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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자극 대구·경북 인스타 명소, 어디까지 가봤니?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06-09 19:47 게재일 2025-06-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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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의 그림같은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요한 여름풍경이 돌담마다 내려앉은 한밤마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차역, 역사의 흔적이 묻어 있는 산성, 만화가 그려진 벽화, 초록빛 왕버들이 강 주변을 점령한 호수. 이 모든 것이 대구와 경상북도다. 눈 두는 곳마다 눈부신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대구·경북의 명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초여름 싱그러운 감성들이 여행자의 눈으로 가슴으로 스며들 것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고색창연한 고택과 문화재 
애절한 이야기 품은 다리·신비로운 육지 속 섬 마을 
영화·드라마 명장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광까지
다채로운 매력의 경북, 여행자들의 발길 사로잡아

 

대율리 한밤마을은 돌담이 이어지는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군위군 제공 

△돌담의 정취 가득한 한밤마을 

군위군 부계면에 있는 한밤마을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 여름에는 박주가리, 사위질빵이 흐드러지게 핀다.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마을이다. 한밤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마을의 상징인 돌담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우뚝 솟아있다. 

조형물을 통과하면 솔향 가득한 숲길이 운치 있다. 부림홍씨 집성촌인 한밤마을은 고려 중기 재상을 지낸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마을 이름을 대야(大夜)라 불렀으나 이후 밤 야(夜)자 대신 대율로 고쳐 부르면서 대율리 한밤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마을 집터를 닦을 때 땅속에서 파낸 많은 돌로 땅의 경계를 삼았는데, 그것이 돌담의 시초다.

미로같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요하면서도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 반긴다.

오랜 세월의 더께가 쌓인 고택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은 집집마다 돌담이 둘러 있어 마치 제주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로 같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돌담에 엉킨 덩굴 잎사귀들만 반길 뿐 사방이 고요하다. 4km의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은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마을 안에는 고택 사이에 넓게 자리 잡은 대청이 있다. 군위 대율리 대청은 조선 전기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인조 10년(1632)에 다시 지은 학사(學舍)로 효종 2년(1651)과 숙종 32년(1705)에 중수되었다가 1992년에 완전해체하고 보수되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문화재는 전통가옥 한가운데 자리 잡아 마을 사랑방처럼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대청 근처에 있는 350년 세월을 지켜온 남천고택과 옛집들이 고색창연하다. 군위에서 가장 오래된 남천고택에서는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산성면 주민에게 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던 화본역 풍경

△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화본역

영화 속에 나올법한 작은 간이역 화본역은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다. 1936년 완공해 1938년 2월 1일부터 기차가 출발했다. 산성면에 시장이 없어 영천에 오일장이 서면 열차 안은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로 와글와글했다. 화본역은 산성면 주민에게 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다. 

화본역은 지난해까지 기차가 다녔지만 지금은 폐역이 됐다.  1936년대 화본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선정되기도 한 화본역 

 작은 역사 안에 들어가 철길을 건너면 푸른 논이 넓게 펼쳐진다. 논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철길을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증기기관차에 동력이 되는 물을 대던 급수탑이 솟아있다. 1930년대 말에 지어진 화본역 급수탑은 높이 25m로 내부에는 파이프 관과 환기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묻은 탑의 벽에는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옛 문구와 낙서가 쓰여있고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화본역과 급수탑은 그림같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본마을의 명물로 남아있다.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 

△김태리 주연의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군위군 우보면 미성리는 군위군에서도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첩첩의 시골 마을까지 찾아온 이유는 이 마을이 소박한 음식 이야기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담아낸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태리가 주연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인상깊게 남아 촬영지가 명소가 됐다. 

마을 풍경에 반한 관객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문 안은 소란스럽다. 마당에는 혜원(김태리)이 아름다운 마을을 누볐던 자전거가 놓여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과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 작은 부엌도 영화 속 그대로의 모습이다. 

△ 삼국시대에 축조된 매력적인 산성터 고모산성

문경의 가장 매력적인 풍경인 고모산성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고모산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고모산성이 있다. ‘경북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이 내려다보이는 천연요새다. 숲 여행의 시작은 고모산성 꿀떡고개다. 꿀떡고개로 들어서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은 마을 수호신이자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나 보부상이 쉬어가던 쉼터였다. 지금은 초가집으로 주막촌이 복원돼 있다. 성곽에 올라서면 고모산성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푸른 산이 두른 가운데 진남교반 아래로 영강 물줄기, 탄광 철도, 신작로, 국도와 고속도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겨있다.

