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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퇴설` 진원은

김영태기자
등록일 2017-08-23 21:08 게재일 2017-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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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창출 세력 간 자리다툼서 촉발 시각도<BR>최근에 도로공사·코레일 사장 등 줄줄이 사퇴<BR>`친박` 이동걸 산업은행회장과 함께 거취 주목
▲ 박인규, 이동걸, 김지완, 정찬우, 홍순만

지역 금융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겸 대구은행장 사퇴설의 진짜 진원은 어디일까?

느닷없이 불거진 박 행장의 비자금 수사상황 누설과 사퇴설이 왜 이 시점에 터져 나왔는지도 궁금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1일 박 행장 본인이 직접 나서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박 행장의 사퇴보다 그의 거취가 금융권 등 인사태풍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더 큰 관심사다.

그와 관련된 구설은 정권을 창출한 세력들간에 자리마련을 두고 교통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쟁자들간에 내부 알력을 벌이다 외부로 알려진 빙산의 일각일뿐, 물밑에서 벌어지는 자리다툼은 이제부터 본선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하고 국무위원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또 사법개혁을 위해 새 대법원장 내정자도 발표되는 등 고위급 인사 라인업구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권력에서는 다소 멀어졌지만 보수가 좋은 공기업과 금융권 자리를 두고 선거공신 등이 대거 출전한 채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새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거나 전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투입된 인사, 곧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 후임 인사 등이 물러나는 것과 함께 후임 인선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장 먼저 사퇴한 공공기관장은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난달 말 사퇴를 선언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도 지난 4일 물러나 현재 유재영 사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정찬우 이사장도 지난 17일 사표를 냈다. 홍 전 사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부터 `적폐 공공기관장 10인` 명단에 올라 일찌감치 사퇴가 예견됐다.

박 대구은행장의 사퇴설은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행장은 지난 2014년 취임한 후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임기와 무관하게 같은 경산출신인 친박핵심인 최경환 의원과의 친분으로 인해 사퇴설에 휘말렸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박 행장이 퇴진 압력을 받고도 버티다 비자금 조성설이 터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상품권 깡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은행 내부의 투서가 아무런 이유없이 외부로 터져 나왔겠느냐는 것이다.

DGB금융은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당국이 금융회사 인사에 관여하는 듯한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부담도 예상된다. DGB금융그룹의 지분은 외국인이 63%로 가장 높고, 국민연금 8.13%, 삼성그룹 6.95% 등이다. 실제로는 `삼성은행`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점도 사퇴설과 관계없이 눈길을 끈다.

박 행장의 사퇴설은 특히 BNK 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떠오르면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산업은행장과 연임 이슈가 있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우리금융 등에도 대규모 인사 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권 인사는 이뿐이 아니다. 가히 인사 풍년이라고 할만하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등 1급이 공석이고 수출입은행장, 서울보증보험 사장, 수협은행장 등도 장기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도 임기가 1~2개월 정도 남아 있어 연쇄 인사가 불가피하다.

대부분 기획재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어느 정도 포진을 하느냐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자칫 모피아(MOFIA)로 몰리면 끝날 수도 있어 물밑에서 눈만 끔벅이는 형국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친박 인사로 꼽히면서 일각에선 이 회장이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벌써 이 회장의 후임으로 다양한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정부의 금융권 인사는 봇물이 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레일,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박기동 사장이 사퇴한 가스안전공사, 이승훈 사장이 물러난 한국가스공사 등도 사장실이 비어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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