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가능 병의원 명단<br/>당국, 당일 정오쯤 뒤늦게 발표<br/>포항 등 지정 병원 검사도 안 돼<br/>시민들 “이리저리로 허둥” 분통
“모든 병원에서 검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죠?”
정부가 3일부터 전국의 호흡기전담클리닉과 동네 병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가운데, 시행 첫날 실질적으로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거의 없어 검사를 받으려던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차게 정책 전환을 시도했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없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3일부터 방역정책 전환으로 전국의 호흡기전담클리닉 391곳과 동네 병·의원 343곳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한다고 2일 발표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는 이후 해당 병·의원이나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게 된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로 진단검사를 이원화하는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검사 방식이 나뉘면서 앞으로는 PCR검사 대상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는 사람 △신속항원검사 양성 확인자 △60대 이상 등 고위험군 등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의원 명단을 3일 낮 12시쯤이 돼서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시민들은 이날 오전까지 어디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심평원이 공개한 명단에 포함된 병원 중 실제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포항지역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포항지역 의료기관 중 포항시남구보건소, 좋은선린병원, 시티병원, 채움병원 등 4곳에서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검사가 가능한 곳은 이전부터 선별진료소가 운영된 남구보건소 1곳뿐이었다.
시민들은 이날 뒤늦게 발표된 명단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시민 최모(30·북구 죽도동)씨는 “검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으면 굳이 병원까지 찾아가지 않고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했을 것 아니냐”며 “심지어 병원 직원도 신속항원검사 지정병원이 된 것을 잘알지 못해 다른 직원에게 묻는 등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검진키트를 공급받지 못해 운영을 위해서는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포항의 A병원 관계자는 “검사를 시행할 공간은 마련됐지만 검진키트가 없어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에 포항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재 포항지역 의료기관 가운데 신속항원검사를 맡아 진행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조율을 진행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조율을 마무리해 시민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