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안동의 겹경사

20년 전인 1999년 4월 21일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찾은 날이다. 한영수교 116년 만에 영국 국가 원수의 처음 있는 한국 방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는 여왕의 뜻에 따라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가 여왕의 방문지로 선택됐다. 여왕의 안동 방문을 두고 당시 언론은 영국 신사와 한국 선비의 만남이라고 비유했다.갓을 쓰고 도포를 차려입은 한국 종손의 동양식 환대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여왕의 모습에서 왕국의 품격을 느끼게 했던 일이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다.안동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씨족 마을이다. 낙동강 줄기가 이 마을을 S자형으로 휘감아돈다하여 하회(河回)란 이름이 붙었다. 600여 년을 한 씨족이 대를 이어 살아온 마을이다.임진왜란 시절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등 많은 고관들을 배출한 양반 마을이다. 한국의 전통적 주거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사회구조의 독특한 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문화적 가치가 인정된 곳이다. 한국인의 전통적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으로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봉황이 날아와 앉았다는 봉정사도 201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라 고찰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인 극락전이 이곳에 있다. 당시 여왕은 방명록에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지금 안동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의 이곳 방문을 앞두고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오는 14일 안동을 방문할 앤드루 왕자는 어머니가 다녀간 하회마을-농산물도매시장-봉정사 등 똑같은 길을 다녀 볼 예정이다.여왕이 다녀간 20주년에 영국 왕실의 손님까지 다시 맞게 된 안동시는 경사가 겹친 꼴이다. 앤드루 왕자가 걷게 될 길을 ‘로열웨이’라 부르고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여왕의 안동 방문으로 하회마을은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신했다. 앤드루 왕자의 안동 방문이 주는 의미 또한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5-09

끝나지 않은 라돈공포

라돈(radon, Rn)은 원자번호 86번의 원소로, 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 원소다.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 사슬에서 라듐(radium, Ra)을 거쳐 생성되는데, 원소 이름은 원천 원소 라듐에 비활성 기체의 접미어‘on’을 붙여 지었다. 지구 대기 중에는 기체 분자 1천20개당 대략 6개의 비율로 들어 있다.라돈은 미국환경보호국이 흡연 다음가는 주요 폐암 원인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건강에 위험한 기체다. 지난해 5월 대진침대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는 침구류, 온수매트, 미용 마스크 등 생활제품이 꾸준히 발견돼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에는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전기매트와 침구류에서 또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풍산업·(주)신양테크·(주)실버리치가 제조한 가공제품에서 나온 라돈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안전기준(연간 1mSv)을 초과해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삼풍산업은 2017년 3월부터 전기매트‘미소황토’, ‘미소숯’, ‘루돌프’, ‘모던도트’, ‘스노우폭스’ 등 모델 5종에 모나자이트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모나자이트는 우라늄과 토륨이 1대 10 정도로 함유된 물질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 각각 라돈과 토론이 생성된다. (주)신양테크는 2017년 3월부터 ‘바이오실키’ 베개에 모나자이트를 썼고, (주)실버리치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황금이불’, ‘황금패드’ 등 침구류 2종에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다. (주)시더스가 태국에서 수입·판매한 ‘라텍스 시스템즈’ 역시 안전 기준을 초과(연간 5.18mSv)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체가 2015년 3월 파산해 정확한 판매 기간과 수량을 파악할 수 없어 문제다. 원안위는 방사능이 의심되는 제품은 즉시 생활방사선 안전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원안위는 모나자이트 같은 방사성 원료물질을 넣은 제품의 제조·수출입을 막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을 마련, 오는 7월 시행한다. 국민들을 걱정케하는 라돈공포를 끝낼 수 있도록 정부가 만전의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5-08

‘개나소나 콘서트’

