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의 충격은 누구보다 배구를 아껴온 팬들에게 매우 크다. 생각지 않은 조작 파문으로 전·현직 선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두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온통 흐려놓듯이 소수의 일탈자들이 프로배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일거에 나락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군인팀인 상무가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지탄받자 국방부도 궁지에 몰렸다. 상무팀 해체론이 국방부 안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승부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배구연맹 역시 지난 11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상무의 올 시즌 잔여경기를 모두 부전패 처리키로 하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뒤늦은 수습 움직임을 망연하게 지켜봐야 하는 팬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프로스포츠계의 파문은 가라앉기는커녕 현재 확대진행형이다. 배구연맹 측은 검찰에 소환되지는 않았지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선수가 4~5명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1일 대국민사과문 발표 때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검찰은 정황이 포착된 선수 10여명을 곧 소환할 태세다. 승부조작에는 여자 선수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일파만파로 번진 조작파문은 자정결의와 무관하게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야구와 농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증언이 흘러나와 프로스포츠계 전체를 뒤흔들 개연성마저 있다. 수사당국은 스포츠계에서 유사 사례가 재발할 소지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발본색원의 각오로 나서주기 바란다. 아울러 스포츠계도 자신의 상처와 치부를 숨기기보다는 명명백백하게 드러냄으로써 이번 기회에 근본치유를 하고 새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