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 대목 앞도 한산<br/>오미크론 대확산에 크게 위축<br/>물가마저 들썩여 방문객 줄어<br/>지역사랑상품권 등도 역부족<br/>상인들 “대목 특수는 옛말 돼”
“코로나19가 2년을 넘어가면서 ‘명절 대목’도 다 옛말이 됐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목전에 둔 25일 경북동해안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한적했다.
설날 연휴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대확산 전망으로 인한 위기감이 커진데다 정부가 설 명절 고향 방문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하면서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설 제수용품과 명절 음식 장만을 위해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과 상인들로 시끌벅적해야 할 시장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발길이 뜸한 시장거리 사이로 과일가게와 채소가게 3∼4곳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점포 내부는 장시간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불이 꺼진 채 뽀얀 먼지만 쌓여 있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은 명절 대목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하나같이 코로나19를 지목했다.
특히 포항지역은 연초부터 전통시장에서 소규모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더니 일주일 전부터 체육시설과 주점발 집단감염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해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전통시장 방문객도 덩달아 급감했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상인들의 주름을 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죽도시장에서 8년간 튀김집을 운영해온 정모(50·여)씨는 “달걀과 생선, 해산물 전에 들어가는 재료가 모두 작년보다 올랐지만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가뜩이나 없던 손님이 더욱 줄어들까 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도 못한다”며 “포항시에서 포항사랑상품권을 할인 판매해 소비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피부에 닿는 체감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상인 유모(76·여)씨는 “정부가 이번 설에도 사적 모임을 제한하면서 예약 문의도 평년 1/3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지난주에 예약 전화가 7통이 들어왔는데, 오늘 갑자기 ‘자식들이 이번 설에 오지 않아서 차례상을 간소화하기로 했다’며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전화가 4통이나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찾는 시민들도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을 보기 위해 죽도시장을 찾은 시민 김영선(72·여)씨는 “코로나 이후 물가가 계속 오르다보니 차례비용을 많이 줄였다”며 “이번 설에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울산에 사는 자식에게 포항에 오지 말라고 했고 남편과 국과 밥, 나물 몇 가지만 놓고 차례상도 간단히 차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설 차례상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대형마트 기준 35만2천360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은 24만4천500원으로 1.6% 상승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례상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평년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보면 견과류와 나물류, 수산물류 등에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곶감(10개)과 대추(1되·400g)는 각각 1만3천900원, 1만2천560원으로 11.4%, 46.7% 올랐다. 배추 한포기 가격은 3천690원으로 86.4%나 대폭 올랐다. 이 외에 밀가루(26.0%), 식용유(16.8%) 등도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