2009년 청도에서 시작해 작년까지 10회 공연을 가졌던 ‘개나소나 콘서트’가 올해도 열릴 수 있을까 초미의 관심사다.‘개나소나 콘서트’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공연으로 지방소도시에서 개최돼 전국적 명성을 날렸던 이색 행사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기획한 이 행사는 세계 최초로 반려동물을 배려한 음악회라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모았고 시작 첫해부터 수천 명의 관중이 몰려올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행사다. 청도군이라는 소도시를 전국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으며, 다른 지자체가 호시탐탐 탐내는 행사가 됐다. 지금도 전씨에게는 지속적인 러브콜이 온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전씨는 최근 10여 년 살아왔던 청도를 홀연히 떠났다. 청도 세계 코미디아트페스티벌(청도 코아페) 개최를 앞두고 청도군과 생긴 갈등이 이유라 했다. 무슨 영문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전씨의 말대로라면 페스티벌 행사와 관련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주변의 권유에도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다고 했다.전씨는 청도에 이사 오자 재능 기부형식으로 농촌을 활성화해보자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벌여놓은 사업들이 꽤 많다. 복날 희생된 견공들을 위한 개나소나 콘서트 말고도 2011년에는 철가방 극장을 열었다. 웃음을 배달한다는 발상으로 전국 최초의 개그 전용극장을 세운 것이다. 개관 이후 4천400여 회의 공연을 개최했으며, 2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을 했다. 또 그는 2015년 청도 세계 코미디아트 페스티벌을 기획해 한적했던 농촌마을을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게 한 장본인이다. 누가 뭐래도 소싸움 도시 청도를 전국적으로 알린 일등공신이다. 그가 떠난 청도에 또다시 그가 기획하는 행사가 열릴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청도군으로서 그의 ‘탈 청도’가 뼈아픈 후회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전씨 지인들의 도움으로 올해는 개나소나 콘서트가 청도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이다. 콘서트 상표권을 가진 그의 구두 승낙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가 없는 개나소나 콘서트가 ‘앙꼬 없는 찐빵’처럼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5-07

카톡 청첩장

청첩은 주로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주인이 사람들을 초청하는 글을 말한다. 따라서 청첩장은 혼인 잔치만이 아닌 돌잔치, 회갑잔치 등에 쓰이는 초대장을 가리킨다. 1973년 ‘새가정의례준칙’에“혼례, 수연의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돌리면 안 된다”라는 규정이 생긴 것으로 보아, 1970년대 이전에는 회갑잔치에도 청첩장을 돌리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 돌잔치, 회갑잔치 등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혼례식에 초대하는 문서만을 보통 ‘청첩장’으로 부르고 있다.청첩장은 공문서가 아니지만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제대로 갖추어 매우 신중하게 보내는 것이 예의에 맞다. 보통 결혼식의 날짜와 시간, 장소, 예식장에 오는 길과 차편 등을 기록하며, 혼인 당사자의 부모와 당사자의 이름을 명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결혼식 참석에 대한 감사의 뜻이나 신랑·신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의지 등을 함께 표현하기도 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제3의 인물인 청첩인을 내세워 청첩장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1970년대 이후의 청첩장을 보면, 청첩하는 주체는 신랑·신부의 부모, 즉 혼주인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혼인 당사자가 청첩의 주체가 되어 직접 보내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결혼 당사자가 자신의 결혼식에 직접 청첩인이 된 것은 혼주의 역할이 축소됐음을 반영한다.청첩장 안내문의 변화는 결혼이 집안의 행사에서 개인의 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 2010년 이후에는 인터넷 통신 및 스마트폰의 발달로 친소관계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간단하게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종이로 된 청첩장을 대신하는 예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부고 또는 청첩이 왔을 경우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해 프린트 해놓은 것 만으로도 종합소득세 신고시 비용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결혼 소식을 전하는 데에는 종이로 된 청첩장이 여전히 중요하다. 예의를 다해 손님을 청하고, 대접하는 것이 현대라고 해서 나쁠리 없기 때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5-06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불교에서 탑(塔)은 무덤을 뜻하기도 한다.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탑을 세운 뒤 자신의 사리를 이곳에 보관하라고 하면서 탑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초기 불교에서 사리를 안치한 탑 중심의 신앙이 강했던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탑은 나무로 만든 목탑, 돌로 만든 석탑, 벽돌로 만든 전탑, 돌을 벽돌처럼 쌓은 모전석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인도나 중국은 전탑이 많고 일본은 목탑 그리고 한국은 석탑이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 석탑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삼국시대 석탑으로 현존하는 탑은 신라 경주의 분황사지 모전석탑과 백제의 익산 미륵사지 석탑, 부여 정림사지 석탑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여 년 전에 세워진 석탑인 만큼 모두가 보존 상태가 온전치 못한 건 사실이다.경주에 있는 분황사지 모전석탑은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불행히도 원형의 모습은 사라지고 3층까지의 모습만 남아있어 아쉬움이 있다.1915년 일본인에 의해 개축·보수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탑은 처음 만들어진 이후에도 수없이 개축된 것으로 확인돼 신라시대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탑은 멀리서 보면 벽돌로 쌓은 전탑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면 돌을 하나하나 벽돌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탑이다. 전탑이 유행한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복원공사가 20년 만에 완공됐다는 소식이다. 백제시대 최대 사찰로 알려진 미륵사 금당 앞에 세워진 이 석탑은 반파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아 있었다.설상가상으로 일제 강점기에 파손된 부분을 콘크리트로 덧씌워 탑은 일찌감치 제 모습을 잃었다. 문화재 당국의 노력으로 장장 20년의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문화재 복원사업 사상 최장 기록이다. 석탑의 보수는 국제 수준에 맞게 보수, 정비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석조 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가 될 것이라도 한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20년을 공들여 온 문화재 당국의 인내와 의지가 놀랍다. 1천380년 전 삼국시대 석탑이 어떤 모습으로 복원됐을까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5-02

