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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의 치적과 예산낭비

등록일 2013-12-26 02:01 게재일 2013-1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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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들은 치적(治績) 쌓기에 열성을 쏟는다. 차기를 노리려면 대형 체육행사나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하거나 대규모 공사를 일으켜야 선거에 유리하다. 그런데 이 치적에는 `무리`가 따른다. 자금을 끌어 오는 문제와 이 사업이 나타낼 효과의 문제다. 지자체 재정범위를 넘는 사업을 벌이려면 빚을 지기 마련인데, 그러고도 그 사업이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결국 재정이 파탄난다.

수백억원을 들여 수천 개의 관람석을 갖춘 대형 운동장을 지어놓고는 마을 운동회나 단합대회용으로 쓰는 군 단위 지자체가 허다하다. 1조원을 들여 지은 경기도 용인경전철은 당초 “하루 평균 16만 명이 탈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는 하루 1만 명에 그쳤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0 상주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냈다. 지자체들은 “당장은 적자일 지라도 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측정되지 않으니 문제다. 일회성 스포츠행사를 언제까지 기억하겠는가.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국제스포츠대회는 자치단체장의 치적 과시용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차기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권자들의 눈에는 당장 `치적`만 보이고 `빚`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생색은 자치단체장이 내고 빚은 지역민에게 돌아왔다”란 생각이 드는 것은 선거 끝난 지 한참 지난 후이다. 또 대형사업을 완공하는데는 보통 4년 이상 걸리는데,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하는 것이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자체 부채는 23조3천원, 지방공기업 부채는 72조5천원이었다. 만약 지자체가 채무불이행 사태에라도 빠진다면 그 때 주민들은 예산이 없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지역민들이 낸 혈세가 낭비된 것만도 억울한데, 심한 고통까지 받는다. 때 늦게 “단체장 잘못 뽑았구나”하고 후회해봐야 소용 없다. 평소에 예산낭비 하지 않는지 감시를 잘 할 일이다.

한편 지자체의 채무보증 관리의 부실도 문제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지자체 채무보증사업 관리실태를 보면, 지방채 발행에 비해 절차가 용이한 민간업체 대출금을 채무보증해주는 방법으로 개발사업을 추진, 지난 4월 기준 우발채무가 4조9천322억원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채무보증을 해주면, 사업손실이 났을 때 민간사업자는 책임에서 빠지고 지자체가 빚을 떠맡게 된다. 포항시는 포항테크노파크2단지 조성에 3천500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그런데 상수원보호구역에 막혀 사실상 무산될 처지다. 지방의회와 언론과 시민들이 채무보증에 대한 감시도 철저히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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