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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처서(處暑)를 맞으며

윤영대 수필가 우리나라 중서부지방을 오르락내리락 지척거리며 폭우를 쏟아붓던 강우 전선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 너머로 불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와 선선한 계절을 준비하라는 처서(處暑)다. 교외로 들판을 달려보면 벼 이삭이 익어가고 사과밭에도 탐스러운 과일이 태양을 닮아가고 있다.처서 전에 김장배추를 심어야 한다기에 작은 텃밭도 가꿀 겸 며칠간 시골집에서 조용하게 뜰이나 가꾸면서 마음을 씻어본다. 잔디 마당에도 화단에도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나서 어지러웠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는 계절의 약속을 믿고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았다. 숨어있던 풀 모기들이 떼로 덤벼들어 팔뚝에 붉은 점들을 남긴다. 그래,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니 곧 힘을 못 쓰겠지…. 뒤뜰의 숲은 다음에 정리하기로 한다. 찌르르한 매미 소리 들으며 얼마 일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폭염이 남아있어서인지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찬물에 몸을 씻고 낮잠을 즐긴다. 해가 진 후 풀벌레 소리 가득한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랜만에 별들의 인사가 반긴다. 도심에서 살면서 잊혀버린 가을의 느낌이다.다음날 이른 아침, 잔디마당에 나서니 찬 이슬이 발등을 씻어주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분홍 배롱나무꽃은 슬슬 지고 낮달맞이꽃 몇 송이가 무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는 듯하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들으면 또 비구름 떼가 남하하면서 약간의 빗방울을 뿌리겠다고 하니 그것은 여름을 씻으려는 계절의 미련이겠지. 옛사람들은 처서의 날씨를 보고 농사의 풍흉(8C50凶)을 점쳤다는데, 비가 오면 흉작이라니 오늘의 쾌청한 날씨가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준다’는 속담도 있으니 괜히 걱정이 된다.요즘 길거리 곳곳에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너울거린다. 출범한 지 100여 일 밖에 안 된 현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농정을 규탄하고 있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이라는데 현재 쌀 재고량이 수십만 톤이나 되는 쌀 풍년에 수요량을 초과한 탓이라니 쌀생산을 줄여야 하나. 이번 처서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으니 속담처럼 흉작이 되면 쌀값이 오르려나.폭염이 물러나고 늦장마도 사라지면 들판의 곡식과 채소 과일 들도 모두 계절의 축복을 입고 가을 잔치를 벌여 줄 거야. 우리도 이제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지. 가을 고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칼국수 말아먹으며 힘내고 꿀복숭아 한입 베어 물고 맑은 바람과 왕성한 가을 햇살을 듬뿍 받자. 그리고 여름옷 빨아 넣고 가을옷 꺼내어 나만의 멋진 패션도 꾸며보자. 이제 한여름의 폭염과 습기를 날려 보내준 에어컨과 선풍기도 먼지 털고 날개 씻어 넣으며 집안 곳곳 대청소도 해야겠다. 또 장마에 젖은 옷과 책들을 그늘에 널어 말리는 음건(陰乾)도 하며 주위를 정리하고 ‘어정 칠월, 건들 팔월’ 그 가을의 시작을 즐기자.

2022-08-25

폐기물도 쓸모가 있다

윤영대 수필가 이번 폭우로 인한 수해재난 실태를 영상으로 보면서 그 폐기물도 엄청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겠지만 잘 활용하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아파트에 이사가 있고 난 후 폐기물 처리장에는 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많이 버려져 있다. 큰 가구들은 꽤 비싼 제품이고 작은 선반이나 책장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들이라 아까운 생각이 든다. 폐가전제품은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고 소형인 경우는 5개 이상 묶어서 배출해야 하며 지자체에 따라 높이 1m 미만인 소형 가전제품들은 처리비용이 면제된다. 그 이외의 경우는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생활이 윤택하여 그런지 예전 같으면 애지중지하던 생활용품들을 아낌없이 버리고 있어 환경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기준 폐가전제품은 세계적으로 약 5천400만 톤이며 1인당 7.3kg이라는 통계도 있고, 우리나라는 약 40만 톤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요즘 못 쓰고 버려질 물품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가공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활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재활용보다는 한 단계 위다. 의류 리폼(reform)을 주로 하고 있는데 청바지 등으로 쇼핑백이나 손가방 등을 만들고 자투리 가죽으로 작은 지갑과 파우치 등을 만들어 다시 파는 사회적 기업도 있고 포항여성문화회관에는 이러한 교육과정도 있다.지난번 옷장을 정리하며 멀쩡한 옷들을 버리려고 하니 그냥 옷 수거함에 넣기는 아깝고 바자회를 통해 팔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자원 재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친환경적 활동과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5박스를 보냈더니 기부금 영수증이 왔었다. 그 수익금은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쓰이고 바자회를 통해 안 팔린 것들은 후진국으로 수출하기도 한다.폐기물을 소재로 한 예술 활동도 있다. 정크아트(junk art) 분야다.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일은 1950년대 이후 공업제품 등의 산업폐기물을 이용하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작되었다. 경주 엑스포공원 내에도 ‘또봇 정크아트 뮤지엄’이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정크아트와 아트트릭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공사현장에서 많이 버려지고 있는 팔레트(pallet)는 벽돌과 유리 등을 옮기는 목재 받침판인데 쓸모가 많다. 나는 현장을 지나다가 쌓여있는 팔레트가 보이면 책임자에게 허락을 받아 몇 개를 차에 싣고 온다. 시골집 황토방에 불을 때기 위해서다. 해체하고 잘라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하룻밤은 거뜬히 뜨거운 방에서 잘 수 있다. 나의 이러한 사정을 아는 지인들도 가끔 가져다주어 고맙다. 또 팔레트 중에서 재질이 단단하고 반듯한 것은 잘 가공하여 화단 울타리나 간단한 가구와 휴게시설을 만들어도 된다.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폐비닐 페트병 캔 등도 분리수거를 잘하면 자원 재생과 함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며, 가정의 작은 노력이 환경을 살린다.

