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 주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늘리고 2040년에 100% 달성하기 위해 캐나다 퀘벡 주로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수입한다는 내용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545km에 이르는 송전망 건립에만 45억달러(6조5천억 원)가 투입된다고 한다. 뉴욕의 환경운동가들은 “탄소중립을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고 당면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대비는 늦으면 늦을수록 더 큰 대가와 비용이 따른다는 교훈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탄소중립 시대정신을 역행하다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뉴욕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지난해말 현재 7.2~8.1% 정도다. OECD 38개국(평균 28.0%) 중 꼴찌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삼성·SK), 자동차(현대), 철강(포스코), 조선 등 세계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즐비해 있어 전력소비는 세계 8위에 랭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이루어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우리나라 정책은 어지러울 정도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발표 때는 2030년 발전비중을 20%로 제시했었다. 그 뒤 2021년 NDC 발표 때는 30.2%로 상향했다가 2022년 다시 21.5%로 낮춰 잡았다.
산업계에선 2021년 발표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 대해서는 ‘현실을 무시한 불가능한 목표치’라고 했다가, 올해 정부가 목표치를 낮추자 이번에는 “2030년 40% 이상은 돼야한다”며 롤러코스터식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독일은 지난 2016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9.3%였지만 2021년에는 40%를 상회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5년에는 55~60%, 2050년에는 8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2050년 목표치를 100%로 늘렸다. 에너지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전쟁과정에서 뼈저리게 터득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990년까지만 해도 0%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난 2009년과 2014년 재생에너지 실행계획과 재생에너지법 제정을 통해 2050년 ‘탄소배출 제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5일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은 곧 공급망을 포함해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무역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한계점에 달하게 되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SK, 현대, 기아자동차가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 중에는 신재생에너지 100% 공급이 가능한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필요성도 포함돼 있다. 일본 소니사가 지난 202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늘려주지 않으면 일본을 떠나겠다고 경고한 뒤, 일본정부가 부랴부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목표를 20%대에서 38%로 상향한 것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 규제 위주로 제정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정비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할 때마다 야기되는 민원 해소를 위해 ‘주민주도형’ 발전사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09년과 2014년 재생에너지 실행계획과 재생에너지법 제정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재생에너지법에 의해 독일의 태양광발전시설(600만개 이상) 대다수는 개인이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발전사업자가 지주들이 토지를 임대해 발전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수많은 민원이 제기된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금융기관 대출로 대규모 토지를 임대해서 사업을 하다 보니 대출 비리, 민원쇄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발전사업을 주민주도형(지주, 기업, 금융기관, 시공사 참여)으로 하면 민원문제 해결, 과다대출에 따른 부작용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단위 발전사업(한 마을에 최소 10MW 이상 30MW 정도)에 따른 규모의 경제도 실현된다. 마을단위 발전사업을 할 경우, 관리인력 일자리(1MW당 3명 정도)와 발전수익(논농사의 20배 이상 수익 기대)으로 농촌의 소멸을 막아낼 수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도 물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