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제발 그만” 아동학대, 끝나지 않는 고통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2-02-27 20:11 게재일 2022-02-28 6면
스크랩버튼
포항, 3년간 아동학대 의심신고<br/>1천622건 접수… 꾸준히 늘어나<br/>가해자 유형 대부분이 ‘친부모’ <br/>‘사랑의 매’ 위장한 ‘학대’ 심각<br/>출동 경찰 현장출입 거부 당해도<br/>처벌 법적 근거 없어 수사 난항<br/>사건 발생 후 심리치료·상담 등 <br/>지속적 관심·관리 뒷받침돼야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매 맞는 아이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역 내에서 모두 1천622건의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429건(남구 249건, 북구 180건)인 아동학대 의심신고 건수는 2020년 534건(남구 258건 북구 276건), 2021년 659건(남구 292건, 북구 367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아동학대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신고 접수가 늘었고, 그로 인해 발견되는 학대 피해 아동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 유형의 대부분은 친부모였다. 이 밖에 가족(조부모 등)과 친인척, 어린이집 보육교사, 기타(지인) 등도 일부 존재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부모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할 가정에서 자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사랑의 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이 아이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아직도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소유물로 여기거나 자녀 교육은 때려서라도 해야 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지닌 부모들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 법제도를 정비했고, 경찰청은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특별수사팀을 발족시키는 등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져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 넘어갔던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는 데 비해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기존의 수사 인력만으로는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하기에 벅찬 상황이고, 전문 수사 인력의 보강과 법적 미비점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실제로 일선 경찰관들은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을 해도 일부 부모로부터 현장 출입을 거부당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대 의심자가 경찰의 현장 출입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전체 임시조치 결정 건수 4천574건(중복 포함) 가운데 39%가 상담·교육 위탁에 집중됐다. 이어 접근금지 31.2%, 퇴거·격리 조치는 6.1% 등이었다. 그나마 전기통신장치를 활용하는 접근금지 조치 비중은 19.4%, 물리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유치장·구치소 처분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생명을 잃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닌 한 친권이 있는 부모를 형사고발 하기 어렵다”며 “아동학대는 사건 발생 뒤 부모와 분리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사전에 상시적인 상담이나 모니터링 체계가 작동해야 하며 사후에도 학대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나 지속적 관심·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