2022-08-18

예천곤충축제가 계속 성공하려면

정안진 경북부·예천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 출범과 더불어 지역 관광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예천군의 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열렸다. 곤충축제는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축제는 적은 예산 투입으로 경제적·비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이제 지역축제는 자립과 운영의 성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축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당초 2020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연기를 거듭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6년 만에 재개됐다. 축제는 침체된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예천의 다양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예천읍 시가지 및 한천체육공원, 곤충생태원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개막식때 국내 최정상급 가수인 홍진영, 김다현 등의 축하공연 및 화려한 불꽃쇼로 축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또 지난 10일 낙동 7경 한마당 잔치에 양동근, 산이, 강혜연, 류원정, 김민교, 이병철, 최상, 강민주, 이종학 등 유명가수가 대거 출연해 한여름 밤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장식해 무더위에 지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흥겨움을 안겼다. 이어 11일에는 예천청년회의소에서 주관한 치맥 페스티벌은 치킨 1마리, 맥주 2잔 1세트에 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500마리 한정 판매하고 한천 분수를 보며 공연과 이벤트 등이 함께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 수 있게했다.지역축제는 이제 발상의 전환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예천군은 예천곤충축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요컨대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 온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조력과 상상력으로 발현되는 축제가 되게 지역 관광에서 문화까지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오로지 ‘사람’과 ‘지역사회’다. 또 단계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예천군 차원의 지표 발굴과 함께 현장 중심형 평가, 전문가 컨설팅도 강화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또한 별도의 축제전담조직 운영체계를 구축해 인력과 조직의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지역이 주도하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반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그래야 다시 한번 축제를 통한 예천군 관광의 도약 기회를 찾을 수 있다./ajjung@kbmaeil.com

2022-08-17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

윤영대 수필가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격 사퇴를 했다. 취임 후 35일 만의 일이다. 10일 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입학’이라는 학제개편안을 느닷없이 발표하며, 지역별 집중 조사·연구를 통해 실행 가능한 학제개편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교육계뿐만 아니라 학부모 등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공론화 과정도 없는 졸속한 제안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린 탓이다. 교육 정책은 향후 맞딱뜨리게 될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만큼 국민의 정서와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정도와 사회와 가정 상황들이 많이 차이가 있는 만큼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학제개편론의 반대 이유는 ‘서열화와 사교육 경쟁’, ‘선행학습 추진 열기 우려’ 등이지만 현재도 조기교육은 가능하다.조기교육 제도는 OECD 38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영국, 호주 등 4개국은 만 5세 미만 입학이고 한국, 미국, 프랑스 등 26개국에서는 만 6세 입학이다. 만약 5세로 1년 낮출 경우 돌봄 공백 등으로 인한 맞벌이 부부의 고충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에 난맥상이 우려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는 1~6세까지를 유아(幼兒), 7~12세를 아동(兒童)으로 구분하고 있다. 3세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6세가 되면 젖니(幼齒)가 빠지고 그 이후엔 스스로 행동하게 되는 인격체로 보게 된다고 발달심리학에서 언급하고 있다.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유보통합 방안도 마련한다고 하지만 반대가 심한 현실이다.학령인구 감소의 심각성은 대학교육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0년 초반 베이붐 세대는 약 100만명이 출생했지만 1980년대 ‘1자녀 갖기’ 캠페인으로 80만명 선이 붕괴하였고 2000년 들어 저출산 기조가 시작되어 50만명 이하로 낮아졌다. 2020년엔 30만명 선도 무너졌다.그런데 대학 정책은 엇길로 갔다. 1990년대 중후반 입시지원자가 줄어들어 지방고교로 입시홍보를 다닐 때, 20년 후에는 사정이 어떨까? 하고 그 당시 출산율을 보았더니 약 60만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실행하며 매년 수십 개씩 신설을 허가해 주었고 2011년까지 63개 대학이 신설되어 현재는 전국 407개 대학(전문대학 포함)이 있다. 입학정원도 2002년 65만6천명으로 정점을 찍고 차츰 감소하여 작년에 약 50만명이 됐다. 앞으로 이런 추세라면 15년 후 입학정원 1천5백 명 정도의 대학 100여 개가 폐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교육 소명이다. 교육은 국민의 기본 권리이며 적령기가 있기에 교육기관의 설립과 제도운영에도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란 말은 긴 세월 심사숙고하라는 말은 아니고 미래를 예측하며 깊은 논의를 통해 계획하라는 것이다.‘만 5세 입학’ 정책 발표는 강력한 추진 의사 없이 너무 서둘렀나 보다.

2022-08-11

한여름 밤의 꿈

윤영대 수필가 태풍 ‘송다’와 ‘트라세’가 한반도로 기세 좋게 몰려오다가 열대성 저기압으로 주저앉아버리자 동해안은 그들이 담아온 열대 수증기로 말미암아 35도가 넘는 폭염과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국지성 폭우가 예보되고는 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다.몸과 마음의 열기를 식히려 밤바다 해변을 거닐어 본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늦은 밤에도 모래밭엔 가족 나들이와 연인들의 사랑이 뿌려져 있고, 화려한 조명의 주점과 카페에는 젊은이들의 낭만이 흐드러지게 넘실댄다. 버스킹 무대에서는 기타와 색소폰 연주가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밝고 높다란 영일대 누각에 오르면 넓은 영일만 건너로 포스코 전광판의 현란한 흐름과 고로의 불빛이 불꽃놀이처럼 밤바다를 수 놓고 있다. 해변 광장에는 마술놀이가 한창이고, 검은 바다를 가르는 날렵한 제트 보트 뒤로 하얀 스페이스워크는 어깨를 떡 벌린 거인의 모습이다.설머리 횟집에서 물회 한 그릇 뚝딱 하고 인파에 섞여 천천히 두무치 해변길을 걸으면 주차장과 도로변에는 차량들이 빽빽하고 모래밭엔 차박(車泊)하는 천막이 즐비하다. 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은 나름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포항해변 곳곳에는 여름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월포해수욕장 특설공연장에서 ‘여름축제의 꽃’이라는 제7회 ‘월포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윤성아프리카와 육중완 밴드 등 록뮤지션들이 낭만적인 라이브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또 7일에는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에서 ‘제4회 색소폰 문화예술제’가 펼쳐지는데 영일대교의 조기 착공을 기원하며 ‘영일대교, 색소폰 음률로 잇다’란 꿈을 내걸고 있다. 이어 14일엔 ‘춤으로 설레임’이란 춤 공연이 포항무용협회, 포항국악협회 등 여러 예술단체가 주관이 되어 이틀간 환호해맞이공원에서 한여름 밤의 흥겨운 춤사위를 펼칠 예정이다.바다뿐만 아니다. 26일부터 이틀간 효자교회 앞 ‘상생의 숲’에서 방장산 터널까지의 철길숲에서는 ‘힐링 필링 포항 철길숲 야행’이 열려 한여름 무더위를 날린다. 이때 ‘한여름밤의 달빛 음악회’와 ‘미니 콘서트’가 계획되어 있고, ‘테마 레이져 쇼’와 함께 달등 만들기, 플리마켓 등의 다양한 체험 행사가 곁들여 시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라 한다. 음악분수대에서 발 씻고 몸과 마음을 힐링하며 여름밤의 꿈을 꾸어보는 것도 좋겠다.그러나 코로나 신규확진자는 어제 경북 6천100명, 포항 1천200명을 넘으며 105일 만에 전국확진자 12만여 명을 기록하였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되면서 휴가철을 맞아 파도가 밀리는 해변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했을 사람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 그 무대에 다시 어두운 장막을 치고 있다.젊은 남녀의 헝클어진 삼각관계가 숲속 요정들의 도움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처럼 코로나와 열대야 그리고 여름 축제가 잘 마무리되어 한여름 바닷가에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들고 싶다.

