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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알박기주차 포항 형산강변 몸살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2-02-02 20:35 게재일 2022-02-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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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차박 성지’ 둔갑<br/>쓰레기 무단투기·얌체 차박 극성 <br/>공영주차장 이용객들 주차 불편 <br/>민원 속출해도 단속 활동은 뒷전
캠핑카 장기주차와 텐트 알박기가 금지된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야영장이 이를 위반하는 이용객들로 거의 사유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1일 오후 야영장 전체가 장기 주차된 캠핑카와 텐트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는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캠핑 성지인 포항 형산강변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일대는 캠핑족들로 가득했다.


캠핑카를 타고 온 시민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먹으며 캠핑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형산강 일대는 캠핑카와 카라반 등 캠핑을 하기 위한 차량과 일반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어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 캠핑카는 ‘알박기’식 장기주차를 목적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듯 시커먼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차량 고정 장치 역시 녹이 슬었다. 캠핑카 주변에는 캠핑 후 버린 음식물과 고장 난 캠핑용품 등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 일대는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데다 형산강의 수려한 풍광까지 볼 수 있어 캠핑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평일 동안에는 캠핑카와 텐트를 붙박이로 둬 자리를 맡아 두고, 주말에만 이곳으로 와 캠핑을 즐기고 가는 얌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김준면(68·포항시 남구)씨는 “캠핑카들이 석 달 넘게 같은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어서 미관상 좋지 않아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이동을 부탁하려고 했지만, 전화번호가 붙어 있지 않아 연락을 시도하지 못했다”며 “형산강변이 캠핑카 전용 주차장으로 변한 것 같아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담당자들이 단속 나오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 등록된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8년 349대에서 2019년 364대, 2020년 488대, 2021년 말 647대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개조된 캠핑카나 캠핑트레일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캠핑카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 차량보다 덩치가 큰 캠핑카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캠핑카 차주들은 시민과 마찰이 적고, 주차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공영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포항지역에는 157개(남구 84개, 북구 73개) 공영주차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장기 주차하는 캠핑카 때문에 주차 공간 부족에 시달린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해 2월 차고지 없이 캠핑카를 구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차량 등록시 차고지를 증명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일 이후부터 캠핑카를 구매한 자는 지정된 차고지에만 주차할 수 있고, 이외에 다른 곳에 주차하면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에도 지자체가 캠핑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이전에 등록된 캠핑카 차량은 법의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에 높이 제한 틀을 만들어 캠핑카의 장기 주차를 막고 있다”며 “최근 공영주차장에 장시간 주차된 차량을 강제로 견인할 수 있는 관련 법이 제정돼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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