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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고 살라고”… 임신부 방역패스 확대 막막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2-01-06 20:27 게재일 2022-01-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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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마트·백화점 출입관리<br/>“배달 안되면 어쩌나” 불만 터져<br/>전국 98%가 백신 미접종 상태<br/>임신 초기는 의사도 접종 꺼려<br/>“적용 예외 해달라” 국민청원도

“임신부에게 백신까지 강요하는 건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를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임신부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임신부의 경우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의 백신과 관련한 ‘밀어 붙이기식 행보’는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당초 지정한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은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식당·카페, 학원, 영화관, 독서실 등 모두 17개 시설이었다. 그런데 오는 10일부터는 점포 면적 3천m²이상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센터 등 생필품을 판매하는 ‘필수시설’까지 방역패스가 확대된다.


이전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출입관리가 어려워 방역패스 적용에서 제외했으나 방역적 위험성 및 타시설 형평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대형점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인원수에 관계없이 QR코드, 접종증명 스티커 등을 이용해 백신 접종 여부를 인증해야 한다.


방역패스 인증기간이 끝났거나 미접종자의 경우 자신이 직접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이 제한된다. 다만,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6일까지 과태료 부과 없이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임신 초기의 임신부들은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유예 권고를 받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5주가 된 황모(30·포항시 북구)씨는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 초기에는 가급적이면 백신 접종을 하지 말 것을 권했고, 백신 접종 담당 의사도 접종을 꺼린다”며 “임신부는 감기약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데,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처나 상황 설명도 없이 백신 접종만 강요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임신부들의 백신 접종률은 현저히 낮은 상태다. 지난달 9일 기준 전국의 임신부 13만6천여 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2천87명(1.5%)이고 2차 접종까지 마친 임신부는 1천175명(0.84%)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98%의 임신부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임신부에 대해 방역패스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임신부입니다 방역패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임신 5개월차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방역패스라는 어처구니없는 정부지침이 나오더니 이제는 마트, 백화점마저 가지 말라니 배달이 안 되는 곳에 사는 임신부는 대체 무엇을 먹고살라는 건가”라며 “백신이 아니어도 하루 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임신부에게 백신까지 강요해야 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6일 오후 5시 기준 2천685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불가피한 접종 예외 등에 대한 사유 등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함께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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