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초·중·고교 시설물 노후화로 인한 학습권 침해 심화<br/>지역내 학교 칠판 27.8% 982개가 석고가루 날리는 분필 칠판<br/>교육부, 2018~2021년까지 습식 교체 등 지시했지만 ‘갈길 멀어’ <br/>쪼그려 앉는 구식 변기도 전체 30%인 2천691개나 설치돼 있어<br/>초등 저학년들 화변기 생소해 용변 참거나 바지에 실수하기도
포항지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시설물 노후화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역 내 각급 학교 칠판 개수는 모두 3천53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석고가루가 흩날리는 분필가루 칠판은 모두 982개로 약 27.8%를 차지했다.
특히 포항초(20개)와 창포초(34개), 동지중학교(26개)의 경우 교내에 설치된 칠판이 전부 분필가루 칠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포항원동초(92.4%) △송림초(91.2%) △ 포항해맞이초(89.2%) △영일중(87.2%) △포항 장성고(85.4%) △흥해초(84.6%) △동지여중(84.2%) △포항중(80.8%) 등 이들 학교의 대부분 칠판이 분필식 칠판으로 구성돼 있었다.
내구연한(8년)을 훌쩍 넘긴 것도 모자라 10년 이상 활용되고 있는 지역 내 분필식 칠판은 무려 509개나 됐다.
문제는 석고가루가 날리는 분필가루 칠판의 경우에는 학생과 교직원의 피부질환 및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교실 안에서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평소 자주 접하는 칠판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공감한 교육부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86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학교에 설치된 분필칠판을 습식칠판과 화이트보드 칠판 등으로 교체하라’고 각 시·도교육청으로 지시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포항교육지원청의 칠판 교체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분필가루가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일부 학교에서 교내 분필 칠판의 설치율이 아직도 100%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공기의 질을 헤치는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화장실 노후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지역의 학교 126개교에 설치된 화장실에는 모두 8천774개의 변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학생들이 선호하는 현대식 변기인 양변기는 6천83개(69.3%)로 나타났다.
반면 쪼그려앉는 형식으로 학생들이 사용에 불편을 겪는 구식 변기인 화변기는 전체의 30.7%인 2천691개나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변기 설치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도 21개교(포항송도초, 용흥초, 기계초, 죽장초 상옥분교, 연일형산초, 문덕초, 장기초 모포분교, 포항여자중, 포항항도중, 상도중, 송도중, 대흥중, 송라중, 신흥중, 동지여자중, 대동중, 청하중, 포항동해중, 두호고, 포항장성고, 포항이동고)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저학년 아이들은 화변기의 이용이 생소해 용변을 참고 집에 오거나, 바지에 실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에는 화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에서는 위생용품을 교체하는 것이 어려워 매달 월경 시기만 되면 화장실 가는 걸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사정이 있어 칠판 교체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진 것 같다”며 “지난 1일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 화장실 양변기·화변기 설치 안내’라는 공문을 받았고, 각 학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양변기의 설치 비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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