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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사치경쟁과 인성교육

등록일 2013-12-19 02:01 게재일 2013-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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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 속에는 `사치`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의 사치풍조는 `역사적`이다. 조선시대에도 `이익`같은 실학자들이 부유층과 귀족층의 사치풍조를 개탄한 바 있다. “아낙들이 중국의 비단옷이나 보석노리개 같은 사치품을 걸치지 않으면 행세를 못할 지경이 되어서 나라의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나라에서 사치금지법을 제정해 검소한 풍토를 진작하고 국가의 재산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으나, 다른 `대감`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1950년대의 한 중앙지의 기사를 보면, “비로-드, 레-스, 마카오 양복지 등이 시장에 범람하고 비좁은 골목까지 널리기 시작하여 지금은 마카오 산이 아니고 비로-드나 레-스가 아니면 행세를 못할 지경이 되었다”고 썼다. 1990년대에도 이스트백 배낭, 닥터 마틴 워커, 게스·GV2청바지 같은 수입브랜드나 짝퉁을 걸치지 않으면 `찌질이`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캐나다 구스` 광풍에 빠져 있다. “영하 30도 극지방 추위도 이겨낼 방한복”이라는 마케팅 전략에 다 넘어간다. 수입산은 100만원이 넘고, 짝퉁도 30만원 안팎이다.

캐나다 구스 구하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는 소식이다. 캐나다 현지 친척 친구에게 사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고, 오직 그 상품을 사겠다는 목적으로 아예 휴가지를 캐나다로 잡는 사람도 많다. “기껏 영하 10도 안팎인 나라에서 왜 영하 30도 운운하는 외투에 열광하느냐”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 심리상담가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며 `상상 속 관중`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면서, “누군가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고 관심을 두고 있다고 믿는 청소년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그것이 소비욕구로 이어진다”고 한다. “사람은 늘 타인의 신호에 반응해 행동한다” “하루 굶는 것은 남이 몰라도 하루 벗는 것은 남이 안다”란 말도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사치풍조는 의복에만 국한되지 않고 스마트폰 같은 `신상 고가품`에도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착용하는 D사의 핸드폰은 가격이 수십만원이지만 청소년들이 이를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그동안 쓰던 것을 버리고 고가품을 새로 사겠다는 청소년들이 많다. 다른 아이들이 자랑을 하고 다니면서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구식을 쓰면 남들이 찌질이라고 비웃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과소비가 도를 넘었다. 사치풍조 대신 `검소풍조`를 조장하는 인성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활발히 일어나야 하겠다. 내년부터 학교 인성교육이 법으로 의무화된다고 하는데, 충동구매, 과시구매, 경쟁구매 같은 왜곡된 소비풍조를 바로잡는 인성교육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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