2022-08-04

메이드 인 코리아

윤영대 수필가 지난 19일 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푸른 하늘로 날개를 폈다.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협조 없이 우리 기술과 국내업체 약 225개의 노력으로 쌍발형 엔진과 최신 레이더를 갖춘 국산 스텔스기가 탄생 되었고, 향후 ‘메이드 인 코리아’ 전투기의 해외 수출길이 열리게 되리라 본다.반도체에서는 이미 국산이 대만, 미국을 제치고 나노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이 중하위 기술을 장악하여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통신 및 가전제품도 우리 상표가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때 호텔 방마다 삼성과 LG전자의 대형 TV를 보노라면 국내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5G 통신망, 자율주행,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데 중국이 수조 위안을 투자하며 기술표준 선점을 노리고 바짝 따라붙고 있다.우리의 원전 기술 또한 세계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덫에 걸려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로’ 4기를 수출한 후 주춤하고 있고, 그 ‘제3의 불’을 전 세계에 지필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빼앗긴 듯 아쉽다.수년 전 대규모 태양광 건설 현장을 가보고 또 놀랐다. 시설을 둘러보며 만난 현장 책임자가 중국인이고 태양광 패널의 명판을 보니 모두 ‘made in China’ 중국제품이다. 우리의 반도체가 얼마나 훌륭한데 국가에서 건설하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중국제품이 판을 치는가. 국산품이 모자라면 조금만 늦추어도 될 텐데 섣부른 태양광 건설 추진이 푸른 산과 들을 파괴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생산업체를 파멸의 길로 몰고 있다. 지난달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였고 현대에너지솔류션도 난망이고 겨우 한화큐셀만 마지막 패널 사업자로 버티고 있는 사정이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우리나라 태양광 건설의 주도권을 쥐고 이미 국내 3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실이다.어디 이뿐이랴. 며칠 전 이케아(IKEA) 생활용품 몰에 가서 스스로 만드는 DIY 가구 재료를 둘러보면서 ‘참 헐하다!’ 하며 이것저것 다른 품목들도 뒤적여 보았는데 거의 ‘made in China’ 표시이다. 디자인은 스웨덴으로 되어있으나 주방용 물품은 베트남, 타일랜드가 조금 섞여 있고 전등 같은 전기제품도 중국제이고 국산은 거의 없다. 우리 주위에 많이 생긴 ‘다이소’ 매장도 마찬가지다. 1천 원대의 값싼 생활잡화들이지만 대부분 중국산이며 베트남 제품들이 끼어있기도 한다.3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슈퍼마켓에 들러 손톱깎이를 보고 가격이 싸서 얼른 한 개를 집어 들고 버스에 올라보았더니 ‘made in Korea’였다. 미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쉬웠지만,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고급 전자제품은 국산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나 우리의 간단한 실생활 용품은 저가(低價)라는 달콤함에 빠져 외국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시 국산 생활용품들이 우리의 옆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

2022-07-28

힘내라! 경북, 그리고 포항

윤영대 수필가 지난 15일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포항에서 개최되었다. 5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규모로 열린 것이며, 무더운 삼복더위 속에서 29개 종목 1만1천545명이 참가하여 나흘간 승리를 위한 땀을 흘렸다.개회식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서 낮 3시쯤 종합운동장으로 가봤더니 ‘환동해의 꿈, 경북에서 세계로’ 슬로건이 걸린 입구부터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다. 개막식은 6시부터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벌써 많은 관객이 웅성거리고 자원봉사자들은 기념품을 나누어 준다. 식후 축하공연에 노래할 이찬원과 전유진의 팬클럽회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열성적으로 나누어 주는 풍선을 받아들고 이것저것 홍보물도 받다 보니 한 아름이다. 줄지은 천막 아래는 농수산물 홍보판매장과 메타버스 체험관 등 먹거리, 즐길거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 재확산위험이 예고된 마당에 이렇게 큰 행사를 해도 괜찮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공식행사가 끝날 저녁 8시경 다시 갔더니 낮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다. 성화가 불타고 있는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는 거의 찼고 스타디움도 관객으로 가득하여 형광 불빛을 흔들어 대며 축하공연을 환호하고 있었다. 무대에는 휘황찬란한 영상의 멀티미디어 쇼가 거창하고, 대회 엠블램 탑 위로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 쇼도 펼쳐졌다. 이어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으면 ‘희망 빛 나래, 포항’을 주제로 한 대회의 현란한 불꽃 잔치에 관중들은 빠져든다. 레이져 빔이 경기장을 훑어주면 관중들은 대형 스크린에 비친 가수들의 흥겨운 무대 모습에 열광한다. 젊은이들이 많지만 나이 든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환호성을 지른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이다. 10시경 끝나고 많은 인파와 함께 나오며 이 열정으로 코로나 팬데믹도 잘 이겨나가기를 바랬다.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은 이미 개장되어 이번 체전으로 그동안 침체 된 지역 경기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주요 관광지는 3년 만의 특수를 누렸다는 소식이다. 16, 17일에는 환동해의 중심 해양레저도시 포항을 즐기기 위해 카이트 보딩, 윈드서핑, 수상 오토바이 챔피언십 경기가 영일대를 비롯한 여러 해변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답답했던 일상이 풀리자 시민들은 좀 해이해진 듯한 마음으로 즐기는 듯 버스킹 무대에서는 한여름 밤의 연주를 듣는 시민들이 모여있는 풍경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또 26일부터는 2년간 열리지 못했던 프로 야구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의 3연전이 포항구장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렇게 대규모 경기와 공연, 축제 등이 펼쳐지고 있고, 7월 초 500명이던 경북 확진자가 이번 주 3천명, 포항 550명을 넘어 6차 유행이 심히 걱정된다.4일간 종목별 경기장에서 투혼을 불태운 결과 포항이 종합우승하며 ‘더 큰 포항, 위대한 도약’을 이루기 위한 날개를 폈다. 이번 도민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힘찬 마음으로 응원하자. ‘힘내라! 경북, 그리고 포항’.

