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우 놓고 노사 입장 평행선<br/>포항·경주 일부에서도 집단 행동<br/>타사 노조도 연대 시사 ‘악화일로’<br/>작업 기사 물량 몰려 과부하 호소<br/>소비자도 주문 물건 취소돼 골탕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의 파업이 28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설 연휴를 앞두고 우려했던 ‘물류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파업 여파로 우체국과 다른 택배 회사들에 배송 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일선 기사들은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그 여파는 코로나19 이후 배송 영업 중심으로 전환한 자영업자들과 필요한 시기에 맞춰 물건을 주문한 소비자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24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본부가 지난해 12월 28일 총파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약 2만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천600여명이 이번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에서도 포항 일부지역(80여명)과 경주(60여명), 김천을 담당하는 노조원 200여명이 집단행동에 동참하면서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파업이 장시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택배기사 처우에 대한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체결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된 택배 요금이 택배기사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택배요금을 170원 올렸지만, 택배 기사 몫은 30% 정도인 50원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 이윤은 기업이 모두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본부는 “요금 인상분의 50%가량을 택배기사에게 배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한진·로젠·우체국택배 등 4개 택배사 노조에서도 파업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설을 앞두고 몰려드는 물량을 감당하고 있는 로젠택배 등 일부 택배사는 지난 12일부터 2월 12일까지 택배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다른 택배사에서도 기존대비 배송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비노조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다른 택배회사로 물량이 집중되면서 택배기사들에게 과부하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택배 영덕지점 관계자는 “CJ택배 파업 노동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택배가 집 근처까지 거의 다 왔다가 배송할 기사가 없어서 물건이 다시 반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CJ택배가 업계의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운영이 멈추자, 대도시보다 택배 물량이 적은 영덕도 배송 물량이 평소보다 15%, 집화수량은 20%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는 명분 없는 총파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슬기 비노조연합 대표는 “택배기사의 10%도 안 되는 노조가 우리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말이 안 되고, 그들은 우리의 의견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며 “이번 파업으로 인해 고객 이탈 현상이 발생해 택배 기사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노조 파업으로 다른 인원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고 전했다.
노사 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신부 김모(33·포항시 북구 용흥동)씨는 “출산 예정일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동이 힘들어 인터넷으로 아기 용품을 사는데 업체에서 배송을 보낼 수 없다면서 주문 자체를 취소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아이가 태어나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 더 많아질 건데, 그 많은 물품을 매번 마트와 백화점을 방문해서 사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