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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 평가` 신뢰성 있나

등록일 2013-12-31 02:01 게재일 2013-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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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176개국의 청렴도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는데, 북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강소국들이 항상 상위권에 든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가 중 27위를 했다. 한국은 “별로 청렴하지 못한 나라” 축에 든다는 소리다. 부패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건국 초기 자유당시절, 3·15부정선거에서 나타나듯이 당시 정부의 부정부패는 상상을 초월했다. 나이 든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자유당정권 시절의 기억`이 있어서 “공직사회는 부패하기 마련”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공직사회 청렴도 조사에 투영된다.

최근 터키의 공무원 6명이 국기를 몸에 덮고 시체 처럼 누워서 “터키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퍼포먼스였다. 장관 4명이 연류된 비리사건이 터졌고, 집권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훼손하는 규정을 만들자, 사법부가 강력히 항의했고, 총리는 그 사법부를 성토하고, 제1야당은 대통령에게 “이 일을 조사하도록 중앙감사기관에 지시하라”고 요구하면서, 말썽은 확산되고, 마침내 공무원들이 `죽음 흉내`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들이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 매우 불리하게 반영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그 역사가 오래됐고, 명망 있는 자문위원 30여 명과 이사 12명이 운영하고 있으며, 방대한 조직을 각국에 두고 있어서 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매년 발표되는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예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권위를 표현하는 투명성 순위 발표는 그만큼 신중하고 충분한 자료 밑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국제투명성기구는 그 요건을 잘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가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청렴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전국 653개 공공기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최근 2013년도의 평가를 공개했다. 그런데 낮은 평가를 받은 자치단체들의 경우 현직 단체장이 받는 데미지는 매우 크다. 그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쟁자들이 그 자료를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이번 결과는 객관성이 결여됐고, 신뢰성에 의문이 가므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항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렴성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 없는 곳에 발전이 없는 법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곳은 그 불명예를 설욕하기 위해 더 청렴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의 제기와 함께 승복하는 아량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낮은 평가를 받은 원인을 분석해서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예는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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