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가·지방·소하천 총 231곳 방치된 잡초와 수목, 수면 뒤덮어 집중호우 시 물길 막혀 범람 우려 통제 불가피, 정비체계 개선 시급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은 상황에서 포항지역 일부 하천이 수해 예방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에는 국가하천 1곳, 지방하천 23곳, 소하천 207곳 등 총 231곳의 하천이 분포해 있다. 일부 하천은 집중호우 때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통제되기도 한다.
지난 24일 본지 취재진이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비리의 기계천을 하천을 따라 걸어보니 물길 주변에 잡초와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곳곳에는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엉켜 있었다.
유수 흐름을 방해하는 지점도 쉽게 눈에 띄었다. 기계면 주민 이모 씨는 “비만 오면 텃밭보다 하천부터 살핀다”며 “제초 작업이라도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구 흥해읍 초곡천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천을 따라 자란 갈대와 잡목이 수면을 덮고 있었다. 외관상 하천이라기보다 작은 숲처럼 보였다. 주민 박모 씨는 “비만 많이 와도 걱정된다. 하천에 풀이 너무 많아 물이 막히는 느낌”이라며 “예전보다 물이 훨씬 빨리 불어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목과 식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현일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하천 제방 외측인 제외지에는 원칙적으로 수목을 심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굵은 줄기나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는 홍수 시 뿌리째 뽑혀 유실되면 교량이나 주변 구조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대류 식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식생이 지나치게 우거졌다면 예방 차원에서 사전 제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원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하천 관리는 생태성과 경관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하천은 단순한 유수 공간을 넘어 다양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식생 제거 여부는 홍수 대응과 생태 보전의 균형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하천 내 풀이 무성하다고 무조건 제거하지는 않고, 물 흐름에 실질적인 지장이 있을 때만 정비한다”고 설명했다. 또 "토사가 쌓이거나 잡목이 유속을 방해할 경우 현장 확인을 거쳐 예산을 투입하고, 구청과 읍면동 단위에서 수시로 순찰하며 민원에 따라 즉각 대응하고 있다”면서 “하천의 자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정비 기준을 강화하고, 필요한 구간은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