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신뢰 회복 공감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공론화위 구성되면 적극 참여 가능” “똑같은 요구 반복은 투쟁 명분 없어” 의료계 자성 목소리도
언제 갑자기 닥쳐올지 모르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이재명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9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한다면 의료계도 공론화 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회로, 산하에 기초의학 분야의 10개 학회, 임상의학 분야의 26개 학회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이 언급한 공론화위원회는 현재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말한다. 이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가 바탕이 돼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정책 때문에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한다면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공론화위에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와함께 ‘전공의 수련교육원’ 을 설치해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개발하고 수련 중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병원별로 다른 전공의 수련의 질을 표준화,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의료계는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80% 이상이 수련을 멈추고, 의대생 약 43%가 유급·제적되면서 신규 의사 배출이 2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2024·2025·2026학번이 내년에 예과 1학년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막기 위해선 이달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해야 한다. 예과 1학년생(2024·2025학번)이 이달 안에 복귀하면 7월 계절학기와 2학기 주말 수업 등으로 1학기 과정을 어떻게든 소화해 내년 트리플링을 피할 수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새 정부는) 의정 갈등 해결을 1순위로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지난 정부 때와 같은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투쟁의 명분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지방의료원 신축 등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와 경북·전남·전북·인천 등 지역의대, 공공의료 사관학교 신설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공의료에는 보훈병원이나 경찰병원 등도 포함된다”며 “공공의료 사관학교는 공공을 위해 정부도 책임을 갖고 공공 영역 전체를 아우르는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이에 대해 “덩그러니 의대만 만들거나 의사만 놓는다고 지역의료가 살지는 않는다”며 “아직 정확한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긴 안목을 가지고 논의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한 수련병원 전문의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정부와 의료계 상호 간 ‘신뢰 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갈등 해소 부분에서도 공감대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어 의료사태 해결의 희망이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현 시점이 의정 갈등 해결의 골든타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