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br/>밤 9시 전후 대리운전 배정<br/>몇 시간씩 기다리기는 예사<br/>대리기사비도 몇배나 폭증<br/>택시 이용객도 마찬가지 상황 <br/>골든타임 후 손님 급감 업계 울상
지난 20일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신년을 맞아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김씨가 술을 마셔서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탓에 앱을 이용해 대리운전을 호출했는데 10분이 지나도록 대리운전기사가 배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문을 몰랐던 김씨는 대리운전업체 측과 통화를 한 후에 이유를 알게 됐다.
업체 측은 김씨가 대리운전 ‘피크 시간’인 오후 9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리운전을 불러 기본요금인 1만8천원으로는 대리운전기사를 배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을 3∼4차례 더 올린 끝에 4만1천원의 요금으로 6㎞ 떨어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씨는 “요금이 너무 비싸 화가났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기 위해 차를 가져갈 수밖에 없어 비싼 대리비를 냈다”며 “집이 대구지역에서는 외곽지라 거리는 가까워도 다른 지역보다 기본요금이 비싼 것을 감안해도 대리비가 4만원이 넘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직장인 최모(56·대구 수성구)씨는 지난 22일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후 택시를 잡지 못해 1시간 가량 추위에 떨었다.
최씨는 “요즘 대리운전을 부르기가 무서워 일부러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나왔는데 택시가 없어 한참 애를 먹었다”며 “콜택시를 호출해도 택시가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보이는 택시마다 손님을 태우고 있거나 호출을 받은 예약택시라 1시간 도로 위에서 헤매다 겨우 택시를 잡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음식점·카페 등의 마감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면서 이 시간대에 택시·대리운전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집중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꺼번에 택시와 대리운전을 이용하려는 손님이 몰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논리가 작용해 비용은 오르고 이용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대리업계도 이같은 상황이 결코 반가운 것은 아니다.
오후 9시 매장 영업이 끝나는 이 시간 만이 ‘골든타임’이며 이후에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기사 김모(52)씨는 “요즘 손님이 반짝 몰리는 오후 9∼10시가 지나면 대리운전 호출이 아예 없다”며 “호출비를 더 받아도 콜 시간대가 집중되다 보니 대리기사 및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66)씨는 “이 시간대에는 거리를 운행하다 손님을 태우기 보다는 앱에 호출이 뜨는 것을 본 후 거리와 요금을 보고 콜을 잡을 수 밖에 없다”면서 “손님이 이후에는 없기 때문에 이 시간대 호출을 잘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됐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