2022-07-21

더위를 이겨나가자

윤영대 수필가 잠잠해지는 듯한 코로나19의 열기가 다시 일일 확진자 4만 명 대로 확산되면서 6차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변형인 BA.5는 면역 회피 특성이 있어서 방역 당국도 4차 접종을 확대해 50대와 18세 이상의 기저 질환자도 포함 시켰다. 지난 5월 초, 4만 명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다가 2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매주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해지며 입국자 격리면제와 국제선 항공편 증설이 주된 영향이라고 밝히고 유행 상황이 커지면 선별적 단계적 방역·의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전염병 유행의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민 각자의 건강 지킴이가 필요하다.15일은 유둣날(流頭節)이다. 24절기는 아니고 삼복과 함께 세시풍습 중의 하나로 신라 때 유래 됐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즉,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 씻고 청결하게 몸을 가꾸는 물맞이 풍습인데, 액을 떨쳐 버리고 땀띠나 더위를 막고 무병장수를 빌어온 ‘물마리’ 즐거움도 이제는 잊혀져가는 듯하다. 봄철 내내 농사지으며 쌓인 피로를 풀 듯 목욕을 하고 햇밀, 햇보리로 떡을 만들고 애호박 잘게 썰어 버무려 부친 밀전병 등을 나누어 먹으며 유두잔치를 벌였고, 참외와 수박, 국수와 떡, 수단(水團) 등을 사당에 올려 ‘유듀천신’하며 한 해의 풍년을 비는 농신제를 지내기도 했다.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 갯가나 계곡을 찾아 폭포 물에 열기를 씻으며 코로나 확산 우려의 마음도 씻어보자. 형산강은 포항을 씻으며 동해로 흘러드는 큰 강이다. 그 강변에 깨끗한 물놀이터라도 있으면 이 유듀절에 더 좋은 놀이터가 될 터인데….이제 삼복이 시작된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의 시작인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열흘씩 지나며 중복 말복이 되지만 올해 말복은 입추 전이 경일이라 한 칸 건너뛰는 월복(越伏)이다. 삼복은 중국 진·한 시대부터 유래 되었다는 사기(史記) 내용을 동국세시기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복날을 영어로 ‘dog days’ 즉 ‘개의 날’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했다. 우리가 복날 때 더위를 이기려고 개고기를 먹은 풍습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알아보니 마침 태양과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天狼星)가 같은 하늘에 떠오르는 이맘때쯤 옛 이집트 나일강은 홍수로 범람이 잦았고, 그래서 ‘시리우스의 분노’라고 하며 개를 상기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의 복(伏) 자에도 개가 사람 옆에 있는 모습이다.삼복날은 개고기를 파 넣고 끓인 보신탕과 닭을 인삼과 함께 삶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는데, 88올림픽 이후 보신탕이 혐오식품이 되었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야만인’ 발언으로 논쟁이 일었고 개 식용금지가 동물보호법이나 개도살금지법 등으로 공론화되면서 줄어들고 있다.삼복,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린 계절에 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끓게 만드는 코로나 열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니 각자 나름대로 보양식 먹으며 건강하게 이 계절을 이겨나가야겠다.‘유둣날 비가 오면 사흘 온다’는 속담처럼 이제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2022-07-14

젊은 영재들이 이룬 영광

윤영대 수필가 무더워지는 여름날, 마음 시원한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계 수학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허준이 석학교수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Fields)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인의 천재성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 필즈상은 1936년 제정되어 4년마다 수학계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젊은 학자에게 수여해 왔으며 이번 수상은 한국인 최초의 일이고 한국수학계의 쾌거이다. 허 교수는 50여 년간 난제로 알려진 ‘리드 추측’ 등 10여 개 문제를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이용하여 해결하였고, 국제수학연맹(IMU)이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최고등급인 그룹5로 격상시킨 것도 우리의 자랑이다.허 교수는 어릴 때,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힘들어해서 대학교수였던 부모님이 많이 좌절했고 청소년기에는 시인과 기자를 꿈꾸었다고 하지만, 대학 때 자신을 만족시키며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수학자의 길을 택하고 꾸준히 스승과 친구들과 공동의 관계를 유지하며 수학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기쁜 소식은 또 있었다. 지난달 18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지휘자가 눈물을 훔칠 정도의 뛰어난 연주로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이 콩쿠르는 1962년 시작되어 4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2017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우승한 후 2연속 우승이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임윤찬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18세 학생으로 이 대회에서 청중상, 신작 최고연주상 등 2개 부문 특별상도 받았다. 7세 때 태권도 대신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여 신동, 천재로 불렸으며 15세 때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해당 음악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고 좋은 스승을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 결과라고 한다.체육계의 기다렸던 경기장면도 있었다. 우리나라 축구계의 왕자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 프리미엄 리그(EPL)에서 시즌 최다 23골을 넣어 득점왕의 골든 부츠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모습은 경기장에 모여 함성을 보낼 수 없었던 우리에게 시원한 낭보였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SV 팀에 입단 후 꾸준한 활약으로 경기장을 누비며 골을 넣을 때마다 그의 특유한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환호하는 모습은 그가 축구를 시작했을 때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혹독한 기본훈련을 잘 이겨내었던 덕분이지 않을까.‘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처럼 세계 1인 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꿈을 위한 강한 의지로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밑바닥엔 부모님의 소망과 믿음이 담긴 격려와 자상한 사랑의 교육이 깔려있는 것은 물론이다. 젊은 영재들의 생각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고양시켜 이 나라를 ‘동방의 등불’이 되게 하자.

2022-07-07

일찍 에어컨을 켰다

윤영대수필가 봄 가뭄이 길게 이어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다가 6월 하순 느닷없이 때 이른 장마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텃밭에 물을 자주 주지 못한 탓에 상추잎은 힘이 없고 풋고추는 쪼그라들어 안타까웠는데 단비 소식이 고맙지만 폭우를 동반한 강풍까지 불어온다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국지적으로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보되고 습도도 높아져 열대야가 찾아왔으니 이제 진정 여름이 온 모양이다. 벌써 대구, 강릉은 낮 기온이 33℃를 넘었고 올여름 폭염은 바닷물의 고온 현상으로 7월부터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한줄기 폭우라도 쏟아져 땅을 식혀주면 좋겠는데 이곳 포항 동해안 지역은 찔끔찔끔 뿌려주고 간다. 어저께 시골집 텃밭에 물을 주고 집에 들어오니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에, 미루어 왔던 마음을 접고 거실 한구석에 있는 에어컨을 켰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 없는 여름,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맞구나. 부채를 부쳐 얼굴의 땀을 말리기도 하겠지만, 기온 상승과 폭염 일수 증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전기사용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번 달부터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겠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급등으로 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 LNG로 대체하며 입은 손실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을 분기당 3원이던 것을 7월부터 5원으로 인상하면, 4인 1가구의 평균전력사용량 307kWh 경우 1천535원 증가하고, 월 1천300kWh인 소상공인은 6천500원, 중소기업과 공장운영에는 그 2배의 인상된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 사용이 급증하게 되고, 현재 한전의 전력공급능력 약 9천500만kW 중 8천300만kW를 사용하여 예비율 14.5%인 상황이 10% 아래로 감소할 경우 전력 대란도 염려된다. 도시가스도 MJ(메가 쥴)당 1.11원 오르면 가구당 평균 월 2천220원가량 증가하게 되며 4인 가구의 전기·가스료는 약 4천원이나 인상된다는 것이다.이뿐만 아니다. 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정부 통제가 가능하지만 상하수도, 시내버스와 택시 등 교통요금은 지자체 권한이기에 이들 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물가도 24년 만에 6% 인상이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는 필수이니만큼 그 정책을 잘 세우고 공급여건을 잘 확보해 나가야 한다.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몸의 온도를 낮추려니 에너지비용의 증가로 마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온종일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도 있다. 문 여닫는 횟수를 줄이고 필요 없는 조명도 끄자. 폭염이 덮칠 여름, ‘전기는 풍족하게 쓰되 결코 낭비는 하지 말자’

