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우양미술관 기획전 `메타 - 스케이프 : Meta-scape`전 9일~8월31일까지
경북 최대의 사립 현대미술관인 경주 우양미술관이 오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미술관 2, 3전시실에서 기획전 `메타-스케이프 : Meta-scape`전을 연다.
`메타-스케이프`전은 `메타적 풍경 읽기`를 의미한다. 진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주관적 풍경 작품 속에서 `사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메타적 태도를 감지해 보고자 하는 전시다. 메타(meta)라는 접두어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초월하는(beyond), 뒤에(after)를 의미하며 한 단계 더 높은 인식단계를 지칭한다.
`풍경`을 단순 소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을 뒤로하고, 관람자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활발하게 자극하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풍경에 기반한 사유`라는 지점만을 공통분모로 하고 회화, 사진, 영상, 설치의 멀티매체를 통해 `확장적 풍경`을 제시하는 국내외 주목 받는 신진 및 중진 작가 17명의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박형근 작가의 사진연작은 현실과 초현실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복층적 풍경을 낯설게 제시하며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모호한 풍경을 제시한다. 작품의 액자속 액자식 구성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자각하게 하는 구조가 돋보인다.
장미 작가는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풍경을 팝업카드 형식의 시리즈 설치작업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with my father`를 선보인다. 손전등을 가지고 어두운 커튼 속을 유영하는 신체활동이 동반되는 설치작업은 혼자 숲 속을 산책하며 발견한 풍경의 잔상을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가장 안쪽 공간에 설치된 안두진 작가의 대형 원형 설치작업은 `풍경과 감상자의 관계 설정을 통해 숭고함의 발생 지점`5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각적 불편함을 통해 회화 자체를 탐구하는 메타적 회화를 지향하고 있다.
3전시실 전면 대형 벽을 프린트 인화지로 맵핑한 강현선 작가는 가상현실과 디지털 이미 지가 현실에 중첩돼 가는 오늘날의 현상을 현실 풍경의 경계가 확장해 가는 모습으로 포착했다. 어느 아마존 숲보다 거대한 풍경으로 일상적 베란다의 풍경을 사진과 3D그래픽 혼합작업으로 선보인다.
임선이 작가는 수 천장의 지형도를 같은 방식으로 오려내고 쌓아 3차원의 산의 모형을 만들고 이를 극적인 빛의 효과를 주어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통해 눈으로 감지되지 않지만 내 부에 이는 미세한 변화의 과정을 주목했다. 특히 종이를 수없이 자르고 쌓는 전통적 `제작`의 노력을 사진 형식 이면에 감춤으로써 메타적 태도가 감지된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이명호 작가는 끝없이 넓게 펼쳐진 `사막`을 배경으로 거대한 흰 천 을 펼쳐놓는 노동과 같은 `행위`를 담은 사진작업에서도 유사한 태도가 감지되며, `바다`라는 제명 이 주는 반전적 유희와 함께 사막 풍경 속 작은 여백이 주는 현실과 가상 사이 상상의 여백을 제 시한다.
자연주의적 설치작업으로 알려진 김순임 작가는 미술관 2층의 자연채광이 가능한 구조를 극대화하고 경주지역의 돌을 채집해 작업함으로써 공간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특정지역의 자 연재료를 오브제로 채집하여 바느질 하듯 이어가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스쳐간 공간을 주관적 방식으로 해석하게 한다.
강소영릴릴 작가는 일반적으로 페인트 냄새 외에 무취의 공간인 미술관에 유향 냄새를 들여놓았다. 작가가 직접 체험한 북극의 동시베리아 축치 해 앞바다 73°37.8872`N 166°31.0896`W 지점의 심해에서 토양을 가져와 문경 가마터에서 향로를 빚고 오만에서 공수해 온 유향을 피워낸 작업이다. 인류 문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아득한 풍경을 전시장에 소환해 인류의 근원에 대한 고찰을 시도했다.
익숙한 풍경에 욕망이 투영되면서 낯선 풍경이 되곤 하는 현실의 모습을 미러잉크와 거울 등의 설치작업으로 구현한 김준기 작가의 작품은 고정된 작품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재가 가지는 매체적 특성상 바라보는 관람자에 따라, 설치되는 공간의 환경에 따라 수많은 잔상이 반사되고 겹쳐 관람자 자신의 시선을 의심하게 만드는 불확정적인 이미지로 존재한다.
여성으로서 직면하는 성적 금기에 대한 도전을 가장 보수적인 매체라 할 수 있는 동양화 재료를 통해 구현해온 이은실 작가는 인간의 근본적 성적 욕망과 보수적 전통 가치가 충돌하는 모습을 몽롱하지만 도발적으로 구성했다. 전통적 가치의 대표적 도상인 한옥 공간 안과 밖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일정 거리를 두고 관람 시 느껴지는 작품의 섬세하고 유려한 장면 구성과 색채감각은 이념뿐인 현실세계의 가치충돌에 대해 조소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어 같은 매체로 작업하는 유승호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산수화를 제시한다. 먼저 그의 작업의 시작은 기존 중국 산수화 원작이 담고 장엄한 교리적 이상이 현대인의 삶에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만의 익살스러운 유희적 태도를 작품 표현의 최소단위로 상정한다. 나아가 일정거리를 두고 관람을 요하는 모더니즘 에티켓을 비웃듯 작은 문자 단위가 모여 전체 형상이 구성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원경과 초 근경을 오가는 능동적 감상을 요 한다.
허수영 작가는 그린 그림 위에 반복적으로 그린다. 더 이상 그린다는 행위가 무의미해질 지점에서야 멈춘다. 그리고 난 후 다시 그리기 전 공백기간 동안 작가는 시간에 따라 일상의 사소한 변화를 겪게 되고 그것은 다시 붓질을 통해 그림 위에 묻어나게 된다. 반복된 중첩 그리기 를 통해 형상은 더 이상 의미를 잃게 된 그의 회화에서 흡사 잭슨 폴락의 태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참여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소영릴릴, 강현선, 김순임, 김준기, 박형근, 안두진, 유승호, 이명호, 이은실, 이정, 이호인, 임선이, 장미, 조종성, 하태범, 한기창, 허수영.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