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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용한 TK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22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열기를 뿜어대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만이 역대급으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국민의힘 절대 우세지역이기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초반부터 맥이 빠진 꼴이다.보통 투표일 일주일 정도면 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올라야 할 판인데 거리는 선거 현수막만 요란할뿐 선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존재감 있는 여당 후보를 만나볼 수 없기는 이전 선거 때나 마찬가지다. 야당 후보는 인물난으로 애초부터 경쟁 구도가 안 생겼다.일각에서는 3무(無) 선거라 부른다. 후보가 내건 공약도 없고 ‘공천이 곧 당선’으로 생각하니 경쟁도 없다. 유권자 역시 선거에 관심이 없어 무공약, 무경쟁, 무관심의 3무라는 것이다.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직업, 사회적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주의에서 기득권을 응징할 수 있는 제도로 이보다 소중한 기회는 없다.중국이 홍콩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12월 치러진 홍콩 자치구 구의원 선거는 최종 투표율이 27.5%로 선거 사상 가장 낮았다. 직전 구의원 선거가 71%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었다. 친중국 인사들로 채워진 후보들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사라진 때문이다.당선을 ‘따 놓은 당상’처럼 생각하고 여유를 부리는 TK지역 여당 후보들에게 조용한 선거가 과연 다행스러운 일일까. TK지역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올지 두렵다. 지금이라도 여당 후보들이 나서 선거판을 선거판답게 조용한 선거판을 뒤집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2

박정희 능욕 파문

홍석봉 대구지사장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부정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엔 군사쿠데타와 정치탄압 등 부정적인 측면 보다는 나라를 가난에서 구제한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22대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막말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후보가 종군 위안부와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구미 시민과 정치권이 분노하고 있다. 김 후보가 2019년 2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종군 위안부와 교사 시절 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에 국민의힘 구자근·강명구 구미시갑·을 후보는 성명서를 내고 “구미가 낳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하는 망언이자,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며 김 후보의 사과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SNS에 ‘더럽고 충격적인 망언을 들었습니다’라며 김 후보를 규탄했다. 대학교수라는 그의 직업과 양식이 의심받을 정도의 저급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박정희’ 논란은 그의 사후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가 아니라 질낮은 정치 공세의 단골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 박정희를 능욕하고 조롱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집단의 저열한 술수다. 정파의 이해득실을 위해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희화화로 폄훼되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름 없다.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예술을 빙자한 능욕과 조롱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패러디도 풍자를 넘어 능욕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저급한 막말은 현실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 국민의 자긍심과 국격을 떨어뜨릴 뿐이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2024-04-01

만우절

우정구 논설위원 오늘이 모두가 바보가 된다는 만우절(萬愚節)이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남을 속이면서 즐기는 날이다. 영어로 April Fool’s Day라 부른다.유래는 중세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유력하다. 16세기 유럽에서는 1년의 시작을 부활절로 여겼다. 하지만 부활절 날짜가 3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들쭉날쭉한 바람에 프랑스왕 샤를 9세가 1564년 1월 1일을 새해로 선포했다.그러나 그런 사실이 백성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로 알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들을 대상으로 놀리거나 조롱하던 것이 유래가 됐다는 것. 프랑스에서는 만우절 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의 물고기’라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4월에 물고기가 유난히 잘 잡힌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 한다.유럽에서 시작한 만우절은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도 만우절 날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피소드 중 하나는 1957년 있었던 BBC 방송의 한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은 스위스에 있는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내보내 시민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또 네덜란드 TV에서는 피사의 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국내서도 만우절을 핑계로 경찰서나 소방서 등에 거짓 신고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철 기간이라 혹시 거짓 신고가 있을까 걱정이 된다. 경찰은 만우절을 맞아 거짓 신고가 확인되면 엄격 대응하겠다고 했다.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낭비로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우려해서다. 만우절을 생활의 활력소가 되게 재미있게 즐기는 것은 각자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3-31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GRDP