정당해산의 역사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해산 청원이 올라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 8조 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즉,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불순세력이 정당의 형태를 조직해 활동할 경우, 헌법에 정해진 바 정부가 헌재에 해산을 제소하게 된다. 다만 우리 정당 역사에는 위헌정당 해산제도 적용 없이 정당이 해산된 사례도 있다. 진보당 사건으로 해산된 조봉암의 진보당이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1960년 위헌정당해산제도가 헌법에 들어왔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의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4년 이내에 총선 혹은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만 하면 강제해산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2% 이하의 득표를 할 경우에는 정당등록이 취소됐는데, 이 부분이 위헌결정이 나오면서 득표율 부진의 이유로 정당은 강제해산 될 수 없다. 위헌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와는 모순되는 야당 탄압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적용이 쉽지않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에서 해산된 통진당의 경우에도 해산 청구를 한 박근혜 정부에 비민주적이란 비판이 많았다.청와대 국민청원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이 올라온 것은 2019년 4월 22일이었는데, 순식간에 100만명을 뚫어 주위를 놀라게했다. 이번 청원은 선거법과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폭력사태 등 자유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상황을 연출한 탓인지 5월 1일 오후 4시 기준 156만여명으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더불어민주당 해산청원을 올렸으며, 등록한지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20만명을 넘겼다. 어쨌든 100명이 넘는 현역의원을 가진 제1야당을 정부여당이 해산절차를 밟는 무리수를 놓을 리야 없지만 자유한국당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5-01

대구의 랜드마크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대표적 상징물인 건물이나 문화재 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징물은 그 나라나 도시를 널리 홍보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그곳의 관광산업 등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자유여신상, 런던의 타워 브릿지 등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시드니하면 오페라하우스를 연상하듯 이런 상징물들을 우리는 ‘랜드마크’라고 부른다. 랜드마크는 원래 여행가들이 어느 지역을 여행하면서 처음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둔 것을 가리켰으나 지금은 건물이나 조형물 등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란 뜻으로 통한다. 한때는 63빌딩이 서울의 상징이 된 적도 있다. 지금은 제2 롯데타워가 그 이름을 대체하고 있다. 세계 5위 높이의 롯데타워는 대한민국 서울의 역동적인 현대 문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건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세계 10대 도시라 일컫는 서울만 해도 도시를 상징하는 이와 같은 건물과 문화재는 수두룩하다.고속 성장한 중국도 이젠 건축물만으로도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24명의 황제가 나라를 통치하며 머물렀던 자금성은 베이징의 대표적 상징이다. 세계 5대 궁의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상하이 푸둥 지구에 있는 동방타워 역시 건물의 높이나 웅장함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광저우 타워, 텐진의 영락교와 선전의 지왕빌딩 등도 한 도시의 상징으로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을만한 건축물들이다. 도시의 대표성만큼이나 관광자원으로서 홍보와 효과도 뛰어난 건물이라 할 수 있다.인구 250만 명이 살고 있는 대구는 어떤 상징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퍼뜩 떠오르는 상징물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구시가 시청 신청사 건립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고 한다. 최고의 정성을 들여 대구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늦은 걸음이라도 괜찮다. 100년 대구를 내다본 신념이 담긴 건축물로 탄생하였으면 하는 게 시민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4-30

