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한 사람 외엔 대부분의 국민이 낯이 뜨거워 실소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려나 조선 같은 봉건시대 왕에게도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한다는 건 칭송이 아닌 결례가 될 게 뻔하다.
“하늘이 내린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느냐.” “그가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커다란 축복이다. 5년은 너무 짧다. (대통령을) 10년, 20년을 해도 될 사람”….
얼핏 조선 왕조 최고의 혼군(昏君)이라 불리는 연산군 앞에서 간신배의 전형인 임사홍이 한 아첨처럼 들린다. 그러나 천만에. 위에 인용된 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한신대학교 석좌교수 김용옥과 이 정부 인사혁신처장 최동석이 한 말이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의 명령으로 그의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까지 여섯 명 통치자의 행적을 기려 만든 서사시(敍事詩). 헌데, 사전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현대사회에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아랫사람들의 언행을 “용비어천가 부르고 있네”라며 비꼬기도 한다.
한 대학의 석좌교수고, 차관급 공무원이라면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에 가깝다. 자기 생각엔 칭송의 대상이 세상 최고라 느껴져도 말은 가려 해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칭송을 받는 상대가 정치·경제적 힘을 가졌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런 금도(襟度)를 지키지 못한다면 자칫 나잇살 먹고 아부나 일삼는 철부지로 오해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의 힘은 장황함이 아닌 간결함에서 온다. 무엇이건 넘치는 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우리 선조들은 그걸 과유불급이라 했다. 김용옥 교수와 최동석 처장에게 정중히 권한다. 이제 그러지 마시라. 대통령도 위와 같은 언사를 좋아할 리 없으니.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