우정구 논설위원 GRDP(지역내총생산)는 일정기간 동안 특정지역 안에서 새로이 창출된 최종 생산물가치의 합을 말한다. 각 시도가 경제활동으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발생하였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지역내총생산에서 지역의 범위를 국가 전체로 확장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된다.대구의 GRDP는 1992년 이후 31년째 전국 꼴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GRDP는 울산(7천751만원)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충남(5천894만원), 서울(5천161만원)이 뒤를 이었다. 대구(2천674만원)는 전국 평균(4천195만원)보다도 1천521만원이 낮다.대구는 대통령을 여러 번 배출한 도시였지만 GRDP 실적만 보면 경제적으로는 국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곳이다. 대구의 GRDP가 낮은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으나 그 중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서 탈피하지 못한 산업구조에 있다는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선거 때부터 전국 3대 도시인 대구의 명성 회복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신공항 사업을 서둘고 첨단미래업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가 GRDP 전국 꼴찌에서 벗어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주요 성장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의 성장잠재력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GRDP에 대한 수도권의 기여율이 2015년 50%에서 2022년에는 70%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 IT 등 신산업이 수도권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역대 정부마다 내세운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는 결과란 점에서 실망이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8

저수지의 재탄생, 김천 연화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수성못은 일제시대 관개용 저수지로 조성됐다. 대구시가 넓어지고 저수지 기능을 잃자 대구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수성못은 면적 21만8천㎡, 못 둘레 2천20m로 1965년 유원지가 됐다. 수변 데크 로드와 왕벚나무, 버드나무 가로수길이 상징이다. 2026년 수상공연장과 수성 브리지가 완공되면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경산 남산면 반곡지도 1903년에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이곳엔 수백 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늘어선 150m 가량의 흙길이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인기다. ‘사진 명소’로 선정돼 사진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났다.김제 벽골제와 상주 공검지, 제천 의림지 등 삼한시대 조성된 곳도 저수지 기능을 잃고 현재는 문화재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김천 연화지는 조선시대 농업용 관개지로 조성됐다. 연화지(鳶5629池)라는 이름은 1707년 김천 군수 윤택이 지었다.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가 봉황으로 바뀌는 꿈을 꾼 후 좋은 징조라 여겨 연화지라 했다. 연화지 가운데 봉황대 정자는 경관이 아름다워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토론했던 곳이다.1993년 주변 조경과 편의 시설을 갖춰 시민 휴식 공간이 됐다. 연화지는 사진작가들의 벚꽃 작품과 입소문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됐다. ‘연화지’에 벚꽃이 만발, 상춘객 발길이 줄을 잇는다. 김천시가 올해는 교통, 편의시설 등을 개선하고 ‘차없는 거리’를 운영, 손님맞이에 정성을 쏟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들이 국민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연화지의 아경에 푹 빠져들고 싶은 요즘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27

원전으로의 회귀

우정구 논설위원 국내 언론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으나 지난 21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유럽 등 세계 30여 개국의 국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력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이종호 과기부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이날 회의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발전 촉진을 위한 원전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유럽에서 원자력에 초점을 둔 정상급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유럽은 원전과 관련한 산업이 사양길을 걸었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에너지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원전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지구 온도상승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사용량을 1990년 대비 55%를 줄여야 하는 EU의 목표달성을 위해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는 분위기다. 프랑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AP통신은 “과거 부정적이었던 원자력에 대한 유럽국가의 인식이 최근 몇 년 사이 역전됐다”며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꼬집었다.유럽 국가들의 원전 부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원전만 한 것이 없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정상회의에는 그린피스 소속 환경운동가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대세는 원전의 부활이다.30년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100%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 세계는 지구적 재앙에 직면할 거란 경고에 대한 대안이 없는 한 원전으로의 회귀는 불가피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6

