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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시대의 역설…저축률 높아졌다

김혜영기자
등록일 2015-10-27 02:01 게재일 2015-10-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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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계순저축률 6.09%, 전년보다 1.2%p ↑<bR>불투명한 경기전망 속 노후대비 등 위해 돈모아

우리나라의 저축률 증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진짜` 주머니 사정은 녹록치 않다는 목소리다. 대출이자 등 가계운용자금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는 저축할 여윳돈 마련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6.09%로 2013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순저축률은 가계의 순저축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가계저축률을 분석할 때 주로 쓰인다. 1990년대 초반 20%대를 유지하던 가계저축률은 지난 2011년 3.39%까지 낮아졌다가 2012년 3.42%, 2013년 4.90%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 총저축률은 35.3%로 1분기(36.5) 보다 1.2%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저축률은 지난 1분기 36.5%를 기록해 1998년 3분기(37.2%) 이후 17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저축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후대비 등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하기 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저축`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자료에서는 올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예금이나 보험, 주식, 채권 등에 운용한 자금증가액이 61조8천억원으로 1분기(43조7천억원)과 비교해 18조1천억원 늘었다.

이처럼 저축률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시민들의 체감반응은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의 확대가 `양호한` 가계재무여건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평가다.

공무원 A씨(39·포항시 북구 양학동)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부모님 댁에 얹혀살며 관리비, 도시가스 비용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 생활비 일부를 저축하고자 노력은 하지만 아이들 교육비 등으로 쓰고 나면 정기적인 예금이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말했다.

주부 김선영(32·포항시 남구 인덕동)씨도 “남편 혼자 벌어서 아이까지 키우다 보니 대출이자 갚고 생활비 쓰고 나면 통장잔액이 없다. 저축은 엄두도 못 낸다”며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률과 체감통계의 격차가 큰 것처럼 저축률 통계와 가계자금운용 현실의 차이는 크다. 저축은커녕 매달 마이너스 적자만 안 되면 다행”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따른 불안심리로 인해 투자가 줄어 들면서 저축으로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일본처럼 소득이 늘어난 반면 소비는 줄고 있다. 기업도 투자를 줄이면서 경제활동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저축률은 확대되고 있어 내수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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