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파트 주민 투표 거쳐 지상화<br/>출구 가까운 쪽으로 이동배치도<br/>여론 떠밀린 전기 차주들 불만 ↑<br/>
지난 8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평일 낮시간이라 지하 2층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2대의 전기차만이 충전중이었고, 나머지 면은 모두 비어있었다.
이 아파트는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문제로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올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 입주자 투표를 거쳐 입주민 53%의 동의를 얻어 총 23개의 전기차 충전기 중 11개를 지상으로, 나머지는 소방시설이 도달할 수 있는 출구와 가까운 쪽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환경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당초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 23개 모두 다 지상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했지만, 그렇게 되면 인근 동출입구 쪽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출입구가 막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출입구와 먼 쪽으로 11개만 옮기는 것으로 결정했다.
지하에 남은 12개의 전기차 충전기도 최소한 소방차가 접근해서 소화전을 끌어당겨 화재 발생 시 진화가 가능하도록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A씨(40)는 “전기차 화재 사고가 많아 입주자분들의 불안이 커져 전기차 충전기를 옮기는 논의를 해왔다”며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단지 내에 전기차 보유대수가 많지 않고 일반차량 화재나 전기차 화재가 다르지 않다는 인식도 있어 찬성률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단지의 경우 지난 3월에 환경부 승인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승인을 못받은 경우도 있다”며 “시급한 문제인만큼 정부가 빨리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승인만 된다면 다음 달부터 시공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기차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충전기를 지하나 지상 어디에 설치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데도 전기차량만 떠밀리듯 지상으로 내보내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차주들은 심지어 일반차량보다 전기차가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병욱기자 eric400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