오컬트 영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오컬트(Occult)는 신비주의 학문을 가리킨다. 서양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설화와 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을 탐구하고, 그 원리나 규칙을 연구, 이용하려 한 학문이다.현재에도 오컬트적인 상징을 추종하거나 연구하고 종교적 신앙으로 삼는 인물과 단체가 있다고 한다. 동양의 오컬트는 중국의 도교, 인도의 아유르베다, 티베트의 탄트리즘 등에서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유대교의 카발라,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등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다. 판타지 및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는 책과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룬다.악령과 구마, 빙의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는 그동안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오컬트 물은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다. 70, 80년대 온 가족을 TV앞으로 끌어모았다.영화 ‘파묘’가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컬트’ 장르로는 처음이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등에 이어 ‘파묘’의 성공으로 한국의 오컬트 장르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등극했다. 한국적인 오컬트 장르를 대중에게 알린 영화가 2016년 나온 ‘곡성’이다. 당시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해 화제를 뿌렸다. ‘파묘’는 ‘곡성’을 뛰어넘어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이 얽힌 이야기가 요즘 세대에게도 통한다고 하니 다소 의외다. ‘파묘’는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도 공식 초청됐다. 오스카상에 빛나는 ‘기생충’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25

‘물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는 일원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인류에게 물은 고대나 지금이나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이 없다.물이 없는 생물의 존재는 생각할 수 없다.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강 등지서 출발한 것도 인류와 물의 상관관계를 말해 준다. 사람 신체의 70%가 물이다. 신체의 물은 물질대사에서 생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한다. 또 체내의 갑작스런 온도 변화를 막아주는 등 물은 인간의 생리적 기능을 원활하게 도와준다.인구 증가와 산업활동이 늘면서 수질 오염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는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엔은 1992년 리우환경회의 의제 가운데 하나인 수자원 보호를 수용하면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일깨우는 날이다.1990년대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발표했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국토의 70%가 급경사인 산지며 강수량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돼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또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물 사용량이 많아 물 부족 국가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그러나 국내 일부 학자들은 세계 물포럼 자료를 인용,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해 물 부족 국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수돗물을 식수로 하는 세계 몇 안되는 나라인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란 것이 맞지 않다는 논리인데, 국민도 물 부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하지만 수질 오염이 확산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물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기후학자들은 전망한다. 물 부족 국가 여부를 떠나 물 부족에 대비하는 절약정신은 잘 지켜지는 것이 옳은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4

행복한 나라

우정구 논설위원 핀란드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과 함께 북유럽 선진국의 하나다. 유럽국가 중 면적은 3번째로 크나 인구는 554만명에 불과해 인구밀도가 유럽국가 중 가장 낮다.지구의 북쪽에 위치해 1년의 절반 가량이 추운 겨울인 나라다. 유럽의 극지여서 겨울엔 해가 뜨지 않는 날도 많다. 일부 지방의 12월은 해가 오전 10시에 떠서 오후 2시면 진다.핀란드가 UN산하기구인 UN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도 조사에서 올해도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다. 연속 7번째다. 세계 150여 개국 대상으로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부정부패지수 등의 자료를 근거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한국은 52위로 지난해보다 5단계 올랐다.상위권에는 핀란드를 포함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많이 포진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경제규모가 세계 13위나 행복도 순위는 그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경제 규모 3위인 일본도 행복도는 51위에 그쳤다. 부자나라 미국은 23위, 독일은 24위로 조사됐다.행복이 소득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국민이 만족하는 행복감은 소득 이외에도 정치적 안정감, 부패없는 나라, 사회적 신뢰도, 소득불평등 해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핀란드가 7년 연속 행복도 1위를 유지한 이유 중 하나 눈여겨볼 것은 높은 사회적 신뢰다. 국가와 국민, 나와 이웃 간의 신뢰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는 것이다.거짓과 불신, 막말 등이 판치는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 국민이 행복해질 날이 올 지 걱정이 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1

