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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스코 직원의 호소..."55년만의 최초 파업이 자랑 될 수 없어"

등록일 2023-10-26 10:55 게재일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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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간 회사 아끼고 사랑한 마음이 더 존중 받아야<br/>설마설마하던 파업 눈앞에... 현장은 일손 안잡혀 술렁<br/><br/>파업 반대 직원들 침묵 할수 밖에 없는 상황 안타까워<br/>회사 입장 조금이라도 공감하면 '노무새'로 비난 쇄도<br/><br/>회사 사랑하는 동료선배들 이 사태 조속 해결 간절히 원해

올해로 포스코에서 만 2년 8개월 근무한 현장 직원입니다. 연봉은 7천만원 정도 받고 있으며, 조합원은 아닙니다.

저는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여느 포항시민들처럼 포스코는 제게 꿈의 직장이었습니다. 파란색 근무복을 입은 포스코 직원들은 제게 우상이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4년제 대학 대신 전문대에서 기술을 열심히 익히며 포스코 입사를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실력 탓에 삼수 끝에 입사했지만 지금은 부모님과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최종 면접 때 “뽑아주시기만 하면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제 진심이었기에 용기를내어 말씀드립니다.


지금 포스코가 많이 아픕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수없는 소용돌이속에 더더욱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직원들의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설마설마하던 파업이야기가 구체화되면서 현장도 기대반 우려반 분위기 속에 술렁이고있고 몇몇친구들은 파업을 하면 큰 돈을 받을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기대에 젖어 파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것처럼 말합니다.


임금이 올라간다는데 그걸 마다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주식 100주를 안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불안합니다 왜냐하면 포스코는 제 평생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몇년 바짝 벌어서 주식, 코인에 몰빵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테고, 저같이 명예롭게 정년퇴직 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겁니다.


회사 곳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매년 파업해서 수천만원씩 연봉을 올릴 수는 있나요?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면 다른 IT기업들처럼 구조조정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수개월째 파업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고 직원들도 파업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제가 그토록 동경했던 이 회사는 점점 투쟁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는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깥에서는 포스코 파업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나빠진다. 나라가 망한다”고 걱정들 하지만, 솔직히 포스코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니는 저 같은 직원들은 그냥 미래의 직장이 없어질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십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사랑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거나 노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사측, '노무새' (노무새X)등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진짜 이런분위기가 계속되다보면 저같이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이 받게될 차별은 불보듯 뻔합니다.


2만명이나 되는 포스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노조말대로 회사가 직원대우를 소홀히 했으면 어떻게 그많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20년 30년 근무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55년만의 최초의 파업이 자랑이 아니라 55년간 회사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이 더 존중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극심한 대립과 분노는 우리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결국 다함께 살아야 한다면 다투고 적대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현장에는 저 보다 더 훨씬 회사를 사랑하는 동료, 선배들이 많습니다. 회사나 노조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철강(가명·포스코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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