전기차 vs 수소차

전기차는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 등의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나 전동기와 내연기관을 같이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달리 순수히 전기만 사용해 구동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 시기인 1830년대에 최초로 개발됐다. 심지어 100㎞/h를 처음 돌파한 것도 전기자동차였다. 그러나 당시의 전기자동차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성능 향상이 지지부진했고, 비싼 가격, 심하게 무거운 배터리, 너무 긴 충전 시간 등의 문제가 있었다. 결국 전기자동차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1990년 이후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본격적 개발은 21세기의 눈부시게 향상된 전력전자 기술과 우수한 반도체 등의 첨단 기술에 힘입어 내연기관 차량이 100년에 걸쳐 쌓아올린 내연기관의 성능을 고작 10년도 안 돼서 쫓아오는 데 성공했다.최근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수소차 역시 전기차의 일종이다. 다만 기존 가솔린 내연기관 대신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이용한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말한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한다는 구동방식에서는 똑같다. 다만 전기 충전 방식이 다르다. 전기자동차는 일반적으로 관공서, 아파트, 개인주택에서 전기 충전기를 설치해야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 시간이 급속 기준으로 40∼50분 걸려 상대적으로 길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수소차는 수소를 충전하므로 충전 시간이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 수소 충전소가 많지 않고, 충전소 시설비용도 수십억원으로 비싸 운영이나 충전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많다.어떻든 전기차든 수소차든 향후 충전 인프라만 충분히 구축된다면 점유율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친환경자동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대세인 만큼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나 수소 자동차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친환경자동차시대가 다가온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4-29

경북 농업의 힘

얼마 전 농림식품부가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귀농인은 귀농 결심 이유로 ‘자연환경이 좋다’(26.1%) ‘귀농비전과 발전 가능성’(17.9%) ‘도시생활의 회의’(14.4%) 등을 차례로 손꼽았다. 특히 귀농인의 60.5%가 만족한다고 말했다. 불만스럽다는 7%였다. 32.5%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또 귀촌 가구의 19.7%가 귀촌 이후 5년 이내에 농업으로 유입됐고, 귀농 준비에 평균 27.5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귀농 5년차에 들어 평균 소득이 3천896만원으로 올라서 농가의 평균 소득을 웃돌았다고 한다.베이붐 세대의 귀농 행렬에 이어 최근 심각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도 귀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해동안 귀농귀촌 인구가 51만 명을 넘어섰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농촌 현실에 귀농인구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각별히 주목되는 것은 40세 미만 청년 귀농가구가 전체 귀농가구에 차지하는 비율도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는 점이다.본래 귀농은 농촌을 떠나 제2차 3차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농촌으로 환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불황에 의한 노동력의 환류나 은퇴노동자의 복귀가 대부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농촌의 귀농 사정이 이랬다. 그러나 최근 젊은 엘리트의 귀농도 부쩍 늘어난다 한다. 고학력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귀농은 귀농 현상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이게 한 낙관적 변화다.경북도가 14년간 귀농 1위 지역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귀농귀촌 통계에서 전국 가구의 18.3%가 경북에서 이뤄졌다.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경북도를 웅도(雄道)라 불렀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제1의 도시란 뜻이다. 웅도의 위세가 많이 쇠퇴한 측면이 있으나 경북은 여전히 전국 최고의 위용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중 농축산물의 생산과 판매는 최고다. 다양한 고소득 작물과 선도농가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귀농 1등 경북은 ‘경북의 농업’의 매력을 의미한다. 전통 경북 농업의 힘이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4-28

약령시

약령시(藥令市)에 명령을 뜻하는 영자가 들어간 것은 관(官)의 명령에 따라 시장이 열렸기 때문으로 해석한다.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온 약재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들어온 약재를 당약(唐藥), 당재(唐材)라 불렀다. 중국 약재와 구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재를 향약(鄕藥)이라 부른다. 중국산 당약은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므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힘든 약재다. 그래서 값싼 약재의 손쉬운 구매를 위해 조선 세종 때는 향약 생산을 장려하는 기구와 정책을 펴기도 했다.국내 약재의 주요 산지로는 예로부터 경상도와 강원도, 전라도를 손꼽았다. 특히 대구와 원주, 전주는 주변에서 반입되는 약재의 집산지로 잘 알려져 있었고, 이곳은 관할 관찰사의 명에 따라 약령시가 열렸다고 한다. 약령시는 음력 2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열린다.약령시가 열리면 관리가 나와 중국에 바치는 약재(조공약재)와 우리나라 조정에서 필요한 약재를 먼저 매입했다고 한다. 약령시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 각지의 약초 재배자와 채취자, 상인과 약재 수요자가 몰려 시장은 성시를 이뤘다. 약령시 가운데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것이 대구약령시다. 대구약령시는 1658년 효종 9년에 시작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의 약령시에는 단순 거래와 교환 외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약령시 개설을 알리는 각종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따지고 보면 올해가 대구약령시 개장 361주년 되는 해다. 이 만큼 긴 역사를 가진 축제도 잘 없다. 한국기네스위원회는 2001년 대구약령시를 한국 최고(最古)의 약령시로 인증을 했다.또 2004년에는 대구약령시 일원이 한방 관련 분야 최초로 한방특구 지정도 받았다. 귀중한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인정된 셈이다.대구약령시 한방축제가 5월2일부터 5일간 약전골목 일원에서 열린다. 거리극단, 한방미용체험, 정성탕 나누기 등 각종 행사도 덩달아 펼쳐진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왔던 전국 최대의 약령시 축제가 이제 현대적 축제로 발전,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힐링감을 느낄 수 있는 한방축제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4-25