군 사격장 민원

홍석봉 대구지사장 사격 훈련은 군인의 전투력 증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실전 같은 연습이야말로 승리와 생존을 보장한다.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군 사격장이 소음과 진동 민원으로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경북 포항시 장기면의 수성 사격장과 산서포병훈련장이 주민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섰지만, 주민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주민들이 사격훈련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군은 사격 훈련을 못 하고 있다.지난 1953년 미군이 설치한 공군의 낙동강 사격장도 지역 주민들의 소음과 오폭 위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전 요구가 드세다.군 사격장 민원의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화성의 매향리 사격장이다. 매향리 주한 미 공군 전용사격장은 한국 전쟁 당시인 1951년 조성돼 사격 소음과 오폭 등의 사고로 주민들이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시위가 이어졌고 대법원의 배상판결로 종결됐다. 매향리 사격장은 2005년 8월 폐쇄됐다. 이곳엔 현재 유소년 야구장인 화성드림파크와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2020년 11월 ‘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K2 등 군용 비행장 41곳과 5군단 사격장 등 군 사격장 60곳 인근 주민들이 2022년부터 소음 피해를 보상받고 있다. 구역별로 1인당 월 3만∼6만원의 소음 피해 보상금을 받는다.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 사격장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사격장 인근의 주민들은 소음 등 피해를 안 입을 수가 없다. 정부의 소음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와 함께 적정한 보상 및 주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군대가 있는 한 사격장은 없앨 수 없다. 분단국가의 숙명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20

스트롱맨의 득세

우정구 논설위원 강경 성향의 지도자 또는 군사정권의 지도자를 지칭할 때 보통 스트롱맨이라는 말을 쓴다. 스트롱맨은 독재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우선시하는 극단주의적 정치 성향을 띄기도 한다.2000년대 들어 대표되는 스트롱맨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필리핀의 두테르테,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의 김정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2000년대 등장한 인물들이어서 국제사회는 지도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한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87%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5선이 확정된 푸틴은 2000년 처음 집권 후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된다. 특히 2020년 개헌으로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그는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도 있다.푸틴의 당선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이 확보됨에 따라 이곳에서의 전선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 또 서방과의 대립도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롱맨으로 지칭되는 푸틴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또다른 스트롱맨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국가 주석에 오른 그는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 푸틴과의 스트롱맨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최근 김정은의 푸틴 방문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또 하나 강력한 스트롱맨인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4년만에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스트롱맨들의 연이은 등장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19

산불과 영농부산물 파쇄

홍석봉 대구지사장 매년 3, 4월이면 우리나라는 산불로 홍역을 치른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산불 비상이 걸렸다. 산림 당국은 지난 주 산불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하고, 산불 감시 활동 강화에 나섰다.지난해 우리나라에는 596건의 산불이 발생, 4천992ha의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2022년엔 756건, 2만4천797ha의 피해가 발생했다. 역대 가장 많은 피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연평균 567건의 산불이 발생, 4천4ha의 산림을 불태웠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596건 중 56건이 농산 부산물을 태우다가 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요즘 농촌에는 지난해 수확이 끝난 영농 부산물을 태우거나 잘게 부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영농부산물 파쇄는 봄철 산불의 주요 원인인 불법 소각을 하다가 내는 산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문경시가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안전처리 지원사업’을 추진, 관심을 모은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안전처리 지원사업’은 산림인접지, 영농 부산물 파쇄가 필요한 65세 이상 고령층 및 취약계층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3인 1조의 부산물 파쇄지원단은 농장을 방문해 사과, 오미자 등 과수 전정가지 및 영농부산물 잔량을 수거, 파쇄를 대행해 준다.특히, 산불 발생이 많은 3~4월에 집중 추진해 산불 예방과 소각으로 인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또 영농부산물을 파쇄 후 농경지와 과수원에 뿌려 퇴비로 쓰면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고 비옥도가 높아지는 등 자원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산불과 미세먼지도 잡고 퇴비화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보는 영농부산물 활용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18

