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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5회 연임 실패, `자폭수`로 이어진 듯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3-07-09 00:21 게재일 2013-07-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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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스님 폭로 배경·전망<br>근거 제시 않아 검찰수사로 사실 확인 불가피<br>종단측·해당 스님들과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포항 오어사를 16년 동안이나 지켜오던 장주스님이 현 조계종 총무원 수뇌부를 향해 칼을 빼들고 나섬에 따라 불교계는 다시 한 번 큰 회오리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장주 스님이 기자회견에 앞서 대구지검포항지청에 자진 출두, 도박 실정을 상세히 진술하고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부처님의 뜻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자폭`함에 따라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장주 스님은 “조계종의 수행자로서 살아온 지난날의 과오를 뼈저리게 참회한다”면서 자신을 현장에서 다른 스님들과 함께 도박을 한 `파계승`이라고 못 박기까지 해 앞으로 도박승이라고 거명한 해당 스님들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장주스님이 이처럼 불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의 폭탄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지난달의 주지 연임 실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주 스님은 오어사 주지로 4회 16년 동안 재임했으나 지난달 5회 연임에는 실패했다.

조계종은 “천년 고찰 오어사의 관리가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며 새 주지를 임명했다. 실제 장주 스님은 주지로 있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을 여러차례 해 구설수에 휘말려 본사인 불국사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시의원과 도의원, 국회의원 선거에 잇따라 출마하는가 하면 `신비의 물`개발이란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수행자로서 보기 드문 행보를 보여 왔던 것. 주지 연임 실패는 이런 연유도 한 몫 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장주 스님은 주지 연임 실패후 격하게 반발하며 맞섰다. 특히 자신이 임용한 오어사 암자인 자장암 주지스님에게 조계종 호법부 스님들이 찾아와 주지 임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거래는 없었는지 등을 캐묻고, 자격에 결격사유가 있다며 오어사 적광스님을 밀어내고 암자를 접수하자 장주 스님의 저항은 극에 달했다. 이때를 전후해 지역 불교계에서는 조만간 무엇이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결국 장주 스님은 8일 기자회견을 감행, 조계종의 뇌관을 건드리기에 이르렀다.

장주 스님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도박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혼자만의 주장 일뿐 어떤 근거도 없는 상태다. 또 도박했다는 이야기만 나열돼 있을 뿐 사건 입증에 필수적인 날짜와 장소 등도 적시돼 있지 않아 검찰 조사에 따라 사실여부가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지난해 백양사 도박 사건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도박사건이 불거져 나와 불교계는 충격속에 빠져 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현 불교계를 움직이고 있는 11명의 스님을 실명으로 도박승이라고 공개해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불교계 전반에 미칠 파문이 적잖다.

장주 스님은 자신이 거명한 11명의 스님들과는 한때 중앙종회 부의장 자격으로 만나면서 막역하게 지내왔으나 이번에 주지 연임에 실패하면서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이제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주 스님의 기자회견이 울분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차기 총무원장 선거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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