조현병 논쟁

최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현병 환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조현병은 정신질환의 하나로,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하지만 부정적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악기의 현을 고르다’는 뜻의 조현병(調絃病)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악기의 줄처럼 이어진 뇌의 신경구조가 잘 조율되지 않아 정신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현병의 주된 증상은 환청, 망상, 이상 행동 등의 증상과 감정이 메마르고 말수가 적어지며, 흥미나 의욕이 없고, 대인관계가 없어진다. 환자들은 흔히 환각을 경험한다. 어떤 환자들은 이런 환청과 대화를 하기도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환각과 함께 망상은 정신분열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과 연관지어 개인적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망상, 나를 감시하고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피해망상, 내가 구세주이거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종교망상을 자주 볼 수 있다. 망상은 합리적인 설득이나 논쟁으로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망상이나 환각, 환청, 이상한 행동 등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조현병으로 판단한다. 조현병 환자가 전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 환자들은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전문가들은 보건 당국, 경찰, 지역 사회 등이 나서서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사회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는 피의자와 관련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피해자로 만드는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따라서 기초수급자 등 정기적인 치료를 받기 어려운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공의료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 고위험군 환자는 방문 확인을 하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또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나 현재 유명무실화된 치료명령제도를 활성화해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가 불특정다수를 향한 강력 범죄 피의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4-24

신문고(申聞鼓)

신문고는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북을 쳐서 임금에게 알리는 옛날 왕조시대의 민원 상소 제도다. 조선시대 때 태종이 이 제도를 도입해 백성의 억울함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신문고는 원래 당나라 태종이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설치한 등문고(登聞鼓)가 최초인데 이것이 조선으로 유래한 것이다.역사가들은 백성의 뜻을 잘 살핀 조선 태종(이방원)과 당나라 태종(이세민)은 닮은 데가 많다고 해석하고 있다. 우선 태종이란 묘호를 쓴 게 같다. 태종이란 묘호는 본래 건국 후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가의 기틀을 다진 왕들에게 붙여주는 명칭이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대표적이다.조선의 이방원과 당나라의 이세민은 둘 다 개국 군주의 아들이다. 둘 다 장남이 아니면서 권력의 실세였고 왕자의 난을 치르며 권력의 정상까지 오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건국초기의 나라 기반을 굳건히 세운 공로자라는 점에서도 같다.당 태종은 중국 역대 황제 중 최고의 성인(聖人)으로 통한다. 그는 농민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나눠주고, 과거제도를 통해 인재를 등용했다. 등문고를 설치, 백성의 억울함을 살피는 등 국가와 백성을 위해 선정을 베푼 황제다.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조선 태종도 사실상 조선의 창업군주라 불린다. 정몽주를 제거하는 등 개국 공신일 뿐 아니라 아버지를 이어 국가의 기반을 조성하는데 세운 그의 공로는 대단하다.1401년 조선 태종이 설치한 신문고는 백성들의 억울함을 왕이 직접 듣고 풀어주기 위한 제도다. 억울한 백성은 대궐 밖 문루에 올라가 북을 두드리면 임금이 직접 이를 챙겼다고 전한다. 지금으로 보면 청와대 게시판과 같은 역할을 한 제도다. 이용하는 백성이 얼마나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왕조시대에 백성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한 왕의 발상이 놀랍다.‘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지금의 국민청원은 곧 조선시대 신문고와 비슷한 취지의 정책이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이 21만 명을 넘었다. 정치권이 풀지 못하고 있는 포항시민의 요구에 이제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어떤 답을 줄지 사뭇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4-23

