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에서도 동조하면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심의 슬럼화를 걱정하던 일반 시민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상인과 시민과 행정이 3박자로 손뼉을 맞추니 일은 순조롭게 추진되었다. 빈 상가건물에 예술인들을 초대해 작업실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젊은이들의 음악과 댄스, 공예가의 작업실, 아트 페인트, 아동인형극, 마임 등 온갖 재주꾼들은 다 참여했다.
예술인들을 모아놓으면 반드시 `일`을 낸다. 이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천외한 예술을 창작해서 남들을 놀라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문화예술의 힘인데, 그 위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곳이 `비어 있는 도심`이다. 가뭄에 시들고 있는 채소에 뿌려주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이런 현상은 멀리 갈 것 없이 대구시 대봉동 수성교 근처의 방천시장에 가면 바로 보인다. 대구 3대 시장의 하나였던 방천시장이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때 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겠다고 먼저 나선 쪽은 구청이었다. 빈 점포 주인과 문화예술인들을 설득해서 점포를 작업실로 활용하는 노력을 경주한 것이다. 그리고 봉덕동 출신의 팝음악가 김광석을 기리는 `김광석 거리`를 만들고, 화가 음악가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작품을 제작했다. 130m 거리의 담벽에는 김광석 관련 그림과 시가 빼꼭히 적혀 있고, 늘 그의 음악이 흐른다. 2009년부터 변모를 시작한 방천시장은 지금 관광객들까지 구경와서 흥청거리는 명소가 됐고, 시민들도 “막걸리 한 잔을 마셔도 방천시장에 가서 예술과 더불어 마셔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포항도심을 살리는 일도 문화예술과 접목하면 된다. 농악패와 각설이패도 불러오고, 젊음의 광장도 만들고, 빈 건물을 이용해 농산물을 가꾸는`도시농업`도 시도하고, 포항출신의 화가, 음악가, 문학인을 기리는 공간도 조성하고, 특히 수필`보리`의 작가 한흑구 선생을 기리는 문화행사를 거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술인들이 활동할 공간을 마련해주면 그 곳은 불원 도시의 명소가 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