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여태껏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이른바 `깜깜이 인사`의 부작용으로 총리를 비롯해 핵심 부처의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후보자들을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이번 인사 참사의 일차적 책임은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나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있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 방기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당시 보여준 모습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때로는 대통령을 설득해가며 야당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유연한 협상을 벌였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원안 고수` 지침에 갇히면서 수동적 자세에 머물러 당 지도부는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루한 여야 대치끝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에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새 정부는 장기간 국정 파행을 겪었다. 민주통합당의 `발목 잡기 탓`이라고 비난할 순 있어도,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이제라도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해야 한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되, 과반 의석을 지닌 원내 다수당으로서 대통령이 `독주` 할 경우 때론 견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거수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견제는 야당만의 역할이 아니다. 그러려면 국민과 소통해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야당을 명실상부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야당을 상대하게 되고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지금 북한의 도발 위협과 경기 침체, 빈발하는 안전사고, 인사 참사 등이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여당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