위기의 ESS

ESS(Energy Storage System)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에 쓰이는 장치를 축압기라고 하고, 더 넓은 범위의 시스템 전체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라고 부른다.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건전지나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소형 배터리도 전기에너지를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지만 이런 소규모 전력저장장치를 ESS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수백kWh 이상의 전력을 저장하는 단독 시스템을 ESS라고 한다.에너지 저장방식에 따라 크게 물리적 에너지저장과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물리적 에너지저장으로는 양수발전과 압축공기저장, 플라이휠 등을 들 수 있으며,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 납축전지, NaS전지 등이 있다. 배터리 형식의 ESS를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ESS라고 하면 BESS를 말한다.문제는 우리나라에 설치된 ESS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잦아 가동이 중지되는 등 업계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ESS 화재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올 1월까지 전국에서 21건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15건(71%)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연계된 ESS에서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고, 지난 1월부터 ‘민관 합동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곳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12일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ESS 1490개 중 747개가 가동 중단 상태다. 화재가 잇따르자 전국 ESS의 절반은 가동중단 조치됐고, ESS 신설 역시 중단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신규 ESS 설치 계약 물량도 끊겨 ESS 산업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의 선제적 개발과 적용 노력이 아쉬운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4-22

노트르담 화재 이후

지난 15일 불이 나 첨탑 부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뒷얘기가 무성하다. 가톨릭 국가 프랑스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대표적 상징물로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화재 진압 후에도 충분한 화젯거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성당의 오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 등이 후일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가장 관심이 많은 복원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년 내 재건”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본래 모습으로의 복원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본래의 재료인 참나무를 사용해야 한다면 40년은 족히 걸릴 것이란 전문가의 견해가 나와 복원과 관련한 논란은 쉽게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혁명 이전 중요한 정치행사와 왕실의 의전이 대개 이곳에서 진행됐다. 영국과 프랑스 왕가의 결혼식이 거행되었고, 1804년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가운데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건물의 역사성과 뛰어난 명성에 걸맞게 대성당 복원을 돕겠다는 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 화재 발생 하루 만에 8억 유로(약 1조 원)가 모였으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의 건물임을 실감케 한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프랑스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창업자가 성당 재건을 위해 2억 유로(약 2천56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전해 왔다. 미국의 애플도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긴박하게 대응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이 긍정적 평가를 얻어 지지율이 3%나 상승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성당의 위엄에 감탄사를 보내야 할 판이다.이곳 대성당을 찾아오는 한해의 관광객 수가 1천4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많은 관광객도 대성당 앞 광장에 별모양으로 새겨진 포앵제로(도로원표)에서 사진 찍은 경험이 있다. 이곳을 밟으면 파리를 다시 오게 된다는 속설을 믿고서 말이다. 대성당의 화마는 아픔과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과거를 추억케 한 사건이기도 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4-21

퓰리처상

2015년 대구에서도 퓰리처상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날 사진전을 구경한 많은 사람들은 ‘사진의 힘’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는 이색 경험을 했다.퓰리처상 수상작은 작품마다 한편의 예술을 느낄 만큼의 높은 작품성이 있다. 그리고 역사의 순간과 특종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음으로써 사진을 보는 재미가 예사롭지 않다.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 전쟁 관련 사진으로 유명한 ‘소녀의 절규’가 있다. 당시 9살의 베트남 소녀가 네이팜탄의 폭탄 세례로 불이 붙은 옷을 벗어던져버리고 울부짖으며 달리는 모습을 AP통신기자가 카메라에 포착했다. 전 세계가 이 사진 한 장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비극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이 소녀는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훗날 UN 명예대사로 전쟁 피해 아동구호 활동을 펼쳤다. 올해 독일 드레스덴 인권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니 인생 반전을 일궈낸 셈이다.퓰리처상은 미국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특히 언론계서는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부른다. 1917년 헝거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 퓰리처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언론분야 14개 부문과 문학,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이 시상된다. 매년 4월 수상자를 발표하며 수상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이 상은 권위와 신뢰도가 높으나 미국신문사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져 미국 내 문제가 주로 다뤄지는 아쉬움은 있다. 시중에는 퓰리처상 사진을 모은 책이 발간되어 일반인도 퓰리처상 수상작을 손쉽게 접할 기회가 있다.올해 퓰리처상 사진부문에 한국인 사진기자가 포함돼 화제다. 로이터 통신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경훈씨는 미국 국경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사진을 잡아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한국의 일간스포츠지 사진기자로 일하다 2002년부터 로이터 통신 도쿄지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그에게 축하를 보낸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4-18

