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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연금'

등록일 2025-07-31 18:15 게재일 2025-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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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극한 강우와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실감케 하는 폭염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재난이 되었다. 이러한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답은 바로 ‘탄소중립’에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햇빛연금’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이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어 기후위기 대응에 직접 참여하고, 안정적인 연금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햇빛연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려 한다.

‘햇빛연금’이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 판매 수익을 매달 연금처럼 돌려받는 모델을 말한다. 핵심 원칙은 ‘에너지 민주주의’와 ‘이익 공유’이다. 즉, 과거 대규모 발전소가 독점하던 전력 생산을 시민의 손으로 가져오고, 그 혜택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재원은 주로 시민들의 투자나 조합 출자금 그리고 정부의 정책자금 융자 등으로 마련된다. 물론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이나 발전수익의 변동성 같은 문제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공 주도의 금융 지원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연평균 일조시간이 2200시간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을 자랑하며, 넓은 산업단지와 농촌 유휴부지가 많아 ‘햇빛연금’의 최적지로 꼽힌다.  

‘햇빛연금’의 성공 사례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은 시민들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는 ‘시민발전소’가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전남 신안군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햇빛연금’을 통해 섬 주민 1인당 분기별로 최대 6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태양광이 노인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 사례들은 주민 수용성 확보와 투명한 이익 분배가 성공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구는 아파트 베란다, 공공기관 및 학교 옥상, 서대구·성서 산업단지 등 공장 지붕을 활용한 ‘도심형 햇빛연금’을, 경북은 ‘영농형 태양광’이나 유휴 산지를 활용한 ‘농촌 상생형 햇빛연금’ 모델을 적극 도입할 수 있다.

‘햇빛연금’의 성공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줄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갈등을 예방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갈등 조정 메커니즘’ 구축도 시급하다. 이제 대구경북이 국가의 ‘햇빛연금’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지역의 강점을 살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이다. ‘햇빛연금’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주역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우리 집 지붕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대구경북의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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