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값 작년보다 두 배 올랐지만 <br/> 너도나도 줍기 나서 경쟁 치열<br/>“일주일 모아 겨우 1만원 벌어” <br/> 재활용품 수거 노인들 하소연
“반찬 값, 약값이라도 마련하려면 이거라도 해야지요.”
26일 오전 포항시 북구 죽도동 포항영흥초등학교 인근에서 폐지를 줍던 김정자(81)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옷깃 사이를 파고드는 싸늘한 겨울바람을 피하기 위해 장갑과 외투 등 두터운 옷차림으로 중무장한 김 할머니는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낡은 유모차에 종이박스와 폐지를 꾹꾹 눌러 담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느덧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인근 공터에 유모차를 잠시 세워두고 숨을 돌리는 김 할머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영감은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왼쪽 팔, 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나도 작년에 큰 수술을 받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며 “그래도 이 근처에 있는 고물상보다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고물상이 가격을 더 잘 쳐줘서 힘들더라도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손수레에 켜켜이 쌓인 폐지는 끈으로 고정하지 않은 탓에 바람이 불자 힘없이 바닥으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김 할머니는 박스를 주워 담은 뒤 다시 유모차를 밀었다.
김 할머니가 이날 반나절 동안 모은 폐지는 10㎏ 남짓이다. 이렇게 꼬박 일주일 동안 일을 해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폐지값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올랐지만,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넉넉치 못하다. 폐지 가격이 오른 탓에 너도나도 폐지 줍기에 뛰어들면서 수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폐지 1kg의 가격은 2020년 말 80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160원으로 2배 상승했고 이에 따라 포항지역에서 재활용품 수거 활동을 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2020년 말 200명에서 올해 1월 기준 250명으로 늘었다.
김정자 할머니는 “날이 추워서 그런지, 벌이가 팍팍해서 그런지 여간 일이 고된 게 아니다”며 “최근에 폐지 값이 올랐는데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용돈벌이를 하겠다며 너도나도 폐지 수거에 욕심을 내고 있어 폐지 수거를 생계로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