“말이 씨가 된다”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 당나라에서는 관리를 등용하면서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네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바로 그것이다.신(身)은 풍채와 용모를 뜻한다. 얼굴에서부터 총기가 서려 있고 똑똑함이 묻어나고 마음도 선해 보이는 것을 말한다.언(言)은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란 뜻이다. 생각과 말이 합리적이어야 다른 사람을 이해 설득시킬 수 있다.서(書)는 글씨를 잘 쓴다기보다 자기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판(判)은 그 사람의 판단과 결단을 의미한다. 성공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정확하고 합리적 판단을 잘한다는 것이다.오늘날에도 이 네 가지는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원용이 되고 경우에 따라 신입사원 선발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것은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여기서는 말(言)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총선을 앞두고 막말 논란으로 여야 간 공천 취소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공천을 딴 후보가 지난날 생각없이 던진 말이 씨가 돼 공천이 취소되는 일이 여야 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유대인의 교육 지침서인 탈무드에는 “인간은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말을 신중하게 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구설수(口舌數)라는 게 그런 것이다.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은 하기에 따라 상대를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지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막말로 공천이 취소된 후보자들에겐 말이 씨가 된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17

세계서 가장 비싼 한국 사과

우정구 논설위원 전세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의하면 한국의 사과값은 전 세계 1위다.한국 사과 1kg의 가격은 6.77달러로 웹사이트에 올라온 94개국 중 으뜸이다. 다음으로 스리랑카(6.27달러), 미국(5.32달러), 자메이카(5.22달러)가 뒤를 이었다. 94개국 평균 사과값은 2.34달러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지난달 우리나라 과일 물가 상승률은 40.1%다. 통계청에 따르면 과일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나 높았다. 과일 물가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약 40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품목별로는 귤이 78%로 가장 높았고 사과 71%, 복숭아 63%, 배 61%, 감 55.9%, 참외 37.4%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값은 지난해 이후 지속 폭등하면서 대체재인 다른 과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한다. 문제는 사과값이 이처럼 폭등을 해도 당분간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과 수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검색 절차상 당장 어려워 수입 사과는 기대가 힘들다.사과값이 폭등한 이유는 기후이상에 따른 수확량 감소 때문이다. 특히 사과는 재배면적까지 줄면서 작년 동기보다 가격이 120%나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앞으로 9년 후면 국내 사과 재배면적이 축구장 4천개 면적만큼 줄 거라 했다.과일은 비타민, 섬유소, 미네랄, 항산화제 등 영양소가 풍부해 피로회복이나 면역력 증가 등에 좋다. 사과는 한국인이 즐겨찾는 대표 과일이다.이상기후에 떠밀려 사과값이 금값이 됐지만 지금 추세라면 국내산 사과 구경이 힘들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14

장송곡 시위와 간접강제

홍석봉 대구지사장 장송곡 시위가 과연 사라질까. 대구서부지법이 대구 서구가 구청 앞에서 장송곡 시위를 벌인 철거민을 상대로 낸 간접강제 신청을 받아들였다.‘간접강제(間接强制)’는 채무자에 대해 불이익을 예고하거나 부과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채무를 이행토록 하는 강제집행 방법의 하나다.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기간을 정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명해 간접적으로 채무 이행을 강제한다.재판부는 장송곡 시위를 벌인 철거민 2명에게 구청 청사 50m 이내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해 장송곡 등을 75㏈ 이상 고성으로 틀어놓으면 하루 100만 원씩 서구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차로를 점거해 청사 차량 진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포함됐다.서구는 철거민 2명이 지난해 12월 대구고법의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간접강제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철거민들이 위반 행위를 반복할 개연성이 있다며 간접강제를 명령한 것이다. 철거민 측은 앞서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과 관련, 집회 시위의 과도한 제한이라며 대법원에 재항고키로 한 상황이다. 대법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존의 집회·시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장송곡 시위는 상대방에게 미치는 효과는 직접적이고 크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소음 시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시위의 소음 기준이 정해졌고 위반하면 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됐다. 신청 기관과 법원은 돈으로 강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행정기관 등에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방법도 이젠 바뀔 때가 된 것 같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13