거꾸로 태극기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국기다. 흰 바탕 위에 짙은 적색과 남색의 태극 문양을 가운데에 두고, 검은색의 건·곤·감·리 4괘가 네 귀에 둘러싸고 있다.태극기는 1882년 고종이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어기(御旗)인 ‘태극 팔괘도’를 일부 변형해 만들었다. 고종은 백성을 뜻하는 흰색과 관원을 뜻하는 푸른색과 임금을 뜻하는 붉은 색을 화합시킨 동그라미를 그려넣은 기를 제작하게 했다.이는 고종이 계승코자 했던 정조의 군민일체(君民一體) 사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깃발은 일본 제국의 국기와 비슷해, 태극 무늬와 그 둘레에 조선 8도를 뜻하는 팔괘를 그려 일본 국기와 구분이 되도록 했다.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약’체결 당시 김홍집은 고종의 명을 받들어 역관 이응준에게 지시하여 직접 배 안에서 태극기를 그려서 사용하도록 했고, 9월 박영효 등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파견되어 갈 때에도 배 안에서 직접 태극기를 그려서 사용했다. 1882년에 고종의 명을 받아 처음 제작되고 사용됐던 태극기는 1883년 3월 6일 정식으로 ‘조선국기’로 채택됐으며, 1897년 10월 12일 기존의 태극기를 그대로 대한제국의 국기로 사용했다. 1919년 3월 1일 3·1 운동이 발발하며 전국적인 만세 시위에 태극기가 사용돼 항일 운동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서도 태극기를 사용했으며, 1942년부터 한국의 국기를 ‘태극기’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과 함께 태극기는 해방된 조선의 국기로 인식돼 1946년 1월 14일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에서도 태극기를 조선 국기로서 게양했고,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제헌국회에서 국기로 공식 제정됐다.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태극기가 거꾸로 게양됐다고 해 말썽이다. 사실 태극기는 아래위를 쉽게 분별할 수 있다. 우선 건괘가 위쪽이며, 가운데 음양양의를 상징하는 태극마크에서 임금을 뜻하는 붉은색이 위쪽으로 가도록 게양한다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어쩌랴. 역사를 모르면 국기 게양하는 법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법이니./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4-17

백두산(白頭山)의 화산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성산(聖山)이자 영산(靈山)이다. 단군 신화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설이 흐르는 신비의 산이다. 산의 규모가 워낙 크고 산세도 깊어 산중의 산으로 통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은 그 뿌리가 백두산에서 시작된다. 백두대간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민간에 의한 신앙적 숭배도 유난히 많았던 전설적 산이다.조선시대 최고의 지도인 대동여지도 서문에서 백두산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조선 산맥의 조산(祖山)이니 3층으로 된 높이가 200리나 되고 가로로 퍼져 1천리에 걸쳐 있다”고 했다. 백두산의 웅대함에 대해서는 대동여지도 말고도 조선시대 만들어진 만기요람이나 택리지 등에도 소개가 돼 있다.백두산의 높이는 수준원점의 기준에 따라 남한과 북한, 중국에서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북한의 원산 앞바다를 기준으로 측량한 높이가 2천750m다. 최고봉은 장군봉이다. 2천500m 이상 봉우리가 무려 16개나 된다.백두산은 또 전형적인 고산기후로 한반도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심한 곳이다. 연평균 기온은 6~8도, 최고기온은 18~20도이다. 1월의 평균 기온은 영하 23도며 연중 겨울 날씨가 230일 정도 된다. 백두산에는 검은담비, 표범, 호랑이, 백두산 사슴, 큰곰 등 희귀동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200여종의 조류와 2천7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해 그야말로 자연 생태공원이나 다름없다. 지질학적으로 백두산은 약 200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약화되어 지금의 산세를 형성하였다 한다.기록에 의하면 1597년과 1668년, 1702년에 화산이 분출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금도 백두산 주변 50km 내외에 진도 2~3의 약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15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제 발표에 나선 학자들이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기해 충격을 주었다.참석 학자들은 “지금 백두산은 심각한 화산분화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만약을 대비해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우정구(논설위원)