2022-06-30

누리호, 우주의 길을 열다

윤영대 수필가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순수국내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자랑스러운 누리호(KSLV-Ⅱ)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3-2-1-엔진점화-이륙’…. 하얀 연기와 황금빛 불꽃을 내뿜으며 남해의 푸른 바다를 힘차게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마음 가득 환호를 외쳤고 12년간 쌓은 노력으로 난관을 뚫고 개발해온 항공우주연구소 관계자들의 가슴에는 벅찬 기쁨을 안겨주었으리라.약 2분 후 60km 상공에서 1단 엔진을 분리한 후 하얀 점을 남기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매분 수십km씩 솟아오르며 단계적으로 추진체와 덮개를 벗어버리고 15분 후 드디어 700km 상공에 도달했다. 이어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마지막으로 위성모사체를 초속 7.5km로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발표를 듣고 모두 안도했다.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이 된 역사적 꿈을 이루었다. 참으로 뿌듯하다. 30여 년간 쌓은 한국우주항공기술의 결정체가 천공(天空)을 뚫고 우주탐사전을 펼친 것이다. 지금 누리호는 지구궤도를 하루 14.6바퀴씩 돌면서 남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누리호에는 카이스트 등 국내 4개 대학이 제작한 4개의 큐브위성이 실려있다. 1주일 후부터 하나씩 우주 궤도에 내려놓으며 우리의 꿈을 위한 새싹을 심겠지. 아무쪼록 각각의 임무가 잘 수행되기를 바란다.누리호는 연소 불안정과 추진탱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작년 10월 1차 발사를 했으나 마지막 궤도 진입에 실패하였고 이번에도 기상문제와 기체이상 발견으로 두 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2027년까지 약 6천9백억을 들여 4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 있다 하니 항공우주청의 설립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총 중량 2백 톤, 성인 약 3천 명의 무게에 총알의 10배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기 위해서 37만 개 부품으로 제작되었는데 300여 민간업체의 기술이 합쳐진 것이다. 미래 우주산업은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며 선진 각국도 민간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바 우리도 그 꿈을 넓혀야겠다.90년대 초 우리별 1, 2호가 영국 기술을 보태고 프랑스제 아리안 로켓을 빌려 타고 먼 중남미 기아나 우주발사장에서 발사된 지 30년, 우리는 드디어 우리기술로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남해 고흥반도의 끝 외나로도에서 우주로의 길을 연 것이다. ‘고흥 나로도’라는 지명과의 인연도 기묘하다. 높을 고(高), 일어날 흥(興)에 ‘날다’의 발음과 비슷한 섬 이름…. 우주센터 후보지 11개 중에서 발사 각도와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는데 포항과 울산도 후보 지역으로 나섰다고 한다.높이 일어설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 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싣고 우주의 길을 연 누리호의 성공을 빌며 외쳐본다. 누리호 만세!

2022-06-23

청와대, 국민 품으로

윤영대 수필가 지난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돼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기능을 가지고 ‘대한민국 권부의 심장’으로 숨겨져 왔던 대통령궁이 74년 만에 그 비밀의 문을 연 것이다. 가보고 싶었지만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당첨되어야 했기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단체 관광 기회가 있어 기꺼이 따라나섰다.이른 아침 출발하여 정오가 지나 청와대 분수를 돌아 도착해보니 일요일이라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입장은 세 곳 정문과 춘추문, 영빈문인데 우리는 영빈문으로 갔다. 안내원이 일일이 인원수를 확인하여 들여보내 주어 경복궁 후원이었던 넓고 깨끗한 뜰로 들어가니 오래된 현대식 건물인 영빈관이 단정하게 손님을 반긴다. 대규모 회의와 국빈영접 등 행사를 했던 곳이다. 10여 분을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하여 덧신을 신고 대접견실에 들어서니 정면 중앙벽에는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둥근 천정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화려하고, 원형 테이블 3개와 태극기만 있을 뿐 한국적 맛을 느낄 장식과 시설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사진만 찍고 나오니 벽면 아래쪽 박정희 대통령의 ‘머릿돌’ 글씨가 선명하다. 다음에 본관을 보려고 뒷문을 빠져나가 보니 긴 행렬이 이어져 있고 그 끝이 구 본관이 있던 수궁(守宮)터다. ‘천하제일복지’라는 비석 앞에서부터 약 45분 정도 구불구불 따라 걸으며 신비로운 소나무와 벙커도 곁눈질하며 대정원에 들어서니 푸른 기와와 전통 목조 구조의 궁궐건축 양식이 아름다운 본관이 북악산을 머리에 이고 위엄이 있다. 1층 로비 입구에서 덧신을 신고 붉은 카펫을 따라가며, 임명장을 수여하던 충무실과 유백색 벽에 커다란 ‘통영항’ 그림이 걸려있는 인왕실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대통령 집무실은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너무 크다. 텅 빈 책꽂이와 책상 위에 몇 권의 책이라도 놓였으면…. 황금색 벽면과 천정이 화려한 접견실도 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영부인 집무·접견실인 무궁화실을 들여다보니 역대 영부인 11명의 사진이 걸려있어 유일한 볼거리다. 다 보고 나오니 15분 걸렸다.시간은 빠듯한데 허전한 마음에 구경욕심이 발동하여, 바로 관저로 향하는 일행을 빠져 나와 북악산 등산로의 계단 길을 뛰어올라 미남불이라는 석조여래좌상과 이승만 대통령의 현판 글씨가 멋진 오운정(五雲亭)을 보았다. 숲 위로 광화문 풍경이 보이는 오솔길을 내려오니 땀이 흠뻑 하여 작은 연못 속 돌에 동전 1개를 던져보았다. 마지막으로 관저에 갔는데 줄을 서지 않아 바로 인수문(仁壽門)으로 들어갔다. 전통한옥으로 침실, 주방 등이 있으나 들어가 볼 수는 없고 한 바퀴 돌며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았다. 대통령 부부가 살기에는 넓은 것 같다.부근의 침류각(枕流閣)도 둘러보고 춘추문으로 갔더니 헬기장에는 천막이 늘어서 있다. 이어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정원인 녹지원을 지나며 아름드리 반송과 소나무 숲속의 상춘재(常春齋)를 멀리서 보고는 정문을 나와 청와대를 되돌아보았다.앞으로 잘 가꾸어 아름다운 공원과 역사박물관 등 국민을 위한 역사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2022-06-16

