 정당의 실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도가 지나쳤다. 수작업 개표 등 예산 낭비도 불가피해졌다.이번 총선에선 투표지 길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제 사회에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2

좀비 축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좀비(zombi, 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이 믿던 종교다.부두교에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돼 보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보커는 이 좀비들을 노동자로 착취하거나 팔아버리기도 했다.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좀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단어다. 영화와 소설 등의 공포 및 판타지 작품에 주로 등장한다. 보통 부패한 시체가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서아프리카 부두족에서 유래된 말 ‘좀비’가 현대 사회에 화려하게 부활, ‘좀비족’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좀비족은 주체성이 없이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대 사회에서 요령과 처세술만으로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비꼬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관료화 현상에 비유하며 경영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한국 축구 대표팀 클린스만 호에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우디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승리했다. 호주전은 연장전에서 손흥민의 프리킥 결승골로 가까스로 이겼다.조별리그 2, 3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넣었다. 분명히 죽은 것 같은데도 끝내 골을 넣고 살아났다. 집념과 끈기의 태극전사들이었다.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좀비 축구’는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요르단에 2대 0으로 참패했다. 체력 한계와 전술 부재가 치명타다. 결정적인 순간 좀비는 없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07

출산지원금의 진화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산 인구 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렵 중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를 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19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16명이었으나 불과 60여년 만에 0.7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입학생이 0로인 학교가 무려 2천138군데나 됐다. 학생이 없어 문닫는 학교도 급격히 늘었다.인구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꼴찌의 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을 폈으나 백약이 무효했다. 지금 상태라면 우리나라는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의 지적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인천시가 올해부터 인천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에게 18세까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기로 해 전국적 화제를 모았다. 사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적지 않은 지자체가 출산지원금 확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1억원 성장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고, 경남 거창군도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정부와 지자체의 출산지원금 지급과 달리 민간기업 차원의 출산지원금 지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생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각 1억원씩 70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출산지원금 지급이 정부나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확산된다면 세계 꼴찌의 우리나라 출산율의 반전도 기대해 볼만한 것 아닌가 싶다. 기업의 출산지원금의 기부명세 제도 등 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적극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06

만년 들러리 신세 ‘예천’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인구 수 5만5천 명의 예천군은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바뀌었다. 인구가 적다보니 인근 시·군과 합쳐야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예천군은 1988년 소선구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문경·예천군이 중선거구제로 하나로 묶여 있었다. 이후 소선거구제가 되면서 점촌·문경시 선거구와 예천군 선거구가 분리됐다. 그러다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예천은 다시 문경과 복합선거구가 됐다. 이후 16~19대까지 문경·예천은 한 선거구로 지속됐다.20대 총선 때는 다시 바뀌었다. 인구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경북은 의석수가 2석 줄었다. 이 여파로 영주시 단독 선거구가 영주시·문경시·예천군을 묶어 한 선거구가 됐다. 이후 21대 때는 안동과 합쳐 안동·예천 선거구로 선거를 치렀다. 예천의 운명은 선거때마다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가 하는 들러리 신세가 됐다. 22대 총선을 2개월 여 앞두고 예천은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와 통합하는 안이 나왔다. 다시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하지만 주민들 중에는 이 안을 반기는 이들이 적잖다. 의성과 청송, 영덕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군과 선거구가 묶이면 예천군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호기라는 생각에서다. 들러리 설움도 벗어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은 반대 입장이다. 안동시와 예천군의원 23명은 선거구 분리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신도시가 위치한 호명면은 안동시민과 예천군민이 한데 섞여 하나의 생활권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안동·예천 선거구 분리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입장이다. 선거구 분리를 둘러싸고 예천군민과 호명면 주민의 정치적 이해가 맞부딪쳤다. 선거구획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05

존경하는 직업

우정구 논설위원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존경하는 직업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직업 간에는 차이가 날 수가 있다. 그러나 존경하는 직업에 대한 생각은 나라와 개인에 관계없이 비슷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는 간호사, 소방관, 의사, 교사 등이 꼽힌다. 캐나다서도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응급구조사, 소방관, 간호사 등이다.조금 오래된 조사이긴 하나 우리나라도 인천의 모 대학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밝혀졌다. 2년간 수도권 학생과 성인 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44개 직업군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다. 신뢰성, 존경도, 국가사회공헌도, 청렴도, 준법성 등에서 소방관이 10점 만점 중 8.14점으로 1위다. 재미있는 결과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은 4.17점을 받아 직업군 중 꼴찌다.소방관과 간호사 등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꼽히는 이유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간호사, 의사 등은 코로나 사태가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분석이 된다.일찍이 조선시대 때도 전문 소방기관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이 있었다. 화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잘못 관리하면 국가적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기에 국가기관으로서 중요성이 인정돼 왔다. 그러나 중요성만큼 소방관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소방관의 희생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존경한다는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해 우리사회는 과연 어떤 예우나 격식을 갖추고 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