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혈세 먹는 하마’ 목재데크 전면 철거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2-01-05 20:31 게재일 2022-01-06 4면
스크랩버튼
“50년 내구성” 포항시 호언장담<br/>영일대해수욕장 산책로에 사용<br/>잦은 파손 수리비 매년 수천만원<br/>결국 10여년 만에 점토블록 교체<br/>“무책임 행정” 시민 쓴소리 나와
잦은 파손과 교체공사로 예산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던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로 목재 데크가 전면 철거된다. 5일 오후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이용선기자

경북 동해안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조성된 목재데크 산책로가 10여년 만에 전면 철거된다. 부식과 파손 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가 투입된 목재데크 산책로는 끝내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5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6월 말께까지 ‘영일대 도시 생활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포항시 북구 항구동 여객선터미널 일대 500m 구간에 설치된 목재데크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구간에는 점토블록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공사에는 재료비와 목재데크 폐기물처리비 등 7억원의 예산이 사용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 설치된 목재데크 산책로는 모두 없어지게 된다.


앞서 시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포항여객선터미널∼두호동 존메디컬에 이르는 1.2㎞ 구간에 목재데크와 자전거도로, 산책로, 야외광장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사업비는 무려 25억5천만원이 투입됐다.


시설물 설치에 앞서 나무로 된 데크를 사용한다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당시 포항시는 “목재데크는 평균 40∼5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고 있고, 동남아 수상가옥 건축 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천연 방부목을 선택해 안전성이 높고 관리하기 쉽도록 시공했다”고 논란을 일축하며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지금 포항시의 호언장담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포항지역 주요 관광지 곳곳에 설치됐던 목재데크 대부분이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일대해수욕장의 경우 목재데크가 바닷바람에 등에 의해 일부가 파손되기 시작하자, 시는 매년 시설물 수리비용으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의 목재데크는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용이 들어가자 설치 8년만인 2015년에 현재의 황토로 재정비됐다. 사실상 철거된 셈이다.


지난 2001년 완공된 동빈내항 일원 목재데크 산책로도 파손된 곳이 잇따라 매년 유지보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월포해수욕장에 설치된 목재데크는 불과 5년 만에 하부 지지물이 부식돼 철거됐다. 목재데크의 설치와 유지보수, 철거비용 등으로 인해 수십억원의 예산이 증발됐다.


목재데크는 염분이나 습기에 취약하다. 아무리 방습 처리를 한다고 해도 부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포항시민 김모(50)씨는 “수십,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물을 만들어 넣고 사용한 지 10년여 만에 모두 철거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애초부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등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의 입맛에 맞춰 ‘미관상 아름답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재데크를 무책임 하게 설치해 놓고, 유지보수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무책임하게 다른 자재로 황급히 바꾸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유지관리 등을 위해 목재데크 철거를 결정했다”며 “목재만큼 아름다운 느낌은 없지만, 경제성 등을 고려해 점토블록으로 교체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