잊혀져가는 길, 형산목

윤영대 수필가 그저께 경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강동 지나며 유강터널을 앞에 두고 갑자기 생각난 듯 좁은 옆길로 내려오니 조용한 정원이 있었다. ‘형산강 역사문화 관광공원’이라 적당한 장소에 주차하였다. 나무와 꽃, 벤치가 있는 풍경에 마음이 끌려 잔디밭 길과 나무다리 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이곳을 지나던 옛 기억이 어렴풋하다.천년고도 경주를 지나며 160리길 흘러온 형산강물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 포항으로 얼굴을 내미는 이곳을 경주시 강동면의 ‘형산목(項)’ 또는 ‘형산미기’로 불렀다. 둘러보니 소나무 느티나무 주목이 서있고 개나리 영산홍 백철쭉은 봄엔 활짝 피었을 테고 구절초 금계국 등 많은 풀꽃도 있다.팔각정이 아담한 ‘관이금이 마당’에는 할머니 등에 업힌 아기가 잠자고 있는데 바로 유금(有琴)이다. 신라 때, 김부대왕이 죽어 큰 구렁이가 되어 들에 엎드려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지나칠 때 유금이라는 영리한 아이가 “아! 용님 나오신다”라고 외치자 그 용은 형제산을 형산(兄山)과 제산(弟山)으로 갈라 물꼬를 트고 승천하였고 이를 기려 이 들판을 ‘유금이들’이라 했다는 전설을 되새기며 데크를 걸어가서 ‘이문대’에 오르니 황금빛 보부상 동상이 부조장터의 얘기를 들려준다.공원을 나와 기억 속의 길을 가려는데 안내판에 동강서원(東江書院)이 있다고 해서 방향을 틀어 마을로 갔다. 형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숲속에 서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경북기념물 제114호인 동강서원은 숙종21년 우재 손중돈을 향사(享祀)하기 위해 세웠고 23년 전 복원된 탁청루가 시원스럽다. 사원 왼쪽에는 특이한 3층 구조의 오백나한전이 있는 마룡사(麻龍寺)가 있어 잘 꾸며진 뜰을 둘러보고 나오며 앞 벌판을 건너다보니 30년 전 태풍 글래디스가 퍼부은 폭우로 물에 잠겼던 도로를 자동차로 건너려다 포기하고 되돌아 왔던 기억도 있다.제산의 발밑을 돌아 옛 7번 국도를 돌아드니 이 좁은 2차선 도로를 철강제품을 엄청나게 실은 대형 트럭들이 어떻게 달렸을까 신기하다. 이제는 넓게 뚫린 유강 터널길에게 그 역할을 넘기고 한적한 강변도로가 되어 차들도 이따금 지나고, 나란히 가는 자전거길 16km는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뽑혔다.포항 입구 거대한 육교와 대교가 엇갈리는 곳에 유강 건널목이 있고 흰 돛배 형상의 쉼터가 있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자명 열차사고’ 추모비가 있어서이다. 1973년 5월 16일 대구발 직행버스를 타고 오던 나는 봄비가 내리는 아침, 그 사고현장을 지났다. 학교 가는 학생들로 만원이었던 버스가 동대구행 비둘기호에 부딪혀 하천으로 추락하여 85명이 참변을 당했던 엄청난 교통사고…. 그 날 시내 병원으로 실려가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이제는 이 형산강변에 철 따라 예쁜 꽃들이 피고 철새들의 날갯짓도 힘차다. 잊혀져가는 ‘형산미기’길을 참 오랜만에 지나보며 희미한 옛 기억을 되살려본 하루였다.

2022-06-09

지방선거도 끝났다

윤영대수필가 6월이 시작되는 첫날, 그동안 3월의 대선과 더불어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전국지방 선거가 끝났다. 선거법 34조에 임기종료일 전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1일이었기 때문이다. 투표 마감 시간 조금 전에 아파트 내의 경로당 투표소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투표용지 3장을 받았다. 도지사, 시장, 교육감 난에 도장을 찍어 투표함에 넣고 나니 또 4장을 준다. 도의원, 시의원, 도·시의원 비례대표용이다. 색깔이 모두 다른 것은 아마도 개표할 때 쉽게 분류하기 위한 것 같다.밤 9시쯤 개표방송을 보니 전체 4천430여만 명 유권자 중 50%를 겨우 넘겨 약 2천215만 명이 투표했는데, 지난 대선 이후의 피로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불화 등으로 인한 진보와 중도 유권자의 이탈 및 국민의 힘 보수층의 투표 포기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대선 때의 투표율 77.1%에 비하여 50% 정도로 떨어진 것은 약 1천만 명이 투표하지 않은 것이며, 특히 2030세대의 무관심이 중요 원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7회 지방선거 때의 60.2%보다 10% 적은 셈이다. 사전투표율은 전국 20.6%로 역대 최고였는데, 경북은 23.2%로 4위, 대구는 14.8%로 꼴찌여서 투표율에 비상이 걸리고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했다.이번 선거의 핵심은 9개 도와 8개 광역시 등 모두 17개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인데 현 여당인 국민의 힘이 12곳,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곳을 차지했다.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와 반대로 2곳과 14곳이었고 지난 대선 때 지지율은 10곳과 7곳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더 많은 차이가 난 것을 보면 지난 정부의 실정 탓인지 새 정부에의 믿음 때문인지 민심을 다시 읽는 자세를 가져야겠다.연령대별 지지 후보를 보면 2030세대는 남자가 국민의 힘, 여자가 민주당을 더 지지하고 있어 같은 세대별 남녀 지지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또 60대 이상은 국민의 힘에 60% 이상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전국 당선자 상황을 중계하는 TV화면을 보면 지역별로 지지하는 당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갈려져 있어 지방선거는 역시 인물보다는 지지 정당의 선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곳은 대선에 출마했던 두 후보가 나온 선거구이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뜻했던 바를 이루었으니 국민에게 언약한 바를 꼭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대구경북의 무투표 당선에는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37명, 기초의원 11명이나 되며 거의 국민의 힘 후보이니 지역에 따른 편중이 너무 심하고, 당 차원의 공천을 받지 못하는 경우 무소속이 난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권자 과반이 국정의 안정을 택했고 정권에 대한 평가가 이번 지방선거의 표심을 갈랐다고 보여진다.이제 국민의 마음을 얻은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이 선출되었으니 모두 뜻을 합쳐서 더욱더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어 가길 바라는 바이다.