2024년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우정구 논설위원 문익점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목화씨가 면직물로 생산됐던 곳은 경북 의성이다. 문익점의 처가인 의성에서 재배되던 목화는 문익점의 손자 문래가 그의 이름을 딴 물레를 만들어 실을 뽑았다고 전한다.이런 유래와 연관지어 보면 대구에서 수공업 위주의 섬유공업이 발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구는 내륙도시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용수와 천연섬유 조달이 용이해 우리나라 섬유업의 태동지로 꼽힌다.일제 강점기 수공업 위주의 섬유공업이 대구에서 시작됐고 달성소재 동양염직소는 일제가 세운 조선방직보다 2년 앞서 설립됐다. 이곳은 한국 섬유공업이 대구에서 최초 시작한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해방직후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 섬유산업에서 경북의 비중이 24%였다. 경북도내에 142개의 섬유업체가 있고 그 중 67%인 95개 업체가 대구에 있었다 한다.대구 섬유업이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1960년 들어서다. 박정희 정권의 수출전략산업의 하나로 섬유업이 포함되면서부터다. 1967년 1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후 1987년에는 단일업종으로서는 최초로 섬유가 100억 달러를 달성한다. 이탈리아, 서독과 함께 세계 섬유수출 3대 대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대구경북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한 섬유산업의 본고장이라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13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가 개최된다. 국내 최대 섬유비즈니스 박람회로 국내외 322개 기업이 참여한다. 첨단업종에 밀려 지역 주력산업에서 한발 물러난 감은 있으나 섬유만큼 영원한 산업도 없다. 이번 박람회가 대구섬유산업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12

대게 씨 마른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게 철이다. 경북 동해안의 울진과 영덕군은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다양한 체험행사가 어우러진 대게 축제가 열린다.대게는 등껍질 크기가 약 13~15cm 정도다. 국내에서 잡히는 게 가운데 가장 크다. 맛도 뛰어나다. 수심 30m 이상, 최대 수심 1천800m까지 심해 바닥에 서식하며 한국과 일본·캄차카 반도 등지에만 분포한다.대게는 우리나라의 영덕에서 울진 앞바다에 이르는 동해안 벨트에서 주로 잡힌다. 특히 울진 후포면 근해의 거대한 수중 암초인 ‘왕돌초’가 대표적인 서식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의 대게 연간 어획량 2천t 가운데 80% 이상이 경북 동해안에서 잡힌다.대게는 꽃게와 달리 수컷만 먹을 수 있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 암컷 대게는 연중 포획이 금지돼 있다. 암컷 대게 한 마리는 5만~7만 개의 알을 품고 있다. 대게는 성장하는데 7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종 보호 차원에서 암컷 대게 포획을 법으로 금지했다. 수컷 대게도 9cm 미만 어린 것은 포획이 연중 금지돼 있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금어기로 정해 보호한다. 동해안 대게가 수온 상승과 불법 포획 및 남획으로 어획량이 해마다 줄고 있다.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와 어린 대게를 포획·소지·유통·가공·보관 또는 판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과해진다.얼마 전 울진과 영덕 앞바다에서 암컷 대게와 어린 대게를 불법 포획한 일당이 해경에 적발됐다. 해경이 눈에 불을 켜고 단속하지만 불법 포획은 근절되지 않는다. 잠시 맛을 즐기고 돈에 눈멀어 씨를 말려서야 되겠나. 명태가 사라졌고 오징어도 잡히지 않는다. 대게 마저 씨가 마를까 걱정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11

