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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비리는 `국치` 다시는 없어야

등록일 2013-06-10 00:19 게재일 2013-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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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원자력발전소 부품의 시험성적서 12만5천건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서 위조 등의 추가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해당 원전의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원전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유관업체 재취업 금지를 확대하고 민간 시험검증기관의 부품 검사결과를 재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비리 관련자의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의 원전비리 근절책 발표는 만시지탄이다. 정부의 발표에서 보듯이 우리의 원전산업은 원천적으로 비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위조부품 문제가 불거진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똑같은 비리가 암세포처럼 번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도 벌써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와 원전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앞두고 위조부품이 들어간 원전 가동이 잇따라 멈춰선 뒤에야 법석을 떨고 있다. 국민이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무더위를 견뎌야 할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정부와 원전당국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랴. 늦게나마 종합적인 원전 비리 근절책이 마련된걸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이야말로 원전 비리를 뿌리채 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으로 대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비리 재발 방지책 중 가장 중요한건 이른바 `원전 마피아`의 유착관계 근절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수력원자력 퇴직자 중 30%가 원전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니 서로 봐주고 적당히 눈감아주는 유착관계가 형성되는건 당연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생선이 온전하길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비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원전산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쳐야만 비로소 비리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원전 공기업 임직원의 재취업 금지를 확대하고 인적 쇄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대책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은 물론 예상되는 편법, 회피 사례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 유착 방지를 위해 부품 구매제도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품질 및 검증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전 비리가 드러날 경우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려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원전 비리는 분명히 뿌리뽑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고질적인 비리의 사슬이 하루 아침에 끊기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비리 근절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꾸준히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중장기적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 원전산업의 안전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원전당국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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