진남문 아래 왼쪽 성곽을 따라가면 토끼비리로 이어진다. 토끼 한 마리 겨우 지나는 좁은 길옆에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는 험난한 길이다. 토끼비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할 때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는 길을 따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000만개의 조명으로 빛의 향연을 펼치는 청도 프로방스 마을

△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청도 프로방스

청도군 화양읍에 있는 프로방스 마을은 낮과 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마을이다. 낮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집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1000만 개의 조명이 불을 밝히고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러브러브 빛 축제, 세계 명화 100선 빛 축제, 빛의 숲, 라이팅쇼, 고흐별빛정원, 산타마을 크리마스 빛 축제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일루미네이션이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에 가장 긴 나무다리 월영교 

△ 애절한 사람이야기가 전해지는 월영교

안동시 낙동강 안동호에 있는 월영교는 너비 3.6m, 길이 387m의 나무다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어스름 노을이 내리면 더없이 아름다운 다리 가운데에는 정자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월영교에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1998년 고성 이씨 문중 이응태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에서 ‘원이 엄마’의 편지가 나왔다. 

정자에서 바라본 월영교의 모습.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복중 아기의 배냇저고리가 나왔는데,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미투리 모양으로 월영교를 형상화했다. 

이런 사연 때문일까.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루 세 번 화려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분수 쇼가 열리는 월영교로 낭만 여행을 떠나보자.

 

물의 반영이 어울러져 절묘한 풍경을 만드는 반곡지의 풍경_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록빛 왕버들의 반영 반곡지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는 푸른 왕버들과 저수지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답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되었고, 2013년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뽑힌 이름난 곳이다. 

반곡지 둑에 길게 늘어선 왕버들 밑으로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인 반곡지 둑에 150m로 길게 늘어선 왕버들은 수령이 200~300년 된 고목이다. 고즈넉한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이곳은 영화 ‘허삼관’과 드라마 ‘홍천기’, ‘구르미 그린 달빛’, ‘사의 찬미’, ‘붉은 단심’ 등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하다.

반곡지는 ‘소반을 닮은 골짜기’라는 지명처럼 소박하지만 늦은 가을, 산 중턱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의 신비로움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후포리에 있는 등기산 스카이워크

△ 오싹한 체험 등기산 스카이워크와 등기산 등대공원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에 있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울진의 탁 트인 바다 위를 걸으며 한여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길이인 135m(목재데크 68m, 스틸그리이팅 10m, 강화유리 57m), 높이 20m로 만들어졌다. 

투명한 강화유리 구간을 걸으면 마치 출렁이는 파도 위를 걷는 짜릿한 기분이 든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북 등처럼 넓은 후포 갓바위는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등기산스카이워크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 후포 앞바다를 마주한 공원이 나온다. 바닷가 언덕에는 신석기 유물전시관이 있으며, 이집트 파로스, 스코틀랜드 벨록, 프랑스 코르두앙, 독일브레멘하펜 등 세계 유명 등대를 본떠 만든 모형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스코틀랜드 벨록 등대는 실제 전망대로 등대에 올라 푸른 바다와 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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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회룡포의 모습

△내성천의 매력적 풍경 회룡포

예천군 용궁면에는 낙동강 물돌이동 마을인 회룡포가 있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육지 속의 섬 같은 마을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그림 같이 아름답다. 물길이 마을을 품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마을 건너편 비룡산 전망대인 회룡대에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날아오르면서 크게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는 옛이야기가 저절로 이해된다. 한여름의 초록빛도 아름답지만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이 오면 회룡포는 절정의 풍경을 보여준다. 

섬마을 회룡포를 육지로 이어주는 ‘뿅뿅다리’는 원래의 외나무다리 대신 강관과 절발판으로 다시 다리를 놓았다. 출렁이는 발판 구멍에서 물이 퐁퐁 솟는다고 해 퐁퐁다리로 불렀으나 신문과 방송에 뿅뿅으로 잘못 보도돼 이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뿅뿅다리’가 됐다고 한다. 회룡포 마을과 전망대, 두 개의 뿅뿅다리를 이어 걸으며 트레킹을 해도 좋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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