꽃샘추위

우정구 논설위원 올겨울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변화가 심했다. 지난 11월부터 올 2월까지 내린 강수량이 236.7mm를 기록, 평년의 2.7배 수준이다.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온 비 때문에 겨울장마라고 부르기도 했다.역대급 비로 일조량이 부족한 각종 농작물은 생육이 부진하고 출하량도 모자라 일부 품목은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파는 1년 사이 50%가 올랐다. 2월 중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3%대로 돌아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도 들린다.이상기후는 엘니뇨 현상과 지구촌 온난화 등이 원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은 한파와 폭우로, 유럽은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 오가는 등 기상 변동의 날씨로 혼란을 겪고 있다.이른 봄, 꽃이 피는 시기에 찾아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 한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이다. 보통 3월에서 5월 사이 찾아오는 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는 봄이 오면 시베리아 기단이 서서히 물러나는데, 가끔씩 기단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면서 한반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번 주에도 한두 차례 비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번 겨울 들어 사흘에 한 번씩 내린 비로 봄 가뭄은 걱정을 덜었지만 잦은 비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우리나라 속담에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봄에는 으레 봄추위가 있다는 말이다. 경칩을 지나고 봄이 왔다지만 아직도 아침에는 영하의 기온이고 하루 일교차가 10도 안팎이다. 환절기 건강관리에도 유의를 해야겠다.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변덕스런 날씨가 얄밉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3-10

저출산 늪에 빠져든 지구촌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니제르다. 출산율이 7.1명으로 공식 집계된다. 다음으로 말리(6.3명), 콩고(6.2명), 앙골라(6.1명), 중앙아프리카(5.9명), 소말리아(5.9) 등이다. 출산율 상위 10위까지가 모두 아프리카 국가들이다.여성이 평균 4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 전 세계 33개국 중 31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프리카 국가는 높은 출생률과 더불어 유아 사망률 또한 높다. 말리의 유아 사망률은 1천명당 100명에 이른다. 의료시설 부족과 빈곤 등이 원인이다.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2.1명 미만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 수는 줄게 된다. 유엔 자료에 의하면 대체출산율 2.1명 미만으로 떨어진 국가가 2021년 기준으로 124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경제력 상위 15위 안에 국가들은 모두 합계출산율 2.1명 미만으로 조사됐다.저출산의 문제는 특정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이미 전 세계적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인구 1억명의 베트남도 출산율이 하락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합계출산율이 1.0명으로 추락했다.세계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준 중국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법정 결혼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의견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현재 중국에서는 남자는 22세, 여자는 20세가 돼야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하다. 또 현재 12년의 의무교육학제를 9년으로 단축해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을 촉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인구 수는 곧 국력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지금 세계 각국은 저출산 늪에서 탈출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07

세계 최고 병원과 지방 병원

홍석봉 대구지사장 뉴스위크가 뽑은 ‘2024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 서울 아산병원 등 17개 한국 병원이 25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 의료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하지만, 235위에 오른 대구가톨릭대병원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병원’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한국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일본은 지역 국립대 5곳이 이름을 올렸다. 250위 권에 든 병원의 절반이 지방 병원이다.최근 의사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반발하는 의사 파업 속에 우리나라 지방 의료의 현실이 뉴스위크가 매긴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은 의사와 환자가 넘쳐나는 데 지방은 의사를 못 구해 난리다. 지방 의대 출신 수련의들도 대부분 서울로 간다.환자들은 서울 원정 진료에 나선다. 속칭 서울 ‘빅5’ 병원은 환자들이 몰려 시장판을 방불케 한다. 의료 서비스가 지방과는 천지 차이다. 게다가 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풍부해진 임상경험 등 의사 실력도 차이가 난다.이렇다보니 지방에서는 시간과 돈을 허비하며 기를 쓰고 빅5 병원을 찾는다. 병원 인근에 방까지 얻는 형편이다. 지방에도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더 나은 의사에게, 더 나은 진료를 받으러 서울로 간다. 서울 빅5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수 개월씩 진료 대기가 일쑤다. 서울과 지방 간 의료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대구에서 정원 확충 등을 통해 지역 인재 중심의 의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립 의대와 지역 의대에 대한 시설 투자도 약속했다.의사 파업 속 세계 최고 병원 반열에 오른 한국 의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