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건물 83.3%나 미설치
경북지역에 위치한 특수학교와 기숙사 건물 대다수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난에 취약한 장애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절반 이상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8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경북지역 특수학교 8개교 가운데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의 설치를 완료한 학교는 경산 자인학교, 영천 경북영광학교 등 2개교에 불과했다. 나머지 6개교(포항 명도학교, 안동 영명학교, 안동 진명학교, 구미 혜당학교, 경주 경희학교, 상주 상희학교)는 스프링클러의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도내에 운영 중인 일반학교 기숙사 건물 221개동 중 무려 83.3%인 184개 동에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이 시설을 갖춘 학교 기숙사 건물은 37개동(16.7%)에 불과했다.
포항지역 학교도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포항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를 갖춘 학교 수는 모두 18개교이고, 생활관의 수는 19개 동에 이른다.
이 중 △포항중 △포항과학기술고 △포항세무고 △경북과학고 △포항해양과학고 △영양고 △영덕고(2개동) △영해고 △울진고 △울진 죽변고 등 모두 10개의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11개동의 기숙사 및 생활관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명도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여서 스프링클러 설치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경북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며 “울진고와 포항과학기술고 같은 경우에는 내년도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둔 상태고, 학사일정 등을 조율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는 화재시 천장 근처에 설치된 파이프로부터 물을 자동으로 분출시켜 건물 화재를 예방하는 주요 장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4층 이상인 층으로서 바닥면적이 1천㎡ 이상인 층 △기숙사 연면적 5천㎡ 이상인 경우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지역 학교 다수에서는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보다 작은 크기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방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일반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은 특수학교의 경우 건물의 층수 자체가 낮다 보니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3층 이하의 기숙사 건물은 대피가 쉽다는 이유로 4층 이상 건물만 스프링클러의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적 위반 사항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은 실제 화재 발생시 학생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발달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등을 지닌 특수학교의 학생은 저층이라도 신속히 화재 현장에 빠져나오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워 자동 진압 장치가 예방차원에서 마련돼 있어야 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구미 혜당학교의 경우에는 12월 중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오는 2025년까지 특수학교의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마칠 예정이고, 2029년까지는 나머지 학교에 대한 작업을 모두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