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훅하고 열기가 밀려든다. 오늘도 휴대폰에선 어김없이 폭염이 지속되니 건강에 유의하라는 안전안내 문자가 도착한다. 더운 공기를 피해 도망치듯 발길이 닿은 곳은 포은중앙도서관이다. 이제는 이른 아침부터 카페가 아니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오전 9시 전이라 늘 붐비던 지하 주차장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고요하다. 빈자리가 많으니 기분 좋게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섰다.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1층 로비로 향한다. 도서관의 분위기를 먼저 훑는 느낌이랄까. 로비에선 여러 행사 알림 안내판과 어딘가 집의 거실에 있어야 할 소파에 편히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사진 촬영 하는 곳과 도서관을 부지런히 오가는 취업 준비생들,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민기자가 즐겨 찾는 5층으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히 아이에게 부탁받은 반납할 책도 있다. 반납 후, 다시 빌릴 책을 살피지는 않는다. 집에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남아 있으니 읽지 못할 책을 꼭 빌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서가의 책 제목을 눈으로 훑는다.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책 사이를 거니는 그 고요한 기분이 괜히 좋다. 사람들이 말을 아끼는 공간이라서인지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펼친다. 책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읽으며 이 책의 내용도 어렴풋이 짐작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자리를 잡은 창가 책상 앞에 앉았다. 챙겨온 신문과 책으로 무선 노트에 필사할 요량이었다. 마침 챙겨 온 시집은 서효인의 ‘여수’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문장을 따라 쓰다 여수를 떠올렸다. 그러다 새 둥지 모양의 둥근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즐기며 양산을 쓰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준다.
점심시간을 맞아 3층 휴게실로 향했다. 3층의 배움터에선 인문학 강좌를 마치고 수강생들이 막 나오고 있었다. 그 틈에 지난 일 년간 아카데미 수업을 함께 했던 지인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다. 휴게실에선 여름의 열기처럼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앉았다.
점심 후엔 2층 야외공간으로 향한다. 공원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포은중앙도서관에 오면 종종 들르는 곳이다. 긴 벤치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와 아이가 쉬기에도 좋아 보인다. 그 옆을 근처의 직장인이 거닐고 있다.
저녁에는 로비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시민기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에 시작해 두 번째 진행되는 ‘렉처 콘서트, 클래식 비화(秘話)’다. 해설로 진행된 음악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 100년 전 음악이지만 좋아서 지금도 연주되는 것이 클래식(고전)’이라 해설자가 정의하며 헨델과 쇼팽 그리고 베르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 사이 사이에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소프라노와 테너의 노래도 감상했다. 도서관의 짧은 공연에서도 성악가들이 이렇게 옷을 잘 갖춰 입고 노래를 하니 더 감동이었다.
도서관은 이렇듯 굳이 목적이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곳이고 예약하지 않아도 발길이 닿는 곳이다. 최근에는 여름 인기 휴가지에 도서관이 포함될 정도다.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라던 보르헤스의 말을 떠올리며 폭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도서관에서 느긋한 하루를 즐기는 건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