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포항에서 가동중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그 길이가 170m인데, 생산된 빛의 밝기는 태양의 1억배 정도다. 그리고 새로 만드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길이가 710m나 된다. 길이가 길수록 빛은 더 밝은데, 4세대가 생산하는 빛의 밝기는 3세대의 100억배나 된다. 방사광가속기가 생산한 빛은 `물질의 내부를 관찰`하는데 쓰인다. 머리카락 두께의 수십만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물질의 내부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며, 분자가 결합하고 떨어지는 수십조분의 1초 순간을 연속촬영해 동영상처럼 만들 수 있다.
현재 이런 성능을 가진 방사광가속기를 소유한 나라는 미국, 일본 뿐이고, 내년 말이면 한국도 세 번째 보유국이 될 것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관측한 결과를 활용하면 혁신적인 신약이나 신소재를 만들 수 있다. 실제 미국 연구진은 특정 촉매물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됐다가 분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는데, 이 원리를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규명하면 자동차 배기사스를 더 많이 정화할 수 있는 촉매장치를 만들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내부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눈`의 역할을 한다면, 양성자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는 `손`의 역할을 한다. 이 가속기들은 가속한 입자를 다른 물질과 충돌시켜 물질의 성질을 바꾸거나 새 물질을 만들어낸다. 양성자·중이온 가속기는 의료 산업용 동위원소 생산에 활용하고, 중입자 가속기는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이용된다. 현재 포항에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경주는 양성자가속기를 시험가동중이고, 부산은 2016년 중입자가속기를, 대전의 중이온가속기는 2017년 완공될 것이다. 이같은 `눈`과 `손` 구실을 하는 가속기들이 가동되면 우리나라 과학과 의학은 획기적 변화 발전을 보일 것이다.
가속기는 의학, 환경, 신소재,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산업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하고, 높은 파급효과와 이를 기반으로 파생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활동을 도울 것이다. 문제는 가속기의 활용도를 높이고, 접근성을 용이하게 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