2022-06-02

선거 홍보용 폐기물

윤영대 수필가 6월 1일 실시되는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이 불룩하게 넣어진 우편 봉투가 배달되어 왔다. 봉투 겉면에 ‘은닉·훼손하거나 무단으로 가지고 갈 경우 공직선거법 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 받게 된다’고 되어 있다. 뜯어보니 고급 용지에 후보자들의 얼굴과 이름, 공약 등이 인쇄된 책자형 선거공보물이다.선거구마다 후보가 다르겠지만 우리 선거구에는 도지사 2명, 시장 2명, 교육감 3명과 함께 도의원 2명, 시의원 5명이다. 그리고 도의원과 시의원 비례대표 홍보물 8건도 있어 전체 78장이나 된다. 칼라 인쇄된 책 한 권인 셈인데 이번 선거에는 2천324개 선거구에 4천132명을 선출해야 하니 가정마다 1개씩 보내면 그 수량도 엄청나서 5억 부가 넘는다고 한다. 첫 장을 넘기면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가 있어 읽어 보았다. 인적사항, 재산 및 병력, 세금납부 현황이 있지만 그 작은 글씨를 다 읽어 볼 마음도 없다. 인터넷 ‘정책·공약 마당(policy.nec.go.kr)’에서도 확인 가능하다고 한다.인쇄물은 재활용도 어렵고, 올해에는 두 번의 선거로 그 폐기물만으로 약 2만8천여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거라고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예측하는데, 이들 종이 1t 생산에 30년생 나무 17그루가 베어져야 한다며 온라인 홍보, 재생 종이 사용, 규격과 수량 제한 등을 주장하고 있다.어디 이뿐이랴. 길거리마다 어지럽게 걸린 선거용 현수막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만 약 13만8천여 장의 현수막이 걸릴 것이라는데 1장 크기를 10㎡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나 재질 또한 천이 아니고 폴리에스터 성분의 화학섬유이며 소각 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더구나 2018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읍면동 당 현수막도 1개에서 2개로 변경되었고, 선거 후 지체 없이 철거해야 하니 이 막대한 선거폐기물을 처리할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실시해 각 지자체는 사업체를 선정하고 친환경 가방(에코백), 시멘트 소성용 연료, 우산 등을 만들어 ‘새활용’이라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시도하고 있으나 환경단체 조사로는 약 24% 정도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자료에는 21대 총선 후 발생한 전국 1천739t의 폐현수막 재활용율을 보면 경북은 4.8%로 최하위권이다.이 밖에 선거운동원들의 선거복과 어깨띠는 선거 후 입게 되면 정당명과 후보 번호가 있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또 코로나 방역을 위해 투표 시 사용된 비닐장갑을 쌓으면 63빌딩 7개 높이라니 폐기물 없애자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가 거론될 만하다.나라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의 홍보를 위해 선거축제를 하듯 현수막은 필요하겠지만 한번 쓰고 버려질 종이나 천의 사용은 막대한 경비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하다.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여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2022-05-26

대나무꽃을 보았다

윤영대수필가 대나무가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꽃을 보았다. 그것도 바로 우리 집 뒤뜰 작은 언덕에서…. 60~100년 만에 한 번 핀다는 그 ‘신비의 꽃’을 보았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다.기계 읍내를 조금 벗어난 ‘소금실’이란 한적한 마을 안쪽에 작은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퇴직 후 조용히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면서 마음을 닦으려고 마련한 집인데, 봄이면 예쁜 꽃들이 피고 특히 울창한 대나무 숲은 사철 푸른 잎새의 기운을 불어주는 곳이다. 그런데 초록의 장막을 높이 두른 듯 하늘대던 대나무 숲이 작년 봄, 이맘때쯤인가 왠지 생기를 잃고 눈에 띄게 누렇게 변해갔다. 5월이면 초록색이 더 짙어 보여야 하는데 엷은 연두색이었다가 누렇게 또 갈색으로 변해갔었다. 비탈진 언덕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사군자(四君子)를 그릴 때면 힘있게 표현되는 잎들 대신에 털이 부숭숭한 모습이다.대나무는 뿌리가 땅속으로 뻗으며 번식하는 것이기에 어디서 새로운 품종이 기어들어 왔나 염려도 되고 갑자기 무슨 병이 들었나 하고 의심하며 바라만 봤다. 그런데 해가 지나고 이번 봄에도 새잎들이 돋아나지 않아서 가까이 가보니 줄기도 누렇게 말라서 모두 죽어가고 있었다. 몇 개를 베어 눕혀보니 보리가 마디마디 엉겨 붙은 듯 잎새가 이상하다. 뭘까? 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대나무꽃이라고 한다. 아! 대나무도 꽃이 피는가? 처음 듣는 이야기고 또 꽃이라면 예쁘고 올망졸망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전혀 아니다.대나무는 외떡잎식물로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목질이 단단하여 나무라고 한다. 특히 대나무가 한번 꽃을 피우면 그 줄기와 땅속뿌리가 죽고 따라서 숲 전체가 죽게 되는데, 이후 숨은 눈이 자라서 다시 죽순을 올리고 숲 회복에는 10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도 알았다, 땅속뿌리로 번식하니 씨앗이 필요 없겠지만 자연현상으로 또는 토질환경으로 영양분이 모자라서 더 자랄 수 없을 때 꽃피우고 씨앗을 퍼뜨린다는 것이라니 생존의 본능일까. 이렇듯 한 번 꽃피우고 죽기에 꽃말은 정절, 지조, 절개 등이지만 우리는 두 가지 정반대의 해석을 택하고 있다. 하나는 번식과는 무관하게 수십 년 만에 개화하여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반면에 꽃피면 한꺼번에 모두 죽어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재난을 염려하는 말들도 있다. 대나무 꽃에 대한 운명의 해석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의 하나이고 온실가스 흡수량도 소나무의 약 3배이며 다양한 건강효과를 우리 몸에 준다고 하니 대나무꽃을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자. 옛날 질병과 가뭄을 사라지게 한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전설처럼, 대나무꽃이 무리지어 노래하니 이제 코로나 역병도 사라질까. 꽃 지면 열매도 맺히리니 그 먹이 찾아 봉황도 날아오겠네.근래 전국 곳곳에 대나무꽃이 핀 소식이 들린다. 국가에도 가정에도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2-05-19