2019-04-16

제3지대론

제3지대론은 정치권에서 기존 여야를 제외하고, 제3의 지대에서 정치세력을 결집해 정권을 창출하자는 주장이다. 흔히 총선발 정계개편을 앞둔 시점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치용어다. 실제로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야권을 중심으로 한‘제3지대론’으로 술렁이고 있다.논의의 핵심에는 바른미래당이 자리잡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4·3 보궐선거 참패 후 불거진 손학규 대표 책임론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제3지대론’이 시작된다.손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미래계는 당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고 손 대표에게 거취를 정리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손 대표는‘사퇴 불가’입장이다.지난 11일에는“극좌·극우를 표방하는 사람들, 그쪽으로 가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끝내 퇴진을 거부할 경우 강경파가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특히 바른미래당이 흔들리는 사이 민주평화당이 제3지대론에 힘을 실으며 공개 구애에 나섰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 등에서 손 대표를 향해“험한 꼴 다 보고 있는데 이 꼴 저 꼴 보지 말고 빨리 나와 집을 새로 짓자”며 탈당을 권유했다.바른미래계가 당을 떠날 생각이 없으니 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계가 당을 나오라는 취지다. 박 의원은“진보와 보수, 한 지붕 두 가족 속에서 손 대표의 길이 무엇인가”라며“손 대표가 다시 보수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고 하면 합의이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의원을 비롯한 평화당 내 일부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는 이유도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향후 손 대표 측과‘제3지대 신당’을 모색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평화당 최경환의원 역시 최근 광주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개편대회에서 광주시당 위원장에 선출된 뒤“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에 앞장서서 건강한 제3지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해 총선발 정계개편이 제3지대론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4-15

후쿠시마 수산물

지난해 말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여론조사를 통해 일본사람이 최근 30년 이래 가장 큰 사건으로 ‘동일본지진’을 손꼽았다고 보도했다.동일본지진은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을 관통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다. 지진 후 초대형 쓰나미가 센다이시 등 해변도시를 덮쳤으며 도쿄를 비롯 수도권 일대도 건물 붕괴와 대형 화재로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고, 급기야 방사능이 누출되는 일이 벌어졌다.동일본지진은 일본 지진 관측사상 최대 규모다. 1995년 6천여 명의 희생자를 낸 한신 대지진(규모 7.3)의 180배 위력을 보였다. 1960년 발생한 칠레 지진(9.5)과 알래스카지진(9.2), 수마트라지진(9.1)에 이어 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4번째의 강력한 지진이었다. 사망 및 실종자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렀다. 일본 당국은 피해 규모로 15조~25조 엔대로 추정했다.20m의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원전은 핵원료가 녹아내려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이어 2·3·4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이어져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일본 당국은 그해 4월12일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수준을 레벨 7로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레벨 7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만든 0~7까지의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 단계다. 1986년 발생한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당시 후쿠시마 토양에서는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이 검출됐다. 이 방사성 물질은 바다 건너 한국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지에도 영향을 미쳤다.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현을 포함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28개 어종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방사능 누출에 대한 식품의 안전성을 우려한 조치다. 그러나 일본이 반발, WTO에 제소하면서 이 문제는 양국 간에 미묘한 무역 분쟁으로 번졌다. 그러나 최근 WTO가 최종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식품 안전에 대한 개별 국가의 권리를 폭넓게 해석해 준 판결이다. 식품의 안전은 지나치게 까다로워도 나쁘지 않다는 교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4-14

포항의 강원도 돕기

보원이덕(報怨以德)은 노자(老子)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는 뜻이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한을 덕으로 갚으려하니 얼마나 힘든 과정일까 싶다. 그러나 이것이 선비의 참 다운 길이라고 고전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한지간에 있는 두 집안 자녀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희곡이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화해와 용서를 배우게 했다.배은망덕(背恩忘德)은 보원이덕의 반대말 쯤 된다.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배신의 의미다. 우리나라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내 보따리 내놓아라 한다”는 말처럼 황당하기도 하지만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괘씸한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또 큰 은혜나 덕을 입었을 때 사용하는 말로 백골난망(白骨難忘)이라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요즘은 잘 쓰이지 않지만 죽어서 백골이 되어도 은혜를 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소 과장한 표현이나 고마움에 대한 절절함이 묻어나는 사자성어다.“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결초보은(結草報恩)도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중국 춘추좌씨전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딸의 목숨을 건져 준 은인에게 꿈에 나타나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갚았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 사람이 해야 할 도리로서 은혜의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다 싶다.포항시가 강원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 돕기 성금모금운동에 나섰다. 포항시는 포항지진 발생으로 겪은 아픔과 그때 받은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강원도 산불 피해주민 돕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지진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온정의 손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하며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했다. 포항시의 강원도 산불 피해주민 돕기 성금모금운동이 보여준 보은의 마음이 아름다워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