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바람직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은 포스코-포항시 간의 협상이 원만한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과는 달리 포스코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기를 맞아 조직 통폐합 등 경영합리화를 단행하는 상황이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RDF사업을 먼저 시작한 부산시는 아직 시험가동중이어서 그 성패가 불확실하니 후발 주자들이 선뜻 뛰어들기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총 사업비 1천350억원 중 70%인 1천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8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에 `열쇠`가 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착한 적자론`이다. 비록 적자를 보지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면 적자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RDF사업이 힘겨운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착한 투자`차원에서 장기 저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에서만 협상이 진행됐는데, 경북도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태주면 한결 쉽지 않겠는가.
포항시는 2006년 이 일에 처음 나섰던 최규식 당시 청소과장을 복지환경국장으로 전보 발령해 진두지휘를 맡기고, 국장 과장 계장까지 총출동해서 포스코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상을 벌일 태세다. 이것은 RDF사업을 기필코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포항시는 장차 뭘 먹고 살 것인가”란 화두를 놓고 밤낮 고심하는 박승호 시장의 노력을 봐서라도 대구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생 차원에서 협력해주었으면 한다.
말산업은 이미 영천시에서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는데, 포항에서는 아직 환경문제에 걸려 매끈하게 추진되지 못한다. 양덕 승마장은 75% 진척된 상황에서 백지화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인데, 포항시의회 의원 출신 사업가가 곡강초등학교 인근 부지에 사설 승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제2의 양덕승마장`이 될 모양이다. 주민들은 악취와 인접 농경지 피해를 우려하며 포항시와 의회에 반대 진정서를 냈다. 무엇이 포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는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