다시, 대한민국

윤영대수필가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광장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4만여 명의 국민이 참석한 가운데 21발의 예포가 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의 재건’을 천명하며 취임선서를 하는 국회의사당 전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취임 슬로건이 선명하게 걸려있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어떻게 벗어났었는지 ‘다시’라는 말의 의미를 되씹어보았다.그날 오후 경축연회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승리의 날’이라며 외친 자신감을 가지고,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을 향후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다지면서 실행했으면 한다. 이번 취임사에서는 ‘자유’라는 말을 35회나 언급했다고 하니 그의 생각에는 이 나라가 자유와 인권이 많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슬로건과 함께 그려진 태극 문양을 닮은 엠블럼은 바로 전통 매듭인 ‘동심결(同心結)’을 형상화한 것으로 다짐과 약속의 상징이며 통합을 뜻한다고 하니 국민통합을 이루는 밝은 정치를 기대해 본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하여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하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제를 정치, 경제, 사회, 미래, 안보외교, 지방시대 등 6개의 국정 목표로 나누었는데,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이다. 이 방대하고 세밀한 정책을 5년 만에 다 이룰 수 있을까? 그러나 전임자의 실정을 보아 온 우리는 희망을 갖고 응원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걸었었는데 자신의 약속이었던 평등과 공정, 정의를 못다 이룬 정치로 결과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원래의 뜻한바 그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엉망이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아니냐는 우스개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희망의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하며 ‘통합과 전진-국민의 삶 속으로’를 외쳤지만 갈라진 주위로 인해 탄핵을 당하지 않았던가.이제 74년간 국정 운영의 중심지였던 청와대의 역사는 마감되고 용산 시대의 막이 올랐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신임대통령의 철학을 믿고 그 꿈을 이루도록 빌자.‘어린이가 꿈꾸고 상상하는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을 보여주려고 취임식장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하였으니 부디 취임사에서 말한 꿈을 이루어 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2-05-12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

윤영대수필가 이번 5월 5일은 제100회 어린이날이다. 1923년 일제 강점기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그해 5월 1일 ‘색동회’를 주축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 해방선언’을 했었다.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들에 대한 애호 사상을 앙양하기 위한 외침이었다. 즉, 윤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완전한 인격으로 예우하고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시켜 14세 이하는 노동을 강요받지 않고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를 바랐다.그 후 1957년 5월 5일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포되었고 2016년 ‘아동권리 헌장’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선언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어린이 미래를 표방하며 건강, 교육, 놀이와 노동에 대한 사회 보장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진취적 기상을 갖추도록 하였다.UN 아동권리협약에도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학습과 경쟁의식으로 어린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우리 민법에는 ‘부모가 자식을 보호 또는 교양(敎養)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그 징계권을 삭제하였지만 근래 들어 매년 아동학대 사건이 3만여 건, 사망이 40여 명이나 발생하여 제재의 강화뿐만 아니라 아동권리에 대한 부모나 사회의 인식이 필요하며 폭력적 자녀 양육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어린이는 일반적으로 6~13세 아동을 말하며 단순한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주체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 70%가 학원이나 과외 공부에 불만이고 또 16% 이상이 숙제나 부모의 간섭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9~17세 대상으로 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최고를 위해 강요하는 경향이 큰 교육방식으로 인해 ‘한국의 어린이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이다.소외 아동, 무연고 아동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어린이 주간에는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등 사회의 여러 복지단체에서는 각종 후원금을 모아 기부하기도 하고 각종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행복과 사회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아동기에 행복을 모르면 평생 행복을 모른다’는 말처럼 어린이들에게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역경을 헤쳐나가는 힘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 어린이들을 비하하는 언어폭력을 삼가고 늘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존중하는 말을 나눔으로써 부모의 가정교육과 함께 참된 공교육을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이 없는 사회를 만들도록 국민 모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어린이가 없는 곳엔 천국이 없다’는 영국 시인 스윈번의 말을 되새기며 이제 코로나 방역도 어느 정도 해제됐으니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 마음에 더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어야겠다.

2022-05-05

폐기물의 재활용

윤영대수필가 봄은 이사 철이다. 대단지 아파트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대형 크레인이 설치되고 이삿짐센터 트럭이 와서 이삿짐을 싣고 내린다. 이사 후, 쓰레기장에는 값비싼 장롱부터 탁자, 침대와 가전제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언뜻 보면 모두 쓸만한 것들인데 다 폐기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산 폐기물 딱지를 붙여둔다. 버릴 때 돈도 들지만 중요한 것은 분리배출이다. 나무 금속 등은 재가공 처리되어 중고품이 되고 종이와 비닐류는 재활용될 수 있다.국내 폐기물발생량은 연간 약 1억9천5백만 톤, 그중에서 사업장 폐기물이 약 2천만 톤이고 건설폐기물은 약 1천만 톤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각하거나 매립하겠지만 이제 소각시설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고 대도시 인근 매립장은 소각 후 남은 재만 선별하여 묻어야 한다. 따라서 폐기물 재활용방안이 여러 분야에서 연구 시행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시멘트산업 분야에서 생산원료인 석회석을 제외한 부원료와 연료에 폐기물 680만 톤을 재활용하는 등 순환율은 23%를 이루었다지만 독일 68%, 유럽연합(EU) 46%에 비하면 아직도 적은 수치다.‘폐기물관리법’이 1986년에 제정되어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개정되어 오면서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친환경적으로 처리하여 환경보전과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는데 국민의 생활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생활 쓰레기 중 가장 골칫거리가 플라스틱과 비닐류 물품들이다. 플라스틱은 석유 추출 고분자 화합물인 합성수지이며 염산과 황산에도 녹지 않고 5백 년간 썩지도 않는다니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매년 세계적으로 수천만 톤이 생산되는 폴리에틸렌은 투명도와 단열성으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며 아무렇게나 버린 조각들이 바다를 떠돌며 전 세계 거북이들의 반 이상이 삼키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깝다.우리의 실생활에서 무심히 버리고 있는 쓰레기 중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재활용될 수 있는 것이 페트(PET)병과 종이컵이다. 페트병은 생수병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며 페트병 환급제도를 위한 조사보고서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거율이 85%이지만 재활용률은 10% 이하라고 하니 버릴 때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과 혼합되지 않도록 하고 이물질도 씻어내고 부착물도 떼어내어 재활용이 쉽도록 해야 한다.1회용 컵도 마찬가지이다. ‘컵 보증금제’라는 제도를 마련하여 커피 열풍으로 엄청나게 소비하는 종이컵도 함부로 버리지 말고 회수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실시할 예정이다. 연평균 230억 개가 사용된다고 추정되는데 그 회수율은 1.5%에 불과한 것은 재활용 방법의 홍보가 미흡한 탓일까? 종이컵은 안쪽이 비닐 코팅이 되어 있어 종이가 아니다. 플라스틱 뚜껑과 분리하고 모아서 버리면 휴지의 원료로 재탄생하는 자원이 될 수 있으며 소각할 때보다 온실가스를 66%로 감소시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