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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에 따뜻한 미소를

등록일 2013-05-29 00:08 게재일 2013-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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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대체로 `감정노동자`들이다. 괴팍한 성격을 가진 고객도 접하고, 덮어놓고 시비를 걸기로 작정한 악성민원인도 만난다. 응급실 근무 의사 간호사, 취객을 상대하는 경찰관, 화재 현장의 소방관, 백화점 점원, 공항 발권창구 여직원, 정부 민원 안내콜센터 상담사, 사회복지직 공무원, 광고 홍보사 직원 등등. 아무리 화가 나도 속으로 삭여야 하고, 상대가 험한 말을 해도 웃는 얼굴로 응대해야 한다. 예전 며느리 처럼 못된 시어미 구박에 죽은 듯이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스트레스가 쌓여 화병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 안내콜센터 상담사들은 100건 중 1~2건은 악성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는다. 입에 못 담을 욕설을 퍼붓고, “사지를 찢어 갈겨 죽이겠다”는 따위의 가슴에 피멍 드는 폭언을 퍼붓는 자들도 있다. 고의로 약을 올려 부화를 돋구는 자들도 있는데, 맞대응하다가는 반드시 꼬투리를 잡아 문제를 일으킨다. 근무 초년병들은 종일 눈물 마를 새 없지만 고참이 되면 차츰 능구렁이가 돼간다. 참아내고 삭여내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가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을 때는 골방에 들어가 실컷 울고 나온다. 항공권 발권 창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각자 혼자만 아는 공간에서 한참 울고 나온다.

병원 응급실에는 가끔 조폭들이 피투성이 환자를 데리고 오는데, 빨리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고 의사 간호사에게 폭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술에 취한 상태라 하지만 치료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백화점 점원들은 종일 서서 근무하느라 몹시 피곤한데, 거기다가 악덕 고객을 만나면, 수도승이나 성인군자가 아닌한 참아내며 웃는 얼굴을 보이기 어렵다. 폭언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야간 취객을 상대하는 경찰관들도 `성질`을 못 낸다. CCTV에 찍히면 문책을 당할 수 있다.

근래 들어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봉사를 천직으로 아는 공무원들이 무슨 사연 있어 자살까지 하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성대 사회복지학과 배창환 교수팀이 대구시 사회복지직 45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을 앓는 비율이 소방직 30.6%, 경찰 33.3%인데, 복지직은 51.9%나 되었다. 또 중증 우울증에 걸린 비율도 복지직은 국민 평균보다 3배, 일반행정직보다 2.2배 높았다. 사무실에서의 민원인 소란, 심한 욕설, 동료의 죽음과 부상, 민원인의 협박 등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복지직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가장 고마운 공무원들이 가장 심한 고통을 받는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민원인들은 마음을 다시 먹고 `감정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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