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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방지법`까지 있는 나라

등록일 2013-06-18 00:42 게재일 2013-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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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으면 무죄이고, 돈 없으면 유죄라는 말은 자본주의의 병폐중 하나를 지적하고, 법조계의 윤리를 비판한다. 최근에는 “돈 있으면 아무리 중죄인도 편하게 살고, 돈 없으면 고생이다”란 말이 유행이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란 농담도 생긴 모양이다. 청부살인죄를 저지르고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 특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한 한`사모님`이 있었다. 그녀는 국내 유명 제분업체 회장의 부인 윤모(68)씨였다.`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덕분에 죄인인 윤씨는 사모님 대접을 받았다. 이것은 불공평하다 해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면서 `사모님 방지법`이란 별명을 달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형집행정지를 결정하는 심사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이 골자다. 그`사모님`은 형집행정지 규정을 악용해서 호화판 병원생활을 했으니 이를 법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이런 법이 굳이 제정되지 않더라도 이미 있는 법을`법과 양심`에 따라 정확하게 적용만 한다면 아무 사고가 없다. 그러나`법도 돈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돈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조항을 끼워넣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행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는 일은, 돈 없는 서민의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무기징역 같은 중죄인의 형집행정지에 대해 검찰은 매우 엄격하다. 그런데 유명 밀가루 제조업체 회장의 사모님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무려 3차례나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복역중인 사람이 질병 등으로 교도소 생활이 어려울 때 일시적으로 석방해 병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인데, 수형자가 의사 진단서를 갖춰 신청하면 관할 검찰청 검사장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윤씨는 유방암 수술 명목으로, 백내장 수술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냈고, 그 후에도 파킨슨병, 전신쇠약, 두통, 현기증 등을 사유로 3개월 연장 3회, 6개월 연장 2회 등 5차례나 형집행정지 연장을 받아냈다. 특히 그녀는 세브란스병원 특실에 입원하면서 입·퇴원을 자유롭게 할 정도였으며, 도무지 교도소 수감자 같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판사인 사위와 이종사촌 동생 하모씨(당시 22세·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 재학중)의 불륜관계를 의심한 윤씨는 하씨를 청부살인했다. 그녀는 2004년 5월 대법원에서 살인교사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허위 과장 진단서를 이용해 4년간 대학병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해온 것이다. 판사 사위의 영향력과 많은 돈이 그녀의 자유를 뒷받침했지 않았겠는가.`사모님 방지법`은 남 보기 창피스러운 법이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윤리법`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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