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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택치료?… 사실상 방치 수준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2-03-20 20:17 게재일 2022-03-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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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기간 건강상태확인·연락無<br/>1인가구·중증환자 등 관리 안돼 <br/>포항, 4천명 안팎 확진자 발생에<br/>지자체·보건소 등 업무마비 사태

“말만 재택치료지 사실상 방치나 다름없었죠.”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상비약과 식료품 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덜컥’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자,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A씨는 1인 청년 가구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홀로 지내는 탓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어 답답한 마음만 점점 커졌다. A씨는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비대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A씨는 인근 병원에 수차례 연락한 끝에 겨우 비대면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은 그다음부터였다. 병원 측은 A씨에게 “가족이나 지인이 약국에서 조제된 약을 직접 수령한 뒤에 A씨의 현관문 앞에 전달해줘야 한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 측에 약을 대신 수령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병원 측은 “대신 받아줄 사람이 없다면 약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하는데 그쳤다.


그는 배달대행업체에 의뢰한 끝에 1만원 가량의 배달료를 내고 약을 수령할 수 있었다.


심지어 A씨는 격리기간 동안 관할 보건소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보건소는 확진 판정 당일 환자에게 연락해 기저질환 유무 등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재택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으로 포항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2천∼4천명 안팎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지자체와 보건소의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정부의 관리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재택치료’가 ‘재택방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달 10일부터 확진자를 집중치료군과 일반치료군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확진자 대다수인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동네 병·의원에 전화 걸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는 ‘셀프 재택치료’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확진자들은 보건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재택 방치’, ‘재택 감금’을 당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구멍난 체제 아래에서 일반관리군 환자를 방치할 경우 위중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병상 부족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씨는 “아무리 자가 치료라지만 약을 처방받는 시스템도 허술하고 치료도 외면하는 것 같아 오히려 치료권이 박탈당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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